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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항공우주국과 함께 하는 우주망원경 갤렉스

한국 천문학 업그레이드 가속화

지난 4월 28일 밤 9시(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우리나라 최초로 미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참여하는 우주망원경 갤렉스(GALEX)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던 것이다. 지난 6년 동안 연세대 자외선우주망원경연구단이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 미국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프랑스의 우주과학연구소(LAS) 등과 공동으로 준비하고 개발한 성과였다.

현재 허블우주망원경, 찬드라 X선 천문위성 등 다양한 우주망원경이 지구 궤도에서 우주의 신비를 알아내기 위해 많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가시광선, 적외선, X선 등으로 우주를 관측할 수 있을 뿐이다. 고온의 천체를 관측하는데 필수적인 자외선우주망원경은 갤렉스가 발사되기 전까지 우주공간에서 활동중인 것이 없었다. 6월 초 첫 관측을 시작하는 갤렉스는 3년여 동안 수많은 별과 은하로부터 오는 자외선정보를 수집할 예정이다.

우리 눈에는 가시광선의 세상만 드러나지만, 별이 폭발하거나 은하가 충돌하는 등 우주의 다양한 사건이 일어날 때 가시광선뿐 아니라 자외선, 적외선, X선, 전파 등 여러 파장의 전자기파가 발생한다(이들 가운데 가시광선과 전파만이 지구대기에 흡수되지 않고 지상에 도달하는 반면, 나머지 자외선, 적외선, X선 등은 지구대기에 차단되기 때문에 우주망원경으로만 관측 가능하다).

우주에서 날아든 각종 전자기파는 우주의 각지에서 발생한 다양한 사건의 기록을 담고 있는 셈이다. 만일 가시광선만으로 우주를 보려고 한다면 이는 나무만 보고 숲 전체를 파악하려는 잘못을 범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파장으로 우주를 보려는 노력이 진행중이다.

최근 한국 천문학계도 우주의 진면목을 제대로 캐기 위해 다양한 ‘눈’으로 무장하고 있다. 자외선우주망원경 갤렉스를 비롯해 적외선우주망원경 애스트로(Astro)-F, 전세계 곳곳에 설치될 광시야 로봇망원경, 남한 전체 크기만한 망원경을 꿈꾸는 우주전파관측망(KVN)이 바로 그들이다. 한국 천문학이 새로 거듭나기 위해 한단계 업그레이드중인 것이다. 이 과정에 한국인 과학자의 남다른 노력과 열정, 그리고 자부심이 흠씬 배어있다.

전체 개발비의 3%에 공식파트너 된 비결


과학위성 1호의 최종 조립 모습. NASA로부터 연구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한국 천문학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선봉에 나선 주인공은 물론 갤렉스라 할 수 있다. 현재 갤렉스는 지상으로부터 7백km 상공의 우주공간에서 하루에 16번씩 지구를 돌면서 허블우주망원경이 볼 수 없는 새로운 우주를 관측하려고 준비중이다. 지름 50cm의 반사경에 무게 2백80kg짜리 갤렉스는 지름 2.4m의 반사경에 무게 11.6t의 허블우주망원경과 비교하면 꼬마 우주망원경이다. 하지만 시야가 허블우주망원경보다 1백배나 넓어서 수백만개의 은하들을 두루 관측해 자외선영역에서 우주의 지도를 작성할 수 있다.

