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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5월 25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지하에서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지난 4월 25일경부터 핵실험을 하겠다고 예고한 뒤 1달 만이다. 당시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빠르면 9월경에나 핵실험을 감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북한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진 때 갑작스레 핵실험을 시행해 한반도를 충격에 빠트렸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들은 북한을 강도 높게 비난했고, 지난 6월 12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무기 수출금지, 수출통제 화물 검색, 금융·경제 제재 등을 골자로 하는 대북제재결의안 1874호를 통과시켰다. 북한은 이에 반발해 플루토늄으로 핵무기를 만들고 우라늄을 농축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위협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북결의안 채택으로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핵실험 탐지법과 핵연료 재처리, 핵실험 과정을 살펴보자.



핵실험 미리 파악할 수 있다?

대부분 국가들이 지하에서 비밀리에 핵실험을 하기 때문에 사전에 파악하기 힘들다. 아직까지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 예상지역에서 핵실험을 준비하는 징후를 감시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인공위성 촬영법은 핵실험을 한 뒤 지반이 함몰돼 나타나는 지형변화를 탐지할 때 더 많이 쓰인다.

현재 핵실험을 탐지하는 기술은 대부분 사후 탐지기술이다. 가장 먼저 지진파 탐지법이 쓰인다. 지하에서 핵실험을 할 경우 폭발 때 생긴 충격으로 지진파가 생기는데, 이를 지진계로 탐지하는 방법이다. 지진파로 핵실험을 탐지할 때 중요한 사항은 지각활동으로 생긴 자연지진과 폭발로 생긴 인공지진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핵실험을 할 때 생기는 인공지진은 자연지진과 비교했을 때 지진파 중 P파 가 강하게 나타나며 S파 는 상대적으로 약하게 나타난다. 왜 그럴까. 인공적으로 폭발이 일어날 때 폭탄의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에너지가 퍼져 나가는데, 이때 에너지의 진행방향과 진동방향이 같다. 이것이 바로 종파인 P파의 특징이다.
 
 
P파, S파
지진파에는 파의 진행방향과 진동방향이 같은 P파(종파)와 지진파 진행방향에 대해 수직으로 진동하는 S파(횡파)가 있다. P파는 고체뿐 아니라 액체까지 모든 매질을 통과할 수 있으며 초속 7~8km로 빨라 지진파 중 가장 먼저 도달한다. S파는 고체로 된 매질만 통과할 수 있으며 초속 3~4km로 느려 P파 다음으로 도착한다.


폭발 에너지는 지진파로 전파될 뿐 아니라 일부는 대기 중으로 퍼져 공중음파(20Hz 이하의 저주파)를 만든다. 반면 자연지진은 거의 지진파만 발생시키며 저주파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공중음파가 관측되면 인공지진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2006년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도 강원 철원의 관측소에서 공중음파를 제일 먼저 확인할 수 있었다.

핵실험 장소가 해안 근처일 때는 폭발 에너지가 수중음파로도 전달되기 때문에 수중음파탐지법도 쓰인다. 음파가 손실되지 않고 잘 전달되는 수심 약 1000m에 소나(SONAR, 음파탐지장치)를 설치하면 인공지진을 탐지할 수 있다.

지진파 전문가들은 “지진파나 저주파, 수중음파를 분석하면 인공지진을 자연지진과 구별할 수 있지만 인공지진이 실제로 핵실험 때 생긴 것인지 다이나마이트와 같은 재래식 폭약을 터뜨려 생긴 것인지 구분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방사능 차폐시설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나?

“아마도 북한이 지난 5월 25일 풍계리 일대에서 핵실험을 한 것 같다.”

지난 6월 15일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처음으로 북한 2차 핵실험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혔다. 핵실험으로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지진파가 관측된 뒤 거의 20일 만이다. 당시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또 한 차례의 지하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북한 핵실험에 대해 이처럼 모호하게 표현한 이유는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즉 핵분열이 일어날 때 생기는 제논(133Xe, 135Xe)이나 크립톤(85Kr, 88Kr, 89Kr) 같은 방사성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던 것이다.

제논이나 크립톤은 자연 상태에서 저절로 생기지 않는 방사성물질로, 이들 물질이 검출됐다면 핵실험을 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된다. 북한이 2006년 10월 핵실험을 시행했을 때는 제논과 크립톤이 검출됐다.

핵실험을 할 때 생기는 방사성물질에는 핵분열생성물과 중성자 방사화생성물이 있다. 핵분열생성물은 핵이 분열할 때 생기는 방사성동위원소를 말한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는 나이오븀(95Nb), 요오드(131I), 텔루륨(132Te)을 포함한 47가지 방사성동위원소를 핵분열생성물로 지정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방사능탐지분석실 이동명 실장은 “방사화생성물은 암반 같은 주변 물질이 핵분열로 생긴 중성자를 흡수해 변한 방사성물질”이라고 설명했다. CTBTO는 나트륨(24Na), 칼륨(42K), 스칸듐(46Sc)을 포함한 41가지를 방사화생성물로 지정했다.
이렇게 많은 방사성물질 가운데 제논과 크립톤이 핵실험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로 쓰이는 이유는 뭘까. 이 실장은 “핵실험을 할 경우 제논이나 크립톤 같은 기체 형태의 방사성물질이 미량이나마 대기 중으로 새어 나오기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입자 형태의 방사성물질은 암반 내에 매몰돼 대기로 거의 빠져 나오지 못한다. 만약 방사능 차폐시설을 완벽하게 갖출 경우 기체 형태의 방사성물질마저도 유출되지 않을 수 있다. 제논이나 크립톤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북한 핵폭탄은 내폭형?

