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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는 ‘인간의 두뇌가 관리할 수 있는 친구의 수가 150명 정도’라는 이론을 1992년 발표했다. 던바가 말한 친구의 의미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모두 알고 있는 경우다.

1년 이상 지속적으로 만나며 정보를 교환하고 대화하는 관계를 뜻한다. 1년에 한두 번 카드나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다. 대상이 누구든지 간에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친구의 숫자는 100~230명 정도(추정에 대한 신뢰도 95%)라는 것이 던바의 주장이다.

던바는 원숭이나 침팬지 같은 영장류 무리를 연구하던 중 무리의 규모가 항상 비슷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의 생각은 단순명료하다. 인간과 원숭이는 생물학적으로 큰 차이가 없으므로 원숭이가 받는 생물학적 제약이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도 이런 제약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친구 사이의 관계가 몇이나 되는지 살펴보자. 점 5개를 모두 이어보면 선분 10개가 나온다. 점을 10개로 늘려 모두 이어보면 선분이 45개가 나온다. 던바의 이론에 따르면 10명 정도의 친구 관계는 언어와 의식적 사고를 관장하는 대뇌 신피질의 크기가 작은 원숭이도 감당할 수 있다고 한다.


인간에게 친구의 수가 제한적인 이유가 여기서 나오는데, 점 n개에서는 n(n-1)/2개의 선분이 나온다. 점 150개를 모두 이어보면 선이 1만 1175개가 나온다. 친구가 300명이면 선분이 4만 4850개가 나오고 이는 1만 1175개의 4배가 넘는다. 보통 사람의 뇌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가 150명일 경우 300명을 감당하려면 뇌가 남들보다 4배 더 좋거나 4배만큼 더 일해야 한다. 이는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던바는 기본적으로 원숭이와 인간의 신피질 비율을 비교해 100~230명이라는 추정치를 얻었다. 친구의 수가 오직 신피질 비율에만 의존한다면 신피질 비율이 평균보다 10% 적은 사람과 10% 많은 사람이 다룰 수 있는 선분의 수는 1만 58(1만 1175×0.9)개부터 1만 2293(1만 1175×1.1)개까지며, 이를 이차방정식


에 대입해 풀면 친구의 수는 142~157명 정도가 나온다. 즉 신피질 비율은 친구 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필자가 살아오면서 느낀 ‘재능의 총량은 누구나 비슷하다’라는 것과도 일치한다. 던바가 만든 근사공식에서


N은 뇌가 다룰 수 있는 친구의 숫자고, R은


이다.

인간의 경우 R=4.1이고 N=147.8이다. 던바는 원숭이 집단에서 얻은 근사공식의 적용범위를 확장해 인간에게까지 적용했고 신석기시대 마을의 규모, 고대 독립된 부대의 규모를 검토해 자신의 이론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150명은 지금으로 치면 기본적인 전투능력을 보유하고 자체 행정능력까지 가진 중대 규모와 비슷한 숫자다.

몇 사람이 뜻을 모아 행동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식의 얘기는 던바의 주장과 전혀 다르다. 던바의 주장은 사람이 너무 많으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조직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스웨덴 국세청은 한 부서에 150명 정도가 함께 근무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2007년 전국적인 조직개편을 감행했다. 이에 대해 ‘우리가 원숭이냐’라는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원숭이의 행동패턴을 근거로 인간의 한계치를 예상해 하루에 7시간 근무하고 일주일에 3일을 쉬게 했다면 ‘우리는 원숭이가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혹자는 대체 150이란 숫자가 왜 그렇게 중요하냐고 묻는다. 진화적으로 인간은 원숭이보다 더 큰 규모의 친구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신피질의 진화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그러는 와중에 후각, 청각은 물론, 달리는 능력과 나무에 올라가는 능력은 다른 동물들보다 뒤떨어졌다. 하지만 집단 사이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언어와 기호를 만들었고, 마침내 만물의 영장이 됐다.

던바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인터넷 카페와 동호회 회원 수가 있다. 필자는 직접 참여한 경험이 없지만 온라인 게임에서 길드 가입자의 숫자를 생각해보면 될 것이다. 온라인 게임 디자이너를 위한 지침서에 따르면 길드와 커뮤니티 모두가 구성원이 250명을 넘어가면 내부에 소규모 그룹들이 다시 형성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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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한상근 KAIST 수학과학과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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