갤렉스(GALEX)는 말 그대로 하면 ‘은하진화 탐사선’(Galaxy Evolution Explorer)의 약자다. 한마디로 자외선을 많이 방출하는 은하들을 관측해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단위인 은하의 진화를 살펴보겠다는 말이다. 우주 형성 초기에 은하들에서는 무겁고 매우 뜨거운 별이 활발하게 탄생하면서 강한 자외선을 뿜어냈을 것이다. 은하 형성은 1백억-80억년 전에 최고조에 달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은하에서는 진화 후반에 가볍고 무척 늙은 별(약 1백20억살)이 헬륨연소단계를 거치면서 막대한 자외선을 다시 방출한다. 따라서 우주 형성 초기의 특성을 갖는 먼 은하에서부터 나이를 많이 먹은 가까운 은하까지 체계적으로 관측해 비교하면 은하에서 나오는 자외선의 세기가 감소하다가 다시 증가하는 양상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같은 연구를 근거로 연구단이 개발한 ‘자외선 은하연령측정법’은 은하의 나이는 물론 은하의 진화와 우주의 나이를 연구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나라가 NASA와 공동으로 우주망원경을 개발할 수 있었을까. 자외선우주망원경 갤렉스를 개발하는데 1천3백억원이 소요됐고, 전체 개발비 가운데 한국이 책임진 부분은 3% 정도라고 한다. 보통 NASA의 공식파트너는 전체 개발비의 10% 정도를 분담해야 한다고 하는데, 3% 정도만 부담하고도 우리나라가 NASA의 프로젝트에 공식파트너로 참여했다고 하니 그 비결이 더욱 궁금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자외선우주망원경연구단 이영욱 단장의 집념과 연구능력, 그리고 우리 연구자들의 실력 때문이다.

자외선우주망원경에 대한 꿈을 꾸었던 것은 이 단장이 1990년에서 1993년까지 허블우주망원경 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우주왕복선의 화물칸에 실려올라간 자외선관측장비의 산발적 결과를 접하면서부터였다. 1993년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로 오면서 그는 자외선우주망원경의 필요성에 대해 국내 소장파 학자들과 토론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우리 힘만으로는 자신의 꿈이 요원해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국제 공동연구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열정만으로 모든 것이 이뤄질 수는 없었다. 자외선 분야에 대한 이 단장의 연구는 1989년 미국 예일대 천체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을 때부터 이미 시작됐다. 보통 자외선은 질량이 크고 태어난지 얼마 안되는 별이 1만-3만K(절대온도 K= ℃ + 273.15)로 뜨거운 상태에서 나오는데, 이 단장은 학위논문에서 질량이 작고 나이가 많은 별도 진화 후반부인 헬륨연소단계에서 갑자기 2만K 정도로 뜨거워져 자외선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던 것이다. 이같은 헬륨연소단계 별의 진화모델을 비롯한 이 단장의 연구는 네이처, 사이언스 등에 논문으로 실리면서 학계에서 주목을 받으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나갔다.

지성이면 감천일까. 1997년에는 드디어 자외선우주망원경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잡혔다. 11월에 자외선우주망원경 갤렉스 계획이 NASA의 프로젝트로 채택되면서 캘리포니아공대의 크리스 마틴 교수가 프로젝트 책임자(PI)로 선정됐다. 12월에는 이 단장은 자신의 꿈을 담은 자외선우주망원경 연구제안서가 과학기술부 창의적연구진흥사업으로 채택되자 바로 마틴 교수를 찾아가 설득했고 그 자리에서 한국의 참여를 승낙받았다. 마틴 교수팀의 원래 연구계획에 이 단장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합쳐질 경우 원래보다 2배 이상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렇게 해서 자외선우주망원경연구단의 ‘자외선 은하연령측정법’이 갤렉스 계획의 주요 과학임무 중 하나로 포함됐다.

자외선우주망원경연구단은 학문적 분야 외에 기술적 분야에도 비중있게 참여했다. 특히 영국 런던대 광학연구소의 개발부장으로 있다가 연구단에 합류한 김석환 교수는 NASA의 제작현장에서 우리측 연구자를 이끌고 갤렉스를 제작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갤렉스의 핵심부분인 망원경의 광학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검사했던 것이다. 또한 갤렉스의 성능실험과정과 발사 후 운영과정에 필수적인 10여개의 핵심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테라바이트급 디지털 우주관측자료를 저장하고 자동으로 정밀 분석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이미 1999년 네이처에 발표돼 큰 주목을 받았던 ‘오메가 센타우리’의 연구에도 적용된 바 있다.

