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포렌식은 각종 디지털기기에 남은 다양한 정보를 통해 범죄의 증거를 찾는 수사기법이다. 휴대전화나 컴퓨터 같은 디지털기기에는 예상보다 많은 정보가 기록돼 있다. 특히 스마트폰에는 통화 내역, 문자메시지 내용뿐만 아니라 위치, 일정, 이메일, 인터넷 사용 내역까지 모두 남는다. 이런 디지털증거를 토대로 가상재판에서 기업 비밀을 빼돌린 산업스파이의 범행을 증명하는 과정을 그렸다. 인물과 사건 모두 가상이지만 등장하는 디지털포렌식 기술은 모두 현재 쓰이는 것이다.
A전자의 중요한 산업 기밀이 유출됐다. 피고 박그림 씨는 자신의 다니던 A전자의 컴퓨터에서 최신 휴대전화의 설계도를 훔쳐 경쟁회사 B전자의 서공범 씨에게 넘겼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피고는 자신이 설계도를 넘긴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 씨가 대학 동창이라 가끔 메일을 주고받았지만 최근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피고의 주장을 반박할 물증이 없다. 디지털포렌식으로 피고의 죄를 입증할 수 있을까.
재판장 증인 신문을 시작하겠습니다.
검사 증인으로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 황기영 검찰수사관을 요청합니다. 황 수사관은 피고와 서 씨의 이메일과 휴대전화 기록을 조사해 피고와 서 씨가 약속을 잡은 사실과 만난 사실을 입증하는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재판장 증인 선서하세요.
수사관 (증인석에 올라 앉아) 양심에 따라 숨기거나 보태지 아니하고 사실 그대로 말하며 만일 거짓말을 하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검사 피고와 서 씨가 어떻게 범행을 모의했습니까. 보통 휴대전화로 통화하거나, 문자 메시지로 약속을 잡는데 그런 기록이 없더군요. 단지 이메일만 주고받았습니다. 이메일에도 별다른 내용이 없던데 어떻게 한 것인가요?
수사관 이메일에는 통상적인 안부인사만 있었고, 범행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단지 피고와 서 씨는 가족사진과 음악파일을 주고받았습니다.
검사 사진과 음악파일에 특별한 내용이 있던가요? 증인이 낸 보고서에는 특별한 암호가 숨겨져 있다고 하던데요.
수사관 사진과 음악에 암호화된 메시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이것을 스테가노그래피 라고 하는데, 그림 또는 오디오·비디오 파일에 비밀스런 내용을 숨겨놓는 것입니다. 스테가노그래피라는 것을 알아채고 그 안의 내용을 확인하려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단지 피고와 서 씨가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와 시간이 담긴 부분만 해독할 수 있었습니다. 피고와 서 씨는 C호텔에서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2시에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언제 어디로 가든 흔적이 남는다
검사 실제 두 사람이 만났나요?
수사관 서 씨의 휴대전화 위치기록으로 서 씨가 약속시간에 C호텔에 간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통화하지 않더라도 휴대전화와 기지국은 늘 통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휴대전화 기지국의 전산기록을 조사하면 기지국 근처에 있던 휴대전화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이 결과 서 씨가 약속 시간에 C호텔 인근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검사 피고는 같은 시간에 자신의 부인과 함께 집에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부인도 이를 확인해 줬습니다. 피고의 차량에 설치한 내비게이션에는 차량을 운행한 기록이 없었습니다. 피고도 약속 시간에 C호텔에 나갔습니까.
수사관 피고는 서 씨를 만나기 위해 이동할 때 평소와 다르게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휴대전화도 집에 두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검사 하지만 어떤 증거가 남았습니까.
수사관 피고의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에 위치정보를 기록하는 GPS 정보가 남았습니다. 블랙박스에는 1초 간격으로 위도, 경도, 시간 등의 GPS 정보가 저장됩니다. 이 정보를 분석한 결과 피고의 차량이 약속한 시간에 C호텔로 이동한 사실이 발견했습니다.
검사 그렇다면 피고와 피고의 부인의 증언이 사실이 아니라는 뜻이군요. 피고는 약속시간에 C호텔에서 서 씨와 만났습니다. 이만 질문을 마치겠습니다.
피고는 이메일에 암호를 쓰고, 약속 장소에 휴대전화를 갖고 나가지 않는 등 디지털증거를 남기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디지털포렌식 수사로 복잡한 암호를 해독했으며, 피고가 숨기지 못한 디지털증거를 찾아 피고가 서 씨와 만났다는 사실을 밝혔다.
