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가 별들의 집단임을 처음 증명한 사람은 망원경을 발명한 이탈리아의 갈릴레오 갈릴레이였다. 갈릴레이가 자신의 망원경으로 은하수를 들여다보자 우유가 뿌려진 길이나 은빛 강이 아니라 별들의 무리가 보였기 때문이다.
태양계의 성운설을 제창한 독일 철학자인 임마누엘 칸트는 태양계가 만들어지는 것(성운설)과 같은 원리로 우리 은하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즉 회전하는 거대한 성운이 수축하면서 원반 모양이 되고 원반에서 별이 탄생했으며, 은하수는 원반 위에 있는 관측자가 본 우리 은하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칸트는 우리 은하 바깥에도 우리 은하처럼 수많은 별로 이뤄진 독립된 은하들이 섬처럼 흩어져 있으며 우리 은하는 이처럼 수많은 은하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섬우주론을 주장했다.
우리 은하의 구조를 처음 연구한 사람은 영국의 윌리엄 허셜이다.
18세기 말 그는 하늘을 여러 영역으로 나누고 각 영역에 있는 별의 수를 헤아려 우리 은하에 있는 별의 분포를 조사했다. 허셜의 관측에 따르면 별의 분포는 타원체를 이루며 태양은 타원체의 중심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했다. 20세기 초 네덜란드의 야코부스 캅테인은 별의 시차를 관측해 우리 은하의 지름이 3만 광년이고 두께가 6500 광년이며 태양은 중심으로부터 3000광년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1919년에는 미국의 할로 섀플리가 구상성단(수십만 개 이상의 늙은 별들이 공 모양으로 모여 있는 성단)을 관측해 구상성단이 거의 구형으로 분포하며 그 지름이 30만 광년이고 그 중심으로부터 태양은 약 4만 5000광년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구상성단
의 분포 중심이 우리 은하의 중심이라고 가정했다. 섀플리의 우리 은하 모형은 허셜-캅테인 모형과는 달리 태양이 우리 은하의 중심에 있지 않은 셈이다. 이는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보다 더 큰 우주관의 변혁을 가져왔다.
그러나 섀플리는 ‘안드로메다성운’을 포함한 모든 천체가 우리 은하 안에 있으며 우리 은하 자체가 우주라고 생각했다. 우리 은하가 우주 자체라는 그의 주장은 많은 반대에 부딪혔다. 대표적인 반대론자는 허셜-캅테인 모형을 받아들여 칸트의 섬우주론을 지지하는 미국의 허버 커티스였다. 커티스는 안드로메다성운에서 관측된 신성(폭발에 의해 갑자기 밝아졌다 서서히 어두워지는 별)의 밝기를 우리 은하에서 관측된 신성의 밝기와 비교해 안드로메다성운까지의 거리를 구했다. 그 거리는 약 40만 광년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섀플리 모형에서 주장하는 우리 은하 크기를 훌쩍 넘어선 거리다. 즉 안드로메다성운은 우리 은하에 있는 성운이 아니라 우리 은하 밖에 있는 외부은하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은하 구조와 섬우주론에 대한 논쟁은 1920년 미국 학술원에서 섀플리와 커티스의 논쟁으로 이어졌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결국 1925년 미국의 에드윈 허블이 안드로메다성운에서 변광성(시간에 따라 밝기가 변하는 별)을 관측해 거리를 정확히 알아내면서 안드로메다성운이 외부은하로 밝혀졌다. 논쟁은 섬우주론의 승리로 끝난 셈이다. 그러나 우리 은하의 구조에 대해서는 섬우주론에서 채택한 허셜-캅테인 모형이 틀리고 태양이 은하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섀플리 모형이 더 타당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방출성운과 중성수소로 밝힌 나선팔 구조
허블은 외부은하의 존재를 입증한 뒤 은하를 계속 관측해 1936년에는 오늘날 우리가 ‘허블 분류’라 부르는 은하의 형태 분류 체계를 발표했다. 허블은 모양에 따라 은하를 나선은하, 타원은하, 불규칙은하로 구분했다. 허블 분류에 따르면, 우리 은하는 나선은하에 해당된다. 나선은하의 가장 큰 특징은 나선팔. 나선팔에는 성간물질에서 막 태어난 별이 많은데, 우리 은하도 O형별 이나 B형별 처럼 젊은 별이 많기 때문에 나선은하로 추정한 것이다.
