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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를 노리는 일본의 야욕은 그만! 이제 독도는 우리가 과학으로 지킨다. 정부가 독도에 종합해양과학기지를 지어 해상과 기상, 그리고 지진 자료를 수집하는 최첨단 관측소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곳에 과학기지를 세우면 귀중한 해상정보를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독도가 우리의 실효적 지배 아래 있음을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다. 독도에 우뚝 설 종합해양과학기지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지진과 원전사고로 사상최악의 재난을 맞은 일본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시간은 ‘잠깐’이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교과서 검정결과를 발표하자 두 나라의 관계는 또 다시 급속도로 냉각됐다. 일본의 억지 주장을 잠재울 묘수가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 뜻밖에도 국회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정부가 독도에 종합해양과학기지(이하 과학기지)를 세운다는 소식이었다. 정부는 지난 4월 4일 한나라당과의 간담회와 국회 독도영토수호대책특위 전체회의에서 “이달 중 육상에서 독도 종합해양과학기지의 구조물 제작을 착수하고 내년 12월까지 조립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는 과학기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경기 안산에 있는 한국해양연구원(해양연)을 찾았다. 해양연은 처음엔 여러 가지가 민감할 때라 취재를 주저했다. 하지만 긴 설득 끝에 어렵게 민인기 기후·연안재해연구부 선임기술원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과학기지 건설에 기술 전문가로 참여하고 있다.

“저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과학과 관련한 시설을 설치한다고 해서 영토가 확장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영해에 과학이라는 보편타당성을 갖는 시설을 설치하는 거니까 일본도 막을 권리는 없습니다.” 민 연구원은 “과학기지는 해양과학조사 목적의 시설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유엔해양법협약 제258조에 따르면 영해에 해양 과학조사 시설을 설치하는데는 특별한 규정이 필요 없다. 전적으로 연안국의 주권에 의거한다. 독도해양 과학기지는 독도의 12해리 영해 범위 안에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정부가 독도에 과학기지를 세우는 것은 일본이 제기한 이슈에 정면대응하기보다는 보편성을 갖는 과학연구로 영토의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뜻이 크다. 독도 과학기지를 활용한 성과가 논문으로 나오면 세계에 독도와 동해라는 이름을 알리는 간접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면 세계 여론을 우리나라에 유리하게 움직이도록 하고 결과적으로 실효적 주권행사 를 강화할 수 있다. 조용하지만 실속 있는 책략이 아닐 수 없다.
 

 

지진과 쓰나미 본격 연구
과학기지는 수온, 염분 같은 해상 정보와 기상, 미세먼지, 오존, 이산화탄소, 지진 등을 관측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종합 해양 및 기상관측소다. 먼 바다에서 연안으로 진입해오는 해양환경 정보를 조기에 입수해 재해를 방지하거나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는 최소 50년 이상 고정적인 장소에서 정확한 데이터를 생산한다는 점이다. 장기간의 연속적인 자료는 기후변화 분석이나 시뮬레이션 모델 생산, 장기간의 패턴 연구에 유용하게 활용된다. 또 과학기지에서 생산되는 자료는 인공위성에서 산출하는 자료를 검증하고 보정하는 데도 유용하게 쓰인다. 이미 남해의 이어도와 서해의 가거초에는 2003년과 2009년에 각각 해양과학기지를 세웠다. 2007년에는 군산 앞바다에 대형 부이를 설치했다. 이번에 동해마저 세우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서해, 남해, 동해를 잇는 커다란 바다 관측망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 해상 정보는 과학기지를 설치하고 나서 크게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어도와 가거초는 특수 목적에 맞는 적재적소에 위치해 있다. 이어도 과학기지는 우리나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태풍의 40%가 통과하는 길목에 있다. 이곳을 지난 태풍은 약 10시간 뒤 내륙에 진입하기 때문에 태풍을 미리 진단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이어도 과학기지는 2003년 ‘매미’, 2004년 ‘민들레’, ‘메기’를 대비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가거초 과학기지는 중국에서 넘어오는 황사를 탐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반면 독도의 특수 임무는 바로 지진 관측과 쓰나미 연구를 위한 자료 생산이다. 민인기 선임기술원은 “일본 서해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지진해일이 동해를 건너 동해안에 닿을 때 독도는 그 경로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독자적인 지진해일 예측 모델을 만들면 독도 과학기지에서 관측한 파도의 속도와 파고 자료를 넣어 예보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도 기상청이 국내외에서 발생한 지진을 단 몇 분 안에 받아보고 있지만 우리의 장비로 직접 탐지해서 정보를 만드는 것은 다르다. 전영수 국립기상연구소 지진연구팀장은 “일본 서해안에서 지진해일이 일어나면 동해안에 도달하는 데까지 약 1시간 반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본의 지진발생 정보가 없어도 독도 과학기지에서 지진해일을 탐지하면 동해안 주민이 대피하는 데 약 30분의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해는 ‘미니어처 태평양’
“생활에 더 밀접한 자료도 더 연구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해수욕장에 모래가 유실되는 현상이나 너울성 파도 예보 같은 연구 말입니다.”

