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울 때는 따뜻하게 입고, 더울 때는 시원하게 입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라.옷만 잘 입어도 건강을 유지하거나 증진시키고, 때로는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우리 옷장 속에 이미 들어 있는 옷만으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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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나와 가장 가까운 환경’이다. 학교와 사무실, 작업 현장, 자동차, 바깥 공기 등 어떤 환경보다도 몸과 가장 가깝다. 그래서 의류학자들은 옷을 ‘의복 기후’라고 부른다. 의복 기후는 바깥 날씨나 온도와 관계없이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옷을 걸치고 있기 때문에 의복 기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환경은 인체와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중요한 것은 환경 중에서도 ‘의복 기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주 공간의 우주인이나, 냉동 창고 안에서 작업하는 사람, 화재 현장의 소방관 등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도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며 활동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같은 방 안에 앉아 있어도 어떤 이는 덥고 어떤 이는 추운 반면 어떤 이는 적당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사람마다 의복 기후가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의 한서감각, 즉 추위와 더위를 견디는 힘이 다르다는 얘기다. 또 옷을 입는 습관에 따라 추위나 더위를 선호하는 정도가 달라진다.
추운 날씨에 온몸을 꽁꽁 싸고 있거나, 더운 날씨에 맨살이 많이 드러나게 입는다면 어떻게 될까. 감기에 잘 걸리거나 남들보다 추위와 더위를 잘 타게 될 것이다. 심하면 혈관 기능과 대사 능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과거에 비해 생활이 편해진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점점 약해진 이유 중 하나다. 쾌적한 환경에서 인체는 생리 능을 가장 적게 사용하고, 결국 안 쓰는 기능이 퇴화한다. 옷이 인체를 편안하고 쾌적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만, 늘 그렇게 입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겨울엔 살짝 춥게, 여름엔 살짝 덥게
그렇다면 어떻게 옷을 입어야 건강에 좋을까. 운동선수나 소방관처럼 극한 환경에서 몸을 보호해야 하는 직업이라면 옷을 최대한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집이나 학교, 일반 회사에서 보내는 사람들은 몸을 과잉보호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추위와 더위의 자극을 경험하는 게 좋다. 추운 날엔 추위를, 더운 날엔 더위를, 비가 오는 날엔 비바람을 즐길 정도가 돼야 한다. 그래야 인체가 가진 생리적인 능력을 잃어버리지 않으며(건강 유지), 적절한 자극을 통해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건강 증진).
무더운 여름, 더운 물로 목욕을 자주 하거나 살짝 땀이 날 만큼 옷을 잘 챙겨 입고 방 안에 냉방시설을 하게 가동하는 사람은 더위에 대응하는 생리 기능을 발휘할 기회가 많아져 내열성(더위에 견디는 능력)이 증진된다. 혈관을 잘 확장시켜 혈류 흐름이 원활하고, 땀샘 기능이 발달해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의 땀을 효율적으로 흘려 체온을 조절한다. 결국 남들보다 더위를 덜 타게 된다.

한편 추운 겨울, 추위를 조금 느낄 정도로만 옷을 입고 방 안에 있는 난방시설을 약하게 가동하는 사람은 내한성(추위에 견디는 능력)이 향상된다. 그래서 남들보다 위를 덜 타며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 추위에 적응해 자율신경계와 혈관 수축 기능이 향상되고 대사 기능이 좋아져 겨울 동안 기초대사율이 높은데다, 몸을 떨지 않고도 열을 효율적으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여름에 더위를 즐기고, 겨울에 추위를 즐기는 사람은 더위와 추위를 적게 탈 뿐 아니라 감기에 걸리지 않고 건강해지는 셈이다.
필자의 연구팀에서는 이것을 입증하는 실험을 했다. 의복 기후를 측정하는 센서를 몸에 붙이고, 옷 안의 온도와 습도를 48시간 동안 기록했다. 이때 실험참가자가 느끼는 춥고 더운 정도, 쾌적하고 불쾌한 정도를 시간과 함께 기록하게 했다.

➊ 겨울에 실내가 너무 따뜻하면 오히려 감기에 걸리거나 체력이 약해질 수 있다.
➋ 강원 평창군 황병산 훈련장에서 해병대원들이 눈밭을 구르며 동계 혹한기 훈련을 받고 있다.
추운환경에서 추위를 이겨내도록 훈련을 하면 감기에 덜 걸릴 뿐 아니라 체력도 강해진다.
