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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시절 평소 관심이 많던 물리학부 강의들을 들어온 필자는, 공학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물리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실을 찾아 진학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전기공학부 연구실 중에서 첨단 반도체 소자를 다루면서도 이론적인 연구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연구실이 있음을 알게 됐다. 그곳이 바로 필자가 진학하게 된 물리전자연구실이다.

반도체 소자를 직접 제작하고 그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엄청난 자금과 오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제작된 소자가 어떠한 특성을 나타낼지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간단한 해석 식 작성에서부터 컴퓨터를 사용한 복잡한 수치해석 계산까지,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기본 생각은 간단하다. ‘반도체 소자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이해하고 싶은 것이다. 물리전자연구실에서는 이렇듯 반도체 소자의 동작 원리를 이해하고 모델링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중 필자가 수행한 연구는 반도체 소자의 잡음 특성을 수치해석적인 방법으로 예측하는 것이었다. 반도체 소자는 필연적으로 잡음 신호를 갖기 마련인데, 이러한 잡음 특성은 반도체 소자로 설계된 전체 시스템 성능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다. 특히 당시에 전세계적으로 무선 통신이 폭발적으로 보급되면서 고주파 대역에서 동작하는 트랜지스터가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었기 때문에, 잡음 특성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방법론이 요구되던 때였다. 필자가 박사과정 때 작성한 논문은 발진기에 사용되는 반도체 잡음 특성을 컴퓨터로 예측한 최초의 논문으로 평가받으며, 오랜 연구과정을 보람있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연구실에서는 새로운 형태를 가진 메모리 소자 구조를 제안하거나 소형화된 반도체 소자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양자 효과를 어떻게 고려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수행됐다. 또한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하나의 칩 안에서 수많은 반도체 소자들이 얼마나 균일하게, 또 얼마나 오랫동안 제대로 동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신뢰성 연구가 중요해져 이러한 특성을 예측할 방법론이 개발됐다.

연구실에서 생활하던 때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힘껏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도 물리전자연구실을 떠올리면, 화이트보드를 가득 채우며 진지하게 토론하던 선후배들과 박영준 교수의 모습이 그려진다. 공식적인 정례 미팅 외에도 수시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러한 과정이 반도체 소자를 더욱 깊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연구실의 졸업생들은 현재 반도체 관련 기업체와 학계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고 있다. 다양한 연구가 진행돼온 연구실인 만큼, 각자가 경험한 연구실 생활은 다르겠지만, ‘먼저 깊이 생각하고 이해한 후 응용하라’는 물리전자연구실의 소중한 가르침은 한결같으리라 생각한다.

 

홍성민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공학박사를 마쳤다. 현재 독일 뮌헨 연방군대학에서 박사 후 과정을 보내고 있다. 창의적인 발상은 열린 마음에서 증폭된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고 자신만의 스트레스 조절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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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홍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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