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크리스마스 밤하늘 장식하는 '전구별'

페르세우스자리 알골


페르세우스자리에는 밝기가 2등급에서 3등급으로 변하는 변광성 알골이 있다. 알골은 주성과 동반별이 서로를 공전하면서 밝기가 변하는 ‘식변광성’이다.


해마다 12월이 기다려지는 이유. 크리스마스가 있기 때문이다. 어딜 가든 들을 수 있는 흥겨운 캐롤과 거리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오색 크리스마스 장식이 기분을 더욱 들뜨게 한다. 밤하늘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별이 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는 전구처럼 서서히 밝기가 변하는 별. 변광성이 그 주인공이다.

‘켜졌다 꺼졌다’ 밝기 변하는 변광성

겨울은 다른 계절보다 밤하늘의 별이 유난히 더 반짝인다. 사계절 밤하늘 가운데 밝기가 1등급인 별이 가장 많은데다 찬바람이 많이 불어 대기가 흔들리면 별빛이 굴절하는 정도가 달라져 더 반짝인다. 겨울철 밤하늘에는 대기의 영향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밝기가 변하는 변광성이 여럿 있다. 별의 밝기는 초신성처럼 늙은 별이 폭발하면서 급격히 밝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변광성은 별의 밝기가 수일~수백일에 걸쳐 주기적으로 변한다.

겨울하늘 첫머리에 나타나 영롱하게 밤하늘을 밝히는 페르세우스자리의 베타별 알골은 대표적인 변광성이다. 알골은 주성과 동반별이 서로를 공전하면서 밝기가 변하는 ‘식변광성’으로 2일 21시간마다 2등급에서 3등급으로 밝기가 변한다. 1667년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인 제미니아노 몬타나리는 알골의 밝기가 변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처음으로 문헌에 남겼다. 하지만 그전부터 내려온 이 별에 얽힌 신화로 미뤄 볼 때 알골이 특이한 별이라는 사실은 그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던 모양이다.

알골이 ‘악마의 별’이란 말에서 유래했다는 점이나 별자리 그림에서 이 별이 메두사의 머리에 위치한다는 점이 이런 추측의 근거다. 하늘이 완전하고 영원하다고 믿었던 옛 사람들은 변광성을 불길한 징조로 여겼다.

서쪽하늘에 떠 있는 고래자리의 변광성 미라 역시 이름에 ‘기이한 별’이라는 다소 어두운 의미를 갖고 있다. 미라는 332일을 주기로 밝기가 변하는데 가장 밝을 때는 밝기가 3등급으로 맨눈으로도 밝게 보이지만 어두울 때는 9등급까지 등급이 떨어져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미라는 2008년 1월에 가장 밝아진 뒤 다시 어두워진다.

미라는 알골과 달리 별 자체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일정한 주기로 밝기가 변하는 ‘맥동변광성’이다. 별의 크기가 달라지며 밝기에 변화가 생기는 현상은 별의 진화 과정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모든 별은 수소 핵융합으로 헬륨이 만들어지며 에너지를 내는데,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가 줄어들면 재에 해당하는 헬륨이 별의 중심에 모인다. 그러면 별의 중심과 바깥에서 작용하는 중력이 평형을 이루지 못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북서쪽 하늘로 시야를 돌리면 밝기가 3등급과 4등급 사이에서 변하는 또 다른 맥동변광성 하나를 볼 수 있다. 바로 세페우스자리에 있는 델타(δ)별이다. 하지만 이 별은 미라와 달리 밝기가 변하는 주기가 5일 9시간으로 매우 짧다. 이처럼 밝기가 변하는 주기가 하루에서 50일 사이로 짧은 변광성을 ‘세페이드형 변광성’이라고 부른다.

겨울 밤하늘은 여러 종류의 변광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영롱하게 빛나는 밤하늘의 ‘전구별’ 덕분에 크리스마스가 한층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청각장애 극복한 두 천문학자
 

01세페우스자리의 델타별은 5일 9시간마다 밝기가 3등급에서 4등급으로 변하는‘세페이드변광성’이다. 02 세페이드변광성은 별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별의 밝기가 변한다. 팽창하면서 중간 크기일때가장 밝고 수축하면서 중간 크기일때가장 어둡다.


변광성 발견의 역사에는 청각장애를 지닌 두 천문학자의 별빛만큼이나 따뜻한 이야기가 숨어있다. 알골의 밝기를 처음으로 정밀하게 관측했던 사람은 영국의 천문학자 존 구드릭이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일생을 보낸 그는 어린 시절 홍역을 앓다가 청력을 잃었다. 장애인 학교를 졸업한 뒤 친구였던 천문학자 에드워드 피고트의 사설천문대에 드나들면서 천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구드릭에게 소리를 들을 필요 없는 천체 관측은 희망의 세계나 다름없었다. 피고트는 천문학에 흥미를 보인 구드릭에게 변광성 목록을 건네줬다. 구드릭은 이를 계기로 변광성을 관측하는 일에 몰두했다. 결국 구드릭은 1782년 알골의 밝기 변화를 처음으로 정밀하게 측정하고 이런 밝기 변화가 알골을 이루는 두 별이 서로 공전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구드릭은 이 내용을 왕립학회에 발표했고 당시 천문학자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얼마 뒤 왕립학회는 그를 특별회원으로 추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구드릭은 이 결정이 난지 사흘 뒤, 미처 이 사실을 통보받기 전에 병으로 사망했다.

