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님 달님 얘기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다.그런데 여름 밤하늘에 오누이가 타고 올라간 동아줄이 걸려있다는사실은 아마 잘 모를 것이다. 남쪽하늘에 걸린 미수가 바로 그것이다.여름밤 미수를 바라보며 오누이의 얘기를 떠올려보자.
맑은 여름밤 찬란한 은하수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보자. 머리 위에는 여름철의 커다란 삼각형을 이루는 밝은 별 셋이 보인다. 천진대성(백조자리의 1등성 데네브), 하고대성(독수리자리의 1등성 알타이르), 직녀성(거문고자리의 1등성 베가)이 그것이다. 여름밤 하늘을 찬찬히 음미한다면 어떤 별인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삼각형의 가운데를 지나는 은하수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남쪽에 남두육성이 보인다. 그 남서쪽에 보이는 별자리가 바로 미수이다.
동방청룡의 꼬리로 보기 때문에 꼬리 미(尾)자 미수다. 그 바로 서쪽에는 붉고 밝은 별이 하나 눈에 들어오는데, 이게 바로 청룡의 심장인 심수다. 심수와 미수는 합쳐서 서양의 전갈자리가 된다. 오누이가 승천할 때 잡아탄 동아줄이 다름아닌 미수라고 한다. 남쪽하늘에 S자처럼 길게 누운 전갈의 꼬리가 바로 그것이다.
미수와 관련된 해님 달님 얘기에 다시 한번 귀기울여보자.
사람 잡아먹는 호랑이 얘기
옛날 어느 산속에 세 아이를 키우며 사는 어머니가 있었다. 어려운 살림이라 어머니는 항상 남의 집일을 해주었고, 식구들은 입에 겨우 풀칠을 했다. 하루는 어머니가 고개 너머 부잣집으로 베짜러 갔다. 어머니는 깊은 산속이라 호랑이가 가끔 나타나 사람을 해쳤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문단속을 잘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부잣집에서 베를 짜는 중에 주인이 새참으로 수수팥떡을 주었다. 어머니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 수수팥떡을 먹지 못했다. 이 광경을 본 마음씨 고운 주인은 저녁에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어머니에게 떡을 한 동고리 담아줬다.
어머니는 얼른 아이들에게 맛있는 떡을 먹이고 싶어 떡 동고리를 이고 부지런히 집으로 갔다. 그런데 산고개에 이르니 갑자기 호랑이가 한마리 나타나서는 머리에 인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어머니가 떡이라고 하자, 호랑이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하면서 어머니에게 겁을 주었다. 한고개를 넘으려고 할 때마다, 호랑이가 다시 나타나 떡을 달라고 했다. 이렇게 떡을 다 빼앗긴 어머니는 집에 다다르기 전에 그만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고 말았다.
한편 집에서 어머니를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던 첫째 오빠와 둘째 누이가 어머니를 마중나갔다. 집에는 철부지 어린 막내만 혼자 남았다. 이때 호랑이는 아이들까지 잡아먹을 속셈에 집으로 가서는 어머니 흉내를 내면서 문을 열라고 했다. 어린 막내는 어머니가 아닌 것 같아서 “만약에 우리 엄마가 맞다면, 손을 문틈으로 밀어 넣어보세요”라며 문을 잠그고 열어주지 않았다. 호랑이는 어머니의 흉내를 내면서 문틈으로 손을 들이밀었는데, 손을 만져보니 털이 복슬복슬한 것이 어머니의 보드라운 손이 아니었다.
막내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호랑이는 엄마 목소리를 내며 “베를 짜느라고 손에 실이 묻어서 그렇지”라고 말했다. 어린 막내는 호랑이의 감언이설에 속아 그만 문을 열어줬다. 집안으로 들어온 호랑이는 냉큼 막내를 잡아먹고는 나머지 두 아이들도 잡아먹을 속셈으로 안방에 들어앉았다.
집에 돌아온 남매는 금새 안방에서 호랑이의 기척을 느꼈다. 오누이는 끔찍하게도 막내가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사실을 알았다. 오누이의 눈치를 살피던 호랑이는 당장 방문을 박차고 나왔다. 순간 오누이는 급한 나머지 허겁지겁 우물가에 서있는 나무 위로 올라갔다. 밖으로 나온 호랑이는 남매가 없어진 사실을 알고 두리번두리번 남매를 찾다가, 우연히 우물에 비친 아이들의 모습을 봤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우물 속에 있는 줄 알고는 우물 속만 들여다보며 으르렁거렸다.
그러다가 여동생이 까르르 웃는 바람에 남매가 나무 위에 있는 것을 알았다. 나무를 잘 타지 못하는 호랑이는 아이들에게 “얘들아, 어떻게 올라갔니?”라며 다정하게 물었다. 오빠는 호랑이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발에 참기름을 바르고 올라왔지”라고 알려줬다. 호랑이는 발에 참기름을 바르고 나무를 타다가 주르륵 미끄러지기를 되풀이했다.
호랑이의 우스꽝스런 모습을 본 어린 누이동생이 그만 비법을 알려주고 말았다. “저런 바보같은 호랑이. 도끼로 나무를 찍고 올라오면 되는데 그것도 몰라.” 그제야 속았음을 알아챈 호랑이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나무에 도끼 자국을 내면서 무서운 기세로 올라왔다. 남매는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해가 눈부신 이유는 부끄러움 탓
오누이는 체념 속에 천지신명께 기도를 올렸다. “하느님, 우리를 살리시려거든 새 동아줄, 새 삼태기를 내려주시고, 우리를 죽이시려거든 헌 동아줄, 헌 삼태기를 내려주세요.” 그러자 하늘에서 삼태기가 달린 동아줄이 내려와 남매는 이것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남매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호랑이도 오누이처럼 기도를 하자, 이번에도 하늘에서 동아줄에 달린 삼태기가 내려왔다. 호랑이는 얼른 그것을 잡아탔는데, 그것은 썩은 동아줄, 썩은 삼태기였다. 그래서 얼마쯤 올라가다가 줄이 끊어져 호랑이는 수수밭에 떨어져 죽었다. 수수가 빨간 것은 그때 떨어져 죽은 호랑이의 피가 묻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 남매는 해와 달이됐다. 처음에는 오빠가 해가 되고 누이동생이 달이됐는데, 누이동생이 밤을 무서워해서 나중에 오빠가 달이 되고 누이동생이 해가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해가 된 누이동생이 부끄러움을 타서 사람들이 바로 쳐다보지 못하도록 밝은 빛을 내쏘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눈이 부셔서 해를 바로 쳐다볼 수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