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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혜성, 10여개 매년 지구 접근

인류가 매년 발견하는 혜성수는 10여개지만 모군에 있는 혜성은 대략 2천억개로 추정된다. 이들은 태양계가 탄생할 때 여분으로 남은 것, 또는 성간물질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옛날부터 혜성은 전쟁, 질병, 기근, 왕의 죽음 등 재앙과 관련이 있다고 해서, 또 혜성이 지구와 언젠가 충돌할지도 모른다고 해서 항상 공포의 대상이 되어왔다. 혜성은 기원전 수백년전부터 관측되었고 그 기록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천여년 전부터 혜성관측의 기록이 있다. 그 첫번째가 신라 시조 9년, 즉 기원전 49년 3월에 혜성이 왕량이라는 별자리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왕량이라는 별자리는 지금의 카시오페이아자리인 W자 오른쪽 반을 가리키는 것이다. 중국에도 같은 자리에 꼬리가 긴별이 나타났다는 기록이 보인다.

서양에서는 로마의 시저가 폼페이를 공격할 때 혜성이 나타났다고 하고, 또 시저가 부르투스 일당에게 암살되던 해에도 오리온자리에 혜성이 나타났다는 기록이 있다. 역사상에서 나타난 혜성은 많은 경우가 지도자나 국가의 운명과 관계있는 것처럼 기록되고 있다. 긴 꼬리를 가지고 갑자기 나타나는 혜성의 모습은 바빌로니아 사람들에게는 하늘의 턱수염, 그리스 사람들에게는 나는 머리털, 아랍 사람들에게는 불의 칼자루 등으로 인식됐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혜성이 인간을 향해서 빛을 주려고 달려온다고 생각해서 공포감을 갖게 되었다.

태양계 내에서는 크고 작은 천체들이 무수히 많이 떠돌아 다닌다. 그들 중 상당수가 태양의 인력에 끌려 태양에 접근하였다가 영원히 사라지기도 하고 또는 주기적으로 다시 접근하기도 한다. 이렇게 나타나는 혜성의 수는 1년에 10여개가 되는데, 그 대부분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리다. 1974년에 나타난 코후텍 혜성은 천문학자들이 육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언하여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실제로는 기대보다 밝지 않아 사람들을 실망시켰던 일도 있다.

혜성근원지는 수만 AU 떨어져
 

(그림1) 혜성의 궤도
 

혜성의 기원은 아직도 미해결의 문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모군(母群)이 태양계밖 약수만 AU의 거리에 있다는 것이다(1AU는 1억5천만㎞이며 지구와 태양의 평균거리).

거의 모든 혜성은 긴지름이 수만 AU정도의 타원궤도를 그린다. 이 거리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별(항성)과의 절반거리에 해당하며, 대략 태양계 세력권의 한계에 해당된다.

이 모군에서 때로 태양에 가까이 온 혜성이 행성 근방에까지 이르면 행성의 인력을 받아 어떤 경우는 가속되어 쌍곡선 궤도로 전환되고, 어떤 경우에는 감속되어 단주기의 타원 궤도로 변한다.

새로 발견된 혜성 중에는 주기가 수년 밖에 안되는 단주기 해성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단주기 혜성은 천문학적으로 봐서 단기간 내에 없어진다.

인간이 매년 발견하는 혜성의 수는 10여개 정도지만 모군에 있는 혜성은 대략 2천억개로 추정하고 있다. 모군 중의 혜성은 태양계가 탄생할 때, 여분으로 남은 것, 아니면 성간물질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1960년까지 타원 궤도로 확인된 혜성의 궤도 이심률을 평균해보니 0.169가 되었다. 공전주기가 40년 이상이 되면 이심률은 0.9를 넘는다. 특히 장주기 혜성의 경우에는 타원포물선 쌍곡선의 구별이 잘 안된다. (그림1)의 예를 봐도 목성궤도 내에서는 쌍곡선인지 포물선인지 잘구분이 안간다. 대체로 공전주기가 2백년 이상인 것을 장주기혜성이라 부른다.

단주기 혜성의 경우는 거의 모두가 광도가 낮고 궤도 경사각(태양계의 행성이 있는 원반단면과의 각도)이 작고 순행이며, 원일점은 목성 부근에 있다. 이들을 트로얀혜성이라고도 부른다.

