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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쪽같이 위장한 ‘움직이는 나뭇잎’

클로즈업! 동물의 세계

바람에 살랑살랑~ 나뭇잎 연기의 달인 잎사귀대벌레

길이는 약 12cm, 누군가 갉아 먹은 자국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둥글납작한 부채 모양이며 연두색을 띤다. 가운데에는 굵은 잎맥이 가로지르고 거기에서 가지처럼 작은 맥이 양옆으로 뻗어 나온다. 끝부분에는 갈색의 얇고 가느다란 자루가 돋아 있다. 가장자리는 벌레가 뜯어 먹은 듯 울퉁불퉁하며 군데군데 누렇게 시든 부분도 있다. 얼핏 나뭇잎을 묘사하는 말 같지만 사실은 잎사귀대벌레다.

잎자루처럼 보이는 부분은 잎사귀대벌레의 앞다리다. 이 곤충은 가만히 앉아 있을 때 앞다리를 머리 위로 뻗는다. 또 굵은 잎맥처럼 보이는 건 대벌레의 몸통이다. 이렇게 동물이 몸을 보호하거나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주변 자연물이나 다른 동물의 모습을 닮는 전략을 ‘의태’라고 부른다. 돌처럼 생긴 메뚜기나 벌과 닮은 꽃등에도 의태로 실체를 숨긴다. 그래서 잎사귀대벌레를 숲에서 발견할 확률은 아주 낮다. 독일 태생의 자연 사진작가인 이고르 시바노비치는 이 곤충을 촬영하기 위해 비교적 눈에 잘 띄는 애벌레를 구해다가 성체가 될 때까지 길렀다.

잎사귀대벌레가 뛰어난 위장을 선보이는 비결은 먹이에 있는 것이 아닐까. 잎처럼 넓은 배를 만들려면 영양분이 많이 필요한데, 재미있게도 잎사귀대벌레는 잎을 먹이로 삼는다. 생김새만으로도 이미 잎인지 곤충인지 분간하기 어렵지만, 잎사귀대벌레는 행동마저 영락없는 ‘나뭇잎’이다. 산들바람에 잎이 나부끼듯이 몸을 좌우로 가볍게 흔들면서 기어간다. 변장에서 연기까지 나뭇잎을 귀신처럼 완벽하게 따라 한다.

하지만 뛰어난 위장술로 세상을 감쪽같이 속이는 일도 낮 동안뿐이다. 낮에 활동하는 동물들은 대개 시력에 의존하지만 밤에 활동하는 천적은 다른 재주를 이용해 대벌레를 찾아내기 때문이다. 잎사귀대벌레는 밤에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나뭇잎을 갉아 먹다가, 소리만으로도 물체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는 박쥐에게 잡아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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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가 키운 씨앗에서 태어난 나뭇잎, 큰가시대벌레

온몸에 가시가 돋은 곤충 한 마리가 길을 가다가, 작은 가지가 붙은 씨앗 하나를 툭 떨어뜨린다. 얼마 뒤 먹이를 찾아 나선 개미 일당은 그 씨앗을 주워 집으로 가져간다. 가지는 먹어버리고 씨앗만 덩그러니 남겨놓으면, 거기에서 애벌레가 깨어난다. 씨앗이 아니라 큰가시대벌레의 알이기 때문이다.

큰가시대벌레는 다른 대벌레와 마찬가지로 수컷을 만나지 않고도 번식할 수 있다. 수컷은 긴 날개를 갖고 있어 짝을 찾으려고 단거리 비행을 할 수 있지만, 암컷은 날개 싹이 완전한 날개로 자라지 않아 날지 못하고 기어다니기만 한다. 그래서 암컷은 평생 식물들을 조심스럽게 옮겨 다니면서 위장술에 의존해 살아가야 한다.

짝짓기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암컷은 알을 하루에 하나씩 낳으며, 개미가 주워갈 수 있도록 땅바닥에 떨어뜨린다. 수정이 된 알은 약 3개월 뒤에 부화하지만, 암컷이 혼자 낳은 알은 9개월 정도가 지나야 새끼가 나오는데, 모두 암컷으로 태어난다. 큰가시대벌레의 애벌레는 작은 개미와 닮았다. 다른 개미들과 함께 개미집에서 지내면서 말벌 같은 천적을 피하다가 어느 정도 자라면 개미집을 떠난다. 개미처럼 생긴 허물을 벗으면 잎이 치렁치렁 달리고 가시가 삐죽빼죽 돋은 성체로 자란다. 대나무 가지에 가시 돋친 잎들이 뭉친 것처럼 생겼다.

다리마다 끝부분에는 튼튼한 발톱이 달려 있어 식물에 단단히 들러붙을 수 있다. 사실 큰가시대벌레가 식물에 매달리는 이유는 잎사귀대벌레처럼 잎을 먹이로 삼기 때문이다. 주머니쥐 같은 천적이 나타나면 큰가시대벌레는 앞다리와 배를 위로 치켜들어 위협적인 자세를 취한다. 다리와 온몸에는 무수히 많은 가시(곁가지)가 돋아나 있어 겉모습만으로도 몸을 숨기거나 지킬 수 있다. 튼튼한 뒷다리로 노새처럼 강한 발길질을 해 천적을 쫓아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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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 사진 을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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