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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수t이 쏟아진다

별똥들의 축제/유성관측

밝고 큰 유성들은 색이 변하거나 경로가 휘어지기도 하며 폭발하듯 여러번 섬광을 번쩍이기도 한다.

풀벌레소리가 밤의 적막을 가득히 채워주는 가을의 깊은 밤. 보름달이 두둥실 떠있어 푸근함을 느끼는 밤도 좋지만 여름보다 한층 맑아진 하늘에 초롱초롱한 별들을 바라보는 가을밤의 정취는 우리들 마음을 더더욱 풍요롭게 한다.

깊은 상념에 잠겨 밤하늘을 보고 있으려면 어디선가 갑자기 별하나가 문득 나타났다가 '주욱'선을 그리며 밤하늘을 질러 나가다 이내 사라지고 만다. 이 별똥별이 바로 유성이다. '아!'하는 감탄사와 함께 경외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별이다. 나타났다가 사라지기전까지 소원을 빌면 반드시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에 한번 놓치고는 '이번에는 꼭…' 하면서 기다리던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대기권 내의 현상

흔히 '별똥'이라고도 불리는 유성은 별자리 사이를 가로질러 가기때문에 우주공간 지나가는 것으로 착각되기도 하며 우리 눈에 늘 보이던 별이 갑자기 지구로 떨어져 내려오는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유성은 우리 지구의 영향권(특히 대기권)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지구밖의 별들과는 거리상으로 엄청난 차이가 있다. 태양계 안에는 행성들이 형성되면서 행성이나 위성으로 만들어지지 못한 작은 입자들과 소행성 또는 혜성이 흩뿌리고 지나간 작은 입자들이 가득히 널려 있다. 이러한 입자들이 지구에 접근하면 지구의 인력에 이끌려 점차로 빠르게 낙하하기 시작한다. 이때 입자들은 엄청난 속도로 가속돼 대기권에 이르면서 대기의 구성성분과 마찰을 일으켜 타버린다.

이 과정의 빛이 우리가 보게되는 유성이다. 이 유성의 재료라고 할 수 있는 태양계의 입자들은 매우 작은 것들이다. 보통 밤하늘에서 우리가 보게되는 유성은 질량 수 ㎎ 정도의 입자다. 1g만 되어도 관측자들을 감탄하게 할만큼 밝은 유성이 된다.

입자들의 무게와 크기가 클수록 대체로 연소되는 시간과 밝기가 커지게 되는데, 유난히 밝아 기존 별자리의 별이나 행성들보다도 훨씬 밝게 보이는 유성이 있다. 이를 화구(火球)라고 부른다. 특히 밝고 큰 화구는 진행 도중 색이 변하거나 경로가 휘어지기도 하며 폭발하듯 터지기도 한다. 또한 소멸까지 여러번 섬광을 번쩍이는 것도 있고 연기처럼 유성흔을 남기는 것도 있다.

필자의 경험을 잠깐 소개하자면 84년 여름 집 옥상에서 별을 보던 중 천정에서 시작된 유성이 서쪽으로 진행하면서 점차로 밝기를 더해가 금성의 수십배 밝기가 된 유성을 본 적이 있다. 이 유성은 진로가 죄우로 진동하며 지평선너머로 사라져 갔다. 85년 8월 충남 도고에서는 약 4, 5초에 걸쳐 북에서 남으로 보름달보다 밝은 유성이 진행하면서 뒤쪽에 불꽃을 보인 적이 있다. 이 유성은 나무 그림자를 드리우게 할만큼 밝았다. 91년 초에도 우연히 자동차 전면창을 통해 춤추듯이 불꽃을 내며 떨어지는 유성(화구)을 본 기억이 있다.

