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많은 대기오염물질이 대기중으로 방출되고 있다, 이러한 오염물질이 기류를 타고 우리나라로 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구를 둘러 싸고 있는 공기를 대기라 한다. 대기는 지구표면의 수백km 상공에도 존재하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밀도가 희박해져 지표면의 밀도로 환산하면 그 두께는 6km정도 되는데, 부피로는 약 5×${19}^{18}$㎥다. 이는 지구를 지름 6cm되는 사과에 비유한다면 사과의 붉은 껍질부분에 해당하는 0.03mm에 불과한 것이다. 이처럼 한정된 공기를 인간이 살아 가면서 더럽히고 본래의 공기 성분이 아닌 각종 오염물질을 공기중에 내뿜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빗물의 pH가 5.6이하일 때 산성비
수중기를 제외한 깨끗하고 건조한 공기 중에는 질소 78.09%, 산소 20.95%, 아르곤 0.93%, 탄산가스 0.02-0.04%가 들어 있다. 이 네가지 성분을 합치면 거의 100%에 이르고 그밖에 아주 미량의 헬륨(5.2ppm), 네온(18ppm) 등 수십 종의 가스가 존재한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산업발달에 따라 공장이나 산업체, 자동차 등에서 배출되는 각종 오염물질의 양이 늘어나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산성비 문제 역시 이러한 대기오염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공기중에는 원래 약 2백-4백ppm의 탄산가스가 존재한다. 이것이 공기중의 물방울과 반응하면 약산성인 탄산이 된다.
C${O}_{2}$ + ${H}_{2}$O ⇀ ${H}_{2}$C${O}_{3}$
${H}_{2}$C${O}_{3}$ ⇌ HC${O}_{{3}^{-}}$ + ${H}^{+}$
HC${O}_{3}$ ⇌ C${O}_{{3}^{2-}}$ + ${H}^{+}$
이 탄산이 빗물에 포화되면 pH는 5.6을 나타낸다. 따라서 정상적인 빗물에서도 pH는 5.6까지 될 수 있으며 더욱 산성화해 pH5.6이하가 될 때 이 비를 산성비라 한다. 그러나 미국의 국가산성우평가계획(National Acid Preciptation Assessment Program, NAPAP )에서는 빗물의 평균 pH 5.0 이하의 비를 산성비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산성비는 (그림1)과 같이 pH의 정도에 따라 김치 포도 식초산 레몬주스 등의 산성도에 해당된다.
산성비는 왜 생기는가
인간의 여러가지 활동에 의해 각종 공장 화력발전소 자동차는 물론 가정에서 석유나 석탄 등의 연료를 태울 때에는 적은 양이지만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염화수소 등의 산성가스가 발생한다. 이들 가스는 수분이 존재하면 쉽게 황산 질산 염산과 같은 강산으로 변해 구름이나 비에 녹아 들어가 산성을 나타내게 되는데, 이것을 산성비 산성안개 또는 산성눈이라 한다.
이러한 대기오염에 의한 빗물의 산성화가 가장 먼저 문제되기 시작한 곳은 북유럽지역이다. 1955년경부터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여러나라에서 많은 연구가 있어 왔지만, 1967년 스웨덴 정부에서는 유럽에 있어서의 빗물의 산성화와 그 토양 식생 표면수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상세한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 결과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는 1855년 부터 1974년까지 빗물의 pH연평균치가 매년 점점 낮아지는 경향을 알 수 있었고, 그 밖의 유럽 지역에서도 1956년 영국 남동부, 프랑스 북부, 베네룩스 3국 등지에서는 빗물의 pH가 4.5-5.0이었으나 1959년에는 전체적으로 0.5정도 더 떨어졌으며, 1966년 베네룩스 3국에서는 pH4.0 이하로 떨어졌다.
빗물을 산성화시키는 주요 원인물질로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탄산 황산 질산(질소산화물) 염산 등을 생각할 수 있으며 이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ㆍ 황산 : 우리가 주로 사용하고 있는 화석연료중에는 불순물로서의 황분이 들어 있다. 일반적으로 기체연료나 휘발유중에는 황이 거의 들어 있지 않거나 아주 미량이 들어 있지만 등유에는 0.5%이하, 경유에는 1.6%이하, 중유에는 4.0% 이하의 황분이 들어있다. 석탄에도 수% 이하의 황분이 들어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무연탄에도 산지에 따라 큰 차이가 있지만 0,2-4.5%정도 들어 있다.
