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발암물질을 섭취했을 때 그 물질의 분자 하나까지 추적할 수 있다.
어떤 물질을 얼마만큼 섭취하면 암에 걸리게 될까. 그동안 이 질문에 대해 대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실험동물인 쥐나 생쥐를 이용해 발암성검사를 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햄버거나 담배를 실험동물에 강제로 제공한 뒤 그 영향을 살폈다. 물론 이것은 매우 의심스러운 방법이다. 암연구자들도 기존의 발암성검사가 허점투성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으나 다른 대안이 없어 그 검사법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두 연구원들이 이문제를 해결해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로렌스 리버모어국립연구소에 재직 중인 물리학자 존 보겔과 독성학자 켄터틀터브가 입자가속기를 이용하는 참신한 발암성검사법을 개발해낸 것.
그들이 제시한 새로운 검사법은 그 아이디어가 매우 단순하고 명확하다. 모든 발암물질에는 탄소가 예외없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 탄소의 세 동위원소중에서 가장 드물게 존재하는 탄소-14는 잘 알다시피 방사성 물질이다.
물론 생쥐의 몸안에는 자연적인 탄소-14가 함유돼 있다. 이 자연적인 탄소-14를 다 제거한 뒤 인위적으로 탄소-14가 든 음식을 먹게 해보자. 그리고 정밀한 검출장치를 활용, 이 음식을 추적하면 탄소-14분자들을 하나씩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자연적인 탄소-14를 제거하는 일이 생각만큼 손쉬운 것은 아니다. 탄소-14가 무수히 많지는 않지만 도처에 깔려있기 때문에 검출이 힘든 것이다.
흔히 탄소-14(반감기 5천7백30년)는 오래된 연대를 측정하는데 활용된다. 고고학자와 고생물학자들은 실제로 탄소-14를 가지고 과거에 생존했던 유기체들의 연령을 추정하고 있다. 마찬가지 방법으로 터틀터브는 생쥐의 출현시기를 재보았는데, 약 1만1천년 전에 생쥐가 지구상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판명됐다.
터틀터브는 방사성 탄소-14가 거의 없는 이스트를 생쥐에게 제공함으로써 방사성 탄소-14의 제거를 꾀했다. 이 이스트는 유기물질로 이뤄진 천연가스를 먹고 자랐다. 결과는 매우 흡족한 것이었다. 이스트가 70% 함유된 먹이를 지속적으로 섭취한 생쥐의 경우, 탄소-14의 비율이 일반생쥐의 20% 수준이었다.
지난 해 터틀터브는 고기에 든 강력한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는 페닐 이미다조피리딘(PhlP)을 생쥐에게 제공했다. 그리고 그 생쥐를 96시간 동안 관찰했다. 수분 간격으로 오줌 똥, 실제 장기와 조직 등의 표본을 채취해 분석한 것.
그 다음에는 보겔이 이 작은 표본에서 틴소-14를 검출해냈다. 이때 입자가속기가 한몫 톡톡히 해냈다. 이 장치는 탄소-14원자들을 하나씩 분리했다. 아울러 PhlP분자가 각 표본내에 몇개나 존재하는지도 밝혀냈다.
어떻게 PhlP가 생쥐의 몸안으로 들어가는가도 중요한 관찰사항의 하나였다. 소화가 된 뒤 PhlP는 간으로 갔다. 그러나 PhlP가 간에서 머물지는 않았다. 또 다른 발암물질과는 달리 지방세포에 축적되는 일도 없었다. 연구자들은 48시간 내에 대부분의 PhlP가 오줌으로 빠져나가며, 96시간이 지나면 단 한 분자의 PhlP도 체내에 남아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결과는 PhlP가 알려진대로 무서운 발암물질이 아닐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두 연구자들은 앞으로 수많은 발암물질후보에 자신들이 마련한 새로운 검증법을 채택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