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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서울대 구조복잡도 연구실의 첫 번째 졸업생 중 한 명이다. 외국인 교수가 서울대에 부임한 뒤 처음 문을 연 구조복잡도 연구실의 첫 번째 학생이 되겠다는 결정은 쉽지 않았다. 실제로 연구실에 들어간 뒤, 대학원 수업을 들으면서 원활하게 행정 처리를 하기 위해 지도교수와 행정실 간의 의사소통까지 도맡아 해야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논리적인 말하기와 합리적인 사고방식의 기반을 닦을 수 있던 소중한 시기였으며, 연구실 생활을 통해 기대했던 것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구조복잡도 연구실을 택한 이유는 유전 알고리즘과 기계학습과 같은 인공지능 분야의 주제에 관심이 있어서였다. 석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그중 한 가지 주제로 기계학습을 통한 문서 분류 시스템을 연구했다. 기계학습이란 인공지능의 한 분야로 컴퓨터가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알고리즘과 기술을 개발하는 분야다. 의학 문서에 나타나는 단어들이 의미론적으로 의학 단어 시스템(온톨로지) 중 어느 위치에 있고 상대적으로 단어 사이의 유사성이 얼마나 많은지, 즉 온톨로지 상의 거리를 계산해서 같은 주제를 가진 문서끼리 분류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단순히 같은 단어를 비교하기보다 단어들의 상대적 관계를 파악했고, 서로의 관계를 기계학습에 반영함으로써 더 나은 문서분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 기계학습 방법을 실제로 구현해보고 성능을 직접 테스트해보는 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연구를 하면서 매 단계마다 토론하고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결정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즐거웠다. 창의적으로 연구하는 자세, 합리적인 사고, 논리적 사고 능력을 자연스레 익힐 수 있었다.

문서분류와 기계학습 외에 유전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의 여러 주제에 대해서도 연구실 안에서 세미나를 열고 구성원들과 토론한 것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또한 맥케이 교수가 교류하는 아시아와 호주의 연구자들과도 학회 모임을 통해 종종 만나서 서로의 연구주제를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국내 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적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던 기회였다. 연구원들에게 “Hi, Bob!”이라고 인사받는 맥케이 교수가 이끌어가는 탈권위적이고 자유로운 연구실 분위기가 한몫했다.

필자는 석사학위를 받고 졸업한 뒤 지금은 세계적인 비즈니스 솔루션 업체인 SAP의 한국 R&D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소프트웨어 연구 개발에 요구되는 학문기술적 전문성뿐 아니라 독일 연구소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구조복잡도 연구실에서 얻을 수 있었던 논리적인 사고와, 연구에 대한 새로운 자세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영어실력을 덤으로 얻은 것도 행운이었다. 앞으로 많은 후배들이 우리 연구실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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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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