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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즐기며 열린 과학의 꿈 키운다

KAIST 금요문화 행사

 

음악회 무용공연 연극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지는 금요문화행사
 

한없이 펼쳐진 하늘 아래 일출과 일몰, 아름다움을 마음껏 음미할 수 있는 넓은 캠퍼스. 그러면서도 야트막한 야산으로 둘러싸여 아늑한 느낌을 주는 공간. 여기가 21세기를 주도할 과학도들의 삶의 터전이다.

과학기술대학은 자칫하면 메말라지기 쉬운 과학도들의 정서생활을 위하여 매학기 12주에 걸쳐 '금요문화행사'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외 유명 공연예술단체나 연주가들이 참여해 음악 무용 연극 영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94년 겨울까지 벌써 2백35회에 이르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번 학기의 프로그램은 9회의 음악회와 2회의 무용공연(발레와 현대무용), 1회의 영화상영으로 구성되었다. 음악회는 그 형식과 내용, 음향면에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가 골고루 배합된 다채로운 행사들로 이루어졌다. 교향악 같은 대규모 연주회보다는 작은 실내악 규모의 독주회, 독창회, 이중주, 삼중주 등의 클래식 음악회가 주종이다. 특히 미국 뉴잉글랜드 컨서버토리 교수로 있는 피아니스트 김정자씨의 내한 독주회는 원숙한 기량 속에 숨어있는 음악적 열정을 정갈하게 드러낸 귀한 연주였다.

또한 남창 가곡(정악)과 가야금산조(민속악)를 한 무대에서 감상할 수 있는 '김영옥 이미경의 전통음악 연주회'도 마련되었다. 가곡은 풍류를 즐기는 양반 선비들의 생활 양식을 반영하는 음악이어서 찰나적 감각적 변화를 추구하는 신세대들에게는 음악적 호흡이 너무 느려 기이하다는 느낌까지 자아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 전통음악을 순수하게 보존하려 애쓰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과학도들에게 특히 인상을 준 프로그램으로는 무엇보다도 '몰이모리'연주회와 'Next Wave Concert'라는 이름의 컴퓨터음악회를 들 수 있다. 몰이모리는 현존하는 세계 여러나라의 음악장르를 서로 교차시키는 크로스오버(crossover)를 시도하는 그룹이었다. 얼핏 생각하기에 악기 배합에서부터 여러 이질적 요소들이 동원되었다. 우리 사물놀이 악기에 아프리카와 남미의 민속타악기들, 기타 색소폰, 피아노(신디사이저 키보드), 클라리넷 등의 재즈캄보가 합세해 기발한(?)음향을 창출했다. 하지만 한국적인 것을 바탕으로 세계화를 추구해보겠다는 이들의 야심은 본질을 꿰뚫지 못한 채 상업과 선정성 사이를 맴도는 어정쩡함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Next Wave Concert'는 과학기술원 내 인공지능센터에서 주관하는 '첨단전자 엔터테인먼트 심포지엄'의 일환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이었다. 누구보다도 컴퓨터에 익숙해 있는 과학도들에게 미래의 음악, 새로운 물결을 자처하는 이 음악회는 컴퓨터를 작곡에 응용한 여러 예들을 소개하였다. 인간연주자와 함께 미디어의 합주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컴퓨터가 연주자의 음정 리듬 등을 감지하고 가공하여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발전적인 합주 형태를 보여주었다. 더 나아가 로봇사물놀이패처럼 컴퓨터가 악기를 연주하며,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연주곡과 새로운 창작 미디연주악기도 선보였다. 컴퓨터 음악의 현주소를 충분히 보여준 음악회였다.

이것은 인간의 두뇌를 좌우반구로 나누었을 때 좌뇌만을 전적으로 작동하여 만들어진 음악은 너무도 이지적이라 듣는 이에게 어떤 감동을 줄 수 없다는 이론에 기인한다. 현대 서양의 음렬주의 음악이 배척당하게 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이제까지 우리가 훌륭한 예술이라고 생각해 온 음악, 예컨대 고전음악은 논리와 합리(좌뇌)를 바탕으로하는 음의 내적구조에 영감과 열정(우뇌)이 골고루 깃들어 있는 전뇌적 두뇌를 활용해서 만들어진 음악을 일컫는다. 앞으로 인간의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컴퓨터 음악으로 발전시켜 컴퓨터 음악의 대중화를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과학기술대학 강당에서 열리는 금요문화행사는 주로 과기대 학생들을 위한 행사이지만 유성을 위시한 대전 지역의 주민들 모두에게도 무료로 공개되는 문화행사이다. 사람들은 보통 대전 지역이 서울에 비해 문화면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되었다고 알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의 어느 대학이 KAIST처럼 캠퍼스안에서 매학기마다 문화행사를 지속적으로 기획하여 제공하는가?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의 혜택이 학생들은 물론 가능한한 다수의 애호가들에게 고루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음악회 무용공연 연극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지는 금요문화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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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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