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사회에서의 항구나 공항처럼 정보화사회에서 정보항구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지구촌의 정보항구
지구는 좁아지고 있다. 눈에 보이는 크기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인간이 살 수 있는 땅떵어리가 점차 없어져버리는 것도 아니지만 지구는 점차 축소되어 이제는 하나의 마을, 지구촌이라 불린다. 언어가 발생한 이래 통신수단의 발달은 점차 인간의 활동영역을 넓혀갔다. 그에 따라 도시와 도시, 국가와 국가간의 거리는 점차로 가까와지게 되었다.
대륙과 대륙을 이어주는 교통수단이 선박일 때는 항구를 통해서 도시가 발전했다. 물자가 이동함에 따라 사람이 많이 모이게 되고 사람이 모인 곳에서 새로운 문화가 창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산업사회에 있어 항구는 물자수송과 인구이동의 창구역할을 함으로써 지역사회 및 국민경제에 봉사한다. 하늘의 항구 공항도 이와 마찬가지로 물자의 이동 및 사람의 이동이라는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여행업, 항공화물업 등의 고용기회를 갖기도 한다.
해운시대의 항구나 항공시대의 공항처럼 정보화사회에서는 '정보항구'(Teleport, 텔레포트)의 필요성이 절실해진다. 정보화사회로 이행하는 이 시기에는 정보의 이동과 정보의 교환 및 처리는 물자의 수송과 인간의 이동에 비유될만한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기능을 집약적으로 수행할 창구가 있다면 이 창구의 기능은 산업사회에 있어 항구나 공항의 역할에 비할바가 아닐 것이다.
에너지가 중심인 산업사회에서는 교통수단이 편리하고 공업용수를 포함한 수자원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임해공업단지가 형성되지만, 정보가 물질이나 에너지보다 우선하는 정보화시대의 첨단공업단지의 모습은 정보이용을 극대화하는 텔레포트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특히 80년대 들어서 고도로 발달된 컴퓨터와 전기통신기술, 광통신기술, 위성통신기술은 데이타의 전달, 또는 화상정보를 손쉽게 대량으로 신속하고 저렴하게 보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정보를 대량으로 신속하게 다루기 위해서 그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 텔레포트인 것이다.
통신 및 정보처리의 복합단지라는 의미에서 '미래의 항구'인 텔레포트는 미국의 뉴욕, 뉴저지를 비롯 14개 도시, 유럽의 5개 도시, 일본 도쿄와 요꼬하마, 오사까 등 22개 도시가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고 싱가포르, 홍콩까지도 텔레포트 건설을 검토하는 단계에 와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월 데이타통신 주최로 텔레포트 간담회를 개최하여 국내에 최초로 텔레포트를 소개하였고 오는 5월21일부터 3일간 열리는 네덜란드 암스텔담에서 제2회 WTA(World Teleport Association)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첨단시대 작업환경의 최적조건
텔레포트는 크게 장거리통신센터, 컴퓨터센터, 두뇌빌딩(인텔리젠트 빌딩)으로 구성된다.(그림1) 장거리통신센터는 다양하고 많은 통신을 고속으로 전송할 수 있는 곳으로 위성통신을 이용할 경우 위성통신지구국이 필요하다. 일본 도쿄 텔레포트 청사진을 보면 지구국에는 지름 10m급의 파라볼릭 안테나 6기(아시아, 오세아니아, 일본국내용 4기, 유럽과 북미용 각1기)와 관련설비를 설치하여 정지궤도상의 통신위성을 통해 국내 국제통신을 위한 전파를 주고받는다.
통신지구국을 설치할 때는 동일한 주파수대를 지상마이크로회선 또는 근거리로부터 오는 선박무선이나 항공무선 등의 전파간섭을 차단하기 위해 지구국 주위에 약20m 높이로 빌딩을 건축해야 한다. 또한 파라볼릭 안테나로 부터 발생하는 노이즈(Noise)에 대처하기 위해 전파를 흡수 확산하는 효과가 있는 둑을 쌓고 나무를 심어야 한다.(그림2)
통신센터가 위성통신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지상으로부터 마이크로웨이브나 광통신에 의할 경우는 이를 위한 네트웍이 선결되어야 한다. 통신센터에서 얻어진 다량의 정보는 취사선택되어 기존도시로 직접 보내지기도 하며 컴퓨터센터, 혹은 텔레컴센터라 불리는 곳으로 전송된다.
컴퓨터센터는 다량의 데이타를 처리할 수 있는 메인프레임을 갖춘 곳으로 전문분야별로 나누어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들면 과학기술 컴퓨터센터에서는 수치의 연산처리기능이 뛰어난 초고속 수퍼컴퓨터가 필요하며 경제무역 분야는 그 분야에 맞는 대형컴퓨터가 필요하다.
컴퓨터센터는 각 산업 및 개인이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타를 가공처리하는 곳으로 여기를 거친 데이타는 하나의 유용한 정보가 되어 두뇌빌딩에 제공된다. 또한 신속하게 필요로 하지는 않더라도 그 정보가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여러 중소도시로 동케이블을 통해 전송되기도 한다.
