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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속력을 잡아라

소리의 속력은 얼마나 빠를까?

올 여름에는 비가 올 때 유난히 천둥번개를 동반한 경우가 많았다. ‘번쩍!’ 하고 나서 몇 초 후 울리는 ‘우르릉 꽝!’. 왜 번개가 친 후 천둥소리가 들리기까지 시간이 걸리며, 왜 이 시간은 매번 다른 것일까?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이는 빛과 소리의 속력 차이 때문이다. 빛인 번개와 소리인 천둥은 동시에 동일한 곳에서 발생하지만 속력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있는 곳까지 오는 데 시간 차이가 난다.

빛의 속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공기 중에서 빛의 속력은 약 3×108m/s정도이며, 물속에서는 많이 느려지긴 하지만 그래도 소리가 넘볼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소리는 공기 중에서 약 340m/s의 속력으로 전파된다. 어떤 장소에서 동시에 발생한 번개와 천둥이 내가 있는 곳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빛은 거의 0초이지만(빛은 1초에 지구 둘레를 일곱 바퀴 반이나 돌 수 있다) 소리는 1초에 340m 밖에 가지 못한다. 400m 운동장 트랙을 한 바퀴도 돌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번개를 본 후 천둥소리가 들릴 때까지의 시간을 1초, 2초… 센 후, 이 시간에 340을 곱하면 천둥과 번개가 발생한 곳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다.

소리는 굳이 빛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그 속력을 비교할 만한 것들이 많이 있다. 총알처럼 작은 물체뿐 아니라 엄청 크고 무거운 전투기의 경우에도 소리보다 몇 배나 빠른 속력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공기 속에서 고속으로 움직이는 총알, 비행기, 미사일 등의 속력을 나타낼 때는 대개 소리의 속력을 기준으로 그 빠르기를 말하곤 하는데 이때, 소리의 속력(음속)을 ‘마하(Mach) 1’로 나타낸다. 이는 오스트리아의 과학자 에른스트 마하(Ernst Mach)가 도입한 개념으로 마하 0.5는 음속의 절반에 해당하는 속력이고, 마하 1은 공기 중에서의 음속인 초속 약 340m에 해당한다. 마하 1보다 큰 속도영역을 초음속이라 하며, 비행체가 공기 중에서 마하 1을 넘는 초음속으로 비행하면 비행체 주위의 공기에는 충격파(shock wave)가 생성된다.



소리의 속력은 고체에서 더 빠르다?

소리와 빛은 모두 파동이지만, 파동을 구분하는 몇 가지 기준으로 볼 때 소리와 빛은 서로 많이 다르다. 빛은 횡파지만 소리는 진행방향과 진동방향이 나란한 종파다. 또 빛은 파동이 전파될 때 매질 없이 전파되는 전자기적 파동이지만, 소리는 매질을 통해서만 전파되는 역학적 파동에 속한다. 이런 차이로 빛은 진공에서 가장 빠르며 기체, 액체, 고체로 갈수록 전파속력이 느려진다. 하지만 소리는 매질의 진동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기체보다는 액체에서 빠르며 고체에서 더 빠르게 전파된다.

소리의 속력이 약 340m/s정도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공기 중에서의 얘기다. 물속에서는 약 1482m/s로 공기에서보다 4배 이상 빨라지며 유리에서는 4500m/s, 강철에서는 5000m/s로 10배 이상 전파속력이 빨라진다. 이런 결과 때문에 많은 학생들은 “어! 기체→액체→고체 매질 순으로 빨라지네! 그렇다면 매질의 밀도가 증가할수록 소리의 속력이 빨라지는구나!”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소리의 전파속력은 매질의 밀도가 증가할수록 감소한다.

이는 바로 ‘부피 탄성률’ 때문이다. 부피탄성률이라는 용어가 어려우면, 탄성력에서의
‘탄성’을 생각해 보자. 탄성은 외부 힘에 의해 변형된 물체가 그 힘이 제거됐을 때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을 말한다. 용수철 상수가 높은 물체일수록 탄성이 크고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이 강하다. 바꿔 말하면 처음 상태에서 변형시키기도 힘들다.

실제로 학생들이 탄성이 클 것이라고 생각하는 고무나 스펀지보다 강철의 탄성이 훨씬 크다. 그리고 이런 물체일수록 부피탄성률이 큰 것이다. 즉 기체보다는 액체가, 액체보다는 고체가 변형시키기 힘들고 부피탄성률이 크다.