허블의 은하 분류에서 나선은하는 핵을 가로지르는 막대가 있는 막대나선은하와 막대가 없는 정상나선은하로 다시 구분된다. 이 중 우리 은하가 어느 것에 해당되는지를 구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관측자료가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은 막연히 우리 은하를 정상나선은하라고 생각했다. 숲 속에 들어가면 주변에 어떤 나무가 있는지는 알 수 있으나 숲의 전체적인 모양을 알기 어렵듯이 우리 은하 속에서 주변의 별을 관측해 우리 은하의 전체적인 모양을 이해하는 것 역시 어렵다. 천문학자들은 가시광선에서 전파에 이르는
각 파장대의 특성을 이용한 관측으로 우리 은하에 네 개의 주요 나선팔이 있으며, 이들이 어떤 분포를 하고 있는지를 알아냈다.
나선은하에서 나선팔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이유는? 나선팔에 질량이 큰 O형별이나 B형별이 많은데, 이들이 원반을 이루는 다른 별보다 훨씬 밝기 때문이다. O형별이나 B형별은 온도가 높기 때문에 자외선을 많이 방출하므로 별 주변의 수소 기체를 이온화시켜 방출성운 을 만들게 된다. 따라서 방출성운의 분포를 조사하면 나선팔의 모양이나 개수를 알 수 있다. 태양에서 가까이 있는 나선팔 모양도 방출성운의 분포를 관측해 파악한 것이다.
그러나 방출성운이 내는 가시광선은 성간물질에 의한 성간소광 으로 어두워지기 때문에 멀리 있는 방출성운은 관측되지 않는다. 반면에 성간물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성수소 원자가 방출하는 전파는 성간물질에 의한 소광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전파는 멀리 있는 나선팔을 관측하기에 유리했다. 실제로 전파로 관측한 중성수소의 분포로부터 멀리 있는 나선팔의 윤곽을 얻었고 가시광선 자료와 결합해 나선팔의 전체적인 모양과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다.
큰 나선팔, 막대에서 뻗어 나와
가시광선과 전파 관측으로 우리 은하가 몇 개의 나선팔을 갖고 있으며 이들 나선팔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는 1970년대 이전에 이미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 은하에 막대가 있다는 사실은 1990년대에 들어와서야 알게 됐다. 물론 우리 은하가 막대나선은하일 것이라는 주장은 이전에도 있었다. 1960년대 당대 최고의 외부은하 연구자인 프랑스의 제라르드 보쿨레르는 우리 은하가 막대나선은 하라고 주장했으나 그 주장이 확실한 관측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 20년 동안 별의 분포 연구를 포함한 각종 관측을 통해서야 우리 은하에 핵을 가로지르는, 길이가 약 2만 7000광년인 막대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은하 중심부에 있는 성간구름을 전파로 관측해 이 성간운의 움직임이 원운동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막대의 존재를 알 수 있었고, 우리 은하의 역학적 모형 계산과 비교해 막대의 모양과크기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지상의 가시광선과 적외선 장비는 물론 스피처 우주망원경(적외선)으로 막대의 자세한 구조를 관측할 수 있었다. 현재 우리 은하는 막대나선은하로 분류되고 있다.
나선은하에서 관측되는 나선팔은 큰 모양새를 갖는 두 개의 대칭적인 나선팔부터 물결모양이나 양털모양을 한 작은 규모의 많은 나선팔까지 다양하다. 우리 은하에는 네 개의 큰 나선팔이 있는 것으로 관측됐는데, 외부은하에서도 이처럼 네 개의 나선팔이 많이 관
측된다. 우리 은하의 나선팔도 특별한 게 아니라 흔한 종류라는 뜻이다. 최근 우리 은하를 적외선으로 관측한 결과에 의하면 네 개의 나선팔 중 방패자리-센타우루스자리 나선팔과 페르세우스자리 나선팔은 막대의 끝에서 시작하는 큰 모양새의 나선팔이고, 직각자자
리 나선팔과 궁수자리 나선팔은 이 두 나선팔 사이에 있는, 이들보다는 작은 나선팔로 추정된다. 태양은 이러한 나선팔에 있지 않고 궁수자리 나선팔과 페르세우스자리 나선팔 사이에 돌출해 있는 작은 나선팔(오리온자리 나선팔)에 있다고 생각된다.