재판장 피고 측 변호사 반대 신문하세요.
변호사 복원한 스테가노그래피에 피고와 서 씨가 만나 설계도를 넘기기로 약속한 사실이 발견됐습니까?
수사관 피고와 서 씨가 만나기로 한 약속만 알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 두 사람이 만나 설계도를 넘긴 사실이 확인됐습니까?
수사관 피고와 서 씨가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 그렇다면 두 사람이 만나 실제 설계도를 넘겼다는 증거가 없는 것이군요. 이만 질문을 마치겠습니다. (수사관은 증인석에서 내려온다.)
변호사는 피고와 서 씨가 만났다 하더라고 설계도를 넘기지는 않았다고 변론했다. 설계도를 넘긴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피고는 거짓 증언을 한 것만 처벌받게 된다. 이때 검사가 다른 증인을 불렀다.
지워도 남는 디지털 증거
검사 A전자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디지털포렌식으로 분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 영상분석실의 김일현 공업연구사를 증인으로 요청합니다.
김 연구사가 증인석에 앉아 증인선서를 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1103/특특1.jpg)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1103/특특2.jpg)
A전자의 중요한 산업 기밀이 유출됐다. 피고 박그림 씨는 자신의 다니던 A전자의 컴퓨터에서 최신 휴대전화의 설계도를 훔쳐 경쟁회사 B전자의 서공범 씨에게 넘겼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피고는 자신이 설계도를 넘긴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 씨가 대학 동창이라 가끔 메일을 주고받았지만 최근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피고의 주장을 반박할 물증이 없다. 디지털포렌식으로 피고의 죄를 입증할 수 있을까.
재판장 증인 신문을 시작하겠습니다.
검사 증인으로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 황기영 검찰수사관을 요청합니다. 황 수사관은 피고와 서 씨의 이메일과 휴대전화 기록을 조사해 피고와 서 씨가 약속을 잡은 사실과 만난 사실을 입증하는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재판장 증인 선서하세요.
수사관 (증인석에 올라 앉아) 양심에 따라 숨기거나 보태지 아니하고 사실 그대로 말하며 만일 거짓말을 하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검사 피고와 서 씨가 어떻게 범행을 모의했습니까. 보통 휴대전화로 통화하거나, 문자 메시지로 약속을 잡는데 그런 기록이 없더군요. 단지 이메일만 주고받았습니다. 이메일에도 별다른 내용이 없던데 어떻게 한 것인가요?
수사관 이메일에는 통상적인 안부인사만 있었고, 범행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단지 피고와 서 씨는 가족사진과 음악파일을 주고받았습니다.
검사 사진과 음악파일에 특별한 내용이 있던가요? 증인이 낸 보고서에는 특별한 암호가 숨겨져 있다고 하던데요.
수사관 사진과 음악에 암호화된 메시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이것을 스테가노그래피 라고 하는데, 그림 또는 오디오·비디오 파일에 비밀스런 내용을 숨겨놓는 것입니다. 스테가노그래피라는 것을 알아채고 그 안의 내용을 확인하려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단지 피고와 서 씨가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와 시간이 담긴 부분만 해독할 수 있었습니다. 피고와 서 씨는 C호텔에서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2시에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언제 어디로 가든 흔적이 남는다
검사 실제 두 사람이 만났나요?
수사관 서 씨의 휴대전화 위치기록으로 서 씨가 약속시간에 C호텔에 간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통화하지 않더라도 휴대전화와 기지국은 늘 통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휴대전화 기지국의 전산기록을 조사하면 기지국 근처에 있던 휴대전화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이 결과 서 씨가 약속 시간에 C호텔 인근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검사 피고는 같은 시간에 자신의 부인과 함께 집에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부인도 이를 확인해 줬습니다. 피고의 차량에 설치한 내비게이션에는 차량을 운행한 기록이 없었습니다. 피고도 약속 시간에 C호텔에 나갔습니까.
수사관 피고는 서 씨를 만나기 위해 이동할 때 평소와 다르게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휴대전화도 집에 두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검사 하지만 어떤 증거가 남았습니까.
수사관 피고의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에 위치정보를 기록하는 GPS 정보가 남았습니다. 블랙박스에는 1초 간격으로 위도, 경도, 시간 등의 GPS 정보가 저장됩니다. 이 정보를 분석한 결과 피고의 차량이 약속한 시간에 C호텔로 이동한 사실이 발견했습니다.