장주기 혜성은 거의 모두가 대혜성이며 밝다. 궤도 경사각도 크고 그 중에는 역행하는 (태양계 행성과 다른 방향으로 도는 것) 것도 있다. 이들은 원일점 위치에 따라 토성족 천왕성족 해왕성족으로 분류한다. 수개의 혜성이 동일 궤도 상에서 운행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혜성들을 혜성군이라고 한다. 가장 유명한 것이 1668년의 대혜성 1843Ⅰ 1880Ⅱ 1882Ⅱ 1887 Ⅰ, 그리고 1945g의 6개 혜성으로 된 군인데 각 혜성의 궤도는 거의 포물선인데다가 순행이었다. (그림2)는 10개 혜성의 여러가지 궤도를 보여준다.
 

(그림2) 혜성의 여러가지 궤도^혜성의 궤도는 긴 타원형 뿐만 아니라 원에 가까운 것. 포물선 혹은 쌍곡선 등 여러가지가 있다. 단주기 혜성은 거의가 긴 지름이 목성 궤도의 절반정도이지만, 더 먼 곳에 원일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있다. 주기가 가장 짧은 엥케 혜성의 주기는 3.3년이다. ①엥퀘 혜성 ②쉬바스만 바하만 혜성 ③핼리 혜성 ④웨스트 혜성 ⑤브래드 필드 혜성 ⑥베네트 혜성 ⑦IRAS 아라키 올코크 혜성 ⑧다코사토 고사카 혜성 ⑨자코비니 지너 혜성 ⑩코후텍 혜성
 

핵과 꼬리의 대장관

혜성은 크게 핵과 코마 그리고 꼬리로 구분하고, 꼬리는 다시 먼지(입자)꼬리와 이온꼬리로 갈라진다. 최근에는 코마를 둘러싼 수소코로나의 존재가 확인됐다. (사진1)은 1976년에 나타난 웨스트혜성으로 금세기들어 가장 밝은 혜성 중 하나다.
 

(사진1) 금세기에 나타난 것중 가장 밝은 웨스트 혜성
 

■ 핵

핵의 크기 측정에는 두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첫번째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혜성의 가시광선 파장의 사진에 의해서 크기를 측정할 수 있다. 두번째는 레이더에 의한 방법이다. 두번째 방법이 정확한 값을 도출해낸다. 그러나 지구에 가까이 접근해오는 혜성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두 방법으로 혜성의 지름을 측정한 결과 1㎞-10㎞ 사이임을 알아냈다. 혜성의핵은 직접 관측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작은 물체이다.

혜성 핵의 질량은 핵의 분열시에 그 파편들을 조사함으로써 추정할 수 있다. 조사된 결과는 ${10}^{13}$-${10}^{19}$g 사이. 혜성의 인력은 매우 약하므로 핵에서 분출된 가스와 먼지가 표면에 머무르지 못하고 주위의 공간으로 유출된다. 혜성의 본체 핵은 지구상의 작은 산 정도다. 따라서 걷는다고 하면 반나절이면 제자리로 돌아올 정도의 크기다. 혜성핵을 형성하는 눈에는 ${H}_{2}$O분자 외에도 ${CO}_{2}$나 기타 여러분자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혜성의 핵은 더렵혀진 눈덩이처럼 거무스름하게 보일 것으로 추측된다.

태양에 가까워짐에 따라 핵 표면의 온도가 상승하고, 눈에 있는 기화되기 쉬운 물질로부터 가스가 되어 방출된다. 이때 핵 자신의 인력이 강하면 방출된 가스가 핵 주위에서 맴돌게 되는데, 실제는 핵의 인력이 아주 약하기 때문에 가스는 함께 튀어나온 먼지와 더불어 주위의 공간으로 유출된다.

