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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전기혁명은 오는가? 초전도체 개발 경쟁

실온에서도 초전도 현상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제2의 산업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초전도 자석을 이용하면 자기부상열차,‘전기 통조림’,핵융합 등 미래기술의 실현이 가능하게 된다.

실온에서도 초전도 현상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제2의 산업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초전도 자석을 이용하면 자기부상 열차, '전기 통조림', 핵융합 등 미래기술의 실현이 가능하게 된다.

현재 인류는 ‘전기의 재발견’ 또는 ‘제2의 전기혁명’이라고 부르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예전에는 극히 낮은 온도에서만 일어나던 초전도(超傳導) 현상이 이제는 매우 높은 온도에서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높은 온도에서도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을 개발했다는 것은 그 동안 극히 일부 분야에만 이용이 제한됐던 초전도 물질이 폭 넓게 실용화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실온(室温)에서도 초전도 현상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제2의 산업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기저항 0의 물리현상
 

초전도 현상이란 어떤 물질을 일정한 온도보다 낮은 온도의 상태로 냉각시키면 전기저항이 0이 되는 물리적 현상을 말한다. 초전도를 일으키는 물체는 이 상태에서 대단히 큰 전류를 흘려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강력한 자석을 만들거나 전력손실이 없는 송전선을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다.
 

구리나 알루미늄 같이 전기가 잘 통하는 금속선에 전류를 흐르게 하면 얼마간 저항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열이 발생해 전력이 손실되기 마련이다. 백열전등이나 전기난로 전기곤로 등은 실제 저항이 높은 니크롬이나 텅스텐을 써서, 전기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게 하여 빛을 얻거나 난방 및 가열효과를 얻는 것이다.
 

이같은 열의 발생은 먼거리의 발전소로부터 일반가정이나 공장으로 전선을 통해 전기를 보낼 때는 막대한 전력손실을 일으키게 하는 원인이 된다. 실제 한국전력의 통계에 따르면 연간 6백50억KWh의 전력 생산량 중 약 6%가 매년 손실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손실량은 전선에서 발생되는 열 이외에 변압기 사용과 전기 도용(盜用)도 포함된 것이지만 적쟎은 손실임에는 틀림없다. 만약 초전도 물질을 이용해 송전선을 만든다면 전기 도용 이외의 전력손실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초전도현상은 1911년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하이케 온네스’가 극저온 상태에서 쓸 수 있는 온도계를 찾던 과정에서 우연히 처음으로 발견했다. ‘온네스’는 이때 수은(Hg)이 절대온도 4.2도(4.2K,-269℃)에서 갑자기 전기저항이 0으로 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지금까지 초전도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는 수은 외에도 납(Pb) 니오븀(Nb) 주석(Sn) 등 금속 및 비금속 원소 약 30종과 니오븀─티타늄(Ti) 합금이나 화합물 세라믹 유기물질 등 1천수백여종에 이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특정 금속에 국한되지 않고 충분히 낮은 온도에서는 거의 모든 금속이 초전도 현상을 보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강력한 전자석 만들 수 있어
 

초전도 물질은 외부에서 강한 자기장이 작용하거나 이 물질 자체에 흐르는 전류에 의해 만들어지는 자기장이 어떤 한계(임계자장과 임계전류)를 넘으면 초전도 현상이 없어지고 전기저항을 갖는 보통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따라서 효용가치가 높은 초전도 물질이 되려면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야 할 뿐 아니라 임계자장과 임계전류치도 높아야 한다.
 

현재 실용화되고 있는 초전도 물질은 니오븀(Nb)─티타늄(Ti) 합금과 니오븀─주석(Sn)화합물 등 5,6 종류로서 강력한 전자석을 만드는 데 쓰이고 있다. 초전도 물질은 60년대에 들어와 니오븀─지르코늄(Zr)과 니오븀─티타늄 합금재가 개발되면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물질의 본격적인 응용은 니오븀─티타늄 합금의 가는 선으로 개발된 70년부터였다.
 