이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던 일에 대해 이 단장은 “NASA에 파견된 우리연구원들이 훌륭히 해냈기 때문에 갤렉스 개발비에 대한 우리 부담금의 규모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우리에게 우주망원경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다고 해도 2천억원은 있어야 가능했을 것”이라며 “우리는 갤렉스의 설계, 제작, 발사까지 NASA와 함께 하며 많은 것을 얻었다”고 강조한다. 특히 김석환 교수는 미국무성의 무기기술이전 금지규정 하에서 갤렉스 개발과정에 참여했는데, 이는 갤렉스가 우주관측위성이 아니었다면 접근하기 힘든 NASA의 첨단기술을 이전받았다는 얘기다. 흥미롭게도 현재 김 교수는 구경 30cm짜리 갤렉스의 축소판을 국내에서 제작중이다. 앞으로 기회만 된다면 이것을 우주에 띄워볼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갤렉스보다 더 큰 자외선우주망원경을 개발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우리 천문학자의 꿈과 능력은 더욱 커져만 간다.

NASA에서 지원받는 우리의 과학위성


원자외선 분광기의 핵심부품인 검 출장치의 모습. 원자외선 영역의 빛 을 검출해 영상정보와 분광정보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NASA와 함께 하는 자외선우주망원경은 또 있다. 오는 8월 발사를 앞두고 있는 과학위성 1호다. 원자외선 분광기가 실려있는 과학위성 1호는 우리나라 우주개발중장기계획에 따라 개발되는 첫번째 과학위성이다. 위성체는 우리별 3호의 기술을 바탕으로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제작중이다. 놀랍게도 “과학위성 1호는 NASA로부터 연구자금을 지원받고 있다”고 KAIST 물리학과의 민경욱 교수는 설명한다. 먼저 관심을 보인 측도 미국이었다고 한다. 어찌 된 사연일까.

미국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의 제리 에델슈타인 교수팀이 우리 과학위성 1호의 자외선 탑재체(원자외선 분광기)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길 희망했다. NASA의 위성프로젝트 중에는 외국위성에 참여하는 계획이 있는데, 에델슈타인 교수팀은 과학위성을 염두에 두고 NASA의 지원을 요청했다. 두번의 제안 끝에 ‘스피어’(SPEAR)라는 이름으로 NASA의 허가를 받았다. 우리의 과학위성 1호가 NASA 쪽에는 스피어로 알려져 있는 셈이다. 2001년 가을 NASA는 과학위성에 25만달러(약 3억원)를 지원했는데, 2002년 여름 개발과정에서 NASA의 전체위성개발 스케줄을 검토한 결과 과학위성의 우리쪽 스케줄에 맞추기 힘들다는 판단에서 위성프로그램에서 제외시켰다고 한다. 대신 NASA는 연 30만달러(약3억6천만원) 규모의 연구자금(research career)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2년째 지원받고 있고 1년이 남았는데, 위성이 계속 운용되면 지원을 연장받을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이와 관련된 양해각서(MOU)를 NASA와 체결하려고 준비중이다.

과학위성의 우주과학 연구분야는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KAIST가 한국천문연구원, 미국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원자외선 분광기의 임무다. 외부은하를 관측하는 자외선우주망원경인 갤렉스와 달리 과학위성의 원자외선 분광기는 우리은하 내에 있는 고온의 성간가스를 관측하게 된다. 고온 성간가스가 우리은하에 전체적으로 어떻게 분포하는지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밝혀낼 예정이다.

또다른 하나는 KAIST에서 독자적으로 개발중인 우주플라스마관측기의 임무다. 지구를 감싸고 있는 우주환경을 감시하는 첨병 역할이다. 우주, 특히 태양에서 오는 플라스마 입자가 지구자기장과 어떻게 반응하고 우주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많은 위성들이 지구 둘레 우주공간을 차지할 것이기 때문에 우주환경예보가 중요하다. 태양 폭발이 일어나면 언제 어떻게 지구 근처 우주환경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안다면 많은 위성들이 이에 대처하기가 훨씬 더 좋을 것이다.

