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CD플레이어

레이저가 읽어내는 0과 1의 디지털 정보

오디오용 저장장치에서 출발, 오늘날 멀티미디어를 구성하는 핵심요소로 떠오른 CD. 이 호기심 어린 물건은 어떻게 움직이는 것일까.

20세기 문명의 끝에 서 있는 요즘, 실로 눈부시게 발전한 테크놀러지의 변화는 우리의 생활공간 도처에서 눈으로 확인된다. 집집마다 놓인 멀티미디어 PC, 터치스크린으로 운영되는 거리 곳곳의 무인 안내기, 또 사무실을 가득 메운 각종 사무기기 등은 아버지 세대가 살던 불과 20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하던 물건이다.

요 근래 레코드점을 찾는 사람 가운데 LP판을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10이면 9는 LP판보다 음질도 깨끗하고 보관도 쉬운 CD에 손길을 줄 것이다. 이에 따라 거실이나 안방의 한 공간을 차지하던 오디오시스템에도 턴테이블은 사라지고 이 자리는 그보다 작은 크기의 CD플레이어가 들어앉았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원통형 축음기를 처음 만든 것이 1877년. 그로부터 10년 뒤 에밀 베를리너가 원반형의 레코드를 발명한 이래 근 1백년 동안 음악 애호가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LP판은 이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CD는 네덜란드의 필립스가 1979년 처음 구상하고 이후 일본의 소니사가 연구에 참여, 1982년부터 실용화되기 시작했다. 이 당시 개발된 CD는 LP 디스크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띠고 태어났다.

LP는 소리의 파형을 직접 기록하는 아날로그 방식을 취하는 반면 CD는 신호를 샘플링해 아주 짧은 간격의 시간마다 그 신호값을 0과 1의 신호로 변화시켜 저장하는 디지털 방식을 채용했다. 소리를 재생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CD는 긁힐 염려가 전혀 없는 레이저빔을 이용한다. 이는 파여진 홈을 따라 바늘이 움직이면서 음을 읽음에 따라 발생하는 LP의 열화 현상(오래 반복해 들을 때 원음이 손상되는 현상)을 완벽하게 극복한 것이다.

게다가 CD는 음악이 시작되기 전에 TOC(Table Of Contents)라 불리는 디스크의 함축 내용, 즉 전체 곡수 연주시간 곡이 기록된 장소 등이 수록된 부분이 있어 고속 탐색과 프로그램 선곡 등이 용이하다.

3개의 층으로 구성된 은색 원반

지름 12cm, 두께 1.2mm의 투명 플라스틱(폴리카본 재질) 단면에 알루미늄 반사막을 입힌 ‘은색 원반’ CD는 3개의 층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밑은 플라스틱 표면이고, 그 위에 신호가 기록되는 요철형의 피트(pit)와 랜드(피트와 피트 사이)의 반사층이 자리한다. 그리고 제일 위쪽에는 데이터의 안전을 위한 투명한 보호층이 있다. 물론 제일 위쪽 보호층은 레이저빔을 그대로 아래까지 통과시킨다.

CD는 트랙에 레이저빔을 투사해 그 빛이 피트와 랜드에 반사돼 나오는 각도와 반사량에 따라 0과 1의 디지털 신호를 구분한다. 즉 레이저빔이 닿은 곳이 피트이고 다음에 닿은 곳도 피트라면 반사각도와 반사량에는 아무 변화가 없어 0으로 기록되고, 피트 다음에 랜드가 있으면 빛의 반사각과 반사량이 달라지므로 1로 간주한다. 쉽게 말해 CD가 돌아가면서 레이저빔이 파진 곳과 파여지지 않은 곳의 변화를 읽어내는 것이다.

한편 CD는 시계반대방향으로 회전한다. 그리고 이를 읽어들이는 픽업장치(pick-up)는 안쪽부터 바깥 방향으로 이동한다. 레이저 광선총과 레이저 검출기를 조합한 구조인 픽업장치는 액튜레이터라 불리는 부분에 의해 움직인다. 액튜레이터는 상하 좌우 2개의 축으로 움직이는데, 특히 상하로 움직이는 부분은 렌즈를 통해 쏘아지는 레이저가 CD의 데이터를 제대로 읽어들일 수 있도록 포커스를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CD는 안쪽부터 바깥쪽까지 1초간의 트랙길이(선속도)가 일정하게 되도록 회전수가 변화하는 정선속도(CLV, Constant Linear Velocity) 회전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 안쪽에서는 분당 5백회전하던 속도는 주변부를 읽을 때는 2백 회전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판독 장치 위를 통과하는 디스크의 속도는 항상 일정하기 때문에 1분당 33과 3분의 1을 회전하는 LP처럼 속도 변화 조작이 필요하지 않다(LP는 일정 시간에 회전하는 각도가 일정한 정각속도(CAV. Constant Angular Velocity) 회전 방식에 의해 움직인다).
 

