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나 한결 같은 모습으로 빛날 것만 같은 하늘의 별도 실제로는 사람처럼 태어나서 자라고 노화해 사라진다. 노년기 별이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명확하게 밝힌 사람이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0년 10월 19일에 태어났다. 바로 인도 출신의 천문학자 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Subrahmanyan Chandrasekhar)다.찬드라세카와 그가 밝힌 별의 신비를 알아보자.
별은 4분의 3이 수소, 4분의 1이 헬륨으로 이뤄진 가스 공과 같다. 이 가스로 풍선을 채우면 가스는 풍선의 압력에 막혀 도망가지 못한 채 둥그렇게 모인다. 하지만 별을 이루고 있는 가스는 별의 온도가 수천∼수만℃라 팽창하는 압력이 매우 큰데 어떻게 뭉쳐 있는 것일까.
사실 별은 가스가 도망가기는커녕 아주 일정한 크기를 유지한다. 별의 가스가 팽창하려는 힘(압력)과 별의 전체 질량 때문에 생기는 끌어당기는 중력이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균형이 깨지는 것은 별이 처음 태어날 때와 별이 종말을 맞기 시작할 때다.
우주 공간에 있는 가스에는 뜨거운 가스도 있고 차가운 가스도 있다. 가스의 온도가 높으면 가스 덩어리의 에너지가 커서 팽창하고 흩어진다. 반면 온도가 낮으면 가스덩어리는 움직일 힘이 없으므로 가스 질량으로 생기는 중력의 지배하에 들어간다. 태양보다 수백 배 무거운 가스구름 내부 어딘가에서 중력에 의한 수축이 시작되면 이것이 씨앗이 되어 수축이 계속 일어난다. 즉 눈사람을 만들 때 눈을 굴리면 눈덩어리가 계속 커지듯이 가스 덩어리가 계속 커지고 무거워진다. 수축하는 가스 덩어리가 커질수록 덩어리 중심부에는 가스가 더 밀집해 뭉치고, 중심부의 온도는 계속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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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수소 원자 4개가 합쳐져서 헬륨 원자 1개로 바뀌는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에너지를 얻는다. 수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려면 별의 중심부 온도가 1000만℃ 이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만약 가스 덩어리의 질량이 작아서 수축이 끝났는데도 중심부 온도가 1000만℃가 안 되면 핵융합 반응을 하는 별이 되지 못하고 그냥 뜨거운 가스 덩어리로 남아 천천히 식는다. 이런 천체를 갈색 왜성(brown dwarf)이라고 하는데 태양계의 목성이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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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덩어리의 중심부 온도가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1000만℃보다 높으려면 질량이 태양의 0.08배보다 커야 한다.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지역을 핵(core)이라고 부른다. 핵도 4분의 3은 수소, 4분의 1은 헬륨이다. 이 수소가 모두 헬륨으로 바뀔 때까지 약 100억 년 동안 일정한 크기를 유지하면서 태양처럼 빛을 낸다.
핵 안의 수소가 모두 헬륨으로 바뀌어 핵융합 원료가 없어지면 별은 노년기에 들어간다. 구체적인 노화는 별의 질량에 따라 다르다. 노년기 별의 진화를 명확하게 밝힌 사람 중 하나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한국에서는 경술국치로 국권을 일본에 빼앗겼던 해에 태어난 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다.
항해 중인 배 안에서 별의 최후 밝혀
찬드라세카는 당시는 영국 지배하의 인도였지만 지금은 파키스탄에 속한 펀자브 라호르에서 태어났다. 철도청 고급 관리였던 아버지와 입센의 ‘인형의 집’을 타밀어로 번역하기도 했던 지식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위의 두 누나를 이어 열 아이 중 셋째로, 네 명의 아들 중 장남이었다. 삼촌인 라만은 1930년에 라만 효과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과학자였다.