구드릭의 안타까운 이야기는 100년 뒤 여성 천문학자 헨리에타 리빗에 의해 다소나마 해소됐다. 구드릭은 세상을 떠나기 전인 1783년 세페우스자리의 델타별이 변광성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는데, 20세기 초 리빗이 이 별이 최초로 발견된 세페이드형 변광성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흥미로운 사실은 리빗 역시 청각장애인이었다는 점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들을 수 없었던 그는 하버드대의 천문대에서 일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여성 천문학자는 매우 드물었고 대우도 시원찮았다. 망원경을 만지는 일이 허용되지 않았고 대신 천체를 찍은 사진을 검토하고 분석하는 일만 주어졌다. 가족들은 리빗이 들을 수 없는데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이 일을 반대했다. 하지만 그는 페루에 설치된 하버드대의 남천 관측소에서 찍은 사진의 건판을 대조하는 단조로운 작업에 정열적으로 임했고, 평생 동안 약 1800개의 변광성을 발견했다.

하지만 리빗의 가장 큰 업적은 구드릭이 처음 발견한 세페이드형 변광성을 별까지의 거리를 재는 도구로 사용하는 방법을 제안한 일이다. 그는 1912년 소마젤란은하에서 100개가 넘는 세페이드형 변광성을 발견하고 이들 변광성이 밝을수록 주기가 느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를 일반화해 다른 곳에 있는 세페이드형 변광성에 거꾸로 적용했다. 주기를 측정한 뒤 변광성의 절대밝기등급을 알아내면 겉보기 등급과 비교해 지구에서 그 별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이 방법으로 안드로메다은하와 지구 사이의 정확한 거리(약 300만 광년)가 처음으로 측정됐다. 청각 장애를 극복한 두 천문학자의 100년을 뛰어넘는 업적으로 우주가 그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이달의 천문현상
지구에 가장 가까이 다가오는 화성

 

화성과 혜성의 우주쇼^12월 25일 쌍둥이자리에서 밝기가 -1.6등급에 이르는 붉은 화성을 볼 수 있다. 최근 갑작스런 가스 분출로 맨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밝아진 홈즈 혜성도 페르세우스자리에서 함께 찾아보자.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붉은색 ‘전구’ 하나가 밤하늘을 밝힐 예정이다.

화려한 붉은색을 자랑하는 화성이 12월 19일 지구에 가장 가까이 근접해 12월 25일 충의 위치에 이르기 때문. 충이란 외행성이 지구에서 볼 때 태양의 반대편의 위치에 올 때를 말하며 이때 가장 밝게 보인다.

이미 10월부터 밝기가 마이너스 등급에 이른 화성은 이즈음 최대 -1.6등급까지 밝아진다.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큰개자리 시리우스에 버금가는 밝기다. 고도도 약 70°로 매우 높아 관측 조건도 매우 좋다.

지구에서 화성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나 자주 올까? 화성은 태양계의 행성 가운데 금성 다음으로 지구에서 가까이 있지만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가장 드물다.

밤하늘에서 행성을 관측하려면 행성이 태양에서 최대한 많이 떨어져 지구에 가깝게 있어야 한다. 행성이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태양에 가깝게 붙기 때문에 낮에 행성이 등장하거나 밤에 나타나더라도 태양빛을 반사하는 면이 줄어들어 그다지 밝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성이 지구에 가깝게 접근하는 때는 약 2년 2개월 마다 한 번씩 찾아온다. 따라서 화성은 1년 동안은 밤하늘에서 보였다가 다음 1년 동안은 태양에 가까워져 밤하늘에서 볼 수 없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2010년 2월까지 최고의 관측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화성의 공전궤도는 지구에 비해 심하게 찌그러진 타원이다. 그래서 지구에 접근하더라도 시기에 따라 가까운 정도가 달라진다. 보통 15년 또는 17년마다 가장 가까워지는데 최근 화성이 지구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던 때는 2003년이었다.

맨눈으로도 화성의 오묘한 붉은빛을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천체망원경을 이용하면 화성의 표면도 볼 수 있다. 화성 표면의 얼룩덜룩한 무늬나 대기 현상으로 생긴 흐릿한 구름을 관찰할 수 있다. 또 화성의 극에 있는 하얀색 극관(얼음)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7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천체사진가

🎓️ 진로 추천

  • 천문학
  • 물리학
  • 역사·고고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