CD롬 드라이브는 크게 CD적재부분, 회로판, 그리고 데이터를 읽어들이는 역할을 담당한 픽업장치부분으로 구성된다. 원으로 표시한 것이 픽업장치다.


오디오 CD가 컴퓨터와 결합한 사연

원래 오디오 전용으로 개발된 CD가 컴퓨터와 결합하게 된 것은 CD의 물리적 성질에 따른 것이다. 데이터 저장 방식도 컴퓨터와 같은 디지털이고, 자기에 접촉해도 전혀 변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하드디스크나 플로피디스크에 비해 대용량을 저장할 수 있는 점 등은 컴퓨터용 저장장치가 가져야 할 최적의 조건이 아닐 수 없다.

CD롬을 제조하는데 필요한 기본 기술 역시 오디오 CD와 동일하다. 다만 연속된 정보를 저장하고 있는 오디오 CD는 어느 정도 상처가 나도 음을 재생하는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CD롬의 데이터는 작은 에러에도 작동하지 않아 훨씬 높은 데이터의 무결성이 요구된다.

CD롬 디스크상에 정보가 기록되기 위해서는 하드디스크와 마찬가지로 포맷이 돼야만 한다. 그러나 하드디스크가 데이터를 동심의 원형 트랙에 저장하고 이 트랙을 가변 크기의 섹터들로 나누는데 반해 CD는 동일한 길이의 섹터를 갖는 하나의 나선형 트랙을 사용한다.

흔히 우리는 1배속이니 2배속이니 하는 식으로 CD롬 드라이브의 속도를 말한다. 원래 1배속이란 오디오 CD가 돌아가는 속도를 기준으로 정한 것으로, 초당 1백50kB의 데이터를 전송한다. 이에 따라 2배속은 1배속의 2배인 초당 3백 kB, 4배속은 초당 6백kB의 전송률을 나타낸다.

CD롬 드라이브의 속도를 규정하는 조건은 1차적으로 드라이브를 구동시키는 모터에 달려 있지만, 단지 모터의 속도가 빠르기만 한 것은 의미가 없다. 돌아가는 속도에 맞추어 데이터를 찾아 읽어들이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에는 CD롬 드라이브에는 최대 8배속까지 구동되는 제품도 있지만, 아직은 에러가 잦은 편이라 4배속이나 6배속만 되도 ‘고속’ 으로 취급된다.

CD롬 드라이브는 컴퓨터의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와 같은 형태로 장착된다. 또한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CPU가 이 드라이브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CD롬 드라이브와 CPU를 연결하는 매개장치(interface)가 컴퓨터 메인보드 위의 확장슬롯에 꽂혀 있어야 한다.
 

오디오 CD플레이어. CD롬 드라이브의 1배속은 바로 오디오CD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다양한 모습의 ‘CD롬의 친구들’

CD관련 기술은 CD롬 외에도 CD-I CD롬-XA 포토CD 비디오CD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CD롬을 기본으로 삼고, PC에서 작동한다는 점에서 그리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비디오나 오디오를 저장하고 재생하는 방식에서 조금씩 차이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 가운데 특히 눈여겨볼 것은 CD-I(interactive). 컴퓨터 주변장치로 작동하는 다른 ‘CD의 친구들’과 달리 달리 그 자체가 CPU(모토롤러 68000)를 가진 완전한 시스템이다. CD-I는 기존매체와 달리 쌍방향 매체로 1986년 처음 발표됐다. 쌍방향이란 말 그대로 기계와 사용자가 서로 대화를 한다는 뜻인데, 이를테면 영화를 보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각자의 시나리오를 펼칠 수 있다.

MPEG 비디오 압축 표준을 채택하고 있는 CD-I는 CD롬보다 한발 앞선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CD-I는 CPU 외에도 비디오 압축의 표준인 MPEG신호를 받아 풀 수 있는 디코더와 빠른 연산을 수행하는 DSP칩이 달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CD-I에서 구동시킬 수 있는 타이틀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또 컴퓨터의 세계적인 확산과 함께 주변기기로 장착된 CD롬 드라이브에 밀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현재는 유아교육용 등 한정된 분야에서만 활용되고 있다.
 

CD플레이어의 회로판. 기본적인 구성은 CD롬과 다를 바 없다.
 

199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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