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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 수사체험 ‘지문을 찾아라’

아마겟돈, 진주만, 캐리비안의 해적.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현재 헐리우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했다는 것이다. 그가 흥행을 일군 또 하나의 대작이 있으니 ‘CSI 과학수사대’이다. 2000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방영된 CSI 라스베이거스가 시청률 1, 2위를 달리자 CSI 뉴욕, CSI 마이애미와 같은 스핀오프 시리즈가 현재까지도 계속 제작되고 있다(Spin-off : 큰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의 등장인물이나 배경을 바꿔 다시 제작한 프로그램).

첨단 수사 장비로 과학적 증거를 분석해 범인을 궁지로 몰아가는 장면은 멋지다 못해 통쾌하기까지 하다. 드라마 전개상 허구적인 면도 많지만 그럼에도 과학수사에 문외한인 많은 이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CSI 신드롬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도 CSI요원이 돼 CSI 과학수사대에서 자주 선보이는 지문(finger print) 채취를 체험하도록 하자.

이 행성에 나와 지문이 똑같은 사람 없나요

지구상에 나와 지문이 똑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결론은 ‘아니다’에 가깝다. 지문이 서로 같을 확률은 약 600억 분의 1 이하라고 한다. 지구의 인구가 약 68억명 정도이니 나와 지문이 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일란성 쌍둥이조차 지문이 서로 다를까?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하나의 수정란이 2세포기 때 둘로 나뉘어 각각 발생했으므로 유전적으로는 완벽하게 동일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들의 지문은 서로 다르다. 왜 그럴까?

지문은 태아기 엄마의 뱃속에서 10주 후부터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아기에 손가락으로 양막을 터치하는 과정에서 특유의 무늬가 만들어진다. 즉 유전적 요인 외에 환경의 영향으로 지문이 형성되기 때문에 일란성 쌍둥이조차 지문은 서로 다른 것이다. <;그림 1>;은 우연히 학교에 일란성 쌍둥이가 있어서 지문을 부탁해 비교해본 것이다. 전체적으로 비슷한 양상을 보이지만 왼손 둘째손가락을 유심히 관찰하면 서로 다름을 알 수 있다.


지문에도 패턴이 있다

손바닥을 뒤집어 손가락의 끝을 보면 마치 밭고랑처럼 일정한 선들이 줄지어 있는데 이 무늬를 지문이라 말한다(이 무늬가 어떤 물체에 찍힌 흔적을 지문이라 말하기도 한다). 자세히 보면 지문은 손가락 끝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손바닥 전체에 퍼져있는데 이를 장문이라고 부르고 넓은 의미의 지문에 포함된다.

이 세상에 지문이 서로 같은 사람이 없다지만 그렇다고 지문이 마구잡이로 생긴 것은 아니다. 일정한 패턴이 있는데 크게 제상문, 궁상문, 와상문의 3가지로 나뉜다(<;그림 2>;). 제상문(loop)은 말발굽 또는 고리 모양으로 생긴 지문을 말하며 융선 중 적어도 1개는 원래 시작한 쪽으로 되돌아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말굽의 열린 부분이 오른쪽이면 우제상문(right-loop), 왼쪽이면 좌제상문(left-loop)이라고 한다. 우제상문은 좌제상문에 비해 적게 나타난다.

궁상문(arch)은 활모양으로 생겨서 가로로 수평을 이루는 융선이 많고, 어느 한 쪽에서 출발한 융선이 원래 시작된 쪽으로 돌아오지 않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궁상문의 패턴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약 2.2%로 소수에 불과하다.

와상문(whorl)은 소용돌이 모양을 하고 있고, 보통 소용돌이 주변에 두 개의 삼각주를 갖는다. 지문의 형태는 민족마다 약간씩 분포에 차이를 보이나, 일반적으로 제상문이 제일 많고 그 다음 와상문, 궁상문의 순서이다.

고양이도 지문이 있을까?

골목길을 걷다 보면 ‘바닥 시멘트 주의’라는 글씨와 함께 들어가지 못하도록 끈으로 일종의 작은 바리케이트를 쳐놓은 것을 볼 기회가 가끔 있다. 아마도 시멘트로 골목길 바닥을 보수한 모양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꼭 누군가 아직 굳지 않은 시멘트를 밟고 지나간 흔적이 있다는 것. 누가 지나갔을까? 개일까, 아니면 고양이일까? 지문이라도 떠서 잡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개나 고양이에게도 지문이 있을까? 결론을 말하기 전에 집에서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독자가 있다면 빨리 가서 발목을 붙잡고 확인해보기 바란다.

아쉽게도 개나 고양이는 지문이 없지만, 영장류인 침팬지, 원숭이, 오랑우탄은 지문이 있으며, 캥거루가 속한 유대류인 코알라도 지문을 갖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이 엄지와 다른 손가락이 마주보고 있어 물건을 잡을 수 있다는 것으로 볼 때, 지문은 손가락과 물건 사이의 마찰력을 높여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해 더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최근 영국 맨체스터 대학 연구팀은 볼록한 지문 때문에 물건과 손의 접촉면이 적어지고 마찰력도 3분의 1이나 줄어든다는 새로운 주장을 하고 있다. 그간의 정설과는 정반대의 주장이라 흥미롭다.

드디어 잡았어!!

다시 범죄수사 현장으로 돌아오자. 지문이 사람마다 다르다면 현장에서 지문을 채취한 뒤 어떠한 대조 작업을 거쳐 범죄자의 지문을 맞히는 것일까? 지문자동검색시스템(Automated Fingerprint Identification ystem, AFIS)이 개발되기 전에는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과 수백만 개의 지문 데이터베이스를 일일이 대조하는 작업을 거쳐야만 했다. 예상되다시피 이 일은 수많은 인력이 필요한 매우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 그러다 보니 일치하는 지문을 발견했을 때는 어쩌면 자기 자신도 모르게 “찾았어!”라는 말이 튀어나왔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AFIS가 개발된 후에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지문을 스캔해 AFIS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기만 하면 된다. 이 프로그램으로 몇 시간, 짧게는 10분 이내에 일치하는 지문을 찾을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AFIS가 지문을 검색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문의 모양을 구조화해 살펴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지문은 피부의 땀구멍이 주변 보다 살짝 융기되고 수많은 다른 땀구멍들과 연결돼 생긴다. 실제로 손가락 지문을 돋보기나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융선을 따라 땀구멍이 나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손을 많이 쓰는 특정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지문이 닳아 없어진 사람도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다. 지문은 표피 밑의 진피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화상과 같이 진피가 손상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평생 동안 변하지 않는다. 신원 확인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림 3>;을 보면 땀샘과 연결된 땀구멍이 주위로부터 융기 후 서로 연결돼 부드러운 선 모양을 이룬 것을 ‘융선’, 융선과 융선 사이를 ‘골’이라고 한다. 지문의 중앙은 ‘중심점’, 융선이 두 개로 갈라진 곳은 ‘분기점’, 융선이 세 방향으로 이뤄진 곳은 ‘삼각주’라고 한다. 또 융선이 끝나는 곳은 ‘끝점’이다. 이러한 점들을 찾아내는 과정을 ‘특징추출과정’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뽑아낸 특징점들의 상대적인 위치, 그들 사이의 거리를 수치화해서 일치하는 지문을 찾아내는 것이다.

보통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은 희미하고 불명확한 부분이 많으므로 이를 선명하게 만드는 영상처리과정이 선행된다. 간혹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지문의 크기가 달라지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한 답도 유추할 수 있다. 지문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양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구체적으로 말해 특징점의 위치, 그들 사이의 거리 비가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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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오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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