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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추석이 10월 3일로 개천절과 겹치고 그것도 하필이면 토요일이었다. 내년 달력 상황도 올해와 비슷하지만 2011년에는 ‘환상적인 달력’을 보게 될 터이니 너무 서운해 하지는 말자. 달력이 이렇게 들쑥날쑥하게 된 것은 모두 정치와 종교의 잘못인데, 이에 대해서는 안양대 이정모 교수가 쓴 ‘달력과 권력, 달력을 둘러싼 과학과 권력의 이중주’라는 책에서 상세히 다루고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그레고리 달력’은 교황 그레고리 13세가 1582년에 선포한 뒤 점차 전 세계로 전파됐다. 우리나라는 갑오경장 이후부터 그레고리 달력을 사용했다. 그레고리 달력을 조금 더 과학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프랑스 대혁명 직후에 있었다. 혁명정부는 7일 단위인 일주일을 십진법으로 바꾸려고 했다! 이 시도는 당연히 실패했다. 7일에 한 번씩 휴일이 있다가 느닷없이 휴일이 10일에 한 번씩으로 바뀐다고 생각해보라. 이렇게 어이없는 정책을 강요하다가는 프랑스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정권이 바뀔 것이다.

현재의 달력(양력) 체계에 감히 도전을 시도라도 해봄 직한 것은 중국(한국)식 음력, 이슬람식 음력, 유태식 음력 정도다. 중국이 세계 최강대국이 될 가능성이 큰 수십 년 뒤에는 달력을 바꾸려는 시도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날짜마다 요일이 정해진 세계력

현재 달력은 특정 날짜의 요일이 매년 바뀌기 때문에 은근히 불편하다. 보통 사람은 달력을 보지 않고서는 주어진 날짜의 요일을 알아내기 어렵다. 자폐와 같은 뇌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10% 정도는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이라는 특수한 재능을 타고 나서 수백 년 전 특정 날짜의 요일을 즉각 알아내기도 한다.

물론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요일 알아내기 공식’이 있기는 하다. 보기만 해도 골치 아픈 그 공식은 다음과 같다.



이 식의 값을 7로 나눈 나머지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k는 일, m은 달(그런데 두 달씩 당겨져 3월이 1(1월), 2월은 12(전년도 12월)가 된다), d는 연도의 뒤 두 자리, c는 연도의 앞 두 자리다. 예를 들어서 2064년 1월 29일이 무슨 요일인지 알아보려면, k=29(29일에서), m=11(1월을 11로), d=63(2064에서 뒷부분인데,1월이 전년도 11월로 바뀌기 때문에 64가 아니라 63), c=20(2064에서 앞부분 20)을 사용한다. 가우스 기호 [ ] 는 괄호 안 수보다 크지 않은 최대 정수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63/4] =[15.75]=15 다.

2064년 1월 29일을 대입하면 100이 나오는데, 7로 나누면 2가 남는다. 나머지가 1이면 월요일, 나머지가 2이면 화요일로 해석하기 때문에 2064년 1월 29일은 화요일이다.

현재 달력에는 요일 말고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예를 들어 분기별 통계를 낼 때 1~3월은 90일(윤년일 경우 91일)인 반면 4~6월은 91일, 7~9월은 92일, 10~12월은 92일로 다르다. 또 공휴일 수도 요일이 어떻게 걸리느냐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연맹과 그 뒤를 이은 유엔은 세계력(world calendar)이라는 체계를 오랜 기간 심각하게 논의했지만, 미국이 반대해 그 계획을 실행하지 못했다. 세계력 계획은 간단히 말해서 해마다 항상 같은 달력을 사용하자는 제안이다. 어떻게 이런 달력을 만들 수 있는지 살펴보자.

1년은 365일(=7×52주+1)인데, 남은 1일은 휴일인 무요일(無曜日)로 만들어서 12월 30일 다음 날로 만든다. 그리고 1월, 4월, 7월, 10월은 31일까지 있고 나머지 8달은 30일까지 있다. 이제 1월 1일을 일요일로 시작하면 2월은 수요일로 시작하고 3월은 금요일로 시작한다. 이렇게 달 첫째 날의 요일이 일, 수, 금으로 계속 반복된다. 즉 4월은 일요일로 시작하고, 11월은 수요일로 시작한다. 12월 30일은 토요일이고 그 다음날은 무요일이므로 이듬해 1월 1일은 다시 일요일로 시작한다.



만일 미래에 그런 달력을 사용한다면 2043년 7월 5일은 7월 1일이 일요일이니까 목요일이다. 윤년일 때에는 6월 30일 다음에 휴일인 무요일(無曜日)을 하나 더 집어넣는다. 이렇게 하면 1년을 3개월씩 묶을 때 항상 91일(13주)이 된다. 이 세계력에는 하나 거슬리는 점이 있는데, 1월, 4월, 7월, 11월의 13일이 항상 금요일란 사실이다. 13일의 금요일이 지금 달력보다 두 배 정도 많아지는 셈이다. 현재 세계력 협회는 2012년부터 세계력을 시작하자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 주장이 힘을 얻으려면 손을 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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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한상근 KAIST 수학과학과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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