외부은하 중에서 나선은하는 불규칙은하 다음으로 많은데, 흥미롭게도 반 이상이 막대를 갖고 있다. 특히 나선은하 가까이에 다른 은하가 있을 경우 막대은하의 비율이 증가한다. 우리 은하의 경우도 가까이에 대마젤란은하와 소마젤란은하가 있을 뿐 아니라 좀 더
떨어져 있지만 안드로메다은하도 이웃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 은하가 막대를 갖고 있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거대 블랙홀의 증거, 핵나선팔
우리 은하 같은 나선은하에서 발견되는 나선팔과 막대는 어떻게 생긴 것일까. 나선팔을 이루는 별을 포함해 은하에 있는 모든 별은 은하의 중심 주위를 회전하는데, 중심에서의 거리에 따라 회전 각속도가 다르다. 이 때문에 만일 나선팔을 구성하는 별들이 고정돼 있
다면 나선팔이 몇 번 회전하고 나면 감겨 버리게 돼 그 모양을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나선팔은 고정된 장소에서 특정한 별들로 이뤄진 채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는 구조가 아니다.
천문학자들은 나선팔과 막대를 밀도파 이론으로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나선팔은 밀도파가 지나가는 영역에서 생성된 젊은 별에 의해 나타나는 구조다. 즉 나선팔은 밀도파가 지나가는 장소에서 생겼다가 별들의 진화에 따라 소멸되는 일시적인 구조란 뜻이다. 밀도파를 이해하기 위해 쉬운 비유를 들어보자. 만일 도시에 자동차가 균일하게 분포하고 있다면 교통 흐름도 좋고 특정한 곳이 정체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고가 나면 그 지점에서 자동차의 밀도가 높아져 정체가 된다. 사고 처리가 끝나면 이 지역의 교통 흐름은 다시 좋아지나 다른 곳에서 사고가 나면 그 지역이 또 정체된다. 도시 전체로 보면 어느 지역이 정체됐다가 시간이 지나면 풀리고 다시 다른 지역에 정체 현상이 나타나는 것과 같이, 원반에서 만들어지는 고밀도 영역도 은하 회전을 따라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파동(밀도파)의 형태로 회전하게 된다. 따라서 밀도파에 의해 나선팔이 만들
어지는 곳도 달라진다.
외부은하에서 흔히 관측되는 막대와 막대 끝에서 시작하는 두 개의 대칭적인 나선팔은 불균일한 밀도 때문에 생기는 밀도파 이론으로 잘 설명된다. 막대나 나선팔은 어떤 원인에 의해서든, 원반의 밀도가 일정하지 않을 경우 필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원반에서 밀도가 큰 곳은 중력도 크므로 이곳으로 물질이 몰려들게 돼 중력 불안정이 증폭되고, 결국은 중력 붕괴를 하게 된다. 대규모 중력 붕괴가 일어날 경우 막대와 막대 끝에서 시작되는 큰 모양새의 나선팔이 만들어지고, 작은 규모의 중력 불안정은 여러 개의 작은 팔을 만들게 된다. 은하에 막대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는 은하의 진화에 많은 차이가 있다. 막대가 원반의 물질과 상호 작용하면서 원반의 물질을 재배치하기 때문이다. 막대보다 바깥에 있는 성간물질은 막대로부터 각운동량 을 얻어서 속도가 증가하므로 원반의 바깥으로 밀려나고, 막대보다 안쪽에 있는 성간물질은 막대에 각운동량을 빼앗겨 막대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안쪽으로 유입된 가스는 은하핵 주변에 몰려 별을 탄생시키는데, 이때 만들어진 별들은 흔히 지름이 3000광년 정도인 고리 형태로 분포한다. 1999년 허블 우주망원경에 의해 발견된 은하 중심의 뜨거운 별들도 막대에 의한 물질 유입으로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은하핵에 거대 블랙홀이 있을 경우 안쪽으로 유입된 물질은 나선을 그리며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별은 나선모양을 그리게 된다. 이러한 구조를 ‘핵나선팔’이라 한다. 따라서 은하핵에서 핵나선팔을 볼 수 있으면 중심에 질량이 큰 블랙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막대의 바깥쪽에서는 원반의 물질이 막대로부터 각운동량을 얻어 가장자리로 이동할 수 있다. 우리 은하에서도 이런 역학적 진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원반 안쪽보다는 가장자리에서 별들이 더 활발하게 탄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태양 주변에 갓 태어난,질량이 큰 별이 적은 이유도 막대에 의한 역학적 진화 때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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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중심부에 막대가 있었다
작은 은하 잡아먹던 과거
태양계의 성운설을 제창한 독일 철학자인 임마누엘 칸트는 태양계가 만들어지는 것(성운설)과 같은 원리로 우리 은하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즉 회전하는 거대한 성운이 수축하면서 원반 모양이 되고 원반에서 별이 탄생했으며, 은하수는 원반 위에 있는 관측자가 본 우리 은하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칸트는 우리 은하 바깥에도 우리 은하처럼 수많은 별로 이뤄진 독립된 은하들이 섬처럼 흩어져 있으며 우리 은하는 이처럼 수많은 은하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섬우주론을 주장했다.
