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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띠에 대한 궁금증 5

바로 알고 바로 매야 ‘목숨띠’

지난 4월 1일부터 고속도로에서는 자동차 뒷좌석에서도 안전띠를 무조건 매야 하는, 일명 ‘뒷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가 시작됐다. 국토해양부는 내년 초부터 일반국도와 지방도로를 운행하는 버스와 택시도 모든 좌석에서 안전띠를 착용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안전띠를 매면 얼마나 안전할까, 기차에는 왜 안전띠가 없을까. 안전띠에 대한 궁금증 5가지를 정리했다.


[자동차 사고의 모의 실험. 안전띠를 매고 있으면 사람이 튕겨 나가는 것을 막아줄 뿐 아니라 몸으로 전해지는 충격이 감소한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에 장착된 안전장치 가운데 안전띠가 가장 유용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앞좌석보다 뒷좌석이 더 위험하기 때문에 ‘뒷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는 진작 이뤄졌어야 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시속 50km로 달리던 자동차가 급정거하면 뒷좌석에서 안전띠를 매고 있지 않던 사람(체중 50kg)이 앞으로 튕겨 나갈 때 받는 충격은 1t에 이른다.

미국 연방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안전띠를 매면 승용차의 경우 중·경상을 50%, 사망을 45% 정도, 경트럭은 중·경상을 65%, 사망을 60% 정도 감소시켜 (미국에서만) 매년 약 9500명의 목숨을 구한다고 보고했다. 자동차가 뒤집힐 때 승객이 차체 밖으로 튕겨져 나갈 확률은 안전띠를 맸을 때 20분의 1로 줄어든다(실제 확률은 맸을 때 1%, 매지 않았을 때 20%).

안전띠는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테르 같은 합성섬유로 만들어, 불에 잘 타지 않고 여간해선 끊어지지 않는다. 국내 안전띠 개발업체 삼송의 윤용찬 전장개발팀장은 “안전띠 하나로 차 2대 정도는 거뜬히 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하고 있는 안전띠를 당기는 실험 중에도 끊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안전띠를 돌돌 말고 있는 얼레(토션)에도 비밀이 숨어 있다. 지름 1cm로 가느다란 이 막대는 비교적 약한 쇠(연성쇠)로 만들어 차량이 충돌하면 꽈배기처럼 비틀어진다. 엄청난 충격량을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하면 안전띠가 버티는 동안 충격량이 승객에게 전해져 오히려 더 크게 다칠 것이다.

전문가들은 차와 차, 차와 장애물, 차와 장애물 모서리(차가 회전하면서 충돌) 등 다양한 교통사고 데이터를 수집한 다음, 슬레드 시스템에서 재현시키면서 안전띠의 성능을 검사한다. 슬레드(sled)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레일 위에 차를 썰매처럼 깔아놓은 시스템이다. 자동차에 사람대신 더미(마네킹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를 앉히고 교통사고를 재현해 어느 부위에 어떤 상해를 입는지, 안전띠가 충격을 얼마나 완화시키는지 등을 분석한다.
 

[안전띠를 매지 않은 채 자동차 창을 열고 달리다가 사고가 나면? 미국 일리노이주 경찰은 사람이 차 밖으로 튕겨 나올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정확히 말하면 안전띠는 목이 아닌 쇄골 아래를 지나 가슴을 두르고, 배가 아닌 허리 아랫부분 골반을 두른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런 형태의 안전띠를 3점식이라 부른다. 어깨 위쪽에 1개, 허리 양옆에 각 1개씩 안전띠를 고정하는 점이 있다는 얘기다. 3점식 안전띠는 착용하기가 편하고, 착용한 뒤에도 움직이기가 비교적 편하다. 또 가슴과 골반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다.

가솔린엔진 자동차가 발명된 것은 1885년이지만, 자동차에 안전띠가 적용된 것은 불과 60년밖에 되지 않았다. 1940년대 전문가들은 교통사고 환자 대부분이 머리와 가슴에 큰 충격을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51년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메르세데스 벤츠는 골반에 두르는 2점식 안전띠를 도입했다. 하지만 허리 아래쪽 골반을 두르는 안전띠로는 머리와 가슴을 보호할 수 없었다. 스웨덴 자동차제조회사 볼보의 닐스 볼린 연구원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3점식 안전띠를 개발해 1959년 8월, 볼보의 PV544모델에 처음 장착했다. 이것은 사람이 차 밖으로 튕겨 나가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가슴과 골반을 고정시켜 차가 충돌할 때 몸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인다.

안전띠는 이외에도 어린이를 고정시키는 5점식(두 어깨와 골반을 두르고 다리 사이로 올라와 고정), 레이싱 카에 적용되는 6점식(5점식에 다리를 고정하는 띠가 하나 더 있음), 곡예 비행기에 적용되는 7점식(5점식에 2점식이 더해짐) 등도 있다. 이중에서 3점식 안전띠가 착용하기 가장 편하다. 연결점이 많아질수록 착용하기는 어려워지지만 거의 못 움직일 만큼 승객을 고정시킬 수 있다.











