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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원으로서의 흙

토기에서 파인세라믹스까지

옛날부터 인류는 점토를 이용해 건축자재나 그릇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왔다. 최근에는 중요한 금속을 추출하는 원천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지하의 암석이 지표에 드러나게 되면 물 대기 및 생물에 의한 풍화작용을 받아 토양층을 생성하게 된다. 암석의 풍화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물이며 토양은 암석이 물과 화학적으로 반응한 결과 생성된 암석의 풍화산물이라 할 수 있다.

암석이 지표에서 풍화되는 원인은 기본적으로 암석은 온도(보통 2백℃이상)와 압력(2천기압 이상)이 높은 지하 깊은 곳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온도와 압력이 낮은 지표에 노출되면 불안정하게 되어 암석을 구성하는 원래의 광물들은 물과 반응하여 분해되고 지표에서 안정한 광물들이 새로이 만들어진다. 암석을 구성하는 광물은 대체로 그 입자의 크기가 맨눈으로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큰것과는 반대로 이것들이 풍화되어 만들어지는 새 광물들은 그 입자의 크기가 너무나 작아서 전자현미경으로만 개개의 입자를 관찰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극미립(보통 0.002㎜ 이하)의 풍화기원 광물에는 구조내에 물을 함유하는 규산염광물인 점토광물과 수산화광물이 있다. 특히 점토광물은 종류에 따라 토양의 영양분을 유지시키는 성질이 있으며 토양에 여러가지 다양한 물성을 갖게 한다.

산이나 들판을 이루는 토양의 성분을 무기물과 유기물로 구분한다면 토양의 무기질 성분은 대부분 이와 같은 점토광물과 수산화광물 그리고 일부 풍화되지 않고 남은 장석 석영 운모 등의 잔류광물로 이루어져 있다. 토양이 자원으로서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은 그 구성광물의 고유한 화학적 물리적 성질과 생성과정에서 선택적으로 축적된 유용한 금속 원소들 때문이다.

토기가 시초

토양은 고대로부터 주거생활이나 문화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극미립의 점토광물이 풍부한 토양을 점토라 하는데 젖은 상태의 점토는 점성이 있어서 여러가지 원하는 형상을 만들어 무늬나 글씨를 새겨넣을 수 있으며 굽거나 말리게 되면 상당히 딱딱하게 되어 원형이 오랫동안 보존된다.

일찍이 B.C.3000년 전부터 고대인들은 주변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점토를 일상적으로 이용했다. 점토를 다진 후 음식을 담을 토기를 만들었으며 햇볕이나 불에 그을린 벽돌을 이용해 집을 지었다. 인류 최초의 문명인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 문명이 현대에 그 역사기록을 전하게 된 것은 문자들이 새겨진 잘 구워진 점토판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귀중한 문화유산인 아름다운 비색의 고려청자나 조선시대의 백자는 국내에 분포하는 질좋은 점토를 이용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우리가 얻는 일상의 양식과 옷을 만들어 입는 각종 섬유가 토양에 뿌리를 내리는 식물과 그 식물을 먹고 사는 동물에서 얻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옥한 토양이 분포하는 곳에 초기 고대 문명이 발생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현대에 이르러 점토를 이용한 요업제품의 종류는 매우 다양해졌으며 이미 산업화가 이루어졌다.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타일과 위생도기는 건축물의 외부와 내부를 아름답게 장식한다. 식탁 위에 일상적으로 놓이는 식기류 찻잔 꽃병 등은 고급의 백색 점토로 만들어진다. 철분이 많은 저급의 점토는 붉은 벽돌 옹기 기와 제조에 이용된다. 고열처리 공정이 필요한 제철, 시멘트 유리 도자기산업에서는 도가니를 고열에서 보호하기 위해 매년 상당한 양의 내화제를 필요로 하는데 점토는 이 내화제의 중요한 원료로 이용된다.
 

점토를 사용해서 만든 여러가지 제품들. 도자기 타일 위생도기 벽돌 내화재료 등으로 사용되는 점토는 이미 산업화가 이루어져 있다.