실험 결과 사람마다 자기가 가장 쾌적하다고 느끼는 온도와 습도 범위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더위나 추위를 느끼기 시작하는 온도와 땀이 나기 시작하는 온도도 찾을 수 있었다. 여름을 약간 덥게, 겨울을 약간춥게 사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옷 안 온도가 0.5~1℃ 정도 차이가 났다. 적은 온도 차로 내열성과 내한성에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실험참가자인 건강한 남성 20명 중 한 그룹에게 더운 환경에서는 조금(견딜 수 있을 만큼) 덥게, 추운 환경에서는 조금 춥게 생활하도록 하고 옷 안 온도와 습도를 쟀다. 다른 룹은 냉난방이나 옷을 자유롭게 활용해 최대한 쾌적한 상태를 지속하도록 했다. 그 결과 더운 경에서 약간 덥게 생활한 사람들은 옷 안 온도가 다른 그룹에 비해 0.5~1.2℃ 높을 때에도 땀을 많이 흘리지 않았으며 쾌적하다고 평가했다. 그들은 추운 환경에서도 옷 안 온도가 다른 그룹에 비해 1.7℃ 만큼 낮아도 추위를 느끼지 않았다.
우리는 실험참가자들에게 4주간 옷을 얇게(두껍지 않게) 입고 생활하도록 했다. 옷 입는 습관과 심혈관질환 간에 어떤 연관이 있음을 짐작하고,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혈관의 탄성이 좋아지고 혈압이 감소했다. 혈관의 탄성이 좋아진다는 것은 수축과 이완이 활발해(혈관도 근육이다) 피가 원활하게 흐르면서 심혈관질환에 걸릴 확률을 낮춘다는 뜻이다. 국 옷을 어떻게 입느냐가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같은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옷을 입는 방법 하나로 병을 100%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옷은 하루 종일, 매일 입기 때문에 옷 입는 습관을 바로 잡으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또 부작용이 적으며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필자는 심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은 의학적인 치료, 운동과 함께 ‘의복요법(추운 날은 약간 춥게 더운 날은 약간 덥게)’을 실시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 환자라면 전문가의 지도 아래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옷으로 ‘사우나’를 하라
추위와 더위에 모두 강해지려면 추위 자극과 더위 자극을 교대로 받는 것이 좋다. 고온과 저온을 반복하는 핀란드식 사우나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때 지나치게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는 몸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중온을 거쳐 저온과 고온을 반복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또 과도한 자극보다는 견딜만한 자극부터 강한 자극까지 단계별로 적응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요즘 같은 겨울에는 건물 내에 난방을 지나치게 가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더위 자극을 많이 받는다면 바깥에서 지내는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

옷도 마찬가지다. ‘온탕’과 ‘냉탕’을 반복적으로 입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추위 자극과 더위 자극을 적절하게 반복하는 것이다. 옷을 따뜻하게 입고 외출했다면 집에서는 서늘하게 입는다. 반대로 바깥에 나갈 때 옷을 시원하게 입었다면 실내에서는 살짝 덥게 입는다. 환절기인 봄과 가을에도 마찬가지다. 옷은 사우나에 비해 자극의 강도가 적은 대신, 항상 입고 있기 때문에 조절하기가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필자의 연구팀은 경계성 고혈압을 앓고 있는 5명을 대상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곰 인형 모양인 옷’을 입도록 했다. 이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면서 더위 자극과 추위 자극을 교대로 받도록 지시했다. 4주 동안 일주일에 3일, 하루에 3시간씩 훈련을 한 결과, 혈관의 탄성이 증가하고 혈압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혈액 내 콜레스테롤 비율도 떨어졌다.
우리는 곰 인형 모양의 옷에서 영감을 얻어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의류를 개발했다. 이미 특허를 출원한 ‘전자 열전모듈에 의한 지능형 항온의복’이다. 이 옷은 온도를 감지하는 센서부, 감지된 온도와 설정된 값을 비교해 발열량 또는 흡열량을 계산하는 제어부, 제어부의 계산을 고려해 발열 또는 냉각되는 열전모듈부로 구성돼 있다. 곰 인형 모양의 옷과 달리 입고만 있어도 더위 자극과 추위 자극을 번갈아 받을 수 있다. 자동으로 적절한 의복 기후가 형성되는 것이다.