찬드라세카는 5살부터 11살이 될 때까지 집에서 부모님에게 교육을 받았지만, 1922년 처음으로 학교에 들어갈 때는 두 학년을 월반해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1925년에 인도의 프레지던시대(Presidency College)에 입학할 때는 불과 열다섯 살이었다. 찬드라세카는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특히 수학 실력이 탁월했다. 대학에서도 늘 최고 점수를 받았으며, 물리와 영어에 특별히 뛰어났다.
일반적으로 과학자는 대학원 과정에서 한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면서 비로소 연구자의 길에 들어선다. 하지만 찬드라세카는 대학 재학 중이던, 불과 17살에 첫 논문을 인도 물리학회지에 발표했다. 1929년에는 논문 두 편을 썼는데, 이 논문은 영국의 명문 케임브리지대의 교수였던 랄프 파울러의 추천으로 영국 학회지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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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 찬드라세카는 삼촌인 라만의 실험실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일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됐을 때 찬드라세카는 실험기기를 깨뜨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 일을 계기로 실험보다는 이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0세가 되던 해인 1930년 6월에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케임브리지대로 유학을 떠나 랄프 파울러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대학원에 입학한 지 3년 만에 박사 학위를 받은 찬드라세카는 연구원 과정을 거쳐 27세의 젊은 나이에 미국 일리노이 주의 명문 시카고대의 교수가 됐다. 그곳에서 찬드라세카는 1983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고 1995년 84세로 숨을 거둘 때까지 교편을 잡았다.
찬드라세카의 뛰어난 능력이 발휘된 가장 유명한 일화는 영국으로 가는 배를 타고 18일 동안 항해하던 중에 별의 최후와 관련된 조건을 계산한 일이다. 핵 안에 있던 수소가 모두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헬륨으로 바뀌면 핵은 헬륨핵이 된다. 평생 수소 핵융합 반응이 만들어내는 에너지와 압력으로 중력에 맞서 버티고 있던 별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하는 때다. 수소 핵융합 반응이 끝나는 순간, 별에는 중력만 남는다. 그러면 당연히 별은 수축하지만, 여기서 끝은 아니다. 별이 수축하면 처음에 별이 생겼을 때처럼 별 내부의 온도가 다시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러면 헬륨핵 주변을 싸고 있는 수소층의 온도가 1000만℃보다 높아져 다시 수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질량이 아주 가벼운 별은 이 단계를 지나 껍질층의 수소를 다 태우고 나면 바깥 부분이 팽창해 행성상 성운이라는 예쁜 천체를 만들고 별의 중심부는 수축해서 단단한 천체가 된다. 이때 남은 중심부가 백색 왜성(white dwarf)이다. 백색 왜성은 태양이 지구 정도로 크기가 줄어든 천체로, 우유병 하나에 1t의 물질을 압축해 넣은 정도로 밀도가 크다. 이런 고밀도의 별에서는 원자 안에서 움직이는 전자가 아주 빽빽해져 전자가 아주 좁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마치 출퇴근 시간 전철 안에 사람들이 꽉 차서 서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처럼 된다. 이런 상태를 축퇴(degenerate)라고 한다. 별이 백색 왜성 크기로 작아지면 축퇴 상태의 전자가 만들어내는 압력으로 중력을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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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1.4배보다 가벼우면 백색왜성
만약 별이 무거우면 중력이 훨씬 강하므로 핵이 더 단단히 뭉친다. 그러면 전자의 축퇴압으로도 중력을 버티지 못해 양의 전기를 띤 원자핵과 음의 전기를 띤 전자가 붙어 중성자 덩어리가 된다. 결국 온통 중성자만으로 이뤄진 천체가 되는데, 이것을 중성자별이라고 한다.
만약 태양이 중성자별이 되면 지름이 10km 정도로, 모래알 하나의 무게가 1억 t쯤 된다. 팔을 벌리고 돌던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팔을 오므리면 더 빨리 돌듯 크기가 작아진 중성자별은 1초에 한 바퀴를 돌 정도로 자전 주기가 짧아진다. 이때 양극에서 물질이 분출되면서 등대가 깜박이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을 펄서(pulsar)라고 부른다.
