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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소행성 ‘베누’ 샘플 귀환 작전

지구 충돌 위험 소행성 감시 20주년

8월 소행성 ‘베누’의 궤도에 진입할 예정인 탐사선 ‘오시리스-렉스’.

 

 

올해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근지구천체(NEO·Near-Earth Objects)를 본격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1998년 ‘우주방위(Spaceguard) 프로그램’이 시작됐고, 1년 뒤인 1999년에는 지구에 접근하는 천체로부터 지구를 보호할 방법을 논의하는 국제 학술회의가 조직됐다.

 

그간 과학계는 근지구천체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 왔다. 올해 8월에는 NASA의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 ‘베누(Bennu)’에 도착할 예정이다. 오시리스-렉스는 베누의 표본을 가지고 2023년 지구로 귀환한다.

 

1998년 두 달 간격으로 개봉한 영화 ‘딥임팩트(왼쪽)’와 ‘아마겟돈’. 소행성 충돌이라는 소재를 다뤄 관심을 모았다.

 

 

 

지름 140m 이상 근지구천체 90% 찾아낸다


20년 전인 1998년, ‘소행성 충돌’을 소재로 만든 영화 두 편이 두 달 간격으로 개봉해 화제를 모았다. ‘딥임팩트’와 ‘아마겟돈’이다. 우연의 일치였는지 아니면 영화에서 위기감을 느꼈는지, 미 의회는 그해 NASA에 근지구천체를 관측하고 감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의회의 주문은 10년 이내에 지름 1km 이상의 근지구천체를 최소 90% 이상 찾아내라는 것이었는데, 12년 뒤인 2010년 이 목표를 달성했다. 현재 NASA는 2020년까지 지름 140m 이상의 잠재 위험 천체 90%를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연간 약 1500개의 근지구천체를 발견하고 있다. 그 중 지름이 140m 이상인 천체는 약 500개 정도다.

 

올해 3월 화제가 된 소행성 베누도 이 과정에서 발견된 천체다. 국내외 언론이 일제히 베누의 지구 충돌 가능성과 전망을 언급했고, NASA 근지구천체연구센터(CNEO)는 사실관계를 정정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이 향하고 있는 베누는 1999년 발견된 천체로, 평균지름이 약 492m인 구에 가까운 타원체다. 언론은 베누가 2135년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약 2700분의 1이라고 보도했다. 산술적으로는 작은 확률처럼 보이지만 NASA가 추적하는 천체 중에서는 충돌 가능성이 두 번째로 크다.

 

NASA는 “베누가 2135년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2700분의 1이라는 보도는 잘못됐다”며 “충돌 가능성이 있는 시점은 2175~2199년이며, 그 기간 동안 지구와 충돌할 누적 확률이 2700분의 1”이라고 정정했다.

 

NASA는 2016년 베누 탐사를 위해 오시리스-렉스를 발사했다. 이 탐사선은 올해 8월 베누의 궤도에 진입, 9월말 바싹 접근한 뒤 태양계 형성 초기의 물질을 간직한 소행성 샘플을 채취해 2023년 9월말 지구로 귀환한다.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치고 귀환할 경우 오시리스-렉스는 미국의 첫 번째 소행성 귀환 프로젝트가 된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수집된 흙과 먼지를 통해 탄소질 소행성이 어떻게 만들어져 진화해 왔는지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태양빛에 의해 베누의 궤도가 얼마나 바뀔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폭탄 공격 등 다양한 대응책 논의 중


과학자들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들을 찾아내고 추적하는 동시에 충돌 대비책도 연구하고 있다. NASA는 ‘해머(HAMMER)’라는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해머는 핵폭탄을 실은 약 8~9t(톤)의 우주선을 소행성에 충돌시켜 천체의 경로를 바꾸는 방법으로, 현재는 이론적인 가능성만 따져보는 수준이다.

 

 

최근 러시아의 모스크바물리기술원(MIPT) 연구진은 소행성 모형을 만들어서 이를 파괴하는 실험을 한 뒤 핵무기를 사용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를 확인하고 국제 학술지 ‘실험이론물리학저널’ 3월 8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소행성의 형태와 구조를 재현한 지름 8~10mm 크기의 작은 모형을 만든 뒤 레이저로 파괴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모형 소행성은 지상에서 발견되는 운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콘드라이트(구형의 감람석과 휘석 알갱이가 들어 있는 운석)’ 형태로, 소행성의 형성 과정까지 그대로 모사해 만들었다. 연구진은 이 모형을 진공 챔버에 넣고 레이저를 쏴서 소행성 파괴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토대로 지름 200m의 소행성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려면 TNT 폭약 300만t(톤)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는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의 200배에 이르는 위력으로, 현재 인류의 기술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핵폭탄은 1961년 옛 소련이 개발한 58.6메가t급(5860만t급)이다.

 

과학자들은 1999년부터 2년에 한 번씩 ‘행성방위학회’라는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고 근지구천체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러시아 연구팀의 연구 결과처럼 소행성이 지구에 근접한 경우를 가정해서 그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기술적 타당성 등을 논의해왔다. 최근에는 2017년 일본 도쿄에서 행성방위학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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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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