겨울에는 겨울답게, 여름에는 여름답게 사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자연과 기후에 적응하며 살아야 건강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여름에는 지나친 냉방 탓에 오히려 춥고, 겨울에는 지나친 난방 탓에 너무 덥다. 외부와 내부 환경이 크게 달라지니 과거보다 감기에 걸리기도 쉽다. 필자는 현대인이 옷을 지혜롭게 활용해 고혈압과 비만 같은 성인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생활을 하기를 바란다. 나아가 환자를 치료하는 데 기여하는 의복요법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전문가가 많이 탄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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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나와 가장 가까운 환경’이다. 학교와 사무실, 작업 현장, 자동차, 바깥 공기 등 어떤 환경보다도 몸과 가장 가깝다. 그래서 의류학자들은 옷을 ‘의복 기후’라고 부른다. 의복 기후는 바깥 날씨나 온도와 관계없이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옷을 걸치고 있기 때문에 의복 기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환경은 인체와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중요한 것은 환경 중에서도 ‘의복 기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주 공간의 우주인이나, 냉동 창고 안에서 작업하는 사람, 화재 현장의 소방관 등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도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며 활동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같은 방 안에 앉아 있어도 어떤 이는 덥고 어떤 이는 추운 반면 어떤 이는 적당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사람마다 의복 기후가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의 한서감각, 즉 추위와 더위를 견디는 힘이 다르다는 얘기다. 또 옷을 입는 습관에 따라 추위나 더위를 선호하는 정도가 달라진다.
추운 날씨에 온몸을 꽁꽁 싸고 있거나, 더운 날씨에 맨살이 많이 드러나게 입는다면 어떻게 될까. 감기에 잘 걸리거나 남들보다 추위와 더위를 잘 타게 될 것이다. 심하면 혈관 기능과 대사 능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과거에 비해 생활이 편해진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점점 약해진 이유 중 하나다. 쾌적한 환경에서 인체는 생리 능을 가장 적게 사용하고, 결국 안 쓰는 기능이 퇴화한다. 옷이 인체를 편안하고 쾌적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만, 늘 그렇게 입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겨울엔 살짝 춥게, 여름엔 살짝 덥게
그렇다면 어떻게 옷을 입어야 건강에 좋을까. 운동선수나 소방관처럼 극한 환경에서 몸을 보호해야 하는 직업이라면 옷을 최대한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집이나 학교, 일반 회사에서 보내는 사람들은 몸을 과잉보호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추위와 더위의 자극을 경험하는 게 좋다. 추운 날엔 추위를, 더운 날엔 더위를, 비가 오는 날엔 비바람을 즐길 정도가 돼야 한다. 그래야 인체가 가진 생리적인 능력을 잃어버리지 않으며(건강 유지), 적절한 자극을 통해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건강 증진).
무더운 여름, 더운 물로 목욕을 자주 하거나 살짝 땀이 날 만큼 옷을 잘 챙겨 입고 방 안에 냉방시설을 하게 가동하는 사람은 더위에 대응하는 생리 기능을 발휘할 기회가 많아져 내열성(더위에 견디는 능력)이 증진된다. 혈관을 잘 확장시켜 혈류 흐름이 원활하고, 땀샘 기능이 발달해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의 땀을 효율적으로 흘려 체온을 조절한다. 결국 남들보다 더위를 덜 타게 된다.

한편 추운 겨울, 추위를 조금 느낄 정도로만 옷을 입고 방 안에 있는 난방시설을 약하게 가동하는 사람은 내한성(추위에 견디는 능력)이 향상된다. 그래서 남들보다 위를 덜 타며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 추위에 적응해 자율신경계와 혈관 수축 기능이 향상되고 대사 기능이 좋아져 겨울 동안 기초대사율이 높은데다, 몸을 떨지 않고도 열을 효율적으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여름에 더위를 즐기고, 겨울에 추위를 즐기는 사람은 더위와 추위를 적게 탈 뿐 아니라 감기에 걸리지 않고 건강해지는 셈이다.
필자의 연구팀에서는 이것을 입증하는 실험을 했다. 의복 기후를 측정하는 센서를 몸에 붙이고, 옷 안의 온도와 습도를 48시간 동안 기록했다. 이때 실험참가자가 느끼는 춥고 더운 정도, 쾌적하고 불쾌한 정도를 시간과 함께 기록하게 했다.

➊ 겨울에 실내가 너무 따뜻하면 오히려 감기에 걸리거나 체력이 약해질 수 있다.
➋ 강원 평창군 황병산 훈련장에서 해병대원들이 눈밭을 구르며 동계 혹한기 훈련을 받고 있다.
추운환경에서 추위를 이겨내도록 훈련을 하면 감기에 덜 걸릴 뿐 아니라 체력도 강해진다.
