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동아 300호 발행을 맞아 김학수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교수가 과학동아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갈 방향을 제시했다. 그리고 300호를 내는 동안 본지를 빛낸 기사를 정리하고 본지가 배출한 과학저술가를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과학교육과 과학대중화를 위한 과학동아의 기여를 정리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1011/300-1.jpg)
한국 과학 발달과 함께한 과학동아 300호
과학동아의 성장 역사는 우리의 과학기술 발달사와 맥을 같이 한다. 누구든 초기에는 모방의 길을 걷는다. 우리의 과학기술은 80년대까지 철저하게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을 모방했다. 우리의 독자적인 과학과 기술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해외기술을 빠르게 모방해 대량의 상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따라서 당시에는 과학동아에도 해외 과학기술에 대한 소개가 많았다. 물론 한국의 자연 조건, 예컨대 지질, 환경 등에 대한 과학적 소개는 당연히 우리 고유의 것이었다.
이런 모방의 시대를 지나면, 변형의 시대가 찾아온다. 90년대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은 변형의 전성기였다.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입된 기술을 어떻게든 더 나은 기술로 바꿔 활용했다.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의 디지털 휴대전화(CDMA) 상업화 성공이 대표적인 사례다. 수입한 공정기술을 응용해 반도체와 같은 새로운 생산품을 개발한 것도 그런 변형의 시대에 가능한 기법이다. 발전의 도약을 시작하면서 기초과학에 대한 중요성이 커진 것도 이 시기다. 과학동아도 천문학, 물리학 같은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반영하고, 강조했다.
21세기 들어서 세계는 생명과학과 나노과학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이제는 원천지식 확보 경쟁에 뛰어 들기 시작했다. 창조적 논문, 특허가 일반 국민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심지어 노벨상을 노골적으로 염원하기 시작했다. ‘창의력’, ‘창의교육’, ‘영재양성’ 등 창의가 과학 기술의 핵심코드로 등장했다. 자연스럽게 과학동아에도 한국의 과학기술 연구가 비중 있게 실렸다. 이것은 성인 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부모들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기대와 동기를 주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이제 과학동아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IT산업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콘텐츠 산업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저장, 복제 기술이 발달하면서 콘텐츠가 너무나 값싼 상품으로 전락했다. 이로 인해 진입 장벽이 낮아진 각종 대중매체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점차 뉴스는 사라지고, 진기한 스토리만 살아남는 시대로 변했다.
시시각각으로 경쟁하는 일간지, 방송 뉴스가 빛을 바랜 지는 오래다. 권위의 미국 뉴욕타임스가 적자로 멕시코 재벌에게 팔릴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세계적 주간지 뉴스위크는 단돈 1달러에 팔렸다. 한국의 신문 구독자도 점점 줄어 전체 가구의 10%도 신문을 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 뉴스의 시청률도 세계 어디에서든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
기술적 진보로 무한대의 채널이 가능한 상황에서 특정 채널이 시청자를 큰 폭으로 점유하는 일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월간 잡지는 세계 어디에서나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잡지시장이 계속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왜 그럴까.
세계 속의 과학동아가 되길
해답은 간단하다. 시간을 다투는 잡지, 예컨대, 시사 잡지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간을 다툴 필요가 없는, 즉 뉴스보다 스토리가 주류를 이루는 잡지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낚시, 등산, 여행, 독서 등 취미 영역과 자전거, 오토바이, 공구 등 전문기기 내지 천문, 의료, 심리, 과학, 패션, 식물, 동물, 환경 등 전문지식을 다루는 잡지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독자들이 삶의 여유가 많아지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심층정보를 추구하면서 잡지 시장이 더욱 전문화 되고, 고도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사이언티픽아메리칸’, ‘아메리칸사이언티스트’, ‘파퓰러사이언스’, ‘뉴사이언티스트’, ‘내셔널지오그래픽’, ‘시드’ 등 다양한 과학잡지가 각기 다른 독자층을 상대로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렇다면 과학동아는 이런 경향을 잘 반영하고 있는가. 독자는 과학동아를 왜 구독하는가. 자신의 과학기술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인가. 자녀의 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인가. 학생 구독자가 성인이 되어서도 구독할 것인가. 성인 구독자가 자녀가 성장한 뒤에도 계속 구독할 것인가.
지나온 300호보다 앞으로 나올 과학동아에 대한 질문은 이처럼 수없이 많다. 더욱 거시적인 질문은 과학동아가 다른 나라에도 기여할 수 있느냐다. 예컨대 한국의 과학기술이 세계적 첨단을 걷게 될 때, 과학동아는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 매체의 원천 자료가 될지도 모른다. 마치 우리나라의 매체가 자주 해외 매체를 인용하는 것처럼. 과학동아의 해외판도 가능하지 않을까. 미국과 일본의 잡지가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것처럼. 쉽게 말해서 과학동아가 중국어판과 베트남어판을 만들어 성공할 수는 없을까. 이런 질문은 매우 먼 일만은 아니다. 그것이 성공한다면 과학동아가 한국의 과학문화 진흥에 일조하는 것을 넘어 세계의 과학문화 진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과학동아의 300호 발행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러나 미래의 성숙한 성장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할 상황이다. 그것이 모든 생일을 기념하는 이유다. 특히 한국의 과학문화를 이끌어가는 차원에서는 더더욱 중요한 질문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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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 발달과 함께한 과학동아 300호
과학동아의 성장 역사는 우리의 과학기술 발달사와 맥을 같이 한다. 누구든 초기에는 모방의 길을 걷는다. 우리의 과학기술은 80년대까지 철저하게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을 모방했다. 우리의 독자적인 과학과 기술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해외기술을 빠르게 모방해 대량의 상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따라서 당시에는 과학동아에도 해외 과학기술에 대한 소개가 많았다. 물론 한국의 자연 조건, 예컨대 지질, 환경 등에 대한 과학적 소개는 당연히 우리 고유의 것이었다.
