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유지케 하는 것은 생물의 항상성이다. 이 항상성은 자율신경계와 호르몬에 의해 자동조절된다. 열의 발생과 체온조절을 중심으로 살펴본 생물의 항상성 연구.
우리 몸에는 심장과 간장은 하나씩밖에 없지만 그 밖의 많은 기관은 좌우대칭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질병 등에 걸렸을 때 기관 하나를 제거해도 살 수는 있다. 가령 대뇌반구 콩밭 허파의 경우는 2분의 1, 간장은 4분의 1, 갑상선은 5분의 1, 소장은 6분의 5만 남아 있으면 된다. 위는 없어도 된다고 한다. 이것은 없어진 기관에 대해서 나머지 부분이 상대적으로 작용하여 생명을 유지해 주기 때문이다.
신경과 호르몬이 지배하는 생체리듬
우리 몸 각 기관의 작용은 여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항상 거의 일정한 상태로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여력의 범위 내에서 필요에 따라 강하게 또는 약하게 작용할 수가 있다. 이러한 조절은 주로 자율신경계와 호르몬에 의해서 무의식중에 자동적으로, 또는 온몸이 통일된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몸의 조화와 건강이 유지되는 것이다.
심장·허파·소화관·혈관·샘 등은 의지와 관계없이 외계로부터의 자극과 체내의 상황에 따라 교묘하게 작용을 바꾸고 있다. 이들 기관은 신경(특히 자율신경)과 호르몬에 의해서 지배 조절된다. 신경의 작용은 재빠른 동시에 짧지만, 호르몬의 작용은 느리나 오래 계속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신경과 호르몬이 동시에 어떤 기관에 작용하는 경우와 협력해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호르몬 비슷한 물질을 신경 말단에서 분비하여 여러가지 기관을 지배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은 정온동물이며 또한 낮에 활동하고 밤에는 잠을 자는 주행성 동물이다. 따라서 체온은 거의 일정하지만 낮에는 다소 높고 밤에는 낮아진다. 이는 의지에 의한 운동량이 주간에 많고 자율 신경계 및 호르몬의 작용도 밤과 낮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심장의 박동, 호흡 운동, 체온 조절 등은 낮의 경우 교감 신경성의 작용으로 지배되며 밤에는 부교감 신경성의 작용으로 지배되어 환경 변화와 운동에 적응하기 쉽도록 되어 있다.
이렇듯 생활의 리듬이 생리적인 리듬까지 되어 있는 예는 1일 주기뿐 아니라 1주간 또는 1년간 등 장기에 걸친 리듬에도 해당되며 건강유지와 깊은 관계가 있다.
우리 몸은 정교한 에너지 공장
음식물로 섭취된 영양 물질은 체내에서 여러가지 화학 변화를 거친 다음 에너지를 유리(遊離)하는데 이것이 사람의 활동과 생존을 가능케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 중 유리된 에너지는 궁극적으로 모두 열에너지로 변하게 되므로 신체에서 발생하는 열량을 측정하면 어떠한 규모로 에너지 소비가 일어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일정한 시간에 신체에서 발생하는 열량을 대사량이라고 하며, 단위는 칼로리(cal)로 표시하고 보통 kcal를 사용한다. 영양소 1g이 체내에서 에너지원으로 이용될 때 발생하는 열량은 탄수화물 4.1kcal, 지방 9.3kcal, 단백질 4.1kcal다.
대사량은 신체 활동 상태에 따라서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1) 신체 운동은 대사량을 크게 증대시킨다. 격심한 운동을 할 때는 안정 상태의 대사량의 20-40배까지 커진다.
(2) 교감신경의 흥분으로 에피네프린이 분비되어 대사량이 증대된다. 이 호르몬에 의해 약 2백50%까지 대사량이 올라갈 수 있으나 이같은 촉진 작용은 에피네프린이 없어지면 바로 손실된다.
(3) 갑상선 호르몬도 에피네프린과 비슷한 작용을 가졌으나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점이 다르다. 갑상선 호르몬은 분비량이 감소되더라도 대사량의 증가 상태는 4-8주간이나 계속된다. 갑상선 호르몬에 의해서도 대사량이 2백50%까지 올라갈 수 있고, 반대로 이 호르몬이 정상 때보다 감소되면 정상 대사량의 50%까지 저하될 수 있다.
(4) 체온이 대사량을 좌우한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올라가면 화학 반응의 진행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체온이 1℃ 올라가면 대사량이 약 10% 증가한다. 그러므로 고열 환자는 건강할 때 대사량의 2배까지도 올라가서 영양 물질의 소비가 크다.