원자로 설계전문가들은 “핵폭탄은 핵분열이 일어날 때 방출되는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원자력발전과 원리가 같다”고 입을 모았다. 우라늄에는 핵분열을 일으키는 우라늄235(235U)와 핵분열을 일으키지 않는 우라늄238(238U)이 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천연우라늄은 우라늄238이 99.3%, 우라늄235가 0.7%다. 핵폭탄을 제조하려면 천연우라늄에서 우라늄235를 95% 이상 농축시킨 고농축우라늄(HEU)이 필요하다.

우라늄235는 중성자와 충돌하면 원자핵이 2개로 쪼개지면서 많은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동시에 평균 2.5개의 중성자를 방출한다. 이렇게 생성된 중성자는 다시 다른 우라늄235와 충돌하며 순식간에 연쇄적으로 핵분열을 일으키며 큰 에너지를 방출한다. 반면 원자력발전은 천연우라늄을 사용하거나 우라늄235를 5% 이하로 농축시킨 핵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폭발적인 연쇄반응을 일으킬 염려가 없다.



핵폭탄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폭발하려면 순도가 높은 플루토늄이나 우라늄 같은 핵물질이 일정량 이상 있어야 하는데, 이를 임계질량이라고 한다. 플루토늄의 임계질량은 약 8kg, 우라늄235는 20~25kg이다. 평소에는 임계질량 상태가 되지 않도록 핵물질을 여러 조각으로 분리해 안전성을 높인다.

핵무기는 임계질량에 도달하는 방법에 따라 내폭형과 포신형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내폭형은 플루토늄 같은 핵물질을 가운데 두고 폭약이 주변을 감싼 형태다. 폭약을 터트리면 핵물질들이 가운데로 압축돼 임계질량에 도달하며 핵폭발을 일으킨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험한 방식을 내폭형으로 보고 있다. 포신형은 핵물질을 두 부분으로 나눠 저장한 뒤 폭약을 터트려 포탄을 쏘듯이 핵물질 덩어리를 합쳐 임계질량에 도달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북한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했나?

지난 6월 12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제재결의안 1874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북한은 이에 반발해 새로 추출하는 플루토늄 전량을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하고 우라늄을 농축하겠다는 외무성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은 이미 폐연료봉 가운데 3분의 1을 재처리했음도 밝혔다.

원자로에서 핵분열 반응을 시키고 남은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다. 핵연료를 원자로에서 연소(핵분열반응)시키면 핵연료에 함유된 우라늄238(238U)의 일부가 중성자를 흡수한 뒤 넵투늄239(239Np)를 거쳐 플루토늄239(239Pu)로 변한다. 일반적으로 폐연료봉에는 플루토늄이 0.09% 이하로 들어 있다. 핵폭탄을 만들려면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분리한 뒤 순도 90% 이상으로 농축시켜야 한다. 플루토늄은 ‘퓨렉스’(Purex)법이라는 공정으로 얻을 수 있다. 폐연료봉을 잘라 질산에 녹인 뒤 인산트리부틸(TBP)이라는 용매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한편 우라늄 농축법 중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은 기체확산법으로 우라늄을 기체 화합물로 만든 뒤 미세한 구멍이 뚫린 격막을 사이에 두고 확산시키는 방식이다. 이때 상대적으로 가벼운 우라늄235가 빨리 확산되는 점을 이용하면 우라늄235를 농축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대규모 공장설비가 필요하고 전력소모가 심해 비용이 많이 든다.

북핵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라늄을 농축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기체확산법에 비해 소비전력이 10분의 1인 원심분리법”이라고 털어놓았다. 우라늄을 기체 화합물로 만들어 회전용기에 넣은 뒤 원통을 1분에 5만~7만 번 회전시키면 지구 인력의 수천 배에 이르는 원심력이 발생한다. 이때 상대적으로 가벼운 우라늄235는 안쪽에, 우라늄238은 바깥쪽에 모인다. 이 과정을 무수히 반복하면 우라늄235를 95% 이상으로 농축시킬 수 있다.

북한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파키스탄 핵무기의 아버지’로 불리
는 압둘 카디르 칸 박사에게서 원심분리기 20여 대와 설계도를 들여왔다. 러시아에서는 원심분리기의 드럼을 만드는 데 쓰이는 고강도 알루미늄 튜브도 140t이나 수입했다. 국내 정보당국은 북한이 평안북도 천마산 등지에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 시설을 비밀리에 건설해 운영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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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준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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