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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 금성, 토성이 한 자리에

25일 서쪽하늘서 세 행성 회합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밤하늘의 변화가 미래를 예시해주는 것으로 믿어왔다. 가끔 출현하는 신성이나 혜성 같은 것들도 중요하게 다뤘지만 밤하늘을 떠돌아다니는 행성 또한 대단히 중요하게 여겼다. 매우 드물게 행성이 한자리에 모이면 큰 일이 벌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행성이 모여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행성들의 ‘앞으로 나란히’

지금부터 약 10∼20년 전쯤, 세기말인 1999년을 겨냥한 많은 예언서들이 등장했다. 21세기가 된 지금에야 그때의 해프닝을 생각하며 웃고 넘기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인 사람들도 꽤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일 것이다.

이 예언에서 언급된 멸망의 시점에서 태양계 행성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각 행성이 지구를 중심으로 십자가 형태로 늘어선다고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동시에 세기말의 불안과 함께 행성직렬이라는 천문현상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행성직렬이란 우주공간에서 봤을 때 태양을 포함한 모든 행성이 일직선으로 늘어서는 현상이다. 늘어서는 순서까지 태양, 수성으로 시작해 명왕성까지 일치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순서는 일단 문제 삼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 우리가 생각하듯 자로 잰 듯이 정확히 일직선으로 늘어서는 것은 아니다. 대략 30도 정도의 각도 이내에 들면 행성직렬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행성직렬의 기준은 상당히 광범위한 셈이다.

행성직렬이 세기말 현상에 편승해 관심의 대상이 된 이유는 행성이 일직선으로 늘어서면 행성들의 중력이 합해져서 지구에 특이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행성들이 지구에 미치는 중력 영향은 다른 8개의 행성 중력을 모두 합하더라도 태양이나 달에 비해 턱없이 작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행성직렬이 인류 멸망과 관련있을 것이라는 소문은 단순한 미신일 뿐이다.

새로운 행성이 발견되기 이전, 그 시절에는 하늘에 오직 5개의 행성만이 존재했다.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그것이다. 이 5개의 행성이 태양, 지구와 함께 일직선으로 늘어서면 어떻게 될까?

행성직렬 현상이 일어나면 지구 안쪽의 내행성들은 태양 주변에서 보일 것이다. 즉 내행성들은 내합의 위치에 있게 된다. 반대로 화성, 목성을 포함한 외행성들은 태양의 정반대편, 즉 충의 위치에 있게 돼 한밤중에 보일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수성과 금성은 같은 쪽에서 보일 것이고 화성, 목성, 토성 또한 같은 자리에서 나타날 것이다. 즉 행성직렬이 일어나면 행성들이 한자리에서 보일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5행성, 헤쳐모여!

행성직렬 중에서도 특이한 경우가 있다. 지구가 한쪽 끝에 서고, 태양을 포함한 나머지 행성들이 반대편에 늘어서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눈에 보이는 5개의 행성은 모두 태양 부근에 모여서 빛나게 된다. 이를 5행성의 회합이라고 부른다. 5행성 회합 현상은 대단히 드물게 나타나는 천문현상이다. 최근에 나타난 5행성의 회합을 보면 1962년 2월, 2000년 4월에 있었으며, 앞으로 2040년 9월, 2060년 7월, 2100년 11월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행성 회합은 태양 주변에 5개 행성이 모이는 현상이므로 태양에 가릴 확률이 높아 행성 모두를 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행성들이 해가 진 직후, 또는 해가 뜨기 직전 지평선에 낮게 깔려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물게 5행성이 태양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보이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럴 경우 초저녁이나 새벽에 5행성 모두를 한 곳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 이것은 매우 드문 현상으로 오래 전 점성술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취급했다. 이런 천문현상의 기록은 역사 기록의 연대를 검증하는데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유감스럽게도 다음 5행성의 회합은 2040년이 돼야 볼 수 있다. 그러나 5행성은 아니지만 3행성의 회합은 올해에도 볼 기회가 있다. 오는 6월 25일 수성, 금성, 토성이 한자리에 모인다. 해가 진 직후 서쪽하늘 낮은 곳에서 세 행성이 함께 빛나는 것이다. 자, 지금부터 그날을 기다려보기로 하자.


달빛 속의 금성과 토성. 지난 1999년 3월 서쪽하늘에 모인 금성과 토성을 찍은 사진이다. 위쪽의 밝은 빛 덩어리가 달이며 아래쪽 별들 중 가장 밝은 선이 금성이다. 금성 바로 아래 밝은 선이 토성이다.


3행성 붙을 듯 말 듯

일반적으로 수성은 관측이 어렵다. 그 이유는 태양에 가깝기 때문에 태양에서 멀리 떨어지는 최대이각 시기에만 관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대이각 시점에도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 수성이 보일 시점에 다른 별들이 보이지 않아 밝은 하늘에서 매우 희미하게 빛나는 수성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성 옆에 금성이 있을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금성은 매우 밝아서 태양이 사라지면 쉽게 보인다. 금성 옆에 수성이 있으므로 당연히 수성의 위치도 쉽게 알 수 있다. 즉 수성을 볼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은 바로 금성이 부근에 있는 경우다.

이 무렵 수성은 점차 고도를 높여가는 시점이다. 최대이각일이 7월 9일이므로 이때까지 점차 고도를 높여가며 조건이 좋아진다. 그러나 3행성의 회합이 있는 6월말과 최대이각 시점의 고도 차이는 불과 2도 안팎으로 그리 차이가 없으므로 이 시점 또한 최상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이때 수성의 밝기는 0등급으로 밝은 편이다. 금성은 수성보다 그 움직임이 훨씬 느리지만 서서히 고도를 높여간다. 위치는 수성과 거의 같다. 밝기는 매우 밝은 -3.7등급이다. 수성과 금성이 가장 가까이 근접하는 때는 28일로 불과 4분각 만큼 떨어진다. 4분각이면 달 시직경의 1/7 정도에 불과한 가까운 거리다. 맨눈으로 보면 초저녁에 두 별이 흡사 붙은 듯 보일 것이다. 다만 금성이 너무 밝아서 수성이 그 빛 때문에 보일 듯 말 듯 하겠지만.

토성은 점차 서쪽 지평선으로 사라지는 시점에 있다. 토성의 밝기는 0등급이며 6월 25일에는 수성과 금성의 약간 아래쪽에 위치하게 된다. 이 기간이 지나면 빠른 속도로 지평선 아래로 사라져서 7월 중순이 되면 더 이상 토성을 볼 수 없다.

6월 25일에 가장 가깝게 3행성이 모이지만 꼭 25일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6월 말 약 보름 동안 3행성은 서로 매우 가깝게 모이므로 이 기간 중 날이 맑은 날 아무 때나 관측을 시도해보면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소형 쌍안경을 사용해 관측한다면 맨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욱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월 3행성 회합^화살표는 이달 말 서쪽하늘 세 행성의 움직임. 수성과 금성은 왼쪽(남쪽)으로 움직이며 토성은 오른쪽 아래(북서쪽)로 움직인다. 25일 세 행성이 가장 가까이 모인다. 원은 3도 크기로 달 시직경의 6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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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천체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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