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차가 막히는 거야?”
고속도로에서 모두가 한 번쯤 생각해본 질문일 것입니다. 가장 단순한 대답은 도로 환경 때문입니다. 고속도로의 각 구간은 통행수요, 진·출입 램프 여부, 사고처리, 공사 여부 등에 따라 차선 수가 달라집니다. 4차선을 가득 채운 차들이 3차선을 만난다면 한 번에 지나가지 못해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고 차가 막힙니다. 도로가 차를 내보내는 용량이 감소하는 병목 구간입니다. 병목은 차선감소뿐만 아니라 오르막길이나 트럭 등이 차량 소통을 방해하는 경우 등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합니다.
병목 구간에서는 차량의 속도가 감소하며(교통혼잡) 이는 도로의 역방향으로 전파됩니다. 운전할 때는 앞차의 움직임을 따르게 되는데, 앞차가 병목을 만나 급격히 속도를 줄이면 뒤차도 연쇄적으로 속도를 낮출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교통혼잡의 전파는 고속도로에서 약 1km 이상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교통류에서 자동차라는 매개체를 통해 교통혼잡 현상이 파동처럼 뒤로 전달되는 특성을 교통파(Traffic wave)라고 부릅니다. 병목 구간의 용량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교통파의 발생 여부를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차선 감소, 오르막길 구간 등 때문에 생긴 상습정체구간의 병목현상은 교통파를 만드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상습정체구간의 혼잡을 막으려면 구간 진입 전에 고속도로 램프의 진·출입량을 조절하거나 제한속도를 일시적으로 낮춰 병목에 한꺼번에 많은 차량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면 됩니다. 전통적인 교통운영 전략은 이렇게 도로환경을 조절해 교통파를 제어합니다.
유령정체는 ‘사바사’ 운전습관이 다르기 때문
사람이 교통혼잡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교통류는 차량의 밀도가 증가하면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임계밀도를 넘어서면 사람이 만드는 작은 변동에도 교통파가 발생합니다. 차선변경이 대표적입니다. 앞으로 끼어드는 차량에 운전자는 순간적으로 감속하고, 그 영향은 뒤차에 전달됩니다.
사람마다 운전행태가 달라서 발생하는 변동도 있습니다. 같은 주행상황의 인지-판단-행동 과정에서 이상적인 상황과 어긋나는 오류를 범하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릅니다. 일례로 공격적인 운전자는 가속해야 할 상황에서 더 적극적으로 과속하고, 감속하는 상황에서는 속도를 덜 줄일 것입니다. 소심한 운전자는 그 반대겠죠. 이런 오류는 흔히 과소반응 혹은 과민반응으로 설명됩니다. 앞차의 속도에 맞춰 감속하는 상황에서 운전자가 과민반응을 하면 일반적인 주행상황에서도 큰 변동이 발생하기도 하고, 과소반응을 했다면 이를 다시 바로잡는 과정에서 또 교통파가 발생합니다.
이처럼 불안정한 교통류에서 사람의 행태로 인해 혼잡이 전파되면 차들이 고속도로에서 가다 서기를 반복하게 됩니다. 유령정체(stop-and-go wave)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유령정체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가장 쉬운 해답은 모든 차량을 자율주행차로 바꿔 주변에 있는 차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아 오류가 없는 이상적인 주행을 하는 것입니다. 자율주행차가 미래에 교통혼잡을 줄여줄 것이라고 하는 주장은 이 원리를 근거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필자를 비롯한 일부 비관적인 교통공학자들은 모든 차량이 자율주행차가 되는 시대는 결국 오지 않거나 먼 미래에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운전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사람은 여전히 많고, 차량과 사람이 함께 운전하는 상황에서 안전에 초점을 맞춘 자율주행차가 사람이 직접 주행하는 것보다 속도 면에서도 이득을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가까운 미래에 일부 차량이 자율주행차로 대체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에 따라 교통류도 바뀔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혹자는 자율주행차와 기존 차량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교통혼잡이 늘어날 것으로 비관하지만, 이번에 다룰 논문은 반대로 일부 자율주행차가 도입되는 것만으로도 유령정체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사람들의 상호작용 때문에 발생하는 유령정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자율주행 차량을 제어하면 된다는 것이죠.
