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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나 바다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는 계절이다. 내친 김에 시원한 물속 깊숙이 잠수하면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물결을 따라 하늘거리는 수초와 그 사이를 유유히 헤엄치는 오색의 물고기 무리. 그 위로 일렁이는 표면을 뚫고 내려온 햇빛이 살포시 내려앉는데…. 상상만 해도 아름답다. 그런데 이런 풍경을 방 안에서 여유롭게 감상할 수 z는 방법이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작은 수조 속에 그대로 재현해 낸 ‘네이처 아쿠아리움’의 세계로 떠나 보자.
 
 
작은 어항에 금붕어를 키워 본 경험이 있다면 지느러미를 팔랑거리며 물속을 헤엄쳐 다니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먹이를 주면 다투듯이 수면으로 올라와 뻐끔거리며 먹는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기도 했을 것이며, 어항 안에 플라스틱으로 된 모형 수초나 물레방아 같은 장식품을 넣어 예쁘게 꾸며 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느꼈던 재미는 금세 시들고 만다.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생동감과 변화가 없는 단순한 장식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자연 환경을 그대로 수조 안에 옮겨 놓는 개념인 ‘네이처 아쿠아리움’이 각광을 받고 있다. 방 안에 들여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한 수조 안에 자연과 비슷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수조 안 생태계가 스스로 노폐을 제거하며 수질을 유지하는 순환 구조를 이루기 위해서는 조명과 이산화탄소, 여과시스템을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네이처 아쿠아리움 분야에서는 일본의 아쿠아 디자인 아마노(ADA)가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작가인 아마노 타카시가 아마존 열대 우림 속의 하천을 탐사하다가 물속의 자연 생태계에 관심을 갖고 설립한 회사다. ADA의 한원표 실장은 “네이처 아쿠아리움은수조에 자연의 모습을 담기 위해 수초나 물고기는 물론 나무나 돌 등의 재료도 모두 자연에서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이 분야에서 아직 우리나라는 불모지에 가깝다. 몇몇 인터넷 동호회를 중심으로 이른바 ‘물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 활발히 정보를 교류하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자료를 해외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물속에 꾸민 나만의 정원

수초는 수조 내부를 아름답게 장식하는 동시에 생산자의 역할을 한다. 물속의 영양분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성장하고 물고기가 호흡할 수 있는 산소를 내 놓는다. 물고기의 배설물이나 몸에서 떨어져 나오는 유기물도 수초의 영양분으로 재활용된다. 이런 순환 구조를 이루는 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역할이 크다. 자연과 마찬가지로 미생물은 수조 안 생태계에서 분해자 역할을 맡는다. 물고기로부터 나오는 유기물을 분해해 수초가 흡수할 수 있는 영양분으로 바꾸는 것이다.

수초 수조를 꾸미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저면(바닥재)과 조명, 이산화탄소다. 저면은수초를 고정할 뿐만 아니라 식물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담고 있다. 유기물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곳도 여기다. 저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입자가 커 물이 잘 통하며 미생물이 잘 정착하는 모래를 깐다. 그 위에는 ‘소일’이라 부르는 저면 소재를 까는데, 소일은 보통 키우려고 하는 수초가 사는 현지의 천연 토양에 가깝게 만든다.

이산화탄소는 수초가 광합성을 하는 데 꼭 필요하다. 자연 상태의 물속에서는 흙 속의 탄산염이 녹거나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이산화탄소가 많이 생긴다. 하지만 밀폐된 수조에는 부족한 이산화탄소를 인공적으로 공급해 줄 필요가 있다. 이산화탄소 압축 봄베와 기포를 작게 만들어 물과 접촉하는 면적을 넓게 해 주는 확산봉을 이용한다. 설탕물과 효모균을 섞은 뒤 발효시켜 직접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수조에 넣어야 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수초의 양이나 상태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 물의 산성도(pH)를 참고해 조절한다. 이산화탄소가 녹은 물은 pH가 떨어진다. 이산화탄소를 넣으며 하루 동안 관찰했을 때 pH가 6.5 부근을 유지한다면 수초가 광합성하는 데 충분한 이산화탄소 농도로 본다. 다만 질산이온과 같은 오염 물질도 pH를 떨어뜨리므로 수조의 상태를 눈여겨봐야 한다.

