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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의학에게 묻다

열린 토론의 장 탑스라운드

지난 10월 27일 서강대 가브리엘관 704호에서는 ‘존엄사, 의학에게 묻다’를 주제로 강연이 열렸다. 의료법윤리학자이자 김 할머니 연명치료 중단 소송과 관련해 세브란스병원 윤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예방의학과 손명세 교수가 강연자로 나섰다.



 



존엄사, 환자의 의지 존중해야

손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전국 병원의 중환자실에는 의식이 없이 의료기기의 힘을 빌려 생명을 이어가는 환자들이 많다”며 “경제적 부담이 커 가족 사이에 불화가 생기는 안타까운 일을 많이 목격한다”고 말했다. 중환자실에 입원하면 본인이나 가족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하루에 40~50만 원에 이른다.

또한 손 교수는 존엄사와 관련해 “치료가 어려운 질병에 고통받는 환자들 대부분은 인격이 존중받을 수 있는 상태에서 죽음을 맞기를 바란다”며 “존엄사를 결정하는 데 있어 환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환자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환자를 괴롭힐 뿐 아니라 가족들도 힘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병은 치료하지만 환자의 마음을 치료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의료계의 현실도 꼬집었다. 손 교수는 “우리 의료계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임상 의학 수준이 높지만 죽음을 그저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의료기기와 의술의 발달에 힘입어 환자들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고통받는 환자들의 마음까지 보듬어 주는 심리치료는 외면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그는 “의사들의 소통 능력이 부족한 측면도 있지만 병원에서 고가의 의료기기를 도입하면서 그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의사 1명당 돌봐야 할 환자 수가 지나치게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사가 환자에게 일일이 신경 쓸 여력이 없어졌다는 뜻이다. 손 교수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면 의술을 치유의 개념으로 바꾸고 환자에게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심어주는 ‘희망의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학으로 보는 세상

이번 강연은 ‘탑스라운드(TOPS Round)’ 활동 중 하나인 이야기마당에서 열렸다. 탑스라운드는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김학수 교수가 이끄는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연구실과 ‘더 나은 삶을 위한 과학’이라는 기업철학을 가진 바이엘 코리아가 만나 2007년 3월부터 시작한 활동이다. 탑스라운드는 즐겁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이 자연스레 공동체를 생각하는 기회를 만드는 ‘이야기 마당놀이’를 지향한다.

탑스라운드의 가장 큰 활동은 학기 중에 매달 열리는 이야기마당이다. 당시 사회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주제에 대해 각 분야의 전문가나 명사가 강연한 뒤 학생들의 질의를 받는다. 그 뒤에는 주제에 대한 토론시간을 갖는다. 이야기마당에는 매회 평균 60명 정도의 학생들이 참석해 사회 이슈에 과학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선배의 추천으로 이날 강연에 처음 참가했다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박동준 씨는 “각기 다른 학교, 다른 학과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사회과학을 전공한 사람들과 토론하며 이공계생이 가질 수 있는 편중된 시각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남도영 씨는 “단순히 강연을 들으러 오는 게 아니라 사전에 모여서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강연이 열리기 1주나 2주 전 각자 조사해온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와 토론을 하는 것. 남도영 씨는 “이런 과정을 통해 사회의 이슈를 과학적으로 보는 시각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탑스라운드는 이야기마당 외에도 커뮤니케이션 클리닉, 캠프 같은 각종 친목활동으로 이뤄진다. 학생들의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기 위해 기획된 커뮤니케이션 클리닉은 1년에 두 번 진행되며 학생들은 글쓰기뿐 아니라 효과적으로 말하는 법, 인터뷰하는 법과 동영상 제작법도 배운다.

탑스라운드는 올해 상반기에 열린 이야기마당에서 에너지를 대주제로 다뤘다. 지난 3월에는 서울대 환경대학원 윤순진 교수가 ‘석유고갈, 인류의 재앙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석유 수요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유전을 계속 개발하기보다는 소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일이 시급하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지난 4월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청정에너지연구센터의 김홍곤 책임연구원이 강사로 초빙돼 ‘에너지 생산 청정기술,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미래의 청정기술과 에너지에 대해 강연했다.

하반기에는 사회적인 이슈를 중심으로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지난 9월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연구본부의 이상률 본부장이 8월 말 발사된 나로호와 관련해 ‘항공우주기술, 베일을 벗기다’라는 주제로, 11월에는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의 전병율 센터장이 ‘신종플루, 인류를 위협하다’는 주제로 국가질병관리와 신종플루에 대한 국가적 대응방안에 대해 각각 강연했다. 12월에는 ‘E-Book, 이제 스크린을 넘기자’라는 주제로 강연이 진행된다.

200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준덕 기자 · 사진 탑스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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