검사 그렇다면 피고와 피고의 부인의 증언이 사실이 아니라는 뜻이군요. 피고는 약속시간에 C호텔에서 서 씨와 만났습니다. 이만 질문을 마치겠습니다.
피고는 이메일에 암호를 쓰고, 약속 장소에 휴대전화를 갖고 나가지 않는 등 디지털증거를 남기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디지털포렌식 수사로 복잡한 암호를 해독했으며, 피고가 숨기지 못한 디지털증거를 찾아 피고가 서 씨와 만났다는 사실을 밝혔다.
재판장 피고 측 변호사 반대 신문하세요.
변호사 복원한 스테가노그래피에 피고와 서 씨가 만나 설계도를 넘기기로 약속한 사실이 발견됐습니까?
수사관 피고와 서 씨가 만나기로 한 약속만 알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 두 사람이 만나 설계도를 넘긴 사실이 확인됐습니까?
수사관 피고와 서 씨가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 그렇다면 두 사람이 만나 실제 설계도를 넘겼다는 증거가 없는 것이군요. 이만 질문을 마치겠습니다. (수사관은 증인석에서 내려온다.)
변호사는 피고와 서 씨가 만났다 하더라고 설계도를 넘기지는 않았다고 변론했다. 설계도를 넘긴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피고는 거짓 증언을 한 것만 처벌받게 된다. 이때 검사가 다른 증인을 불렀다.
지워도 남는 디지털 증거
검사 A전자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디지털포렌식으로 분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 영상분석실의 김일현 공업연구사를 증인으로 요청합니다.
김 연구사가 증인석에 앉아 증인선서를 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1103/특특1.jpg)
검사 A회사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설계도를 복사한 기록이 남아 있나요?
연구사 예, 남아 있습니다. 윈도우 운영체제는 USB메모리와 같은 이동식 저장장치가 연결되면 레지스트리 파일에 기록합니다. 레지스트리 파일을 보면 USB가 컴퓨터에 연결된 시간과 USB메모리의 고유번호, 주고받은 파일과 제거한 시점을 알 수 있습니다.
검사 그 레지스트리 파일에 설계도를 복사한 흔적이 있던 가요?
연구사 네, 있습니다. 2010년 12월 9일 오후 4시 37분에 컴퓨터에 있던 설계도가 USB로 복사됐습니다.
검사 그 컴퓨터를 피고가 사용할 수 있었나요?
연구사 네, 그렇습니다.
검사 서 씨의 집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분석하셨죠. 서 씨의 컴퓨터 레지스트리 파일에 앞서 말했던 USB메모리가 사용된 기록이 남아 있었습니까?
장 수사관 없었습니다. 피고의 컴퓨터 레지스트리 파일의 기록은 어느 순간 이후에 모두 지워져 있었습니다.
검사 지워진 시간은 언제인가요?
연구사 2010년 12월 11일 오후 10시 2분이었습니다. 레지스트리 파일의 기록을 영구히 지우는 프로그램을 사용했습니다. 또 하드디스크도 안티포렌식 프로그램을 이용해 완전히 지웠습니다.
검사 그렇다면 서 씨는 자신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무언가를 지우려고 했군요.
연구사 네, 그렇습니다. 보통 하드디스크에서 파일을 지우면 완전히 지워지지가 않습니다. 파일을 지우는 대신 파일의 위치를 기록한 부분만을 지우기 때문입니다. 다른 파일로 덮어쓰거나 안티포렌식 프로그램으로 완전히 지우지 않았다면 복원할 수 있습니다.
검사 안티포렌식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서 씨가 증거를 없애려 했다고 볼 수 있겠군요
.
검사는 피고가 설계도를 훔칠 수 있는 곳에 있었고, 서 씨는 사건이 발생하고 하루가 지난 뒤에 안티포렌식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집 컴퓨터의 레지스트리 파일의 기록을 지운 것을 국과수로부터 확인했다. 이는 컴퓨터에 남은 USB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증거가 되지 못했다. 검사가 질문을 계속했다.
검사 하지만 피고가 넘긴 설계도의 흔적이 서 씨의 하드디스크에 남아 있다고 하던데요. 맞습니까?