일부 차량을 통제해 교통류를 원활하게 하는 개념은 기존 시뮬레이션 기반 연구에도 있었습니다. 교통 분야는 차량의 행태를 모형화해 도로 네트워크에 발생시킬 수 있어 다른 어느 분야보다 시뮬레이션이 발달했습니다. 하지만 유령정체와 같이 사람간 상호작용을 다루는 미시적인 상황은 복잡도가 높아 시뮬레이션의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개념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뜻이죠.
이번 논문은 실제 사람이 주행하는 환경을 구축해 이 개념을 실험적으로 증명해냈다는 점이 특색입니다. 논문은 병목, 오르막, 차선변경 등 외부요인이 아닌 사람들의 운전행태로 발생하는 유령정체를 구현하기 위해 2008년 일본 나고야 연구팀이 제시한 원형 고리 구조의 트랙을 재현했습니다. 차들을 원형 트랙 안에서 무한주행하게 해 유령정체를 시험하는 트랙입니다. 이 트랙에 20대의 일반 차량과 1대의 자율주행 차량을 투입하고, 각 차량의 위치와 속도를 중앙에 설치한 360도 카메라를 통해 추적했습니다. 또 제어전략의 환경적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차량의 연료 배출량도 실시간으로 측정했습니다.
소수의 자율주행차가 교통 정체 줄였다
자율주행차가 유령정체를 가장 효과적으로 상쇄시킬 수 있는 속도를 ‘균형속도’라고 합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두 가지 전략으로 자율주행차가 균형속도를 찾도록 제어했습니다. 첫 번째는 앞 차량의 속도를 기반으로 약간 느리지만 안전을 보장하는 속도를 탐색하도록 했습니다. 앞차와의 속도 차이와 현재 거리를 기반으로 간단한 방정식을 풀면 그 속도를 찾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약 30초간 주행한 기록을 바탕으로 앞차의 평균 속도만을 고려해 자율주행차가 과민·과소반응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첫 번째 전략을 구사한 자율주행차는 시뮬레이션 결과 차량 전체의 연료 소모가 40% 감소했고 평균 속도는 15% 빨라졌습니다. 연료 소모가 줄었다는 것은 차량의 속도 변화가 적었다는 의미로 유령정체가 감소했음을 나타냅니다. 반면 두 번째 전략에서는 자율주행차의 연료 소모가 약 20% 감소했고, 평균 속도도 2.5% 줄었습니다.
속도가 15% 증가했다는 것은 교통학에서 엄청난 수치입니다. 연구팀이 논문의 초록에서 ‘교통운영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언급한 것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으로 교통상황을 확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실제 도로에서 발생하는 차로변경 등의 상황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여러 개의 차선을 왔다갔다 하는 상황 등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실제 환경에서 증명하는 과정도 필수적입니다. 많은 참가자가 필요한 실험이고, 위험성도 높습니다. 제대로 검증되지 않는 주행전략을 실제 도로에 적용했다가는 운전자에게 혼잡, 사고 등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를 제어해 교통류의 효율을 높였지만, 정작 제어를 당하는 자율주행차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로서는 해당 구간을 빠져나가면 그만이니 개인의 관점에서는 차량 제어를 당하는 것이 손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 소유의 차량 제어권을 제3자가 갖는다는 개념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합니다.
교통공학은 인간, 기술, 사회가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학문입니다. 안전, 공공선, 자율권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들이 고려돼야 합니다. 이 논문을 읽고 자율주행, 협력주행을 위한 기술뿐만 아니라, 어떤 기술의 개념이 제안되고 시뮬레이션으로 구현되며 실제 환경에서 테스트되고 사회에서 수용되는지 과정을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용어정리
교통류. 관을 흐르는 유체에 비유해 교통량(유량), 속도(유속), 밀도로 차량의 흐름을 이해하는 개념
※필자소개.
김의진.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통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다. 딥러닝을 활용한 통행 정보의 생성 및 융합 연구를 하고 있다. kyjcwal@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