질량이 아주 큰 별은 최후를 맞을 때 중성자별보다도 더 수축해 마치 모든 질량이 한 점에 모인 것처럼 된다. 이런 천체가 블랙홀(black hole)이다. 블랙홀은 중력이 너무 강해서 어떤 물질도, 심지어 빛조차도 쉽게 그 중력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질량이 작은 별은 백색 왜성으로 종말을 맞는다. 이때는 물질의 전자 축퇴압이 중력을 버틸 수 있다. 그런데 질량이 얼마나 커야 전자의 축퇴압이 중력을 이기지 못하게 될까. 찬드라세카가 유학을 떠나는 배 위에서 계산한 값이 바로 이것이다. 답은 태양질량의 약 1.4배로, 이 값은 찬드라세카 한계(Chandrasekhar limit)로 불린다. 별의 질량이 찬드라세카 한계인 태양질량의 1.4배보다 작으면 백색 왜성으로 최후를 맞지만, 이보다 질량이 크면 중성자별이나 블랙홀로 생을 마친다.
만 19세의 나이에 청운의 꿈을 품고 영국 케임브리지로 향하는 배 위에서 찬드라세카 한계를 계산해 낸 공로로, 1983년 그는 삼촌에 이어 두 번째로 인도 출신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됐다. 그 과정이 결코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당대 최고의 천문학자였던 영국의 아서 에딩턴 경은 식민지 출신의 새파랗게 젊은 찬드라세카에게 계산이 틀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에딩턴 경의 지적이 너무 심해 모욕감을 줄 정도였고, 찬드라세카는 천문학 연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미국으로 자리를 옮긴 후 그는 더욱 학문에 정진했고, 평생 동안 9권의 책과 5813쪽에 달하는 382편의 논문을 출판했다. 찬드라세카는 73세, 77세에도 책을 출판했고, 숨지던 해인 1995년 84세의 나이에도 마지막 책을 출판하는 등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보였다. 우주와 별에 대한 인류의 지식은 뛰어난 학문적 능력뿐만 아니라 멈추지 않는 노력을 경주했던 한 위대한 천문학자 덕에 큰 진전을 이뤘던 것이다. 1
별은 4분의 3이 수소, 4분의 1이 헬륨으로 이뤄진 가스 공과 같다. 이 가스로 풍선을 채우면 가스는 풍선의 압력에 막혀 도망가지 못한 채 둥그렇게 모인다. 하지만 별을 이루고 있는 가스는 별의 온도가 수천∼수만℃라 팽창하는 압력이 매우 큰데 어떻게 뭉쳐 있는 것일까.
사실 별은 가스가 도망가기는커녕 아주 일정한 크기를 유지한다. 별의 가스가 팽창하려는 힘(압력)과 별의 전체 질량 때문에 생기는 끌어당기는 중력이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균형이 깨지는 것은 별이 처음 태어날 때와 별이 종말을 맞기 시작할 때다.
우주 공간에 있는 가스에는 뜨거운 가스도 있고 차가운 가스도 있다. 가스의 온도가 높으면 가스 덩어리의 에너지가 커서 팽창하고 흩어진다. 반면 온도가 낮으면 가스덩어리는 움직일 힘이 없으므로 가스 질량으로 생기는 중력의 지배하에 들어간다. 태양보다 수백 배 무거운 가스구름 내부 어딘가에서 중력에 의한 수축이 시작되면 이것이 씨앗이 되어 수축이 계속 일어난다. 즉 눈사람을 만들 때 눈을 굴리면 눈덩어리가 계속 커지듯이 가스 덩어리가 계속 커지고 무거워진다. 수축하는 가스 덩어리가 커질수록 덩어리 중심부에는 가스가 더 밀집해 뭉치고, 중심부의 온도는 계속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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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수소 원자 4개가 합쳐져서 헬륨 원자 1개로 바뀌는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에너지를 얻는다. 수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려면 별의 중심부 온도가 1000만℃ 이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만약 가스 덩어리의 질량이 작아서 수축이 끝났는데도 중심부 온도가 1000만℃가 안 되면 핵융합 반응을 하는 별이 되지 못하고 그냥 뜨거운 가스 덩어리로 남아 천천히 식는다. 이런 천체를 갈색 왜성(brown dwarf)이라고 하는데 태양계의 목성이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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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덩어리의 중심부 온도가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1000만℃보다 높으려면 질량이 태양의 0.08배보다 커야 한다.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지역을 핵(core)이라고 부른다. 핵도 4분의 3은 수소, 4분의 1은 헬륨이다. 이 수소가 모두 헬륨으로 바뀔 때까지 약 100억 년 동안 일정한 크기를 유지하면서 태양처럼 빛을 낸다.
