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로 외국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주로 공항을 이용하듯이 우주관련 SF물을 보면 우주여행을 떠나고 도착하는 지구기지가 흔히 나온다. 앞으로‘우주시대’인 21세기에는 우주여행이 보편화될 전망이다. 달 이외의 행성에까지 사람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에서 우주로 여행을 떠날 때는 어떤 공항(?)을 이용하게 될까.
지난 1월 30일 과학기술부는 우리나라 남단에 위치한 전라남도 고흥군의 외나로도라는 섬에 2005년까지 ‘우주센터’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그림1). 이 발표는 주요 일간지의 1면 머릿기사로 등장해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우주센터는 군사적인 미사일을 발사하는 곳으로 오해하기가 쉬우나, 단지 평화적인 목적의 우주개발을 위한 인공위성을 띄워 올리는 곳이다. ‘우주센터’하면 우리는 쉽게 미국 나사(NASA)의 우주왕복선이 발사되는 케네디 우주센터를 머리에 떠올린다.
전세계 인터넷망 구축하는 위성
우리나라가 건설하려는 우주센터의 규모는 케네디 우주센터와는 달리 작은 규모다. 이미 세차례나 발사된 바 있는 방송통신용 위성인 ‘무궁화’급을 지구정지궤도에 발사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이보다 작은 위성을 저지구궤도에 쏘아올릴 수 있다. 물론 향후 우주센터의 규모가 확장되면 저지구궤도에 무궁화급 위성도 올릴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형적으로 동쪽으로는 일본, 서쪽으로는 중국, 북쪽으로는 북한과 러시아가 놓여있기 때문에 남쪽의 제한된 범위로만 위성발사가 가능하다. 아무리 국제법적으로 무리가 없다고 해도 남의 나라 주영토 위로 인공위성 발사체(로켓)를 비행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지난 1998년 북한이 ‘광명성’이란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며 일본 상공을 통과한 ‘대포동’ 로켓 때문에 일본열도가 달아올랐던 일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인터넷망이나 이동통신망을 전세계적으로 구축하는데 저지구궤도의 활용도가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특유의 장점 때문에 저지구궤도 위성을 올리려는 국가들과 외국회사들이 줄을 서있는 형편이다. 이런 때 저지구궤도 위성발사를 위한 우주센터의 건설을 정부차원에서 결심하고 나섰다는 점은 우주개발의 핵심시설인 우주센터를 확보하기 위해 첫삽을 뜬 것으로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나아가 우리가 좀더 큰 규모의 위성을 지구정지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이 모여 적도부근에 공동발사장을 운영한다거나, 석유시추선같이 큰 배에 발사대를 설치해 원하는 위치에서 발사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미 호주의 우리나라 교포사업가가 이런 아태 공동발사장 건설을 진행중이며, 미국의 보잉사, 러시아의 로켓제작회사인 에네르기아사, 노르웨이의 석유시추선 업체인 크베르너 그룹이 합작으로 만든 ‘시 론치(Sea Launch)사’는 해상에서 위성발사에 수차례 성공한 바 있다.
우리나라 우주센터의 주요 임무는 수t급의 위성을 저지구궤도에 발사하는 일이다. 좀더 큰 규모의 위성발사는 공동발사장이나 해상발사 등의 다른 수단을 이용하는 운영의 묘를 살린다면, 충분히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우주발사기지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유인비행 가능한 우주센터는 단 두곳
전세계적으로 위성발사를 위한 필수시설인 우주센터를 보유한 나라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와 같이 위성을 보유한 국가들은 많아도 위성을 우주로 올릴 수 있는 자체발사능력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유럽연합),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등 7개국뿐이다. 이 밖에 브라질, 북한 등이 우주발사체를 보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도다.
물론 자체발사능력을 확보한 이 국가들은 최소 한곳 이상의 자국 우주센터를 보유하고 있다(그림2). 이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만이 이미 유인 우주비행이 보편화된 국가이며, 유럽, 중국, 일본 등이 유인우주비행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주로 유인비행할 수 있는 지구의 우주기지는 지금으로서는 미국의 케네디 우주센터와 러시아의 바이코누루 우주센터뿐이다. 역사적인 아폴로 11호의 달착륙과 유리가가린의 최초 우주비행도 각각 이 두 우주센터를 통해 이뤄진 사건이었다.
미래 우주여행에는 다이어트 필수
미국의 케네디 우주센터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잘 알려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약 5백70km2(1억7천만평)의 면적을 차지하며, 그동안 수많은 유인우주비행을 수행해왔다. 말이 5백70km2이지 생각해보면 한변이 20km에 다른 한변은 28km가 넘는 사각형 지역인 셈인데, 서울시 전체를 거의 다 차지하는 면적이다.