금속의 원천

토양은 점토 뿐만 아니라 몇몇 금속원소의 중요한 원천이기도 하다. 고체 지구의 껍질인 지각에 함유되어 있는 금속원소의 평균양은 암석 1t당 알루미늄 81,300g, 철 50,000g, 규소 277,200g, 나트륨 28,300g, 칼륨 25,900g, 칼슘 36,300g, 마그네슘 20,900g, 티타늄 4,400g, 망간 950g, 크롬 100g, 니켈 75g, 구리 55g, 코발트 25g, 아연 70g 정도인데 이러한 금속원소들이 지각중에 개발 가치가 있을 정도로 모여 있을 경우 그곳을 광상이라고 하며 광산으로 개발되고 있다.

어떤 금속원소의 경우 암석 자체에 함유된 금속원소의 양은 개발가치가 없을 정도로 작지만 그 암석에서 생성된 토양에는 많은 양이 축적되어 광상을 형성할 수 있다. 금속원소들이 토양중에 축적되는 정도는 이온반경, 전하, 화학적 친화도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는데 알루미늄 철 망간 코발트 니켈 등은 유실되지 않고 계속해서 토양내에 축적되는 금속원소들이며 규소 나트륨 칼륨 칼슘 등은 지하수로 쉽게 유실되는 원소들이다.

아프리카 인도 동남아시아 호주 중남미 등지의 열대나 아열대 지역에 분포하는 라테라이트는 많은 양의 유용한 금속원소들이 축적되어 광상을 형성하는 토양의 대표적인 예다. 이 토양은 연평균 기온과 강수량이 각각 22℃와 1천2백㎜ 이상이고 우기와 건기가 반복되어 화학적 풍화작용이 심하게 일어나는 지역에서 생성되는데 철분이 많아서 붉은 색을 띠며 잘라서 건축용 벽돌로 쓸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딱딱하다.

라테라이트는 대부분 수산화철 광물과 수산화알루미늄 광물로 구성돼 있는데 그 함량비는 기반암의 화학조성에 따라 결정된다. 수산화철의 함량이 10% 이하로 적고 대부분 수산화 알루미늄광물로 구성돼 있는 라테라이트를 보크사이트라고 한다. 현재의 철을 대체하여 그 용도가 증가하고 있는 알루미늄은 지각에서 규소 다음으로 풍부한 금속원소이긴 하지만 광물내에 단단히 결합되어 있어 추출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

그러나 풍화작용으로 생성된 보크사이트로부터는 적은 에너지로 많은 알루미늄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금속 알루미늄은 전량 보크사이트로부터 얻고 있다. 보크사이트의 85% 정도가 금속 알루미늄의 추출에 쓰이고 있으며 그외 보크사이트를 구워서 만든 알루미나 분말은 파인세라믹스 내화제 연마제로 사용된다. 산화철이 많은 라테라이트는 아직은 기존의 철광상에 비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장래에는 철광상으로 개발될 수 있다. 그외 원래 니켈과 망간의 함량이 높은 암석 위에 형성된 라테라이트내에서는 니켈과 망간 광상이 발견돼 개발되고 있다.
 

경남 산청군 금서면의 고령토 광산지역(오른쪽 위). 장석이 회장암의 풍화작용에 의해 형성됐다. 백색의 고령토를 노천에서 채굴하고 있는 모습(오른쪽 아래)


고령토의 비밀

라테라이트 외에 산업적으로 매우 광범위하게 쓰이는 특별한 토양으로 고령토가 있다. 온대지역에서는 암석의 풍화과정에서 잘 씻겨 내려가는 규소가 어느정도 잔류되어 알루미늄 및 물과 결합해 캐올리나이트류 점토광물을 형성하지만, 화학적 풍화작용이 심하게 진행되는 열대나 아열대 지역에서는 규소가 완전히 유실되고 알루미늄만 남아서 수산화 알루미늄을 형성한다.