심재설 해양연 기후·연안재해연구부 책임연구원은 “최근 세계적으로 파도에 쓸려 연안의 모래가 빠져나가는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동해안의 해수욕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원래 연안 모래는 여름엔 증가하고 겨울엔 빠져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모래가 유입되는 길이 막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심 책임연구원은 “연안과 독도에서 각각 측정한 파고와 파향을 비교한 뒤 시뮬레이션 모델로 모래가 어떻게 유실되는지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지에서 실시간 관측한 너울성 파도는 약 5시간 만에 동해안에 도달한다. 너울성 파도의 특성과 만들어지는 과정도 조사해 예보 시스템을 구축하면 연안에서의 인명피해를 줄이는 데 일조할 수 있다.

독도의 지리적 환경은 근해라기보다 원양에 더 가깝다. 동해에는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전선과 소용돌이, 용승이 있는 등 대양에서 발견되는 특성들이 나타난다. 그래서 동해를 ‘미니어처 태평양’이라고 부른다. 또 육지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오염되지 않은 순수 해양 및 기상자료를 획득할 수 있다. 러시아, 일본, 한국 같은 주변국뿐 아니라 미국 등 세계 각국 연구자들이 동해와 독도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다.

독도 과학기지가 세워지는 곳은 독도 서도에서 북서쪽으로 약 1km 떨어진 암석 위다. 심 책임연구원은 “만일 독도가 없었다면 동해에 과학기지를 세우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동해는 수심이 매우 깊어서 조금만 벗어나도 500m, 1000m 이상으로 바로 떨어진다”며 “독도 주변에는 수심 50m 아래 단단한 암반층이 있어 과학기지를 설치하기에 적절하다”고 말했다. 울릉도도 있지만 울릉도는 크기가 크고 사람이 살고 있어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바다 고유의 정보를 수집하기 어렵다.



독도 과학기지는 육지에서는 220km나 떨어져 있다. 먼 바다에 거대한 구조를 설치하는 일은 한국 기업의 뛰어난 해양토목 기술 없이는 불가능하다. 민 선임연구원은 “해외에서는 이렇게 먼 바다에 관측 기지를 세우는 일이 거의 없다”며 “한국은 IT기술도 좋아서 원격 운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독도에 해양기지를 세우는 일은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어려움은 계절풍이다. 여름이면 태풍과 장마로 날씨가 궂고 가을부터는 수온이 낮다. 실질적으로 기지를 설치할 수 있는 기간은 4월에서 7월뿐. 이 넉달 동안 모든 운송과 설치를 끝내야지 그렇지 않으면 미리 설치한 구조가 부실될 우려가 있다.

과학기지가 들어설 암반의 강도는 콘크리트 강도 이상으로 강하다. 수심이 50m가 넘는 바다에서 암반을 평탄하게 깎아내기는 매우 어려우므로 평탄한 지형을 찾아야 한다. 기지의 높이는 수심 50m인 해수면 위로 38m가 더해져 총 88m이다. 면적은 축구장의 5분의 2 크기인 2700m2로 이어도나 가거초 기지보다 크다. 기능적인 차이는 거의 없지만 수심이 깊고 바람과 파랑이 세 몸집이 커졌다. 기지 안에는 40종의 최첨단 관측 장비가 설치된다. 모든 장비는 위성통신을 통해 원격으로 조작하고 관측기록과 영상은 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연구소와 기상청으로 전송되기 때문에 사람이 상주할 필요가 없다.

4층으로 된 철골 구조(자켓) 위에는 관측실과 복합발전시스템, 담수화시설, 오폐수처리시설, 종합제어실 및 홍보관, 실험실, 다이빙 룸, 연구자 생활지원시설이 들어선다. 과학기지는 무인으로 운영되지만 시스템 점검을 위해 연구원과 기술자 등이 얼마동안 머무를 수 있다. 임시 상주할 수 있는 인원은 40명 정도. 8명이었던 이어도 과학기지에 비해 늘었다. 또 과학기지 시설 중 일부는 학생과 일반인의 교육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홍보관에서 체험학습을 하게 되면 멀게만 느껴지던 독도가 훨씬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지난 4월 1일 우리 정부는 독도에 무인 환경방사능 감지기를 설치했다.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방사능 물질을 가장 먼저 탐지하기 위해서다. 독도 과학기지는 우리가 독도를 지키기 위한 목적이 크다. 하지만 정작 방사능과 지진해일, 지진 같은 재해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것은 독도다. 이는 독도와 우리가 서로 아끼고 염려하는 필연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건 아닐까. 

2011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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