우리의 과학위성은 1호 이후 2, 3년에 한대씩 우주공간에 쏘아올려질 계획이다. 2005년 발사 예정인 과학위성 2호부터는 ‘남의 차를 빌려 타지’ 않아도 된다. 국산 발사체에 실려 국내에서 발사될 것이기 때문이다.

적외선망원경, 일본이 먼저 협력 요청


미항공우주국의 허블우주망원경에 장착된 적외선관측장비(NICMOS) 로 찍은 다양한 은하들의 모습.


우리나라가 일본의 우주항공과학연구소(ISAS)와 협력하는 우주망원경 프로젝트도 있다. 바로 2004년 상반기에 발사될 예정인 적외선우주망원경 애스트로-F다. 애스트로-F도 외국(일본)에서 먼저 협력을 요청한 경우에 해당한다. 1999년 12월 애스트로-F의 프로젝트 책임자(PI)인 동경대 물리학과의 마추모토 교수 일행이 직접 서울대를 방문해 애스트로-F 프로젝트에 대해 브리핑을 하면서 참여를 요청해왔다고 한다.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

동경대 우에노 박사가 과학재단의 후원으로 1년 동안 서울대 천문학과에서 조교수로서 박사후과정(postdoc)을 밟았던 일이 있었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형목 교수(천문학 전공)는 “우에노 박사가 한국 천문학자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당시는 한국이 일본과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던 때로 주변여건이 변화하고 있었고, 한국에서 과학 분야가 성장하면서 일본이 한국을 무시하지 않게 된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발사 비용을 제외하고도 1억2천만달러(약 1조4천4백억원)가 들어가는 야심적인 애스트로-F 프로젝트에 충분한 인력이 없었기 때문에 일본이 한국에 우수인력을 요청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시기적으로도 잘 맞았다. 1999년 하반기에 서울대 천문학과가 참여한 그룹이 두뇌한국(BK)21 사업단으로 선정됐고 BK21 사업단의 지원 덕분에 연구인력을 일본에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첫번째 적외선우주망원경 애스트로-F는 우주에서 아주 오래된 은하를 관측할 수 있는 야심작이다. 적외선을 통해 우주를 보면 성간먼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아주 멀리 있는 은하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애스트로-F는 기존에 활약했던 적외선천문위성(IRAS)보다 감도가 1백배 높아져 1백배 더 어두운 대상까지 확인할 수 있고 적외선 감지기술이 발달해 10배 더 선명한 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또 애스트로-F는 전하늘을 두루 살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흥미있는 지역만 집중적으로 파헤칠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본과 함께 애스트로-F의 과학임무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다. 주로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천문학 전공교수들이 주축이 돼 참여하고 있다. 애스트로-F로는 아주 먼 은하뿐 아니라 적외선을 방출하는 흥미로운 대상을 관측할 수 있다. 여러 근접은하를 관측해 적외선 영역의 성질에 따라 은하들을 분류할 수 있고, 우리은하 내의 별 탄생영역을 살펴서 실제로 탄생중인 별을 찾아볼 수 있으며, 질량이 부족해 별이 되려다 만 천체인 갈색왜성은 적외선에서 잘 보이기 때문에 이들을 관측해 어느 정도의 질량에서 별이 형성되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애스트로-F에서 우리가 참여하는 부분은 물론 하드웨어가 아니다. 우리 연구자들은 소프트웨어적인 일을 훌륭하게 감당하고 있다. 미리 수치모의실험을 통해 관측이 제대로 될지를 알아보고 광학모의실험을 통해 적외선이 망원경에 들어와서 최종적으로 어떤 상이 맺힐지를 실제로 확인하며, 적외선에서 위치를 알려주는 가이드별의 목록을 새로 만들고 있다. 애스트로-F에 앞서 오는 8월 말 NASA의 우주적외선망원경설비(SIRTF)가 우주공간에 올려질 예정이다. 하지만 SIRTF는 시야가 좁기 때문에 비교적 시야가 넓은 애스트로-F와 경쟁하기보다는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애스트로-F의 후속 프로젝트인 스피카(SPICA)에 참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구경 70cm인 애스트로-F에 비해 일본의 차세대적외선망원경 스피카는 구경이 3.5m로 크기 때문에 가장 오래 전에 탄생한 천체를 관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현재 NASA에서는 2010년에 발사예정인 구경 6-8m의 차세대우주망원경(NGST)을, 유럽에서는 허셜(Herschel)이라는 비슷한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따라서 NASA나 유럽이 경쟁상대인 일본과 손잡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나라가 전체 개발비 가운데 3% 정도를 부담하면서 일본의 스피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별이 지지 않는 우리 천문대