이런 모방의 시대를 지나면, 변형의 시대가 찾아온다. 90년대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은 변형의 전성기였다.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입된 기술을 어떻게든 더 나은 기술로 바꿔 활용했다.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의 디지털 휴대전화(CDMA) 상업화 성공이 대표적인 사례다. 수입한 공정기술을 응용해 반도체와 같은 새로운 생산품을 개발한 것도 그런 변형의 시대에 가능한 기법이다. 발전의 도약을 시작하면서 기초과학에 대한 중요성이 커진 것도 이 시기다. 과학동아도 천문학, 물리학 같은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반영하고, 강조했다.
21세기 들어서 세계는 생명과학과 나노과학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이제는 원천지식 확보 경쟁에 뛰어 들기 시작했다. 창조적 논문, 특허가 일반 국민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심지어 노벨상을 노골적으로 염원하기 시작했다. ‘창의력’, ‘창의교육’, ‘영재양성’ 등 창의가 과학 기술의 핵심코드로 등장했다. 자연스럽게 과학동아에도 한국의 과학기술 연구가 비중 있게 실렸다. 이것은 성인 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부모들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기대와 동기를 주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이제 과학동아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IT산업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콘텐츠 산업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저장, 복제 기술이 발달하면서 콘텐츠가 너무나 값싼 상품으로 전락했다. 이로 인해 진입 장벽이 낮아진 각종 대중매체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점차 뉴스는 사라지고, 진기한 스토리만 살아남는 시대로 변했다.
시시각각으로 경쟁하는 일간지, 방송 뉴스가 빛을 바랜 지는 오래다. 권위의 미국 뉴욕타임스가 적자로 멕시코 재벌에게 팔릴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세계적 주간지 뉴스위크는 단돈 1달러에 팔렸다. 한국의 신문 구독자도 점점 줄어 전체 가구의 10%도 신문을 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 뉴스의 시청률도 세계 어디에서든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
기술적 진보로 무한대의 채널이 가능한 상황에서 특정 채널이 시청자를 큰 폭으로 점유하는 일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월간 잡지는 세계 어디에서나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잡지시장이 계속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왜 그럴까.
세계 속의 과학동아가 되길
해답은 간단하다. 시간을 다투는 잡지, 예컨대, 시사 잡지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간을 다툴 필요가 없는, 즉 뉴스보다 스토리가 주류를 이루는 잡지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낚시, 등산, 여행, 독서 등 취미 영역과 자전거, 오토바이, 공구 등 전문기기 내지 천문, 의료, 심리, 과학, 패션, 식물, 동물, 환경 등 전문지식을 다루는 잡지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독자들이 삶의 여유가 많아지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심층정보를 추구하면서 잡지 시장이 더욱 전문화 되고, 고도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사이언티픽아메리칸’, ‘아메리칸사이언티스트’, ‘파퓰러사이언스’, ‘뉴사이언티스트’, ‘내셔널지오그래픽’, ‘시드’ 등 다양한 과학잡지가 각기 다른 독자층을 상대로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렇다면 과학동아는 이런 경향을 잘 반영하고 있는가. 독자는 과학동아를 왜 구독하는가. 자신의 과학기술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인가. 자녀의 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인가. 학생 구독자가 성인이 되어서도 구독할 것인가. 성인 구독자가 자녀가 성장한 뒤에도 계속 구독할 것인가.
지나온 300호보다 앞으로 나올 과학동아에 대한 질문은 이처럼 수없이 많다. 더욱 거시적인 질문은 과학동아가 다른 나라에도 기여할 수 있느냐다. 예컨대 한국의 과학기술이 세계적 첨단을 걷게 될 때, 과학동아는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 매체의 원천 자료가 될지도 모른다. 마치 우리나라의 매체가 자주 해외 매체를 인용하는 것처럼. 과학동아의 해외판도 가능하지 않을까. 미국과 일본의 잡지가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것처럼. 쉽게 말해서 과학동아가 중국어판과 베트남어판을 만들어 성공할 수는 없을까. 이런 질문은 매우 먼 일만은 아니다. 그것이 성공한다면 과학동아가 한국의 과학문화 진흥에 일조하는 것을 넘어 세계의 과학문화 진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과학동아의 300호 발행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러나 미래의 성숙한 성장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할 상황이다. 그것이 모든 생일을 기념하는 이유다. 특히 한국의 과학문화를 이끌어가는 차원에서는 더더욱 중요한 질문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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