우리 은하의 구조를 처음 연구한 사람은 영국의 윌리엄 허셜이다.
18세기 말 그는 하늘을 여러 영역으로 나누고 각 영역에 있는 별의 수를 헤아려 우리 은하에 있는 별의 분포를 조사했다. 허셜의 관측에 따르면 별의 분포는 타원체를 이루며 태양은 타원체의 중심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했다. 20세기 초 네덜란드의 야코부스 캅테인은 별의 시차를 관측해 우리 은하의 지름이 3만 광년이고 두께가 6500 광년이며 태양은 중심으로부터 3000광년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1919년에는 미국의 할로 섀플리가 구상성단(수십만 개 이상의 늙은 별들이 공 모양으로 모여 있는 성단)을 관측해 구상성단이 거의 구형으로 분포하며 그 지름이 30만 광년이고 그 중심으로부터 태양은 약 4만 5000광년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구상성단
의 분포 중심이 우리 은하의 중심이라고 가정했다. 섀플리의 우리 은하 모형은 허셜-캅테인 모형과는 달리 태양이 우리 은하의 중심에 있지 않은 셈이다. 이는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보다 더 큰 우주관의 변혁을 가져왔다.
그러나 섀플리는 ‘안드로메다성운’을 포함한 모든 천체가 우리 은하 안에 있으며 우리 은하 자체가 우주라고 생각했다. 우리 은하가 우주 자체라는 그의 주장은 많은 반대에 부딪혔다. 대표적인 반대론자는 허셜-캅테인 모형을 받아들여 칸트의 섬우주론을 지지하는 미국의 허버 커티스였다. 커티스는 안드로메다성운에서 관측된 신성(폭발에 의해 갑자기 밝아졌다 서서히 어두워지는 별)의 밝기를 우리 은하에서 관측된 신성의 밝기와 비교해 안드로메다성운까지의 거리를 구했다. 그 거리는 약 40만 광년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섀플리 모형에서 주장하는 우리 은하 크기를 훌쩍 넘어선 거리다. 즉 안드로메다성운은 우리 은하에 있는 성운이 아니라 우리 은하 밖에 있는 외부은하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은하 구조와 섬우주론에 대한 논쟁은 1920년 미국 학술원에서 섀플리와 커티스의 논쟁으로 이어졌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결국 1925년 미국의 에드윈 허블이 안드로메다성운에서 변광성(시간에 따라 밝기가 변하는 별)을 관측해 거리를 정확히 알아내면서 안드로메다성운이 외부은하로 밝혀졌다. 논쟁은 섬우주론의 승리로 끝난 셈이다. 그러나 우리 은하의 구조에 대해서는 섬우주론에서 채택한 허셜-캅테인 모형이 틀리고 태양이 은하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섀플리 모형이 더 타당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방출성운과 중성수소로 밝힌 나선팔 구조
허블은 외부은하의 존재를 입증한 뒤 은하를 계속 관측해 1936년에는 오늘날 우리가 ‘허블 분류’라 부르는 은하의 형태 분류 체계를 발표했다. 허블은 모양에 따라 은하를 나선은하, 타원은하, 불규칙은하로 구분했다. 허블 분류에 따르면, 우리 은하는 나선은하에 해당된다. 나선은하의 가장 큰 특징은 나선팔. 나선팔에는 성간물질에서 막 태어난 별이 많은데, 우리 은하도 O형별 이나 B형별 처럼 젊은 별이 많기 때문에 나선은하로 추정한 것이다.