1986년 핼리혜성에 우주선 지오토를 보내 핵의 사진을 직접 촬영하기까지 우리는 혜성의 핵의 색깔이나 크기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었다. (사진2)는 지오토가 핼리혜성에 근접해 찍은 핼리혜성의 핵이다. 핵의 길이는 대충 16㎞이고 고구마 모형을 하고 있다. 표면은 매끄럽지 못하고 자세히 보면 분화구를 볼 수 있다. 색깔은 칠흙 같은 검은 색이고 검은 벨벳이나 석탄보다 더 어둡다. 핼리혜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어두운 천체인 셈이다. 표면에서 방사되는 적외선 복사는 온도가 대략 3백30K이다.

(사진2)에서 보이는 밝은 분출물(jets)은 핵의 한정된 위치(전체 면적의 0.1%)에서 나오는데 태양면 쪽에 국한된다. 분출물이 밝게 보이는 것은 추측컨대 태양 광선이 길게 늘어선 먼지를 반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2) 지오토 우주선이 핼리혜성에 접근해서 찍은 핵의 모습
 

■ 코마
 

(표) 핼리혜성의 물질분포
 

핵으로부터 분출된 가스와 먼지는 핵 주위를 마치 대기같이 둘러싼다. 이것이 바로 코마이다.

코마의 크기는 태양으로부터 거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혜성이 지구 궤도 부근까지 태양에 접근했올 때는 핵의 중심으로부터 10만㎞까지 퍼져 있다. 지구 지름 1만3천㎞와 비교하면 얼마나 거대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더구나 코마 바깥쪽에 코마의 10배에서 1백배나 되는 장대한 수소 원자의 구름이 퍼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 구름은 수소코로나라고불린다. 핵에서 나온 물분자가 태양의 자외선을 받아 수소원자를 발생시키고, 혜성의 움직임에 따라 고속으로 코마 주위에 퍼진 것이다. 이 수소코로나까지 포함하면 혜성의 크기는 중심의 핵으로부터 약 1천만㎞에 이른다. (사진3)은 핼리혜성의 코마와 수소코로나를 파이오니어 인공위성으로 찍은 것이다. 왼쪽 아래 흰점은 태양의 크기다.

코마는 여러가지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무대이다. 여기서는 생명의 원천으로 생각되는 유기분자가 발견되었다. 주된 성분은 ${H}_{2}$O, OH, ${H}_{2}$, CO인데, 이밖에 미량의 시안화수소와 ${NH}_{4}$ 등의 유기분자가 있다. (표)는 핼리혜성에서 발견된 원자와 분자들을 도표화한 것이다.

이들은 핵에서 방출된 물질이 태양의 자외선에 의해 전자를 뺏겨 이온화되거나, 다른 분자로해리된 것이다. 또 이온과 분자가 반응하는 등 복잡한 화학반옹의 결과로 형성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혜성의 코마에 미량의 유기분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코마에서 어떤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있는가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에서 홍미진진한 일이라 하겠다.

영국의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은 혜성에 유기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지구와 충돌한 혜성이야말로 오늘날 지구 생명의 기원점이 아닌가라는 설을 제창하고 있다. 현재의 생명 기원에 관한 연구 중에서, 생명 진화의 출발점이 되는 유기분자 생성이 수수께끼의 하나로 되어있는 상황을 생각한다면 분명히 생명의 혜성 기원설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혜성에서 코마가 형성되는 것은 태양에서 약 3AU 정도의 거리다. 이 무렵이 되면 핵의 낮쪽(태양빛을 받는 쪽)이 가열되어 거기서 가스방출이 시작된다. 가스는 매초 1㎞정도 속도로 유출되어 핵을 둘러싸듯이 확대된다. 가스가 방출된 뒤 약 20분 뒤에는 1천㎞의 공모양의 코마가 형성된다.

가스 방출을 시작해서 약 하루가 지나면 지름 약 20만㎞의 길이가 완성된다. 느리게 흐르는 먼지입자가 코마의 바깥 테두리에 도달하는 것은 10일 정도 지난 뒤의 일이다. 이 무렵에는 코마의 가스와 먼지의 양도 많아져서 태양풍에 밀려 흘러 나가면서 이온꼬리나 먼지꼬리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사진3) 핼리혜성의 코마와 수소코로나. 왼쪽 아래 흰점이 태양의 크기. 코마와 수소코로나가 얼마나 넓게 퍼지는가를 알 수 있다.
 