지금까지 우주왕복선만 해도 1백회 이상 발사와 착륙이 있었다. 케네디 우주센터에는 처음에 활주로가 없어 우주왕복선이 지구로 귀환할 때 주로 캘리포니아의 에드워드 공군기지에 착륙하곤 했다. 과거에 종종 수송기 위에 우주왕복선을 싣고 캘리포니아주에서 플로리다주로 날아가는 모습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케네디 우주센터에도 활주로가 생겨서 발사와 착륙이 한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케네디 우주센터의 넓은 지역 중 단지 24km2(7백36만평)만이 실제 우주발사시설이 차지하는 면적이다. 나머지는 안전지대로 확보된 지역인데, 국가차원에서 야생동물보호지역으로 선정돼 자연을 그대로 만끽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을 방문하면 악어, 대머리독수리, 거북, 해우(바다소) 등 많은 야생동물을 볼 수 있다. 마치 개발이 억제돼 자연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우리의 비무장지대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이런 이유로 케네디 우주센터는 주변의 월드 디즈니,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함께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고흥 우주센터도 전체 1백50만평 규모의 전체면적 중 시설 설치에 들어가는 면적은 고작 5-6만평 정도다. 나머지는 안전지역으로 확보된 것이어서 자연환경 보호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케네디 우주센터는 운영의 특성상 나사와 미공군 제45우주비행단과 함께 유지되고 있다. SF소설에나 나옴직한 우주사령부가 미공군에는 이미 편성돼 있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대한민국 공군 내에 우주사령부와 우주사령관이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우주왕복선에 한사람이 탑승하는 비용은 대개 몸무게 1kg당 미화 2만달러(약 2천5백만원)이며, 앞으로 20년 내에 1kg당 2백달러(약 25만원)로 낮출 계획이라고 한다. 몸무게가 60kg인 사람이라면, 현재는 15억원이 필요하나 20년 후엔 1천5백만원이면 된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향후 우주여행 탑승료를 아끼기 위해서 지금부터 저축과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뚱뚱한 사람이나 날씬한 사람이나 한좌석만 차지하면 동일한 요금을 받는, 비행기에서와 같은 현행 요금체계는 탑재중량을 면밀히 따지는 우주여행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위치 위장 위해 붙인 이름 바이코누르
미국의 케네디 우주센터에 상응하는 러시아의 우주기지는 바이코누르 우주센터(현재는 가가린 우주센터로 개칭)다. 1955년 건설돼 세계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의 발사도, 유리 가가린의 최초 유인우주비행도 이곳에서 펼쳐졌다. 러시아의 모든 유인우주비행은 물론 달탐사, 행성탐사, 지구정지궤도 발사 등 대부분의 러시아 우주개발 일정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바이코누르 우주센터는 옛소련이 위치를 위장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었다. 실제 바이코누르는 이곳 우주센터에서 수백km나 떨어진 조그마한 탄광촌이었지만, 이제는 너무 유명해져서 1998년 우주센터 주변의 레닌스크시까지도 바이코누르시로 개명되는 등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1970년대 미국과 아폴로-소유즈 도킹계획을 준비하기 위해 미국의 우주비행사들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에도 옛소련은 소유즈 발사시설만을 보여줬다고 한다. 한때는 외국인들이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고 있다거나 민간항공기가 지나간다고 하면, 정도에 따라 경계등급을 나눠 비상신호를 보내 우리나라 민방위 등화관제훈련과 같이 하던 일을 멈추고 시설을 숨겼다. 이렇게 위장됐던 바이코누르가 서방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57년 U-2 정찰기 때문이었다. 나아가 이곳이 일반인에게 완전히 드러난 것은 1974년 아이러니컬하게도 우주개발의 결과물인 랜랫과 스폿위성의 활약 덕택이었다.
1970년대 바이코누르 우주센터를 방문했던 미국 비행사들은 약 15분 이상 비행기를 타고 가도 그 지역을 벗어날 수 없었다고 한다. 얼마나 넓은 곳이었는지 상상해볼 수 있다. 이곳은 1천5백60km2의 면적을 차지해 케네디 우주센터의 거의 세배에 달한다. 면적으로라도 미국을 압도하려는 의도였을까.
한때 잘나가던 1970년대 옛소련의 바이코누르 우주센터에는 발사대만 80기 이상이 있었다. 이곳에는 우주비행사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수영장과 스포츠센터까지 갖춘 호텔시설이 있다. 러시아의 경제사정을 고려한다면 매우 호화스런 곳이다. 이곳 우주센터에 일하던 사람은 평균 러시아인의 임금에 비해 많게는 3배까지 받으며 일을 해서, 이 주변에는 노동력이 부족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만큼 지역고용창출의 효과도 막대한 것이었다.