연구사 네, 하드디스크에 있는 파일을 영구삭제 프로그램으로 지우려했지만 일부 남았습니다. 파일을 지우고 영구삭제 프로그램을 돌리기까지 시간 차가 있었기 때문에 복구할 수 있었습니다. 윈도우 운영체제는 컴퓨터의 CPU나 램이 사용되지 않는 때를 이용해 컴퓨터를 정리합니다. 대표적으로 하드디스크를 정리하는 조각모음 같은 일을 하는 거죠.
컴퓨터가 파일을 저장할 때 보통 한 곳에 한 파일 전체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군데군데 남는 공간에 나눠 저장합니다. 이 파일을 다시 읽으려면 곳곳에 널린 파일 조각을 모두 읽어야 하니 시간이 오래 걸리지요. 이런 파일을 한 곳으로 모으는 일이 조각모음입니다.
이 조각모음을 서 씨의 컴퓨터가 자동으로 했고, 지웠다고 생각한 휴대전화 설계도의 파일 조각이 하드디스크의 다른 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를 복원해 설계도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검사 피고가 회사에서 설계도를 복사한 시간이 2010년 12월 9일 오후, 피고와 서 씨가 만난 시간이 10일 오후 2시, 서 씨가 자신의 집에서 설계도를 확인하고 지운 시간이 같은 날 오후 10시군요. 결국 피고는 9일 설계도를 복사하고 다음날 설계도를 넘긴 것입니다. 이로서 피고의 알리바이는 깨졌으며, 범행 과정도 드러났습니다.
디지털포렌식으로 잡은 증거로 피고의 범행 사실과 행적이 낱낱이 드러났다.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의 수사관과 국과수 연구원들의 공으로 A전자의 기밀을 빼내 경쟁사 B전자에 넘긴 산업스파이가 죗값을 받게 됐다.
재판과정에서 다룬 컴퓨터, 휴대전화, 차량 이외에도 냉장고, 전기밥솥에서부터 은행전산망, 선박운행컴퓨터 등 다양한 곳에서 전자기기를 사용하고 여기엔 모두 디지털지문이 남는다. 대검찰청 디지털수사담당관 안성수 부장검사는 “이런 디지털증거를 찾는 것이 요즘 수사에서 필수”라고 말했다. 천안함이 침몰하던 당시의 영상복원, 론스타 외환은행 불법 매각 사건,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등 다양한 수사에서 이미 디지털포렌식을 활용했다.
범죄의 양상이 달라져 디지털포렌식의 범위도 훨씬 넓어지고 있다. 고려대 디지털포렌식연구센터의 이상진 교수는 “범죄자들은 치밀한 범행을 위해 인터넷에서 방법과 도구를 찾고, 범행 뒤 수사상황도 수시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런 범죄자를 잡기 위해선 디지털포렌식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원장은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대형 로펌에서도 디지털포렌식에 관심을 갖고 알리바이를 증명하는 데 쓰는 등 의뢰인을 방어하기 위해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범죄수사는 물론 법정 공방의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디지털포렌식의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디지털기기가 차지하는 범위가 점점 더 넓고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미래에 일어날 수많은 범죄를 잡아낼 디지털포렌식의 활약이 기대된다.
연구사 예, 남아 있습니다. 윈도우 운영체제는 USB메모리와 같은 이동식 저장장치가 연결되면 레지스트리 파일에 기록합니다. 레지스트리 파일을 보면 USB가 컴퓨터에 연결된 시간과 USB메모리의 고유번호, 주고받은 파일과 제거한 시점을 알 수 있습니다.
검사 그 레지스트리 파일에 설계도를 복사한 흔적이 있던 가요?
연구사 네, 있습니다. 2010년 12월 9일 오후 4시 37분에 컴퓨터에 있던 설계도가 USB로 복사됐습니다.
검사 그 컴퓨터를 피고가 사용할 수 있었나요?
연구사 네, 그렇습니다.
검사 서 씨의 집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분석하셨죠. 서 씨의 컴퓨터 레지스트리 파일에 앞서 말했던 USB메모리가 사용된 기록이 남아 있었습니까?
장 수사관 없었습니다. 피고의 컴퓨터 레지스트리 파일의 기록은 어느 순간 이후에 모두 지워져 있었습니다.
검사 지워진 시간은 언제인가요?
연구사 2010년 12월 11일 오후 10시 2분이었습니다. 레지스트리 파일의 기록을 영구히 지우는 프로그램을 사용했습니다. 또 하드디스크도 안티포렌식 프로그램을 이용해 완전히 지웠습니다.
검사 그렇다면 서 씨는 자신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무언가를 지우려고 했군요.