■ 꼬리

혜성의 꼬리는 예외없이 태양과는 반대쪽을 향한다. (사진4)는 헬리혜성의 잘 발달된 꼬리를 보여주고 있다. 그 스펙트럼은 ${H}_{2}^{+}$ ${CO}_{2}^{+}$ ${CO}^{+}$ ${OH}^{+}$ ${CH}^{+}$ 등의 이온들에 의한 휘선과 반사광으로 구성돼있다. 이들 휘선은 분자가 태양빛 에너지를 일단 흡수한 후에 특정한 파장을 방출하는 것이므로 이른바 형광에 의한 것이다. 이들 입자들은 매우 작다. 그래서 분자와 함께 빛의 압력으로 밀려나가 태양의 반대편에 꼬리를 형성한다.

혜성의 꼬리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그 중의 하나가 태양과 정반대 방향으로 뻗은 이온 꼬리이다. 혜성이 태양에 접근함에 따라서 코마를 형성하고 있는 입자가 태양의 강한 자외선 복사에 의해 (+) 전기를 띤 이온과 (-) 전자로 나뉘어 꼬리가 생겨난다. 이 꼬리는 태양에서 분출되는 플라스마의 흐름인 태양풍에 의해 가속되어 점점 길게 늘어져 간다. 태양풍의 속도는 초속 4백-5백㎞나 된다. 태양풍은 항상 변하고 있다. 따라서 이온꼬리의 움직임은 행성간 공간의 자기장 변동을 살피는 탐측기 구실을 한다.

먼지 꼬리가 형성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혜성의 운동과 함께 연속적으로 방출된 먼지가 태양으로부터의 빛의 압력에 의해 태양과 반대 방향으로 가속되어 꼬리가 생긴다. 먼지의 크기나 종류에 따라 가속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폭이 넓어진다. 작은 먼지 입자는 태양의 인력보다 광압을 강하게 받으므로 태양과 반대 방향으로 강하게 밀려 나간다. 한편 큰 입자는 인력이 광압보다 크게 작용하므로 혜성의 궤도 근처를 운동한다.

그런데 혜성 특유의 꼬리를 만드는 먼지 입자의 운명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입자는 마지막에는 태양계 밖으로 밀려 나가게 된다. 또 매우 큰 입자는 혜성과 궤도를 같이하면서 마지막에는 태양계의 행성들이나 태양에 끌려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인공위성이 추적한 핼리혜성의 정체

1986년 초 지구를 다시 방문한 핼리혜성 탐사에는 인공위성을 비롯 최신 과학장비가 총동원됐다. 그 결과 혜성의 비밀이 상당수 밝혀졌다.

핼리혜성이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교수였던 핼리의 이름을 딴 혜성이다. 1682년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웅대한 모습으로 나타난 혜성을 목격했다. 위 그림은 1066년 나타난 핼리혜성을 유럽 사람들이 그린 것이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혜성이란 그 해의 어떤 기이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알리는 하늘의 현상으로만 해석하고 있었다.

핼리는 많은 노력 끝에 기록에 남아 있는 1456년 1531년 1607년에 나타났던 혜성이 그가 본 1682년 것과 동일한 것으로 가정했다. 왜냐하면 1456년과 1531년 사이의 간격이 75년 1531-1607년 사이가 76년 1607-1682년 사이가 75년이라는 일정한 기간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1705년 과감하게 1682년에 나타난 혜성이 다시 1758년에 지구를 찾아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76년이 지난 후 1758년 12월25일 팔리츠시는 핼리가 '돌아온다'고 예언했던 바로 그 혜성을 발견했다. 이리하여 혜성은 회기성 천체임이 밝혀져 그의 공적을 기념하여 이 혜성을 핼리혜성이라 명명했다.