현재 초전도 물질을 이용해 강력한 전자석을 만드는 데는 주로 니오븀─티타늄 합금이 쓰이고 있다. 보통 지남철은 자력의 세기가 1백~1천가우스에 불과하고 지구 자기장의 세기는 약 0.3가우스이다. 니오븀─티타늄 전자석은 10테슬라(1테슬라는 1만가우스)까지 자력을 발휘해 보통 지남철의 1백~1천배나 강하고 지구 자기장에 대해서는 약 40만배에 해당된다.
 

미국 시카고 부근에 있는 페르미연구소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에 속하는 입자가속기를 운용하고 있는데 전기를 띠고 있는 입자를 가속시키는 이 장치에는 1년에 5백만달러를 들여 1천개의 니오븀─티타늄 초전도 자석을 쓰고 있다. 이 결과 자석의 효율성이 높아져 종래의 전력손실에 따른 비용을 연간 1억8천5백만 달러나 줄일 수 있을 만큼 큰 경제적 이득을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큰 입자가속기의 건설계획이 발표되었다. 레이건 대통령이 승인해 의회에 예산을 요청한 이 건설 계획에 따르면 둘레가 약 5km인 페르미연구소의 입자가속기보다 무려 17배나 큰 둘레 약 83km의 초입자가속기를 1996년 까지 모두 40억~60억달러를 들여 세운다는 것. 이 입자가속기에는 1만개의 초전도 자석을 사용해서 연간 6억 달러의 경비를 줄인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서울대 핵융합시험로 「토카막 79 」

 

관심끄는 이트륨 란탄계 화합물
 

절대온도 9.7도 이하에서 초전도 현상을 일으키는 니오븀─티타늄 합금외에도 니오븀─주석 화합물은 절대온도 18도 이하에서 초전도 현상을 일으킬 만큼 임계온도도 높고 임계자장도 높아 소규모로 보다 강력한 전자석을 만드는 데 쓰이고 있다. 니오븀─주석의 전자석은 자력의 세기를 20테슬라까지 높일 수 있어 니오븀─티타늄 초전도 자석보다 2배나 강한 자석을 만들 수 있다. 반면 니오븀─주석 초전도 자석은 재료가 쉽게 부스러진다는 단점 때문에 특수 용도에만 쓰인다.
 

현재 세계 각국의 물리학자들이 임계 온도가 매우 높은 초전도 물질로서 연구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 이트륨과 란탄계 열의 화합물은 20~30테슬라의 강한 자력을 보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직 이들 물질에 대해서는 연구가 진행중이지만 무려 75테슬라까지 강력한 자력을 보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란탄계나 이트륨계의 초전도 물질은 딱딱하고 부서지기 쉽다는 성질 때문에 어떻게 가는 선이나 얇은 판으로 만들어 내느냐가 당면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 3월16~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국 물리학회 초전도 심포지엄에서 스탠퍼드 대 연구팀은 란탄계와 이트륨계 물질을 두께 5천Å(옹스트롬, 1Å은 1억분의 1cm)의 얇은 막을 개발, 절대온도 40도에서 초전도를 일으키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서 초전도 테이프의 시험 생산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아르곤 연구소는 세라믹 재료를 쉽게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서 초전도 재료의 송전선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같은 초전도 재료의 가공기술이 개발된다면 초전도 재료의 실용화는 문이 활짝 열리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초입자가속기가 건설되고 있는 「브룩헤븐 」국립연구소