이러한 황분은 연료가 탈 때 대부분 이산화황으로 되고 그밖에 소량의 삼산화황 황산이온 황화수소 형태로 배출되지만 이들도 대기중에서 산화돼 이산화황이 된다. 이산화황은 대기중에서 자외선이나 광학반응에 의해 수분이 존재하면 쉽게 황산으로 된다.
${SO} _{2}$ + OH + M → ${HOSO} _{2}$ + M
${HOSO} _{2}$ → ${H} _{2}$${SO} _{4}$
이것이 구름이나 대기중의 먼지입자(이것을 에어로졸이라고도 함)에 흡수 또는 흡착됐거나, 구름중에서 빗방울이 생겨날 때 흡수되거나, 떨어지는 빗방울에 충돌해 빗물 속에 녹아 들어가 지상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ㆍ 질산 : 질산화물도 빗물을 산성화시키는데 큰 영향을 준다. 질소산화물은 대기중에서 번개의 방전에 의해 생기는 수도 있으나 주로 석유 석탄 등 연료의 연소에 의해 생기고 수증기가 존재하면 산화돼 질산으로 변한다.
${NO} _{2}$ + OH →${HNO} _{3}$
${NO} _{2}$ + ${O} _{3}$ → ${NO} _{3}$ + ${O} _{3}$
${NO} _{3}$ + ${NO} _{2}$ → ${N} _{2}$${O} _{5}$
${H} _{2}$O + ${N} _{2}$${O} _{5}$ → 2H${NO} _{3}$
ㆍ 염산 : 석탄중에는 불순물로 들어 있는 황분양의 약 1/5정도 되는 염소가 포함돼 있다. 이러한 석탄의 연소에 의해 염소가 대기중에 방출되고 수증기가 존재하면 염산으로 돼 빗물에 녹아 들어간다.
이밖에도 화산 토양 바다로부터 자연적으로 방출되는 황화수소 아황산가스 염화수소 등과 유기물의 분해로 생겨나는 질소화합물 유기산 등도 산성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그림 2).
산성비에 의한 피해사례들
유럽의 경우 스웨덴에서는 1950년에서 1965년 사이에 산성비 때문에 토양이 산성화돼 삼림생산력이 0.3% 떨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독일에서는 1960년 초부터 독일 남서부 슈바르츠발트(검은 숲이란 뜻)의 전나무 등이 갑자기 말라 죽어 버렸다. 슈바르츠발트는 검은 숲이란 이름처럼 숲이 무성했으나, 수 많은 나무가 병들어 죽어 갔고 이러한 피해는 계속돼 바바리아 지방과 동부유럽까지 확산됐다. 그 원인을 조사한 결과 이 지역이 대도시와 공업지대에 근접해 많은 대기오염물질과 산성비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1백페이지 (사진1)참조.
일본의 경우 1973년 6월 28-29일에 걸쳐 내린 비(pH2~3.5)로 인해 우에노하라 지역주민 4백41명이 눈과 피부에 심한 자극을 받았고, 담배 양파 귤 배추 등이 피해를 입었다는 보고가 있다. 또 1974년 7월 3-4일에 내린 비(pH2.85)로 인해 동경을 중심으로 한 위성도시 지역주민 3만2천명 이상이 눈과 피부에 자극을 받았고 귤 배 땅콩 고구마 완두콩이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또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미국의 북부공업지역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이 수백km 떨어진 캐나다의 동부지역에까지 이동해 산성비로 내림으로써 1970년 중반부터 캐나다 지역 1만4천여 개의 호수가 산성화를 일으켜 양국간의 분쟁이 된 것은 유명하다.
■ 인체에 미치는 영향 : 산성비가 인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직접적으로는 눈이나 피부를 자극해 불쾌감이나 통증을 느낄 수 있다. 대기중의 산성가스나 입자상 물질의 증가로 산성화된 안개 또는 안개비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일본에서의 예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례는 없다. 그러나 산성비의 원인물질이 아황산가스 등이므로 이들 오염물질에 의한 직접적인 영향과 산성비에 의해 물 또는 토양에 녹아 들어갈 수 있는 유해중금속이 장기간에 걸쳐서 먹이사슬을 통해 농작물 물고기 등에 축적됨으로써 간접적으로 피해를 줄 수도 있다.
■ 하천, 호수 및 수생생물에 미치는 영향 : 호수의 pH가 낮아지면 호수 밑바닥에서 유해 중금속이 녹아나와(이 현상을 용탈이라 함) 수생생태계에 영향을 주게 된다. 특히 호수 밑바닥의 토양에서 알루미늄이 용탈되면 물고기의 호흡장애가 일어난다. 대부분의 수생생물은 pH6.0이하에서는 살기 어려우며, 아래의 (표1)은 호수의 pH값에 따른 수생생물의 생존한계를 나타낸 것이다.