따라서 열대나 아열대 지역에서는 산화철 광물과 수산화알루미늄광물로 구성되는 라테라이트가 생성되지만 그보다 풍화작용이 보다 약하게 일어나는 온대지역에서는 주로 캐올리나이트류 점토광물로 구성된 고령토가 생성된다. 고령토란 명칭은 11세기 송나라 이래로 도자기용 백색점토를 채취해 왔던 중국 강서성 고령 지역에서 유래되었다. 이 지역의 고령토는 화강암이 풍화작용을 받아 생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령토를 구성하는 캐올리나이트류 점토광물중에서는 캐올리나이트와 할로이사이트가 가장 흔하다. 캐올리나이트질 고령토는 종이산업에서 종이의 펄프사이를 채우는 충진제와 종이의 꺼칠꺼칠한 표면을 매끄럽고 광택이 나게하는 코팅제로 중요하게 이용된다. 특히 육각판상으로 산출되는 순백색의 캐올리나이트가 이 용도에 적합하며 할로이사이트는 긴 관모양을 하고 있어 종이 코팅용으로는 쓰지 않는다.

또다른 큰 용도로는 각종 요업제품이 있다. 투명도가 높은 백색의 고급 자기는 백색도가 높고 광물입자의 크기가 작은 고령토로 만들며 그외 위생도기 절연체 내화제의 원료로 광범하게 이용된다. 구워서 탈수시킨 고령토는 공업용 촉매와 합성 제올라이트의 제조에 이용된다. 고령토는 수성페인트 고무 플라스틱 잉크의 물성을 조절하기 위한 첨가제로도 광범하게 이용된다.

국내에도 풍화작용에 의해 형성된 고령토가 지리산 동쪽 기슭인 경남 하동-산청지역에 풍부하게 분포하고 있다. 이 지역의 고령토는 사장석이 90% 이상인 회장암이 풍화돼 생성됐기 때문에 그 분포가 회장암의 분포와 일치하고 있다. 대개 지형적으로 산의 경사가 완만한 곳에서 발견되는데 만약 이 지역이 열대나 아열대 지역처럼 좀더 심한 풍화작용을 받았다면 고령토 대신에 보크사이트가 생성되었을 것이다.

이 지역의 고령토는 일반적으로 둥글고 긴 관모양의 할로이사이트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분포 지역에 따라서는 캐올리나이트도 할로이사이트와 거의 같은 양으로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함량비는 지역내에서 상당히 변화가 있어서 어떤 고령토는 할로이사이트로만 구성되어 있는 반면, 또 어떤 고령토는 거의 대부분 캐올리나이트로 구성돼 있다. 고령토의 미세한 조직연구에 의하면 하동-산청지역 고령토에는 캐올리나이트가 상당량 함유되어 있으나 이 광물 개개의 입자가 판상으로 존재하지 않고 무수한 수의 판들이 한쪽 방향으로 쌓인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관찰되었다.

또한 전자현미경 연구에 따르면 하동-산청 지역 고령토 중의 할로이사이트 입자는 평균 지름이 0.00006㎜이고 길이가 보통 0.0004㎜이하인 미세한 관상입자들이 치밀하게 엉겨붙은 집합체로 산출되지만 캐올리나이트 기둥은 보통 그 길이가 0.005㎜ 이상의 비교적 큰 입자로 산출된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고대로부터 첨단 기술시대인 현대에 이르기까지 토양은 모든 인류가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의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지나쳐 버릴 수 없는 귀중한 자원이다. 토양은 장구한 지질학적 시간에 걸쳐서 생성되나 인간에 의해 짧은 시간에 파괴될 수 있으며 일단 파괴되면 그 회복에도 상당한 시간을 기다리지 않으면 안된다.

중남미 마야문명의 멸망 원인은 전쟁때문이 아니라 삼림파괴와 과도한 경작으로 인한 토양침식의 결과라는 것이 유적 주변의 토양조사 결과 밝혀진 바 있다. 토양을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인식하여 비옥하게 개량하고 무절제한 개발에 따른 침식과 산업발달에 따른 오염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인류의 장래를 위한 우리의 의무다.
 

투과전자현미경으로 관찰되는 할로이사이트의 형태(배율 90,000배). 할로이사이트는 원통형의 구조를 갖고 있으며 물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할로이사이트는 크기가 너무 작아서 보통의 현미경으로는 관찰할 수 없으며 투과 전자현미경으로만 그 모양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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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정기영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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