광합성에 중요한 또다른 요소는 빛이다. 수초에 빛을 쬐어 주기 위해서는 형광램프를 이용한다. 물속에서 받는 태양빛과 비슷한 빛을 구현할 수 있는 램프를 선택해야 한다. 태양빛 중 파장이 긴 부분은 투과율이 낮기 때문에 수심 10cm만 들어가도 빛의 양이 절반 아래로 떨어진다. 하천 바닥에 사는 수초는 태양빛 중 파장이 짧은 부분, 즉 청색 계열의 빛을 이용해 광합성을 하는 셈이다. 수초 사육에 쓰는 램프는 이에 맞춰 파장이 짧은빛을 내도록 만든다. 램프에서 나오는 빛은 흔히 빛의 색을 온도로 나타낸 개념인 색온도로 나타낸다. 색온도는 절대온도 단위인 캘빈(K)를 쓰는데, 한낮의 태양빛이 5000~5500K다. 색온도가 높을수록 청색 계열이므로 수초에는 7500~8000K의 색온도를 가장 많이 쓴다. 색온도가 1만K를 넘어가면 청색이 너무 두드러져 깊은 바다 속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에 따라 수초를 배치한다. 전경과 중경,배경으로 나눠 뒤로 갈수록 수초의 키가 커지도록 배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전경에는 옆으로 뻗어가며 자라는 수초를 사용한다. 가장 눈에 띄는 중경에는 장식을 위해 유목(물속에 잠겨 있는 나무)이나 돌을 넣기도 한다. 이때는 유목이나 돌이 수질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유목은 주로 수입산을 쓴다. 유목에 들어 있는 탄닌과 같은 물질이 녹아 나오면 물이 갈색으로 변할 수 있다. 수초나 물고기에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보기에 좋지 않다. 돌은 물의 경도를 높일 수 있다. 경도는 물속에 칼슘이나 마그네슘이 녹아 있는 정도를 말한다. 이산화탄소로 인해 pH가 낮아진 물에서는 돌에 들어 있는 칼슘이나 마그네슘이 녹아 나오기 쉽다. 경도가 높으면 수초가 잘 자라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산화탄소를 첨가한 물에 돌을 하루 정도 담근 뒤 경도를 측정해 보는 편이 좋다.


수초와 열대어, 미생물의 조화

조명을 받아 밝은 녹색으로 빛나는 수초는 아름답다. 그렇지만 수초만 감상하고 있자면 왠지 심심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물속 풍경은 물고기가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법이다. 물고기는 수조의 주인공이지만 소비자로 수질을 오염시키기도 한다. 물고기의 배설물이나 먹이 찌꺼기에 들어 있는 유기물은 부패하면서 박테리아를 증식시켜 물이 탁해지거나 물고기가 병에 걸리게 만든다. 이때 생기는 암모니아는 독성이 있어 농도가 높아지면 물고기가 죽는다.

따라서 수질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과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 수조에 사용하는 여과는 물리적 여과, 화학적 여과, 생물학적 여과 세 가지가 있다. 물리적 여과는 필터를 이용해 물속의 부유물이나 먼지 등을 걸러 물을 투명하게 한다. 화학적 여과는 나무를 태워 만든 활성탄을 많이 쓴다. 내부에 미세한 구멍이 많은 활성탄은 오염물질을 흡착해 제거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방법이 생물학적 여과다. 생물학적 여과는 미생물을 이용해 수조 안 생태계에 자정 기능을 제공한다.

수조를 처음 만들었을 때는 미생물이 부족해 생물학적 여과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때는 물리적 여과와 화학적 여과를 사용해 물을 깨끗하게 해 준다. 시간이 지나면 저면이나 수초에 있던 미생물이 번식해 생물학적 여과 기능을 수행한다. 동호인들이 물고기를 넣기 전에 ‘물잡이’한다고 말하는 시기가 바로 이때다. 물잡이 시간을 줄이기 위해 여과 박테리아를 넣어 주기도 한다. 여과 박테리아는 물속이나 저면, 여과기 안의 여과재에 살면서 유기물을 분해한다.
 
생물학적 여과를 담당하는 미생물로는 커다란 유기물을 잘게 분해하는 원생동물과 암모니아를 아질산이온(NO2-)이 포함된 아질산염으로 바꿔 주는 박테리아가 대표적이다. 아질산염을 질산염(NO3-이 양이온과 결합한 화합물)으로 바꿔 주는 박테리아도 있다. 수조가 자정 능력을 가지려면 이와 같은 미생물의 양을 적절히 유지해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수조 내 생태계의 순환 구조는 다음과 같다. 물고기의 배설물이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유기물, 식물조각, 먹고 남은 먹이 등이 부패해 암모니아를 만든다. 물고기에게 해로운 암모니아는 다시 니트로소모나스와 같은 박테리아가 아질산염으로 바꾼다. 이어 니트로박터와 같은 박테리아가 다시 아질산염을 질산염으로 바꾼다. 니트로소모나스와 니트로박터는 호기성 박테리아로 식물이 만들어 낸 산소를 이용해 분해 작용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질산염은 식물의 영양분으로 쓰이거나 혐기성 박테리아에 의해 질소로 바뀌어 공기 중으로 날아간다.
 
