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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사회가 ‘한강의 기적’으로 부를 정도로 한국의 산업과 경제력은 급격히 발전했다. 1960~1980년대에 수많은 교량, 발전소, 화학설비와 같은 대형 구조물이 건설됐으며, 최근에는 건설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서 건물의 대형화, 고층화, 복합화에 한층 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사용 기간이 오래된 구조물도 속속 늘어나면서 그 신뢰성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늘고 있다. 안전성을 정확히 평가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해진 시기가 온 것이다. 국내에서 일어난 성수대교 붕괴나 구소련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폭발도 안전성을 소홀히 여긴 데에서 비롯됐다.

신뢰성(Reliability)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공학에선 “규정된 조건 하에서 규정된 기능을 의도한 기간에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시간적 안정성”으로 정의한다. 안전을 감안한 개념이기 때문에 단순히 성능만을 의미하는 품질(Quality)과는 다르다. 전자 부품이나 기기, 산업 구조물에 신뢰성이 결여됐다면 단순한 고장을 넘어서 심각한 인적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다면 신뢰성을 알아볼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부품이나 시스템을 이루고 있는 재료, 물질의 특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재료 물성을 측정하는 일반적인 시험법은 실제 가동 중인 부품에서 재료를 채취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양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시험 과정도 복잡하다. 구조물을 손상시킬 수 있는 데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교량, 발전소 등 대형 구조물과 나노구조재료,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 첨단기기의 안전성을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검증하는 ‘계장화 압입시험법’(Instrumented Indentation Technique)을 개발했다.

계장화 압입시험법은 뾰족한 침처럼 생겨 경도를 잴 수 있는 기구인 압입자(indenter)를 이용, 소재의 강도와 잔류 응력을 현장에서 비파괴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이다.


계장화 압입기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응용 분야가 넓어지면서 2007년 대한금속·재료학회에서 ‘제1회 계장화 압입시험 및 미소강도 심포지엄’이 개최됐으며 올해도 제3회 심포지엄이 계획돼 있다. 오는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국제학회 ISOPE 2009에서도 심포지엄이 개최될 예정이다.

우리 연구실에선 이 기술이 단순한 연구 성과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가규격(KS B0950, KS B0951)을 제정, 산업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2003년 국제표준(ISO)에서 강도평가에 대한 국제표준화를 위한 논의가 제안돼 치열한 노력 끝에 지난해 11월 국제표준(ISO TR29381)에 등재됐다.


앞으로 우리 연구실은 개발된 기술을 산업현장에 적용하는 흐름을 더욱 강화해 시스템과 대형구조물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안전 알림이’가 되고자 한다.

 


김국환
서울대 재료공학부를 졸업한 뒤 현재 같은 학교 재료공학 석·박사 통합과정에 다니고 있다. 계장화 압입 시험법을 이용한 비철금속 계열의 강도 평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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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국환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박사 통합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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