두뇌빌딩이라 함은 정보를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기업의 집단으로 고도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하거나(데이타뱅크회사, 신문사, 방송국 등) 정보통신 네트웍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들어서게 된다. 두뇌빌딩 내에는 다량의 정보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광케이블 등의 통신회선설비가 설치되며 사무실 내에는 팩시밀리, 비디오텍스, 데이타베이스, 화상회의, CATV 등의 고도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장거리통신센터, 컴퓨터센터, 두뇌빌딩으로 이루어지는 텔레포트가 건설되면 개인이나 단체 모두 가격이 저렴한 양질의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다. 대형컴퓨터를 따로 마련하지 않아도 텔레포트를 통해 바로 응용될 수 있는 가공이 잘된 정보가 매우 신속하게 제공된다. 정보의 창구가 일원화됨으로써 많은 경비를 들여 새로운 컴퓨터시스템을 설치하지 않아도 그 이상의 댓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첨단시대 작업환경의 최적조건은 정보창구가 얼마만큼 제 구실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보화시대에 대응한 작업환경의 확보는 텔레포트를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세계의 텔레포트계획
처음으로 텔레포트란 아이디어를 낸 곳은 미국 뉴욕의 항만청에서 이다. 뉴욕시는 많은 인구가 집중하고 사무실 생산시설이 밀집됨에 따라 땅값이 엄청 비싸졌다. 새로 생기는 많은 회사들은 비싼 사무실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점차 다른 도시로 이동했다. 뉴욕시는 감소되는 세금원을 뉴욕시 주변지역에 묶어두고자 고육지책으로 생각해낸 것이 텔레포트이다. 사무실이 변두리에 있더라도 텔레포트에 의해 제공되는 고도의 정보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뉴욕의 텔레포트는 1983년부터 시작돼 현재 1차 계획으로 뉴욕 스테이튼섬의 북서부에 40.5ha의 면적으로 건설 중이다. 정확한 지점은 맨해턴에서 남서로 약 18km 떨어진 지점이다. 2차로 101.1ha(약 30만평)의 면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통신지구국에 지름 9m의 파라볼라안테나가 건설되었으며 지름 11m의 3개의 안테나를 건설 중이다. 맨해턴 지역은 85년 4월부터 서비스를 일부 시행하고 있다.
일본에서 계획하고 있는 가장 거대한 텔레포트인 '요꼬하마'텔레포트(MM21텔레포트)는 일본의 수도권 지역을 커버할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도쿄, 하네다, 요꼬하마를 포함하는 수도권지역은 일본 전 인구의 30%에 달하는 3천5백만의 인구를 가지고 있으며 일본 국민총생산의 42%를 점하고 있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요꼬하마 도심지역의 중간에 총 56만평의 규모로 건설되는데, 뉴미디어 계획과 텔레토피아 계획에 의해 추진되는 정보화사회 조기정착이라는 대목표의 중간단계로 보고 있다. 2000년을 전체 프로젝트의 완성년도로 삼고 있다.
유럽의 텔레포트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광범위한 지역을 커버하는 종합 네트웍의 하부구조로 인식되고 있다. 런던 텔레포트는 런던 교외의 5천ha(약 5백만평)땅에 '도크랜드'재개발 회사를 중심으로 3개사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빌딩에서부터 시작
우리나라의 텔레포트 개념은 아직 미성숙하여 아직 뭐라고 언급하기 힘들지만 지난 간담회에서 제기된 의미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먼저 ISDN(종합정보통신망)의 실현을 위한 전초기지의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발달된 국가차원의 통신시스템은 불필요한 자본투자와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며 효율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하기 위한 초석이다. 텔레포트에서 얻어진 기술 지식이 ISDN의 실현에 크게 도움이 되고 관련 첨단기술산업의 발전을 앞당기는 기회가 된다는 것.
또한 텔레포트는 정부가 구상하는 테크노폴리스(기술 집약도시)의 하부구조로 고려될 수 있다. 첨단산업 및 연구개발의 집중기지로 구상하고 있는 테크노폴리스는 그 환경으로서 완벽에 가까운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구비해야 하는데 털레포트는 바로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킨다.
도시개발의 일환으로도 텔레포트가 고려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도시개발은 기존의 산업, 기존의 경제구조를 전제로 한 것이다. 1970년대에 고속도로가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발달된 통신수단이 전국을 동시생활권으로 만들 수 있다.
통신이 가지는 이러한 경제적의미를 파악하여 도시개발에 활용한다면 새로운 형태의 국민경제가 형성될 것이다.
우리나라에 텔레포트가 건설된다면 '누가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냐' 또는 '어디에 건설할 것이냐'는 등의 문제가 많지만 그것을 따지기 전에 '어떠한 형태로 텔레포트 계획을 시작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텔레포트간담회에서 모아진 현실적 실현방안은 처음부터 크게 시작할 것이 아니라 조그만 건물 단위에서 먼저 시범을 보이자는 것. 건물 옥상에 파라볼라 안테나를 세우고 꼭대기 층에 대형컴퓨터를 설치, 컴퓨터센터로서의 역할을 하고 그 건물 내에는 고도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을 입주시키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이다.
아뭏든 정보화시대의 새로운 개념인 텔레포트는 '미래의 항구'로서 독특한 역할을 해낼 것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