유성의 재료가 되는 입자들은 의외로 작지만 그 양은 엄청나서 지구 전체에 떨어지는 모든 유성을 합치면 하루에 수t에 달한다고 한다. 거의 모든 입자들은 타서 없어지게 되지만 그 중 특히 큰 입자들은 빛을 내고도 남은 잔해가 지구의 표면에 낙하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운석이다. 이 운석은 태양계의 생성과정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 주성분은 철과 니켈로 지구의 중심부 성분과 유사하나 지구상에는 없는 성분이 포함된 경우도 있다.

아주 큰 운석은 위협적인 존재가 되기도 한다. 운석이 낙하된 장소를 운석공이라 부르는데 미국의 애리조나주에 있는 운석공은 직경이 1㎞가 넘고 깊이가 1백80m에 이른다. 운석공은 세계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만일 지름 수 ㎞짜리의 운석이라면 지구의 멸망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유성흔^유성중에서도 덩치가 큰 화구는 지나가면서 연기처럼 유성흔을 남기기도 한다.
 

하늘에서 별비가 내린다

유성을 여러날에 걸쳐서 꾸준히 관측하다 보면 어느 기간에는 집중적으로 많이 관측되는 경우가 있다. 그 진행방향을 선으로 연장해 보면 한점에 모여 마치 그 점에서 유성들이 발생돼 방사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때 집중적으로 많이(시간당 수십~1백수십개 정도) 보이는 현상을 유성우라 하며 방사점을 '복사점'이라 한다.

지구궤도 근처를 지나가는 궤도를 가진 혜성이나 소행성들이 자신의 궤도에 많은 입자들을 흩뿌리고 지나가게 되는데, 이 흩뿌려진 입자들이 가득한 궤도 근처에 지구가 접근하면, 이 입자들은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서 유성우를 이루게 된다. 이때는 평소보다 많은 유성이 나타나게 되고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게 된다. 이때 입자들을 뿌리고 간 천체를 모천체라 한다.
 

유성우의 복사점 부근을 관측하다 보면 별이 갑자기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유성이 복사점에서 시작해 관측자 시선방향으로 떨어지는 경우에 해당되며, 이를 정지유성이라고 한다. 정지위성은 관측자에게 날아오는 것이므로 운석을 남길정도로 큰 유성이라면 위험(?)할지도 모른다.
 

유성관측의 특징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관측장소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유성은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빛을 내기 때문에 관측위치에 따라 출현방향 진행 속도 밝기 등도 달라보인다. 예를 들자면 서울에서 큰곰자리에 유성이 보였는데 같은 유성이 천안에서는 카시오페이아 자리에서 보인다든가 하는 것이다. 이를 이용해 동일 유성을 두세곳에서 동시관측하면 그 유성이 지나간 고도와 방향들을 그려낼 수 있다.

둘째 유성은 순간적인 현상이고 지역 차이가 크므로 정확한 시간의 기록이 필요하다. 특히 유성우는 자주 출현하므로 조금만 떨어진 곳에서 관측하더라도 시간이 정확히 기록돼 있지 않으면 동일유성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힘들다. 보통 1, 2초 정도의 오차 이내로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유성의 출몰시각은 1초 이내가 대부분이어서 훈련되지 않으면 '어-'하다가 기록마저도 놓치고 만다. 따라서 순간적인 현상을 기록할 수 있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넷째 별자리를 잘 숙지해야 한다. 유성은 별자리를 가로질러 나가는데 그 위치를 별들과의 상대적 위치로 표시하게 되므로 그 배경인 별자리를 충분히 익혀두어야 기록에 효율적이다.
 

(그림)유성우의 발생
 

편한 자세가 기본

육안 관측에 있어서의 기본은 편한 자세다. 장시간에 걸쳐서 관측해야 하기 때문에 자세에 따라 피로가 좌우되므로 될 수 있는한 편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돗자리와 이불은 필수이고 등을 편안히 받쳐줄 수 있는 것이나 뒤로 젖혀지는 등받이 의자 등이 있으면 좋다. 인간의 눈은 보이는 시야의 범위가 거의 1백80°에 이르지만 신경을 써서 보고 느낄 수 있는 시야는 의외로 좁아 약 50°반경밖에 안된다. 따라서 혼자보다는 되도록 여럿이서 밤하늘을 부분적으로 분담하면 정확한 관측을 할 수 있다.