자동차가 시속 160km 이상으로 빠르게 부딪치면 오히려 안전띠 때문에 사람이 다칠 수 있다. 어깨띠에 쇄골이 부러지거나 골반띠에 복부 내 장기가 파열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띠를 ‘바르게’ 매는 습관을 강조한다. 안전띠가 잘못된 부위로 지나가거나 꼬여 있으면 승객의 몸을 지나치게 압박하고, 안전띠를 손으로 늘려서 잡고 있으면 충분히 압박하지 못해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삼송 윤용찬 팀장은 “시트에 엉덩이를 딱 붙이고 목을 꼿꼿이, 어깨는 구부정하지 않게 바른 자세를 유지하라”로 조언했다. 한국기술 교육대 메카트로닉스공학부 윤영한 교수는 “3점식 안전띠에서 어깨띠는 목이 아닌 쇄골 부위를 지나가게 하고, 골반띠는 사고가 났을 때 복부를 누르지 않도록 허리 아래쪽 골반을 감싸게 매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린이는 어른처럼 좌석에 앉아 안전띠를 매면 사고가 났을 때 오히려 더 위험하다. 성인에 비해 몸이 작아 안전띠에 목이 졸릴 수 있고, 갈비뼈가 덜 발달해 부러질 수 있다. 일부 안전띠는 충돌 시에 버클과 벨트 이음새에서 화약이 터지면서 안전띠를 순간적으로 (12ms 동안) 잡아당겨 승객을 1.2~1.7KN의 힘으로 압박한다. 약 100kg의 무게로 가슴을 누른다는 뜻이다. 윤용찬 팀장은 “15~16kg의 어린이는 4~5점식인 카시트(베이비시트)에, 16~30kg인 어린이는 보조시트(부스터시트)에 앉히라”고 조언했다. 갈비뼈가 약한 노약자에게도 안전띠가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안전띠의 적정 하중에 대해 연구한다. 최근에는 자동차가 충돌할 때 안전띠가 승객을 지나치게 압박하지 않도록 하중제한 장치를 달기도 한다. 이 장치는 에어백과 함께 사용할 때 일정한 힘이 걸리면 안전띠를 느슨하게 풀어준다. 가슴이나 배를 덜 압박해 상해를 줄인다. 더미를 앉힌 자동차를 충돌시켜 가슴에 걸리는 가속도와 흉부가 변형되는 정도를 통해 안전띠가 적당히 압박하는 수준을 분석할 수 있다.





비행기에 있는 안전띠가 수상하다. 자동차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하늘을 날아 사고가 나면 더욱 위험한데도 비행기에 있는 안전띠는 오히려 3점식보다 효율이 떨어지는 2점식이다. 안전을 생각한다면 4점식 이상이 돼야 하지 않을까. 자동차와 비행기에서 안전띠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삼송 윤용찬 팀장은 “자동차는 승객을 살리려는 용도로, 비행기는 승객이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는 용도로 안전띠를 맨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사고 시에는 승객이 많이 움직일수록 많이 다친다. 그래서 좌석과 최대한 밀착시킬 필요가 있다. 일반 자동차에는 대개 3점식 안전띠가 달려 있는데, 더 빠르고 더 현란하게 달리는 레이싱 카에는 4, 5점식 이상의 안전띠가 있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비행기는 일단 사고가 나면 아무리 튼튼한 안전띠라도 효과가 없다. 그래서 사고 시 승객의 목숨을 지켜주기 보다는 제트기류 등으로 기체가 흔들릴 때 승객이 좌석 밑으로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것을 막는 용도로 안전띠가 존재한다. 한국기술교육대 윤영한 교수는 “비행기에 3점식 이상의 안전띠를 장착하면 좌석이 기존보다 무거워진다”며 “비행기가 이착륙하거나 운항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KTX 같은 열차에는 안전띠가 아예 없다는 점이다. 윤 교수는 “열차의 특성상 승객들이 자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안전띠를 생략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대신 열차가 급정거를 할 때 승객이 부딪칠 수 있는 부분, 즉 앞좌석의 등받이가 충격을 완화하도록 만든다”고 설명했다.





프리세이프티 안전띠(PSB)는 사고가 나기 전에 알아서 승객을 고정한다. 이 시스템은 현재 국내에서는 현대 제네시스 쿠페와 에쿠스 등 일부 고급 차량에 장착돼 있다. 자동차의 전방레이더나 가속도 센서, 타이어, 브레이크 압력, 에어백 등 곳곳에 충돌을 예측, 감지하는 센서가 달려 있을 때 프리세이 프티 안전띠도 작동할 수 있다. 센서가 ‘사고 나기 직전인 상황’을 감지하면 모터에 신호가 전달돼 안전띠를 강하게 잡아당긴다. 프리세이프티 안전띠는 승객에게 경고를 하기도 한다. 차가 미끄러지고 있거나 급정거할 때, 경로를 이탈했거나 졸음운전으로 차가 일정치 않은 방향으로 달릴 때 프리세이프티 안전띠는 가벼운 떨림을 일으키거나 몇 cm씩 감겼다 풀리기를 반복하면서 운전자에게 주의를 준다. 이때 안전띠가 승객에게 가하는 무게는 20kg 정도다. 삼송에서는 차가 특정각도(17.5°) 이상으로 기울면 안전띠가 저절로 잠기게 하는 기능을 연구하고 있다. 차가 뒤집히더라도 승객은 좌석에 단단하게 매달릴 수 있다. 안전띠는 일반적으로 배 아래쪽은 당기지 못한다. 현재 연구 중인 액티브버클리프트는 사고가 나기 직전 버클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안전띠가 허리와 배를 충분히 좌석에 밀착시킨다. 이외에도 안전띠 안쪽이나 바깥쪽에 에어백을 달아 사고 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에어벨트도 있다. 포드 자동차에만 장착돼 있다. 하지만 더욱 먼 미래에는 안전띠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삼송 윤용찬 팀장은 “승객 입장에서 안전띠는 불편하고 답답하다”며 “첨단기술로 자동차 사고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미래에는 안전띠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주행이 가능해져 자동차가 모든 상황을 예측해서 움직인다면 사고가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안전띠의 필요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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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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