■ 토양에 미치는 영향 : 산성화된 토양에서는 알루미늄 철 망간 등의 금속성분이 토양 속으로 녹아들어가 식물생장을 저해한다. 즉 pH 5에서 토양의 산성화 현상이 가속화돼 알루미늄 철 망간 성분이 증가, 인산염과 같은 영양염류중의 칼슘 마그네슘과 치환돼 영양분의 효과를 없애 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장기간에 걸쳐 토양 암석이 산성비의 영향을 받게 되면 중화능력이 떨어져 pH가 낮아지게 된다. (그림 3)은 식물의 영양분이 되는 각종 염류가 녹아나와 하천이나 호수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 식물에 미치는 영향 : pH3 이하의 산성비를 맞으면 잎의 칼륨 마그네슘 칼슘 등과 같은 영양분이 유실되고 잎에 반점이 생기며, pH2.6 이하에서는 감수성이 높은 식물은 죽게 된다. 나팔꽃과 피튜니아를 가지고 인공적으로 실험실에서 산성비를 만들어 실험해 본 결과 pH2.03-2.68사이에서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피해로서 꽃의 색깔이 탈색되고 잎에 반점이 생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식물의 잎표면에 산성비 때문에 생긴 검은 반점은 광합성작용을 저해하므로 엽록소가 탈색되고 잎조직이 파괴돼 말라죽는 현상이 나타난다.
■ 유적 및 재산에 미치는 영향 : 금속이나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동상 기념탑 등의 유적과 각종 구조물을 부식시키며 특히 시멘트 구조물이 산성비에 쉽게 상한다. 유럽의 경우 아테네에 있는 파르테논신전과 아크로폴리스 같은 유적이나 독일의 쾰른 성당 등이 부식돼 가고 있는 실정이다.
산성비로 인한 인공석조물의 부식도는 자연풍화보다 30배 정도 빠르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금속이 가장 심하게 부식되며 가죽 고무 섬유제품이 쉽게 변색되거나 삭아서 못 쓰게 된 사례도 보고되고 있어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클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의 산성비 현황
우리나라에서는 1983년부터 환경처에서 전국의 주요 도시지역 56개소에 산성우측정망을 구성해 산성비를 측정하고 서울시(서울지역 5개소), 산림청(전국의 산림지역 65개소), 기상청(6개소) 등에서도 측정을 하고 있다. 그동안 환경처에서 발표한 전국의 산성비 측정결과를 보면 최근 수년간 전국 주요도시에 내린 빗물의 산성도는 대체로 pH5.0-5.9범위로서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1992년과 1993년 4월까지의 측정결과를 보면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역별 빗물의 평균 pH는 서울 5.7, 부산 5.2, 대구 5.6, 대전 5,7 등이었다.
이 결과를 계절별로 보면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최고치와 최저치와의 차이가 많이 나는데 비해 제주에서는 차이가 거의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제주의 대기가 그만큼 덜 오염돼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또 이 빗물의 pH를 계절별로 보면 연탄 등 화석연료를 많이 쓰는 겨울철이 봄철보다 낮은 pH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국립환경연구원이 1985-1990년 사이에 서울 불광동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겨울철에 pH4.0 이하의 산성비 또는 눈이 내린날이 있었다. 이는 전체 강우횟수의 3.5%(1991년에는 2.0%)였고, 강우량은 전체 강우량의 0.5%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국립환경연구원에서는 수년동안 산성비에 의한 산림피해조사와 금속부식 실험을 하고 있으며 (사진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인공적으로 산성비를 만들어 여러가지 식물 등에 뿌려 주면서 그 피해 실험을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피해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사진3)은 국립환경연구원의 산성비 측정장치와 산성비에 의한 금속부식실험장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에서와 같은 산성비의 피해는 그다지 문제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으며 피해사례도 아직까지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내륙과 고비사막 지역의 흙모래(황사)가 많이 날아오는 봄철에는 오히려 빗물의 pH가 알칼리성을 나타낼 때도 있어 최근 중국의 산업화와 함께 우리나라로 날라오는 대기오염물질을 어느 정도 중화한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상당히 많은 대기오염물질이 대기중으로 방출되고 이러한 오염물질들이 기류를 타고 우리나라로 옮겨 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