.jpg)
두 번째 실험에서는 실험참가자인 건강한 남성 20명 중 한 그룹에게 더운 환경에서는 조금(견딜 수 있을 만큼) 덥게, 추운 환경에서는 조금 춥게 생활하도록 하고 옷 안 온도와 습도를 쟀다. 다른 룹은 냉난방이나 옷을 자유롭게 활용해 최대한 쾌적한 상태를 지속하도록 했다. 그 결과 더운 경에서 약간 덥게 생활한 사람들은 옷 안 온도가 다른 그룹에 비해 0.5~1.2℃ 높을 때에도 땀을 많이 흘리지 않았으며 쾌적하다고 평가했다. 그들은 추운 환경에서도 옷 안 온도가 다른 그룹에 비해 1.7℃ 만큼 낮아도 추위를 느끼지 않았다.
우리는 실험참가자들에게 4주간 옷을 얇게(두껍지 않게) 입고 생활하도록 했다. 옷 입는 습관과 심혈관질환 간에 어떤 연관이 있음을 짐작하고,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혈관의 탄성이 좋아지고 혈압이 감소했다. 혈관의 탄성이 좋아진다는 것은 수축과 이완이 활발해(혈관도 근육이다) 피가 원활하게 흐르면서 심혈관질환에 걸릴 확률을 낮춘다는 뜻이다. 국 옷을 어떻게 입느냐가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같은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옷을 입는 방법 하나로 병을 100%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옷은 하루 종일, 매일 입기 때문에 옷 입는 습관을 바로 잡으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또 부작용이 적으며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필자는 심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은 의학적인 치료, 운동과 함께 ‘의복요법(추운 날은 약간 춥게 더운 날은 약간 덥게)’을 실시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 환자라면 전문가의 지도 아래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옷으로 ‘사우나’를 하라
추위와 더위에 모두 강해지려면 추위 자극과 더위 자극을 교대로 받는 것이 좋다. 고온과 저온을 반복하는 핀란드식 사우나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때 지나치게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는 몸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중온을 거쳐 저온과 고온을 반복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또 과도한 자극보다는 견딜만한 자극부터 강한 자극까지 단계별로 적응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요즘 같은 겨울에는 건물 내에 난방을 지나치게 가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더위 자극을 많이 받는다면 바깥에서 지내는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

옷도 마찬가지다. ‘온탕’과 ‘냉탕’을 반복적으로 입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추위 자극과 더위 자극을 적절하게 반복하는 것이다. 옷을 따뜻하게 입고 외출했다면 집에서는 서늘하게 입는다. 반대로 바깥에 나갈 때 옷을 시원하게 입었다면 실내에서는 살짝 덥게 입는다. 환절기인 봄과 가을에도 마찬가지다. 옷은 사우나에 비해 자극의 강도가 적은 대신, 항상 입고 있기 때문에 조절하기가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필자의 연구팀은 경계성 고혈압을 앓고 있는 5명을 대상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곰 인형 모양인 옷’을 입도록 했다. 이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면서 더위 자극과 추위 자극을 교대로 받도록 지시했다. 4주 동안 일주일에 3일, 하루에 3시간씩 훈련을 한 결과, 혈관의 탄성이 증가하고 혈압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혈액 내 콜레스테롤 비율도 떨어졌다.
우리는 곰 인형 모양의 옷에서 영감을 얻어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의류를 개발했다. 이미 특허를 출원한 ‘전자 열전모듈에 의한 지능형 항온의복’이다. 이 옷은 온도를 감지하는 센서부, 감지된 온도와 설정된 값을 비교해 발열량 또는 흡열량을 계산하는 제어부, 제어부의 계산을 고려해 발열 또는 냉각되는 열전모듈부로 구성돼 있다. 곰 인형 모양의 옷과 달리 입고만 있어도 더위 자극과 추위 자극을 번갈아 받을 수 있다. 자동으로 적절한 의복 기후가 형성되는 것이다.
겨울에는 겨울답게, 여름에는 여름답게 사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자연과 기후에 적응하며 살아야 건강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여름에는 지나친 냉방 탓에 오히려 춥고, 겨울에는 지나친 난방 탓에 너무 덥다. 외부와 내부 환경이 크게 달라지니 과거보다 감기에 걸리기도 쉽다. 필자는 현대인이 옷을 지혜롭게 활용해 고혈압과 비만 같은 성인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생활을 하기를 바란다. 나아가 환자를 치료하는 데 기여하는 의복요법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전문가가 많이 탄생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