대사량에는 여러가지 요소가 관계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과 개인의 대사량을 비교할 때는 일정한 조건 밑에서 측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기초 상태를 설정한다.
(1) 신체 운동을 하지 않아야 하며, 운동 후 적어도 1시간 반 이상 경과한 후여야 한다.
(2) 정신적으로 안정된 상태여야 한다.
(3) 실내 온도가 적당해야 한다.
(4) 식후 10시간 이상 경과한 후이어야 한다.
(5) 체온은 정상이어야 한다.
기초대사량을 표시할 때는 1시간 동안에 체표면적 1㎡당의 값을 쓴다. 기초대사량은 사람의 체격에 따라 다르나 이것을 체표면적으로 나눈 값은 거의 일정하다. 이것은 기초대사량이 체표면적과 비례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소요되는 열량은 기초대사량에다 그 사람의 활동에 소요되는 하룻동안의 열량을 합친 것으로, 신체 활동이 별로 없는 사람에게는 하루에 약 2천kcal 정도 소요되고 중노동을 하는 사람은 3천kcal 또는 그 이상이 된다.
체온 조절의 원리
우리의 체온은 항상 36-37℃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 안에서의 에너지 방출이 필요하다. 이 에너지는 주로 근육이나 간장, 콩팥 등 활동이 왕성한 기관에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의 영양분을 분해하여 에너지가 생길 때 그 일부가 열에너지로 된 것이다.
안정된 상태에서 간뇌 심장 및 모든 내분비선들이 체열의 약 50%를 생산하며, 골격근의 하나하나는 그다지 크지 않으나 전신 체적의 약 2분의 1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골격근 전체는 약 40%의 열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골격근이 활동할 때는 열 생산이 10배까지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이의 활동에 따라 체열의 생산량이 크게 변동될 수 있다. 혈액은 이 열로 데워져 체내를 돌아 체온을 유지한다.
열방출은 순전히 물리적인 현상으로 복사, 전도 및 증발에 의한다. 실온인 실내에서 나체로 있는 사람의 경우 복사에 의하여 방출되는 열량은 전체 체열 방출량의 60%를 차지한다.
전도는 신체 표면에 접촉된 물체로 열이 이동하는 것인데, 사람에서 의자나 마룻바닥으로 약 3%, 접촉된 공기에 전도되는 것이 전체 열방출의 12%가 된다.
수분이 증발할 때는 많은 열방출이 일어난다. 물 1g이 증발할 때는 기화열로서 0.58kcal의 열이 방출된다. 인체의 피부 표면에는 항상 약간의 수분이 있어서 이것이 계속 증발하고 있다. 또한 호흡을 통해서도 수분을 잃어버리고 있는데 이 두 경로를 통해서 증발하는 수분의 1일량은 약 6백 mL다. 전체 열방출량의 약 25%가 증발에 의해 방출되는데, 땀이 나오는 경우는 증발에 의한 열방출이 크게 촉진된다.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은 체내에서 생산되는 열의 양과 체외로 방출되는 열의 양이 항상 같기 때문이다.
사람과 같은 정온 동물이라도 체온은 몸의 부위에 따라 차이가 있다. 특히 노출된 부분 및 코끝 또는 귓볼 등 돌출부에서는 낮은 경향이 있다. 손발 등은 여름의 경우 32-33℃인데 겨울에는 15-25℃로 내려갈 때도 있다. 신체 말단부는 환경이나 온도 변화에 따라 변동이 있으나 신체 중심부의 온도는 거의 일정하고 구강에서 측정하면 37℃로서 일정하다. 흔히 체온을 측정하는 장소로 이용되는 겨드랑이 밑이나, 직장 안은 구강보다 0.6℃정도 높으며 바깥 기온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체온이란 하루 중에도 여러 차례 변화하는데, 오전 6-7 시경에는 다소 낮고 오후 늦게(6시-7시경)는 높아서 그 차가 1℃가량이다. 연령도 관계가 있어서 어린아이는 어른보다 1℃ 가량 높다. 정신적인 긴장이 계속되었을 때도 체온의 변화가 나타난다. 그리고 운동 등으로 인해 몸이 더워지거나 자극성 있는 음식물에 의해서도 일시적으로 상승한다.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조절하는 작용은 간뇌의 체온조절중추에서 담당하는데, 이곳을 흐르는 혈액의 온도가 너무 높으면 체온을 내리고, 너무 낮으면 체온이 올라가도록 작용한다. 이러한 작용은 의식에 관계없이 자율신경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호르몬도 관계한다. 병에 걸리면 혈액 안으로 들어간 독소라든가 세균의 증식으로 체온 조절 중추가 침해를 받아 체온이 39-41℃까지 오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