핼리혜성의 궤도는 다른 혜성에 비해 매우 가늘고 긴 타원이다. 단경과 장경의 비는 약 1.4이고 실제 장경은 천왕성궤도 장경과 거의 같다. 태양은 타원 초점의 하나다. 이와 같은 궤도를 갖기 때문에 핼리혜성의 운동은 행성과는 상당히 다르다. 예컨대 지구의 궤도 평균 속도는 매초 약 30㎞로 거의 일정한데 비해 핼리혜성은 태양에 가까이 있을 때와 멀리 떨어져 있을 때의 속도가 크게 다르다. 태양에서 가장 먼 원일점 부근에서의 핼리혜성의 속도는 0.91㎞/초에 불과하나, 태양에 접근함에 따라 속도는 증가한다. 근일점에서는 54.55㎞/초가 되며 매우 빠른 속도로 태양에서 멀어져 나간다.

1910년 핼리혜성은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인류는 천체 관측에 사진술을 처음으로 이용했다. 독일의 몰트 막스는 1909년 9월12일에 사진 관측을 시도했다. 이 때의 핼리혜성은 16등급이었고, 지구에서 5억2천만㎞ 떨어진 화성 궤도와 목성 궤도 사이에 있었다.

10월22일에는 미국 리크 천문대의 92㎝망원경으로, 13등급의 밝기인 핼리혜성의 첫 스펙트럼 사진이 촬영됐다. 그 결과 핼리혜성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코마에는 HCN, 꼬리에는 이온화 된 ${CO}^{+}$와 ${CO}_{2}$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음해인 1910년 4월20일 근일점을 통과하는 핼리혜성의 꼬리를 육안으로 직접 식별할 수 있었다. 한달 후에는 지구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였는데, 꼬리의 겉보기 각도는 1백25°-1백50°로 가장 길었다. 그 때의 지구와의 거리는 겨우 2천5백만㎞였다.

1986년 핼리혜성은 다시 지구와 태양을 76년만에 찾아왔다. 이 무렵 인간은 핼리혜성을 최신 과학 장비로 맞이했으며 사상 처음으로 탐사선까지 발사했다. 인공위성을 이 혜성의 핵으로 투입해 큰 성과를 거두었다. 1986년 대접근시에는 지구의 남반구에서 더욱 관측하기 쉬운 궤도를 가졌다. 천문 관측 기지가 북반구에 많이 있었던 탓에 약간의 실망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이 세기적인 천문 현상에 많은 나라가 합심하여 도전한 결과 큰 성과를 거두었다.

중국과 고대 우리나라 문헌에 나타난 핼리혜성의 기록을 살펴보자.

동양에서는 유럽의 경우보다 훨씬 이전인 2천년 전부터 혜성을 천체로 보아왔다. 혜성에 별 성(星)자를 붙인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천체로 여겼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보다 더 명확한 것은 '증보 문헌 비고 상고위'에 소개되어 있는 혜성에 대한 정의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혜성의 빛은 태양빛이 전달되어 생긴다. 따라서 저녁에(서쪽에) 보이는 것은(그 꼬리가) 동쪽을 가리키고, 새벽에(동쪽에) 보이는 것은 (그 꼬리가) 서쪽을 향한다"

이 내용은 성덕주(1579~?)의 '서운관지'에도 그대로 옮겨져 있다. 서운관지에는 이것뿐만 아니라 혜성의 관측 방법까지도 기록하고 있는데, 그 방법은 지극히 과학적이어서 현대 천문학 방법과도 일치한다. 핼리혜성의 기록으로서 가장 오래 된 것은 B.C.24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중국의 기록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으로는 그로부터 약 4백50년 뒤인 A.D.217년의 것이다. 그러나 이 기록이 과연 핼리혜성을 나타내는지에는 약간의 의문이 있다. 고구려 산상왕21년, 겨울인 10월은 양력으로는 217년 12월이거나 아무리 늦게 잡아도 다음해인 218년 1월초에 해당된다. 그런데 핼리혜성의 근일점 통과가 218년 5월17일이기 때문에 이보다 5개월이나 일찍 발견한 것이다. 좀 무리한 추측일지 모른다. 이후의 핼리혜성 회귀 중, 우리나라에서는 8회의 결측이 있었으나 989년 이후는 빠짐없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핼리혜성에 관한 가치 있는 우리나라 고대 기록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기록은 관상감이 발행했던 '성변등록'이다. 이것은 '성변 측후 단자'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서 책으로 묶은 것인데, 단자라는 것은 측후관들이 관측한 것을 기록하여 왕에게 즉각 보도한 관측보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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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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