연구사 네, 그렇습니다. 보통 하드디스크에서 파일을 지우면 완전히 지워지지가 않습니다. 파일을 지우는 대신 파일의 위치를 기록한 부분만을 지우기 때문입니다. 다른 파일로 덮어쓰거나 안티포렌식 프로그램으로 완전히 지우지 않았다면 복원할 수 있습니다.
검사 안티포렌식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서 씨가 증거를 없애려 했다고 볼 수 있겠군요
.
검사는 피고가 설계도를 훔칠 수 있는 곳에 있었고, 서 씨는 사건이 발생하고 하루가 지난 뒤에 안티포렌식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집 컴퓨터의 레지스트리 파일의 기록을 지운 것을 국과수로부터 확인했다. 이는 컴퓨터에 남은 USB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증거가 되지 못했다. 검사가 질문을 계속했다.
검사 하지만 피고가 넘긴 설계도의 흔적이 서 씨의 하드디스크에 남아 있다고 하던데요. 맞습니까?
연구사 네, 하드디스크에 있는 파일을 영구삭제 프로그램으로 지우려했지만 일부 남았습니다. 파일을 지우고 영구삭제 프로그램을 돌리기까지 시간 차가 있었기 때문에 복구할 수 있었습니다. 윈도우 운영체제는 컴퓨터의 CPU나 램이 사용되지 않는 때를 이용해 컴퓨터를 정리합니다. 대표적으로 하드디스크를 정리하는 조각모음 같은 일을 하는 거죠.
컴퓨터가 파일을 저장할 때 보통 한 곳에 한 파일 전체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군데군데 남는 공간에 나눠 저장합니다. 이 파일을 다시 읽으려면 곳곳에 널린 파일 조각을 모두 읽어야 하니 시간이 오래 걸리지요. 이런 파일을 한 곳으로 모으는 일이 조각모음입니다.
이 조각모음을 서 씨의 컴퓨터가 자동으로 했고, 지웠다고 생각한 휴대전화 설계도의 파일 조각이 하드디스크의 다른 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를 복원해 설계도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검사 피고가 회사에서 설계도를 복사한 시간이 2010년 12월 9일 오후, 피고와 서 씨가 만난 시간이 10일 오후 2시, 서 씨가 자신의 집에서 설계도를 확인하고 지운 시간이 같은 날 오후 10시군요. 결국 피고는 9일 설계도를 복사하고 다음날 설계도를 넘긴 것입니다. 이로서 피고의 알리바이는 깨졌으며, 범행 과정도 드러났습니다.
디지털포렌식으로 잡은 증거로 피고의 범행 사실과 행적이 낱낱이 드러났다.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의 수사관과 국과수 연구원들의 공으로 A전자의 기밀을 빼내 경쟁사 B전자에 넘긴 산업스파이가 죗값을 받게 됐다.
재판과정에서 다룬 컴퓨터, 휴대전화, 차량 이외에도 냉장고, 전기밥솥에서부터 은행전산망, 선박운행컴퓨터 등 다양한 곳에서 전자기기를 사용하고 여기엔 모두 디지털지문이 남는다. 대검찰청 디지털수사담당관 안성수 부장검사는 “이런 디지털증거를 찾는 것이 요즘 수사에서 필수”라고 말했다. 천안함이 침몰하던 당시의 영상복원, 론스타 외환은행 불법 매각 사건,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등 다양한 수사에서 이미 디지털포렌식을 활용했다.
범죄의 양상이 달라져 디지털포렌식의 범위도 훨씬 넓어지고 있다. 고려대 디지털포렌식연구센터의 이상진 교수는 “범죄자들은 치밀한 범행을 위해 인터넷에서 방법과 도구를 찾고, 범행 뒤 수사상황도 수시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런 범죄자를 잡기 위해선 디지털포렌식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원장은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대형 로펌에서도 디지털포렌식에 관심을 갖고 알리바이를 증명하는 데 쓰는 등 의뢰인을 방어하기 위해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범죄수사는 물론 법정 공방의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디지털포렌식의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디지털기기가 차지하는 범위가 점점 더 넓고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미래에 일어날 수많은 범죄를 잡아낼 디지털포렌식의 활약이 기대된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1103/특특3.jpg)
[디지털포렌식은 법정의 모습도 크게 바꿀 것이다. 법정에서 디지털자료를 화면에 띄우고 공방하는 일이 일상이 될 것이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1103/특특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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