폭 넓은 응용 분야
 

초전도 자석은 현재 입자가속기 외에도 핵자기공명(核磁氣共鳴) 단층촬영기에 해상도가 높은 영상을 얻기 위해서 쓰이고 있지만 초전도 자석으로서는 그다지 강력한 자력을 보이는 상태는 아니다. 그밖에는 앞으로 △ 자기부상(磁気浮上)열차 △ 전기 저장(일명 전기 통조림) △ 전력손실이 전혀 없는 송전선 △ 조셉슨소자를 이용한 초고속 디지틀 컴퓨터 △ 핵융합(核融合) 발전 △ 고속 스위치 장치 △ 스크류가 필요없는 전자(電磁) 추진 여객선 등에서 이용될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자기 부상 열차는 1962년부터 일본 국철(国鐵)에서 이미 구상에 들어가 지난 77년에 7km의 실험선로에서 시험운행을 계속하고 있다. 이 열차는 초전도 자석의 강한 자력을 이용해 레일 위에서 약 10cm 높이로 뜬채 최고시속 5백17km를 주파한 바 있다. 이 열차는 고속주행 뿐 아니라 소음과 진동이 없고 공기오염도 일으키지 않는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우주왕복선 무게의 절반이나 차지하고 있는 추진연료 없이도 우주왕복선을 발사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전기 저장 장치는 그야말로 전기를 통조림으로 만들어 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 일본에서 초전도 코일을 제작해 지름이 2백~5백m이고 최대 자기장의 세기가 4~8 테슬라에 이르는 전기 저장 장치를 건설하려고 구상중이다. 초전도 코일을 이용한 전기 저장 장치는 전류가 손상되는 일 없이 계속 코일을 돌고 돌게 된다. 이때 발생되는 강력한 자력에 견디기 위해서는 이 장치를 지하 수백 m 깊이의 단단한 암반층에 건설해야 한다. 전기 저장 장치가 만들어지면 원자력 발전소나 화력 발전소를 최대의 효율로 가동시킬 수 있게 되고 밤중에 남아도는 전기를 모아두었다가 전기 필요량이 많은 시간에 꺼내 쓸 수 있게 된다.
 

두 초전도체를 강하게 결합시키며 여기에 흐르는 초전도 전류는 두 초전도체의 위상차(位相差)에 의해 조셉슨 효과라고 부르는 여러가지 간섭효과가 나타난다. 이러한 효과를 나타내는 소자를 일반적으로 조셉슨 소자라고 부르는데 이 소자는 종래의 실리콘 소자에 비해 스위칭 속도가 1백배나 빨라지고 소비전력은 1천분의 1이나 1만분의 1정도 밖에 들지 않는다.
 

조셉슨 소자는 현재 초전도 재료의 개발과 소자제작 회로방식이 모두 발전해야 컴퓨터에 이용되지만 초고속 컴퓨터의 개발에 뒷받침이 되고 있다. 초전도 재료를 쓴 조셉슨 소자를 이용하면 현재의 대형 컴퓨터를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0cm의 정도의 작은 공간 속에 축소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비전력도 10W 안팎으로 매우 적게 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연산처리속도는 현재의 대형 컴퓨터에 비해 50~1백배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공태양에 의한 에너지 생산이라고 불리는 핵융합 발전은 미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예상되는데, 핵 융합의 실용화에는 강력한 초전도 자석이 필수적이다.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중수소(重水素)나 삼중수소(三重水素)를 섭씨 1억도의 플라즈마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이때 플라즈마를 가두기 위해서 엄청나게 높은 온도에 견딜 수 있는 재료가 개발되야 하는데 실제 이같은 재료는 구할 수 없다. 플라즈마는 전기를 띠고 있는 원자나 입자의 덩어리이므로 강력한 자석을 이용하면 그릇이 없어도 쉽게 한 곳에 모을 수 있게 된다.

 

초전도자석을 이용한 자기부상열차(사진은 HSST)


이미 열린 실용화의 길
 

지금까지 초전도 물질의 실용화를 제한해 왔던 것은 이들 물질을 극히 낮은 온도로 냉각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초전도 물질을 만들어내 이를 냉각시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경제적 이득이 일부 분야에만 국한됐던 것이다.
 

지금까지 초전도 물질을 극저온 상태로 냉각시키기 위해서는 액체 헬륨이 이용돼 왔다. 절대온도 4도까지 온도를 낮출 수 있는 액체 헬륨은 구하기도 힘들뿐 아니라 값도 비싸다. 액체 헬륨은 헬륨 냉동기 값만 20만달러에 이르고 헬륨의 정제에는 수십만달러가 든다.
 

액체 헬륨 대신 액화 질소를 쓰면 이 냉각비용을 10분의1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액화 질소는 절대온도 77도까지 온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이 보다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가 일어나는 물질이 개발돼야 액화 질소를 쓸 수 있는 것이다.
 

초전도 물질의 경제성 기준 온도를 절대온도 77도로 잡는 것은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물론 초전도 물질을 냉각시키지 않고도 보통 온도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실용화의 길은 활짝 열리는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절대온도 77도 이상에서 초전도 현상을 일으키는 물질의 개발만으로도 실용화를 가로막던 장벽이 무너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1987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성하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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