우주뿐 아니라 지상에서도 한국 천문학은 한단계 도약을 준비중이다. 먼저 전세계 곳곳에 우리 광학망원경을 설치해 24시간 내내 자동으로 우주를 탐사하려는 시도가 하나둘씩 구체화되고 있다. 연세대 Y스타팀과 한국천문연구원 지구접근천체연구실(NEOPAT)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지난 2월 말에는 대만 국립중앙대의 루린천문대(해발 2천8백62m)에 망원경을 설치했다. 지난해 4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서덜랜드천문대에 이어 두번째다. 현재 호주에 또 한대의 망원경을 설치하려고 준비중이다. 앞으로는 칠레, 북아프리카 모로코 앞 카나리제도, 미국 하와이 키트피크에도 똑같은 망원경을 배치할 계획이다. 모두 남반구와 북반구에 위치한 최상의 관측지다. 우리나라 소백산의 경우 관측하기에 좋은 날(청천일수)이 80여일에 지나지 않지만 이곳은 모두 2백50-3백일의 청천일수를 보인다. 결국 북반구와 남반구에 각각 3대씩 설치되고 나면 총 6대의 탐사망원경이 국제네트워크를 구성해 언제나 밤하늘을 감시·관측하는 것이다. 별이 지지 않는 천문대라고 할까.

이 프로젝트에 동원되는 망원경에는 뭔가 특별한데가 있다. 구경은 50cm로 작지만, 시야가 넓고 로봇처럼 움직인다. 허블우주망원경보다 1천배나 넓은 시야로 밤하늘을 여기저기 누비며 탐사할 수 있고, 스스로 날씨를 판단한 후 날씨가 좋으면 밤하늘에서 목표 대상을 찾아가 알아서 추적·관측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하다. 또 망원경은 원격 조종이 가능하며 관측된 방대한 자료도 고속 전산처리기술로 자동 처리된다. 작은 고추의 매운 맛을 보여준다고 할까.

광시야 로봇망원경 프로젝트는 1998년 연세대 천문우주학과의 변용익 교수에 의해 기획된 작품이다. 기획 의도에 대해 변용익 교수는 “한국 천문학의 투자나 인력 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남들이 못하는 새로운 연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없을까 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고안해낸 연구가 광역 탐사다. 전하늘을 관측하면서 빛이 변하는 현상이나 움직이는 천체를 찾자는 것이다. 삼국시대 이래 선조들이 혜성, 신성 등의 천변현상을 관측해 왔는데, 이런 전통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시도라 평가할 만하다.