허블의 은하 분류에서 나선은하는 핵을 가로지르는 막대가 있는 막대나선은하와 막대가 없는 정상나선은하로 다시 구분된다. 이 중 우리 은하가 어느 것에 해당되는지를 구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관측자료가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은 막연히 우리 은하를 정상나선은하라고 생각했다. 숲 속에 들어가면 주변에 어떤 나무가 있는지는 알 수 있으나 숲의 전체적인 모양을 알기 어렵듯이 우리 은하 속에서 주변의 별을 관측해 우리 은하의 전체적인 모양을 이해하는 것 역시 어렵다. 천문학자들은 가시광선에서 전파에 이르는
각 파장대의 특성을 이용한 관측으로 우리 은하에 네 개의 주요 나선팔이 있으며, 이들이 어떤 분포를 하고 있는지를 알아냈다.
나선은하에서 나선팔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이유는? 나선팔에 질량이 큰 O형별이나 B형별이 많은데, 이들이 원반을 이루는 다른 별보다 훨씬 밝기 때문이다. O형별이나 B형별은 온도가 높기 때문에 자외선을 많이 방출하므로 별 주변의 수소 기체를 이온화시켜 방출성운 을 만들게 된다. 따라서 방출성운의 분포를 조사하면 나선팔의 모양이나 개수를 알 수 있다. 태양에서 가까이 있는 나선팔 모양도 방출성운의 분포를 관측해 파악한 것이다.
그러나 방출성운이 내는 가시광선은 성간물질에 의한 성간소광 으로 어두워지기 때문에 멀리 있는 방출성운은 관측되지 않는다. 반면에 성간물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성수소 원자가 방출하는 전파는 성간물질에 의한 소광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전파는 멀리 있는 나선팔을 관측하기에 유리했다. 실제로 전파로 관측한 중성수소의 분포로부터 멀리 있는 나선팔의 윤곽을 얻었고 가시광선 자료와 결합해 나선팔의 전체적인 모양과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다.
큰 나선팔, 막대에서 뻗어 나와
가시광선과 전파 관측으로 우리 은하가 몇 개의 나선팔을 갖고 있으며 이들 나선팔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는 1970년대 이전에 이미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 은하에 막대가 있다는 사실은 1990년대에 들어와서야 알게 됐다. 물론 우리 은하가 막대나선은하일 것이라는 주장은 이전에도 있었다. 1960년대 당대 최고의 외부은하 연구자인 프랑스의 제라르드 보쿨레르는 우리 은하가 막대나선은 하라고 주장했으나 그 주장이 확실한 관측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 20년 동안 별의 분포 연구를 포함한 각종 관측을 통해서야 우리 은하에 핵을 가로지르는, 길이가 약 2만 7000광년인 막대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은하 중심부에 있는 성간구름을 전파로 관측해 이 성간운의 움직임이 원운동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막대의 존재를 알 수 있었고, 우리 은하의 역학적 모형 계산과 비교해 막대의 모양과크기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지상의 가시광선과 적외선 장비는 물론 스피처 우주망원경(적외선)으로 막대의 자세한 구조를 관측할 수 있었다. 현재 우리 은하는 막대나선은하로 분류되고 있다.
나선은하에서 관측되는 나선팔은 큰 모양새를 갖는 두 개의 대칭적인 나선팔부터 물결모양이나 양털모양을 한 작은 규모의 많은 나선팔까지 다양하다. 우리 은하에는 네 개의 큰 나선팔이 있는 것으로 관측됐는데, 외부은하에서도 이처럼 네 개의 나선팔이 많이 관
측된다. 우리 은하의 나선팔도 특별한 게 아니라 흔한 종류라는 뜻이다. 최근 우리 은하를 적외선으로 관측한 결과에 의하면 네 개의 나선팔 중 방패자리-센타우루스자리 나선팔과 페르세우스자리 나선팔은 막대의 끝에서 시작하는 큰 모양새의 나선팔이고, 직각자자
리 나선팔과 궁수자리 나선팔은 이 두 나선팔 사이에 있는, 이들보다는 작은 나선팔로 추정된다. 태양은 이러한 나선팔에 있지 않고 궁수자리 나선팔과 페르세우스자리 나선팔 사이에 돌출해 있는 작은 나선팔(오리온자리 나선팔)에 있다고 생각된다.