소리는 공기 중에 있더라도 공기의 상태에 따라 전파속력이 많이 차이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 온도와 습도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높을수록 전파속력이 빨라지는데, 공기 중에서 소리의 속력은 0℃를 기준으로 온도가 1℃ 상승함에 따라 약 0.61m/s씩 빨라진다. 이는 온도가 높을수록 공기의 밀도는 작으므로 소리의 속력이 증가하는 것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또한 습도가 높을수록 소리의 전파속력이 빠르다. 실험을 해보면 여름철 실험실에서 에어컨을 켰을 때가 켜지 않았을 때보다 속력이 느리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소리의 속력은 얼마나 빠를까?

소리는 입자가 아닌 연속적인 파동이므로 소리의 속력을 실험으로 측정하기가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 MBL(Microcomputer Based Labora tory) 장비가 개발돼 소리 실험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MBL이란 센서를 이용해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이를 컴퓨터와 연결된 인터페이스를 통해 컴퓨터로 전송해 결과를 분석하는 실험을 말한다. 소리 센서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마이크로폰(microphone)을 이용한다. 그러면 컴퓨터와 마이크, Addestation 프로그램을 이용해 소리의 속력을 측정해 보자.

① 컴퓨터, 스피커, Addestation 프로그램, 마이크, 한쪽이 막힌 둥근 원통, 자를 준비한다. 다음 과정을 통해 소리의 이동시간과 걸린시간을 측정해 소리의 속력을 구해보자.

② 실험 장치를 설치한다. 이때 마이크의 위치를 원통 입구에 정확히 일치시킨다(<;그림 1>;).


③ 파형 발생기를 펄스(pulse)파로 설정하고 주파수를 2000Hz으로 조정한 후 파형을 발생시킨다. 스피커를 통해 발생한 소리(pulse)의 일부는 원통 입구의 마이크로 입력되고 일부는 원통 속으로 들어간 뒤, 원통 뒤쪽의 반사판에서 반사된다. 원통 입구로 나온 소리의 일부는 다시 마이크로 입력된다. 동일한 소리가 원통의 2배 거리를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을 살펴볼 것이다.

④ 데이터를 수집한다. 데이터의 수집은 10초 정도로 설정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동안은 조용히 한다. 시간 설정을 별도로 하지 않고 펄스파형이 우측 스코프 영역에 보일 때 데이터 수집 중지 버튼을 눌러 중지해도 된다(<;그림 2>;).

⑤ x축과 y축의 간격을 늘려서(숫자를 작게) 파형을 확대시킨다. 데이터로부터 소리의 속력을 계산해 보자. 소리의 이동거리는 원통 길이의 2배이며, 걸린 시간은 데이터의 그래프를 확대한 후 처음 입사한 파형과 반사돼 나온 파형의 시간 간격을 확인해 알 수 있다. 이때 버튼을 누르면 그 위에 +표시가 생기고 그 다음 다시 마우스를 이동해 반사돼 나온 파형(반사파)의 동일한 곳을 마우스의 왼쪽 버튼으로 누르면 계산 값이 화면에 나타난다(<;그림 3>;).

주의해야 할 것은 원통의 막힌 부분에서 반사된 소리는 위상이 180° 바뀌므로 입사파와 반사파의 파형이 뒤집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시간 간격을 구하는 두 지점으로 입사된 펄스파(입사파)에 커서를 올려놓고 마우스의 왼쪽 위치를 주의해서 찾아야 한다. 지점간의 시간 간격이 ms(밀리초)의 단위로 나타나므로 1/1000을 곱해 sec(초)로 환산해 계산한다.



⑥ 측정한 거리와 시간을 이용해 속력=이동거리시간의 방법으로 소리의 속력을 구하고, 이 값이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는 ‘음속 계산기’를 이용해 계산한 소리의 속력과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알아보자.

● 실험값
서로 다른 네 가지 진동수의 펄스파 속력을 이용해 소리 속력의 평균값을 구한 과정은 이를 아래 표에 나타냈다. 결과적으로 평균값은 339.3m/s가 도출됐다.

● 이론값
온도 16℃, 습도 20%인 실험실에서 음속의 이론값은 341.2m/s이다. 실험값 339.3m/s와는 차이가 크기 않다. 원통의 길이를 측정할 때와 시간간격을 구하는 두 지점 측정시 발생하는 오차를 감안하면 이 방법을 이용한 소리의 속력 구하기는 간단하고 유용한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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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세연ㆍ명덕고등학교 교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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