그렇다면 광시야 로봇망원경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구에 가까이 접근하는 소행성을 발견·추적할 수 있고, 태양계 외과에 있는 천체를 관측할 수 있으며, 빛의 밝기가 변하는 천체인 변광성(신성, 초신성 포함)을 더 많이 찾아낼 수 있다. 변광성의 경우 현재 4만개가 알려져 있는데, 계획대로 되면 이보다 1백배 많은 4백만개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우주에서 가장 큰 폭발이라고 알려져 있는 감마선폭발현상(GRB)의 정체를 밝히는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감마선폭발이 발견되면 수시간-수일 후에야 가시광선으로 관측할 수 있었지만, 광시야 로봇망원경을 이용하면 감마선폭발 후 10초 내에 폭발장소에서 가시광선 짝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광시야 로봇망원경이 설치된 남아프리카공화국 관측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남반구에서 지구접근천체를 관측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OECD 산하에는 전지구과학포럼(GSF)이 있어 지구접근천체에 전세계적인 관심과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또 태양 관측이나 초신성 탐사 등 일부에만 쓰이던 자동망원경설비도 상당히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름대로 우리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한반도 전체를 하나의 망원경으로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에 있는 그 린뱅크전파망원경으로 관측한 우리 은하의 일부. 우주전파네트워크가 구성되면 우리은하 내의 별 탄생 영 역을 자세히 관측할 수 있다


광시야 로봇망원경 프로젝트처럼 전세계를 우리 천문학의 활동무대로 삼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를 하나의 망원경으로 이용하려는 야심찬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서울의 연세대, 포항의 울산대, 제주의 탐라대에 각각 지름 20m의 전파망원경을 설치해 이들을 함께 운용하는 한국천문연구원의 우주전파네트워크(KVN) 프로젝트다. 이들 세 곳의 망원경으로 각각 관측한 신호를 종합·분석하면 연세대 망원경과 탐라대 망원경을 잇는 5백km 정도의 거대 전파망원경으로 관측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전파망원경의 경우 전파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길기 때문에 똑같은 크기의 망원경이라면 가까이 있는 두 천체를 구별하는 능력인 분해능이 광학망원경보다 떨어진다. 전파망원경은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크기를 키워나갔지만, 단일 망원경으로는 크게 만드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안한 방법이 여러대의 전파망원경을 동시에 연결시켜 운용함으로써 마치 하나의 거대한 전파망원경과 같은 효과를 내게 하는 것이다.

영화 ‘콘택트’를 보면 미국 뉴멕시코주에 25m 크기의 전파망원경 27대가 Y자로 배치된 전파망원경 배열이 등장한다. 파장 1.3cm 대역에서는 지상의 광학망원경보다 뛰어난 분해능을 갖는 VLA다. 이보다 더 높은 분해능을 얻기 위한 방법이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다. 대표적인 예는 미국 본토, 하와이, 버진아일랜드에 위치한 지름 15m 전파망원경 10대를 연결한 VLBA와 유럽 대륙에 흩어져 있는 18대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한 EVN이다. 더 나아가 일본의 인공위성 HALCA와 미국 VLBA, 유럽 EVN을 연결해서 천체를 관측하는 프로젝트도 있다. 놀랍게도 이렇게 구현된 전파망원경의 크기는 지구 전체보다 더 큰 셈이다. 전파망원경과 관련된 이런 세계적인 추세 속에서 한국이 계획하고 있는 우주전파관측망도 VLBI 방식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의 김현구 박사는 “2007년 완성될 우주전파관측망은 허블우주망원경보다 수십배, 지상 천체망원경보다 수천배 이상의 분해능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이런 능력의 우주전파관측망이 가동되면 우리은하에 있는 각종 전파를 내는 천체, 별이 탄생하는 영역, 강력한 물질을 방출하는 외부은하핵 등을 아주 세밀하게 관측할 수 있다. 그리고 천체의 정확한 위치로부터 한반도의 지각운동, 울산 부근 단층대나 제주도의 움직임 등을 mm 단위까지 처음으로 측정할 수 있다. 이 정밀도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GPS 시스템보다 더 뛰어나다.

앞으로 남북한의 협력을 통해 북한의 나진이나 선봉, 평양이나 남포에 추가로 2대의 전파망원경이 설치된다면 한반도 전체 크기의 망원경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일본의 전파망원경과 협력해 아시아 권역을 묶는 세계적인 전파관측망을 형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한국 천문학 연구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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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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