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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이 그린 호랑이의 포효

지구 위에 꽃핀 예술

예술적 영감으로 충만한 화가가 붓을 들어 솜씨를 발휘해 놓은 걸까. 초현실주의풍의 유화 전시회에 온 분위기다. 화려한 색채와 기묘한 패턴은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듯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화가는 사람이 아니라 인공위성이다. 그림의 대상은 바로 지구다.





우리가 보는 하얀 구름과 푸른 바다, 누런 흙이 인공위성의 눈에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인공위성은 빛의 삼원색인 빨강, 파랑, 녹색과 적외선으로 지구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여러 파장대의 시선으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조합하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풍경도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차가운 기계의 눈으로 본 모습이지만 사람의 눈에 비친 지구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뽐낸다.



미국지질조사국은 지구관측위성 랜샛5호와 랜샛7호가 촬영한 사진 중 아름다운 작품을 골라 ‘예술로서의 지구’라는 온라인 전시회를 열고 있다. 지난 2007년 첫 작품집을 공개한 이래 이번이 세 번째다. 순전히 예술적인 기준으로 뽑힌 이 작품들은 여느 인간 화가의 작품에 비해 조금도 손색이 없다. 동물이나 우주를 닮은 작품부터 추상화를 연상케 하는 작품까지 지구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해 보자.



✽나머지 작품은 http://eros.usgs.gov/imagegallery/에서 볼 수 있다.


 

[한 줄기 붉은 빛 커다란 붓에 붉은색 물감을 묻혀 대담하게 한 획 그은 듯하다. 실제로는 구름과 빛의 합작품이다. 캐나다 록키 산맥의 좁은 계곡에 낮게 깔린 구름이 비스듬히 들어오는 햇빛을 반사시켜 이런 색을 만들어 냈다. 록키 산맥은 길이가 4830km로 캐나다 서부에서 시작해 미국 남서부까지 이어진다.]


 
 
[눈 덮인 호랑이 아이슬란드 북부 해안의 산악 지형을 촬영한 모습이다. 주황색 땅에 검은색 그림자와 눈으로 덮인 고지대가 이루는 줄무늬가 어우러져 호랑이 머리처럼 보인다. ‘에이야피오뢰르’라는 이름의 거대한 피요르드 해안이 호랑이의 입을 만들고 있다. 에이야피오뢰르는 아이슬란드 북부 해안에서 가장 긴 피요르드로, 길이가 60km, 평균 폭이 6~10km다. 아이슬란드 전체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직선과 곡선의 조화 동물의 창자를 연상하게 하는 구불구불한 곡선이 모자이크 기법을 쓴 듯한 네모난 배경 위에 자리잡고 있다. 초록색의 곡선은 미국의 미시시피 강이고 네모난 구획은 주변에 있는 마을과 밭과 목초지다. 미시시피 강은 길이가 3730km로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길다. 흐르는 속도가 느려서 이리저리 구불거린다.]


 
 
[떠오르는 섬 캐나다 북부에 있는 아키미스키 섬은 오래 전부터 수 km 두께의 빙하에 덮여 있었다. 그런데 최근 온난화로 빙하가 녹자 섬을 짓누르던 무게가 사라지면서 섬의 고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섬 주위에 예전에는 없던 해변이 새로 생겼고, 캐나다 본토까지의 거리도 가까워졌다. 현재 섬에서 본토까지의 거리는 고작 20km에 불과하다.]

 
 

[우주에서 본 반 고흐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떠오른다. 스웨덴 고트랜드 섬 주위의 어두운 바다가 만들어낸 장면이다. 짙은 색의 바다에 가미된 연한 녹색은 플랑크톤 떼다. 깊은 바닷속의 해류가 바다 밑의 영양분을 햇빛이 비치는 표면으로 끌어올리면 플랑크톤은 폭발적으로 수가 늘어난다. 그 결과 섬 주위를 감싼 바다의 물결과 플랑크톤이 이처럼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냈다.]
 

[하얀 파도 그린란드에 하얀 파도가 치고 있다. 매년 여름이 되면 빙하가 녹아 바다 쪽으로 밀려 나온다. 해안가에 있던 해빙은 이 빙하에 밀려 육지에서 더욱 멀어지고, 해류와 만나면 곡선으로 말리기도 한다. 이렇게 생긴 해빙의 모습이 마치 파도치는 듯한 광경을 보여 주고 있다. 붉은색 부분은 빙하에 묻혀 있던 땅이 밖으로 노출된 것이다.]


 

[귀신 들린 바다 핀란드와 스웨덴 사이 알랜드 제도 주위에 떠 있는 얼음 조각이 발틱 해의 짙은 바다색을 배경으로 청록색을 띠고 소용돌이치고 있다. 바닷물이 얼어 해빙이 돼 가는 초기 단계에는 수많은 얼음 결정이 바다 위를 떠다니며 물 위에 기름을 띄워 놓은 것 같은 모습을 만든다. 여기에 바람과 해류가 더해지면 얼음 조각은 기묘한 패턴을 이루며 초현실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얼음의 강 열심히 그려 놓은 눈 덮인 산맥의 일부를 지워 버린 듯한 모습이다. 남극 대륙에 있는 비르드 빙하는 1년에 0.8km씩 움직이는데, 산맥의 중간 부분을 뚫고 지나가면서 이같은 풍경을 만들었다. 비르드 빙하의 길이는 180km에 달하며 왼쪽의 고원에서 시작해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군데군데 붉은색으로 나타난 부분은 얼음 사이로 노출된 바위다.]

 
 
 
[화려한 색의 잔치 여러 가지 색의 물감을 자유롭게 뿌린 듯한 모습이다. 이란에 있는 소금 사막인 다쉬트 카비르 사막이다. 페르시아어로 카비르는 소금 습지를 뜻한다. 이란 고원 한가운데 있는 이 사막은 길이와 폭이 각각 800km와 320km다. 뜨거운 열기와 커다란 일교차, 격렬한 폭풍 때문에 사람이 살 수 없다.]
 


 
[바람의 작품 빗살무늬 토기를 연상케 하는 무늬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사이에 있는 룹알할리 사막의 모습이다. 바람이 빚어 놓은 사구가 일렬로 늘어서 독특한 빗살 무늬를 만들었다. 무늬가 끊긴 가운데 부분에는 바람을 막을 수 있는 고원이 있고, 거기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샤루라라는 마을이 있다.]

 
 
 
[사막 속의 보석 황량한 자주색 땅 한 구석에 보석처럼 녹색 대지가 버티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오만은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이지만, 도파르 지역 중 아라비아 해와 맞닿아 있는 부분은 대조적으로 식물이 무성하다. 매년 여름 이 지역에 내리는 비는 해안가의 식물이 살아가는 데 충분한 물을 일 년 내내 공급해 준다.]

 
 

 
 
[영역 싸움 서로 다른 색깔을 띠는 지역이 대립하고 있다. 녹색 부분은 숲이요, 보라색 부분은 사막이다. 미국 아리조나 주에 있는 오색사막과 스티그리브스 국립공원의 소나무숲이 맞닿아 있는 경계가 꼭 영역 싸움을 벌이는 전선 같다. 오색사막 안에는 과거 화산 지대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검은 점처럼 박힌 얼룩이 화산이었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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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 사진 미국지질조사국(USGS)/미국항공우주국(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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