철의 장막이라던 옛소련도 우주센터 내에서는 야생마나 낙타 떼가 자유롭게 살 수 있게 했다. 이와 같이 우주센터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자연환경과 더불어 건설되는 환경친화적인 시설임을 알 수 있다. 지금은 미국을 주축으로 16개국이 참여하는 ‘국제우주정거장 계획’에 참여하는 비행들도 이곳 바이코누르 우주센터에서 이뤄지고 있다. 올해 3월 중순 우리나라와 일본을 포함한 전세계에 위협을 주며 태평양에 폐기 예정인 ‘미르호’도 이곳에서 발사된 것이었다.
관광용으로 변모한 러시아 스타시티
이 외에도 러시아는 바이코누르 우주센터보다 더 많은 위성을 발사했던 플레체스크 우주센터, 최근에 사용하기 시작한 스보보드니 우주센터 등 여러 곳을 확보하고 있다. 모스크바 외곽에는 러시아의 우주비행사를 양성하는 ‘스타시티’가 위치한다.
별의 도시란 뜻을 가진 이 도시명은 SF소설에나 나오는 이름같이 들린다. 이곳은 우주비행사와 가족이 사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대덕연구단지와 비슷하게 특정 그룹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스타시티에는 유리 가가린 우주비행사 훈련센터가 있다.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서는 2-3년간 집중적인 훈련기간이 필요하며 많은 경비가 소요된다.
철통같은 보안속에 유지돼 오던 이 지역의 시설들은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돈벌이를 위해 세계의 관광객들을 받아들이면서 외부에 모두 공개됐다. 일반인들에게 우주비행사가 하는 훈련과정이나 비행경험을 느끼게 해주는 우주체험캠프 등을 유치하면서 러시아는 부족한 재정을 보충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고흥 우주센터도 우주박물관과 우주체험관 등의 시설들을 갖춰 일반인들에게 관광과 우주과학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현재 다양한 활동을 하는 우주정보소년단도 이제는 우리 우주센터에서 산 교육과 체험을 위주로 새로운 활동을 벌일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최대의 상용위성발사기지 쿠루
우주센터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프랑스의 ‘쿠루 우주센터’다. 이 우주센터는 프랑스의 지리적인 불리함을 보완하기 위해 적도근처 남미의 프랑스령인 기아나에 1968년에 세운 것이다. 이곳은 적도에 가깝기 때문에 같은 로켓이라면 미국의 케네디 우주센터보다도 15%나 더 무거운 정지궤도위성을 올릴 수 있다. 즉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1t 무게의 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면, 같은 로켓으로 쿠루 우주센터에서는 1.15t의 위성까지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전세계 지구정지궤도 위성의 반 이상이 발사될 정도다. 이 때문에 세계 최대의 상업적 위성발사기지로 명성이 대단하다. 지난 1999년 우리나라의 무궁화 위성 3호가 지구정지궤도에 올려진 현장도 이곳이었다.
우리 주변의 중국과 일본만 해도 여러 곳의 우주센터를 확보하고 있다. 중국은 서창, 지큐안, 타이유안, 해남 우주센터를 확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은 고비사막에 위치한 지큐안 우주센터에서 곧 유인우주비행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며, 2005년까지는 우주왕복선을 개발하고 달에 중국기지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적인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서창 우주센터는 1990년 홍콩위성 발사를 수주한 이후 상용 우주기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일본은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와 가고시마 우주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에서 이미 지구정지궤도위성과 화성을 향한 탐사위성을 발사하는 등 활발한 우주비행활동을 수행해 왔다. 내년에는 달에 무인우주선을 보낸다는 계획도 있다. 일본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좀더 효율적으로 지구정지궤도에 위성을 발사하기 위해 태평양의 기리바티 공화국 크리스마스섬에 무상 장기임차계약을 맺고 세번째 우주센터를 건설해 ‘호프’라는 일본 우주왕복선의 발사 및 착륙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대머리독수리를 관찰하며 탄생시킨 비행기는 방위산업을 거치면서 개발과 제작의 신뢰성이 급속히 향상됐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항공비행은 그동안의 기술개발과 안전성 향상으로 이제는 비용도 크게 줄었으며 평범한 일상생활의 일부가 됐다. 우주비행 또한 지금은 한정된 몇몇 사람들만이 지구의 우주기지에서 하는 환상적인 일로 보이나, 지금까지의 항공기 기술개발과 같은 속도로 개발이 진행된다면 앞으로 수십년 내에는 우주여행도 지금의 비행기 타는 일과 같이 느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지구기지에서 자유롭게 떠나는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의 보편적인 우주여행이 다가올 날도 머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