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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 선보인 꿈의 나노선

차세대 반도체 소자 개발에 획기적 전기 마련

지름이 머리카락 굵기의 25만분의 1에 불과한, 세계에서 가장 가느다란 ‘나노금속선(線)’을 국내 과학자가 개발했다.

포항공대 화학과 김광수 교수와 박사과정의 홍병희 씨는 단면이 은원자 2개로 이뤄진 0.4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굵기의 나노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논문은 미국의 과학학술지인 ‘사이언스’ 10월 12일자에 발표된다.

사이언스지의 특별 대우

김교수팀이 개발한 나노선이 얼마나 획기적이었는지는 사이언스지가 보여준 행동을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영국의 ‘네이처’와 함께 세계 최고의 과학학술지로 불리는 이 잡지는 김교수팀의 논문을 그 주의 표지논문으로 싣기로 결정했다. 더구나 잡지가 나오기도 전에 9월 6일 인터넷으로 속보를 띄우고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교수의 논문을 소개했다. 이 잡지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연구팀들이 나노 크기의 선을 만들었다고 발표했지만 1나노미터 보다 더 가느다란 나노선을 만든 것은 김교수팀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일본 과학자들이 1나노미터 지름의 나노선을 만들었다고 발표한 적이 있지만 이것은 초고진공 상황에서 금속선을 잡아 늘여 끊어지기 직전 수초동안 잠깐 나타난 나노선을 관찰했을 뿐이다. 그러나 김교수팀이 개발한 나노선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또 김교수팀이 개발한 나노선은 선과 선의 간격이 1.7나노미터에 불과해 지난해 미국 연구팀이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나노선보다 집적도(나노선 사이의 간격)가 2백배 이상 높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김교수팀이 개발한 나노선이 차세대 반도체와 미세 전자소자 개발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교수팀이 개발한 나노금속선은 마치 고무에 둘러싸인 구리전선처럼 생겼다. 연구팀은 고무 피복처럼 먼저 유기 나노튜브를 합성한 뒤 그 안에 질산은 용액을 부었다. 용액에 빛을 비추자 용액이 환원되면서 은원자만 남았고, 은원자들이 안정적인 나노선으로 합성된 것이다.


나노선을 위(A)와 옆(B)에서 본 모습. 은원자가 2개씩 배열돼 나노선을 이 루고 있다. 나노선을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사진(C)을 보면, 여러 가닥의 나 노선이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다.


공동연구 통해 탄생

유기 나노튜브가 고무처럼 절연체 구실을 하기 때문에 이 나노선은 전기를 흘려보내는 나노도선이나 전자회로에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전자회로나 반도체를 보면 가느다란 선이 보이는데 이 선으로 전기가 흐른다. 이 부분에 나노선을 넣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작은 반도체나 전자회로를 만들 수 있다.

나노선을 개발한데에는 김교수팀에 있는 여러 연구원들의 협력이 결정적이었다. 논문의 첫번째 저자가 된 홍병희 씨는 원래 실험과는 거리가 먼 컴퓨터화학을 전공했다. 컴퓨터화학이란 컴퓨터로 분자나 화학반응을 설계하는 것. 그러나 홍병희 씨는 우연히 황산세슘(Ce2SO4)염과 아세톤을 이용해 유기 나노튜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튜브 안에 있는 질산은 용액에 빛을 쪼여 나노선을 합성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또 나노선의 전자현미경 사진을 해석한 배성철 박사(물리화학실험 전공), 결정구조를 만든 이치환 박사(유기합성), 나노선의 양자현상을 계산한 정석민 박사(전산양자물리) 등 서로 다른 분야를 전공한 과학자들의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고의 나노선이 탄생한 것이다.

이번에 개발된 나노선은 지금까지 개발된 나노선보다 매우 안정적인데다 얼마든지 길게 만들 수 있어 쉽게 다른 제품에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이 나노선은 1나노미터 이하의 굵기로 만들어져 물질이 원자상태로 존재할 때 나타나는 양자역학적인 성질을 갖는다. 지금까지 개발된 도선이나 소자는 뉴턴으로 대표되는 고전역학적인 성질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 나노선은 고전역학과는 전혀 다른, 현재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기능을 가진 제품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광수 교수는“이번에 개발된 나노선은 지금보다 수백만배 성능이 뛰어난 반도체나 나노소자는 물론 그동안 꿈으로만 여겨졌던 양자컴퓨터 개발에도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전하의 분리현상 등 물리학의 의문을 해결하는데도 이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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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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