하지만 수조 안에서는 질산염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물의 일부를 깨끗한 물로 갈아 질산염을 빼내야 한다. ADA가 주최하는 세계 수초레이아웃 컨테스트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는 김동필 수족관의 김동필 사장은 “현재 기술로는 완벽한 순환 구조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꾸준히 수조의 상태에 관심을 갖고 정성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고기를 키우려면 물의 특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보통 동호인들이 많이 키우는 물고기는 아프리카의 말라위 호수와 탕가니카 호수에 사는 시클리드와 열대 우림의 하천에 사는 열대어다. 모두 열대 지방에 사는 물고기로 우리나라에서 기르려면 겨울에 히터를 틀어 수온을 25℃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물의 pH나 경도도 물고기에 영향을 끼친다. 남아메리카에 사는 시클리드를 비롯해 열대 우림의 하천에 사는 열대어는 pH 6.5~7의 약산성 물에서 산다. 이런 경우 우리나라 수돗물을 염소만 제거한 채 사용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아프리카의 말라위 호수나 탕가니카 호수에 사는 시클리드는 pH가 8에 이르는 알칼리성 물에서 산다. 물이 고여 있는 호수에다가 식물이 부족한 지역이라 광물질이 많이 녹아 경도도 높다. 따라서 이 지역의 열대어를 기르기 위해서는 산호로 만든 모래인 산호사나 약품을 넣어 pH와 경도를 높여 준다.


푸른 바다 속 산호초를 가꿔 보자
 
이런저런 실수를 저지르고 여러 차례 수조를 갈아엎기도 하면서 예쁜 수초 어항을 꾸밀 수 있는 내공을 쌓았다면 자연스럽게 바닷물고기로 눈길이 향하곤 한다. 색깔이 알록달록하고 예쁘기로는 바닷물고기를 따라 오기 힘들다. 거기에 산호나 말미잘까지 더한다면 신비로운 바다 속 모습을 꾸밀 수 있으니 어찌 눈길이 안 가랴.

바닷물고기를 키우려면 소금물을 써야 한다. 물론 일반 소금을 넣는 게 아니라 바닷물을증발시킨 뒤 남은 광물질로 만든 해수염을 쓴다. 바닷물을 쓰다 보니 여과 시스템도 민물 수조와 다르다. 민물 수조에서는 물의 일부를 갈아 줌으로써 생물학적 여과를 통해 생긴 질산염을 간단히 없앨 수 있다. 그러나 바닷물고기를 기를 때는 해수염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물을 함부로 갈 수 없다. 이 경우에는 물속의 유기물을 걸러 주는 장치인 스키머로 유기물이 암모니아로 분해되기 전에 제거한다.
스키머는 작은 공기방울과 물의 표면장력을 이용해 유기물을 거른다. 수조 속의 물은 스키머를 통해 순환하는데, 이때 스키머가 작은 공기방울을 만들어 낸다. 공기방울은 위로 떠오르면서 물속의 유기물과 달라붙는다. 유기물이 붙은 공기방울은 끈적끈적한 거품으로 뭉치므로 이 거품을 걷어 내면 유기물을 없앨 수 있다. 공기방울이 유기물과 만나는 시간이 길수록, 공기방울이 작아서 전체 표면적이 넓을수록 유기물을 효과적으로 없앤다.

산호를 기르고 싶다면 물속에 칼슘을 넣어 주는 칼슘리액터도 필요하다. 산호가 성장하는 데 칼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칼슘리액터는 탄산칼슘을 이용해 칼슘 용액을 만드는 장치다. 탄산칼슘은 죽은 산호의 시체나 동물 뼈에서 얻는다.

흔히 접하기 힘든 아름다운 물속 풍경을 재현하려면 먼저 자연 생태계가 돌아가는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방 안에 자연을 그대로 담고 있는 수조 하나를 놓아 보자. 수초와 물고기와 보이지 않은 미생물이 어우러진 생태계의 매력에 흠뻑 젖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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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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