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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가능한 물리학

[ 과학동아가 선정한 이달의 책 ]

이상한 과학책이 나왔다. 제목은 평범하다. ‘모두를 위한 물리학’. 공부에 바쁜 학생이나 바쁜 어른에게 ‘꼭 읽어야 할 중요한 내용이 들어 있나?’하는 기분이 들게 하는 제목이다. 또는 누구라도 이 책을 읽으면 물리학을 이해하게 될 것 같다. 그것도 아주 쉽게. 그런데 내용은 전혀 딴판이다. 그렇게 쉽지는 않다. 중간중간 나오는 공식에는 ‘무려’ 복소수와 삼각함수까지 있다. 둘 다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배우기는 한다. 하지만 한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복소수가 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가. 기자는 수능 치른 이후로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그럼 삼각함수가 들어간 파동 공식을 술술 읽
으며 이해할 수 있는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쯤 되면 이 책이 정말 ‘모두를 위해’ 쉽게 쓴 책이 맞을까 의심하게 된다. 혹시 번역하면서 붙인 제목은 아닐까. 원제목을 살펴본다. …망했다. 독일어다! 다행히 겨우 알아본 부제가 ‘모두를 위한 물리학’이다. 작가(또는 편집자)가 붙인 제목인 건 확실해졌다.

그렇다면 왜 이런 역설적인 제목이 붙었을까. 저자는 일부, 즉 특권층이나 지식인, 선진국만을 위한 물리학이 아니라 평범하고 힘없는 사람들, 그리고 개발도상국에게도 적용되는 물리학을 의도했다. “물리학은 다른 학문과 함께 마침내 인간을 제자리로, 잘못해서 떠난 세계의 중심으로 데려다 놓을 것이다. 물리학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고,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다(315쪽).”

저자가 보기에 과학자들은 불필요한 일에 너무 많은 힘과 에너지를 낭비한다. 행정 처리할 일은 산더미 같고 연구에 쓰는 시간은 줄어든다. 게다가 지나치게 규모가 크다. 저자 역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연구원 출신이지만, 거대과학 연구자들에게 가차없는 비판을 가한다.

“…나는 기사에서 헬름홀츠 협회의 입자물리학 연구소에서 지난 20년간 물리학이 연구되지 않았으며, 그 대신 2~3년마다 마치 새로운 입자를 발견한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했다고 썼다. 그들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연구하였으며,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거의 명백하게 밝혀진 실험을 고안했다(36쪽).”

그렇다고 저자가 오늘날의 물리학이 갖는 복잡성과 심오함을 무조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비판할 때는 호된 표현을 쓰지만 결국 물리학과 과학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 비판이다.

“첫눈에 이것(복소수가 사용된 입자파동식)은 물리학에게는 망한 설명으로 보인다. 관찰할 수 없는 것을 연구하고 있다. 얼마나 슬프고 얼마나 쓸모 없는 일인가. 물리학은 이제 끝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끝난 게 아니라 물리학의 위대한 승리를 가져왔다. 이것을 찾기 위해 우리는 다시 아이처럼 되어야 한다(161~162쪽).”

저자가 생각하는 ‘아이 같은 상태’는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되도록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기술과 지식과 관련이 있다. 요즘 유행하는 ‘적정기술’과도 통한다. 태양열을 모으고, 효율 좋은 풍차를 설계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연구 과제로는 오늘날 석사 학위 논문조차 쓸수 없다. 하지만 갈수록 복잡해지는 거대과학 시대에 과학이 갈 길은 여기에 있다고 확신한다.

이 책은 기초 역학부터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그리고 정보물리학까지 모든 내용을 대단히 독창적인 설명과 비유로 풀어내고 있다. 세련된 과학지식을 얻고 싶은 독자에게 큰 만족감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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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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