핵 안의 수소가 모두 헬륨으로 바뀌어 핵융합 원료가 없어지면 별은 노년기에 들어간다. 구체적인 노화는 별의 질량에 따라 다르다. 노년기 별의 진화를 명확하게 밝힌 사람 중 하나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한국에서는 경술국치로 국권을 일본에 빼앗겼던 해에 태어난 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다.
항해 중인 배 안에서 별의 최후 밝혀
찬드라세카는 당시는 영국 지배하의 인도였지만 지금은 파키스탄에 속한 펀자브 라호르에서 태어났다. 철도청 고급 관리였던 아버지와 입센의 ‘인형의 집’을 타밀어로 번역하기도 했던 지식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위의 두 누나를 이어 열 아이 중 셋째로, 네 명의 아들 중 장남이었다. 삼촌인 라만은 1930년에 라만 효과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과학자였다.
찬드라세카는 5살부터 11살이 될 때까지 집에서 부모님에게 교육을 받았지만, 1922년 처음으로 학교에 들어갈 때는 두 학년을 월반해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1925년에 인도의 프레지던시대(Presidency College)에 입학할 때는 불과 열다섯 살이었다. 찬드라세카는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특히 수학 실력이 탁월했다. 대학에서도 늘 최고 점수를 받았으며, 물리와 영어에 특별히 뛰어났다.
일반적으로 과학자는 대학원 과정에서 한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면서 비로소 연구자의 길에 들어선다. 하지만 찬드라세카는 대학 재학 중이던, 불과 17살에 첫 논문을 인도 물리학회지에 발표했다. 1929년에는 논문 두 편을 썼는데, 이 논문은 영국의 명문 케임브리지대의 교수였던 랄프 파울러의 추천으로 영국 학회지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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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 찬드라세카는 삼촌인 라만의 실험실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일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됐을 때 찬드라세카는 실험기기를 깨뜨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 일을 계기로 실험보다는 이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0세가 되던 해인 1930년 6월에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케임브리지대로 유학을 떠나 랄프 파울러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대학원에 입학한 지 3년 만에 박사 학위를 받은 찬드라세카는 연구원 과정을 거쳐 27세의 젊은 나이에 미국 일리노이 주의 명문 시카고대의 교수가 됐다. 그곳에서 찬드라세카는 1983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고 1995년 84세로 숨을 거둘 때까지 교편을 잡았다.
