삑’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자동차는 더 이상 신기하지 않다. 음성인식으로 시동을 걸거나 장소를 안내하는 기능도 특별하지 않다. 자동차가 점점 주인을 빠르고 안전하고 편하게 스스로 알아서 데려다 주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도 마찬가지다. 외부에서 전기나 가스레인지를 끄는 수준은 이미 넘어섰다. 광고에서 볼 수 있듯이 주인이 외출했음을 스스로 감지해 집안 전등을 끄고 주방 후드를 멈추는 아파트도 있다.
옷도 마찬가지다. 똑똑한 옷, 스마트 의류는 여러 가지 첨단 기능으로 주인의 기분을 맞추거나 다양한 역할을 한다. 스마트 의류는 MP3가 달려 있거나 디지털 기술로 옷의 색깔, 패턴 등을 바꿔 사람을 즐겁게 한다.
좀 더 가볍고, 좀 더 편리해진 스마트 의류 스마트 의류는 일반 옷에 첨단 디지털 기능이 붙은 새로운 개념의 옷이다.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이에 반응할 줄 아는 지능이 있다.
초기 스마트 의류는 단순히 옷처럼 입는 컴퓨터(웨어러블컴퓨터)였다. 전자 장치를 옷 안에 넣거나 인체에 직접 착용하는 형태였다. 몸에 걸치기에는 너무 무겁고 거추장스러워 평상복처럼 입고 다니기 어려웠다.
최근 스마트 의류는 신소재의 개발과 함께 정보통신(IT), 나노공학(NT), 생명공학(BT)과 결합하면서 가볍고 편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의 디지털 의상으로 태어났다. 옷에 디지털 기능을 직접 내장하는 형태로 발전한 것이다. 앞으로는 섬유 자체에 전기가 통하는 신소재를 사용해 직물 자체가 회로가 될 전망이다. 시스템이 칩안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옷감 안에 들어 있는 시대가 온다는 얘기다. 빳빳한 디지털 의상을 부드럽게 구부려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의류는 정보를 입력하고 출력하는 시스템(인터페이스)과 장·단거리 통신을 다루는 시스템(커뮤니케이션), 자료를 저장 기록하는 시스템(데이터 매니지먼트), 배터리처럼 에너지를 공급하는 시스템(에너지 매니지먼트), 정보가 다니는 통합 회로(인테그레이티드 서킷)가 필요하다. 이 5가지 구성요소가 상호작용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인식하고 디지털 특성을 살릴 수 있다.
지식경제부에서는 섬유패션 산업의 세계 경쟁력 확보를 위해 5가지 구성요소의 일부를 옷감으로 만들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옷을 짓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예를 들면 인터페이스 분야의 입출력장치를 옷에 적용하기 위해 전기전도성과 신호전달성이 좋은 섬유를 개발했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실로 전기전도성을, 광섬유로 신호전달성을 살렸다. 이 같은 첨단 소재로 만든 스마트 의류는 사람들에게 ‘기능’을 넘어 ‘즐거움’을 안겨 주고 있다.
배터리와 이어폰 없이 음악 감상하는 옷
즐거움을 주는 스마트 의류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이 MP3 플레이어가 달린 옷이다. 언제 어디서나 날씨에도 구애받지 않고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옷 내부에 키패드와 전기가 통하는 직물 기반 신호선이 들어 있다. 이 옷에 들어가는 신호선과 키패드는 어떤 종류의 의류에나 적용할 수 있도록 규격화됐다. 직물 기반 키패드는 옷 속의 MP3 플레이어를 작동할 수 있도록 해주며, 직물기반 신호선은 키패드와 MP3 사이의 신호를 전달한다.
이어폰 선이 바깥으로 나오면 입기가 불편하고 보기에도 예쁘지 않다. 이 문제는 옷이나 모자에 블루투스 헤드셋을 달아 해결했다.
지금까지 MP3 플레이어 의류는 외투와 등산복 등으로 소개됐다. 최근 해외에서는 의류에 태양전지를 달아 별도의 배터리가 없이도 스스로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재킷도 팔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MP3 플레이어 의류를 제작하기 위해 애플의 아이팟(iPod)을 사용하는 모듈과 삼성전자의 옙(Yepp)을 사용할 수 있는 모듈을 동시에 개발했다. 옙을 사용할 경우 저가형과 고급형을 동시에 개발할 수 있어 의류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물속에서도 화려한 ‘네온싸인’ 옷, 춤추면 빛나는 드레스마음대로 옷의 색깔이나 패턴을 바꿀 수 있는 포토닉 의류는 시각적인 감성을 만족시켜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 이 옷은 광섬유와 발광다이오드(LED)를 사용해 옷의 표면에서 다양한 색상과 패턴의 빛이 재생된다. LED에서 나온 빛 중 우리가 원하는 빛이 광섬유의 표면에서 새어나오는 것이 핵심 원리다.
광섬유의 바깥을 불투명하게 덮고 있는 층에 화학적, 물리적 방법을 이용해 틈을 낼 수 있다. 이 옷은 전기가 통하는 전도성 섬유로 만들기 때문에 따로 전선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유연하고 얇은 LED와 광섬유는 주변 환경이나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빛으로 패션을 바꿀 수 있으며, 옷으로 간단한 애니메이션을 보여줄 수도 있다.
한국은 광섬유로 직물을 짜는 기술이 세계적이다. 해외에서는 대부분 평직으로 짜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자카드직이나 도비직처럼 컴퓨터로 만든 문양을 그대로 짤 수 있다. 또 특수 방수 가공으로 물속에서도 빛을 내는 의류소재를 개발하기도 했다. 물속에서도 아름답게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물세탁이 가능하다.
허그 셔츠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서로 포옹하는 느낌을 제공한다.휴대전화와 블루투스 방식으로 통신하면서 입고 있는 티셔츠의 표면에 압박감과 따뜻한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다. 현대인의 감성을 촉촉이 적셔주는 옷으로 평가받는 허그 셔츠는 2006년 미국시사주간지 ‘타임지’에서 최고의 발명상을 받았다.
‘액세서리 너브’는 휴대전화 사용을 편리하게 해주는 옷이다. 수업이나 회의를 할 때처럼 전화벨이나 진동을 감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화가 오면 이것을 시각적으로 알려준다. 소매에 주름이 생기는 것이다.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주름을 펴면 된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나중에 다시 전화를 걸겠다’는 메시지가 자동으로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이 옷은 형상기억소재를 사용하는데, 외부에서 들어온 전기신호를 열에너지로 바꿔 옷에 주름을 만든다.
춤을 추는 움직임이나 속도에 따라 형형색색 빛을 발하는 드레스도 상용화될 예정이다. 키네틱 드레스는 동작 감지 센서와 발광다이오드가 달려 있다. 이 드레스를 입고 움직이면 움직임을 감지한 드레스가 표면에 붙어 있는 발광다이오드로 빛을 발한다. 여러 가지 동작을 하거나 춤을 추면서 동작을 빨리하면 드레스의 빛이 더욱 밝아지거나 빠르게 깜빡거린다.
전문가들은 즐거움과 다양한 기능을 합한 스마트 의류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 예로 어린이에게 교육적이면서 즐거움을 주는 에듀테인먼트 목적으로 의류를 개발할 수도 있다.
추위와 위험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입기 시작한 옷이 개성을 표현하는 패션이 되고, 첨단 기술과 결합해 즐거움과 만족을 주는 ‘스마트’한 방향으로 진화한다. 불과 60년 전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단순한 색상과 비슷한 모양의 한복을 입고 살면서 지금과 같은 디지털 의상에 대해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미래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고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지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