관측시는 유성의 밝기와 속도가 중요하다. 우선 밝기의 기준을 삼기 위해 비교해 볼 수 있는 등급을 알고있는 별을 정해놓는 것이 필요하다. 속도는 1초에 '1 2 3 4 5'까지 말하는 훈련을 하면 유성이 나타날 때 그 셈으로 출현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
 

청록색의 섬광을 내뿜으며 나타난 유성(일본 긴키지방에서 촬영)
 

■ 육성녹음법/소감부터 시작

가장 간단한 유성의 관측방법으로 누구나 쉽게 시도해볼만 하다. 준비물로는 녹음이 가능한 카세트레코더만 준비하면 된다. 그리고 밤하늘이 잘 보이는 장소를 지켜보다가 유성이 나타나면 그 유성에 대해 말을 해 녹음하면 된다. 익숙해지기 전에는 간단한 소감만 말해도 좋은 기록이 되나 점차로 위치 밝기 속도 이동각 등 자세한 것도 녹음할 수 있게 된다. 출현시각을 기록하는 방법으로는 관측 도중 일정시간 마다 현재시각을 녹음해 놓았다가 나중에 그 테이프를 재생하면 시간의 산출이 가능하다.

■ 용지에 기록/정확도가 높다

녹음하는 것보다는 기록적인 면에서 정확도가 높지만 더욱 숙련이 필요하므로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가도록 한다. 준비물로서는 유성관측용 성도(구하기 힘들면 적당한 일반 성도도 쓸 수 있으며 미리 백지에 보이는 별의 위치를 기록한 후 사용해도 좋다), 기록을 위한 조명 기구(가급적 어두운 것을 사용), 필기구, 시계 등이 필요하다. 준비가 됐으면 기록용 성도에 유성의 경로를 선으로 표시해 출현시간 색변화 광도 등도 기록해 나간다.

■ 사진관측/고정촬영으로 충분

사진관측도 그다지 복잡한 장비는 필요치 않다. 고정촬영 준비만 해도 충분하다. 빠르게 이동하면서 사라지므로 눈으로는 밝게 보여도 사진에는 의외로 잘 찍히지 않으므로 될 수 있는 한 고감도 필름과 밝은 렌즈를 사용한다. 카메라는 유성의 예상부분을 겨누고 조리개를 활짝 연채로 10~20분 B셔터로 노출을 주면 촬영이 된다. 배경의 별을 점상으로 하고 싶으면 적도의를 이용해 가이드해야 하며 유성의 속도 및 지속시간을 알기 위해서는 카메라 렌즈앞을 회전날개의 회전으로 연속개폐(약20회/초)시켜두면 유성이 점선으로 표현된다. 그 점선의 길이와 끊어진 개수는 유성의 속도와 지속시간을 알려 준다. 카메라 1대로서는 전하늘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광각렌즈를 사용하거나 여러 대를 각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또한 어느 정도 떨어진거리(50~1백m)에서 마주보는 방향에 카메라를 겨누었을 때 그 중간을 통과하는 유성이 있다면 동시촬영이 가능해 그 유성출현 고도 방위 등을 분석해 볼 수 있다.

■ 전파(FM)관측/유성의 전파반사를 청취

전파관측이라 해서 유성이 전파를 내는 것이 아니고 유성에 의한 전파의 반사를 청취하는 것이다. FM방송전파는 직진성이 강해 좀 멀리 떨어지면 수신이 어려워지는데 그 중간에서 유성이 출현하면 순간적으로 전파를 반사해 청취가 짧은 순간에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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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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