외부은하 중에서 나선은하는 불규칙은하 다음으로 많은데, 흥미롭게도 반 이상이 막대를 갖고 있다. 특히 나선은하 가까이에 다른 은하가 있을 경우 막대은하의 비율이 증가한다. 우리 은하의 경우도 가까이에 대마젤란은하와 소마젤란은하가 있을 뿐 아니라 좀 더
떨어져 있지만 안드로메다은하도 이웃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 은하가 막대를 갖고 있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거대 블랙홀의 증거, 핵나선팔
우리 은하 같은 나선은하에서 발견되는 나선팔과 막대는 어떻게 생긴 것일까. 나선팔을 이루는 별을 포함해 은하에 있는 모든 별은 은하의 중심 주위를 회전하는데, 중심에서의 거리에 따라 회전 각속도가 다르다. 이 때문에 만일 나선팔을 구성하는 별들이 고정돼 있
다면 나선팔이 몇 번 회전하고 나면 감겨 버리게 돼 그 모양을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나선팔은 고정된 장소에서 특정한 별들로 이뤄진 채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는 구조가 아니다.
천문학자들은 나선팔과 막대를 밀도파 이론으로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나선팔은 밀도파가 지나가는 영역에서 생성된 젊은 별에 의해 나타나는 구조다. 즉 나선팔은 밀도파가 지나가는 장소에서 생겼다가 별들의 진화에 따라 소멸되는 일시적인 구조란 뜻이다. 밀도파를 이해하기 위해 쉬운 비유를 들어보자. 만일 도시에 자동차가 균일하게 분포하고 있다면 교통 흐름도 좋고 특정한 곳이 정체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고가 나면 그 지점에서 자동차의 밀도가 높아져 정체가 된다. 사고 처리가 끝나면 이 지역의 교통 흐름은 다시 좋아지나 다른 곳에서 사고가 나면 그 지역이 또 정체된다. 도시 전체로 보면 어느 지역이 정체됐다가 시간이 지나면 풀리고 다시 다른 지역에 정체 현상이 나타나는 것과 같이, 원반에서 만들어지는 고밀도 영역도 은하 회전을 따라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파동(밀도파)의 형태로 회전하게 된다. 따라서 밀도파에 의해 나선팔이 만들
어지는 곳도 달라진다.
외부은하에서 흔히 관측되는 막대와 막대 끝에서 시작하는 두 개의 대칭적인 나선팔은 불균일한 밀도 때문에 생기는 밀도파 이론으로 잘 설명된다. 막대나 나선팔은 어떤 원인에 의해서든, 원반의 밀도가 일정하지 않을 경우 필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원반에서 밀도가 큰 곳은 중력도 크므로 이곳으로 물질이 몰려들게 돼 중력 불안정이 증폭되고, 결국은 중력 붕괴를 하게 된다. 대규모 중력 붕괴가 일어날 경우 막대와 막대 끝에서 시작되는 큰 모양새의 나선팔이 만들어지고, 작은 규모의 중력 불안정은 여러 개의 작은 팔을 만들게 된다. 은하에 막대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는 은하의 진화에 많은 차이가 있다. 막대가 원반의 물질과 상호 작용하면서 원반의 물질을 재배치하기 때문이다. 막대보다 바깥에 있는 성간물질은 막대로부터 각운동량 을 얻어서 속도가 증가하므로 원반의 바깥으로 밀려나고, 막대보다 안쪽에 있는 성간물질은 막대에 각운동량을 빼앗겨 막대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안쪽으로 유입된 가스는 은하핵 주변에 몰려 별을 탄생시키는데, 이때 만들어진 별들은 흔히 지름이 3000광년 정도인 고리 형태로 분포한다. 1999년 허블 우주망원경에 의해 발견된 은하 중심의 뜨거운 별들도 막대에 의한 물질 유입으로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은하핵에 거대 블랙홀이 있을 경우 안쪽으로 유입된 물질은 나선을 그리며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별은 나선모양을 그리게 된다. 이러한 구조를 ‘핵나선팔’이라 한다. 따라서 은하핵에서 핵나선팔을 볼 수 있으면 중심에 질량이 큰 블랙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막대의 바깥쪽에서는 원반의 물질이 막대로부터 각운동량을 얻어 가장자리로 이동할 수 있다. 우리 은하에서도 이런 역학적 진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원반 안쪽보다는 가장자리에서 별들이 더 활발하게 탄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태양 주변에 갓 태어난,질량이 큰 별이 적은 이유도 막대에 의한 역학적 진화 때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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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중심부에 막대가 있었다
작은 은하 잡아먹던 과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