찬드라세카의 뛰어난 능력이 발휘된 가장 유명한 일화는 영국으로 가는 배를 타고 18일 동안 항해하던 중에 별의 최후와 관련된 조건을 계산한 일이다. 핵 안에 있던 수소가 모두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헬륨으로 바뀌면 핵은 헬륨핵이 된다. 평생 수소 핵융합 반응이 만들어내는 에너지와 압력으로 중력에 맞서 버티고 있던 별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하는 때다. 수소 핵융합 반응이 끝나는 순간, 별에는 중력만 남는다. 그러면 당연히 별은 수축하지만, 여기서 끝은 아니다. 별이 수축하면 처음에 별이 생겼을 때처럼 별 내부의 온도가 다시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러면 헬륨핵 주변을 싸고 있는 수소층의 온도가 1000만℃보다 높아져 다시 수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질량이 아주 가벼운 별은 이 단계를 지나 껍질층의 수소를 다 태우고 나면 바깥 부분이 팽창해 행성상 성운이라는 예쁜 천체를 만들고 별의 중심부는 수축해서 단단한 천체가 된다. 이때 남은 중심부가 백색 왜성(white dwarf)이다. 백색 왜성은 태양이 지구 정도로 크기가 줄어든 천체로, 우유병 하나에 1t의 물질을 압축해 넣은 정도로 밀도가 크다. 이런 고밀도의 별에서는 원자 안에서 움직이는 전자가 아주 빽빽해져 전자가 아주 좁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마치 출퇴근 시간 전철 안에 사람들이 꽉 차서 서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처럼 된다. 이런 상태를 축퇴(degenerate)라고 한다. 별이 백색 왜성 크기로 작아지면 축퇴 상태의 전자가 만들어내는 압력으로 중력을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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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1.4배보다 가벼우면 백색왜성
만약 별이 무거우면 중력이 훨씬 강하므로 핵이 더 단단히 뭉친다. 그러면 전자의 축퇴압으로도 중력을 버티지 못해 양의 전기를 띤 원자핵과 음의 전기를 띤 전자가 붙어 중성자 덩어리가 된다. 결국 온통 중성자만으로 이뤄진 천체가 되는데, 이것을 중성자별이라고 한다.
만약 태양이 중성자별이 되면 지름이 10km 정도로, 모래알 하나의 무게가 1억 t쯤 된다. 팔을 벌리고 돌던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팔을 오므리면 더 빨리 돌듯 크기가 작아진 중성자별은 1초에 한 바퀴를 돌 정도로 자전 주기가 짧아진다. 이때 양극에서 물질이 분출되면서 등대가 깜박이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을 펄서(pulsar)라고 부른다.
질량이 아주 큰 별은 최후를 맞을 때 중성자별보다도 더 수축해 마치 모든 질량이 한 점에 모인 것처럼 된다. 이런 천체가 블랙홀(black hole)이다. 블랙홀은 중력이 너무 강해서 어떤 물질도, 심지어 빛조차도 쉽게 그 중력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질량이 작은 별은 백색 왜성으로 종말을 맞는다. 이때는 물질의 전자 축퇴압이 중력을 버틸 수 있다. 그런데 질량이 얼마나 커야 전자의 축퇴압이 중력을 이기지 못하게 될까. 찬드라세카가 유학을 떠나는 배 위에서 계산한 값이 바로 이것이다. 답은 태양질량의 약 1.4배로, 이 값은 찬드라세카 한계(Chandrasekhar limit)로 불린다. 별의 질량이 찬드라세카 한계인 태양질량의 1.4배보다 작으면 백색 왜성으로 최후를 맞지만, 이보다 질량이 크면 중성자별이나 블랙홀로 생을 마친다.
만 19세의 나이에 청운의 꿈을 품고 영국 케임브리지로 향하는 배 위에서 찬드라세카 한계를 계산해 낸 공로로, 1983년 그는 삼촌에 이어 두 번째로 인도 출신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됐다. 그 과정이 결코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당대 최고의 천문학자였던 영국의 아서 에딩턴 경은 식민지 출신의 새파랗게 젊은 찬드라세카에게 계산이 틀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에딩턴 경의 지적이 너무 심해 모욕감을 줄 정도였고, 찬드라세카는 천문학 연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미국으로 자리를 옮긴 후 그는 더욱 학문에 정진했고, 평생 동안 9권의 책과 5813쪽에 달하는 382편의 논문을 출판했다. 찬드라세카는 73세, 77세에도 책을 출판했고, 숨지던 해인 1995년 84세의 나이에도 마지막 책을 출판하는 등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보였다. 우주와 별에 대한 인류의 지식은 뛰어난 학문적 능력뿐만 아니라 멈추지 않는 노력을 경주했던 한 위대한 천문학자 덕에 큰 진전을 이뤘던 것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