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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추위 녹이는 우리 자연 이야기

제3회 '대한민국 10만 가지 보물이야기' 공모전 수상작

낭만적인 물가의 귀족, 뿔논병아리

사람처럼 아기를 등에 업어 키우는 동물이 있다. 우아한 자태와 기다란 목, 빳빳하고도 풍성한 ‘털목도리’를 자랑하는 뿔논병아리다. 뿔논병아리는 외모만 보면 마치 물가에 사는 새들을 거느리는 도도한 귀족 같다.

갓 태어난 아기 새는 부모 등에 업힌다. 뿔논병아리는 엄마보다 아빠의 사랑이 더 크다. 수컷이 암컷보다 아기 새를 더 많이 업어주기는 기본. 수컷은 아기 새가 먹이를 잘 소화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자기 목에 둘려 있는 깃털 중 하나를 뽑아 아기 새의 입에 넣는다. 뿔논병아리는 매나 올빼미처럼 음식 찌꺼기를 걸러낼 모래주머니가 없기 때문에 먹이를 먹은 뒤 물고기 뼈 같이 소화되지 않는 부분은 깃털과 함께 뭉쳐 알 모양(펠릿)으로 다시 뱉어 버린다.

수컷은 아기를 키울 때뿐 아니라 사랑을 속삭일 때도 낭만적이다. 짝짓기를 하고 싶은 상대를 만나면 물 위에서 뒤뚱뒤뚱거리면서 춤을 추거나 암컷과 머리와 몸을 맞대고 목을 휘어 하트 모양을 만든다. 뿔논병아리는 한국에서 겨울을 나며 주로 시베리아, 중국, 몽골 등에서 번식한다.

한국 중부 이남지역에서 여름을 나는 쇠물닭 가족에게서도 사랑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쇠물닭은 둥지 하나에 여러 암컷이 알을 낳는다. 그래서 둥지 속이 항상 붐비지만 암컷과 수컷이 20여 일 동안 알을 함께 품는다. 엄마 혼자 알을 품는 것보다 엄마와 아빠가 함께 품으면 아기 새에게 전해지는 사랑도 두 배로 따뜻하지 않을까.

5번 허물 벗고 번데기 견뎌야 나비 된다

꿈을 이루기 위해 아픔을 견디는 자연의 이야기가 있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탈바꿈(변태)’을 하는 동물들은 인내와 끈기로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 머리와 꼬리만 있던 올챙이가 다리가 나오고 꼬리가 녹는 아픔을 견딘 뒤에야 개구리가 되듯이 말이다.

청띠제비나비 애벌레는 다른 나비 애벌레와 마찬가지로 나비가 되기 위해 ‘어두컴컴한 시간’을 견딘다. 청띠제비나비는 나뭇잎 뒷면이나 줄기에 파란빛이 도는 하얀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깬 애벌레는 처음에는 짙은 밤색이지만 자라면서 점점 어두운 노란색 계통으로 변한다. 5번이나 허물을 벗기 때문이다. 허물벗기가 모두 끝난 애벌레는 녹색을 띠는데, 녹색 실을 뽑아 몸을 칭칭 감아 번데기가 된다.

애벌레는 번데기 안에서 옴짝달싹 못한 채 겨울을 난다. 거의 움직이지 않을 뿐더러 먹지도 못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번데기를 뚫고 나비가 탄생한다.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수려한 모습이다. 검은 양복에 파란 타이를 맨 신사처럼 까만 날개 한가운데에 그려진 파란색 띠가 눈에 강렬하게 들어온다. 청띠제비 나비는 한국에서 제주도, 남해안 섬과 울릉도에 있는 상록활엽수림에서 주로 볼 수 있다.

노랗고 작은 꽃잎이 5장 달린 바위채송화는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만 뜨는 ‘별’이다. 척박한 바위 표면에서 차가운 바람을 이기고 꿋꿋이 살아남아 꽃을 피운다. 자연은 아무리 작더라도 얼마나 경이로운 존재인지 느껴진다. ‘별’을 띄우고 싶다면 지금의 모습에 만족하지 말고 꿈을 향해 도전하자. 추운 겨울을 버텨내야만 행복하고 따뜻한 봄이 찾아오니까.

한 송이 꽃보다 향기로운 매화마름군락지

혼자 있는 것보다 함께 있는 것이 아름답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함께 모여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 자연히 미소를 짓게 된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매화마름 군락을 보면 잔잔한 호수에 내린 눈송이가 녹지 않고 남아 있는 것처럼 소박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매화마름은 한국(제주, 함북, 전남)과 일본에서만 자란다. 손으로 모를 심던 옛날에는 논마다 가득 메울 정도로 흔했지만, 기계로 모내기를 하는 지금은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됐다. 인천 강화군 길상면 초지리 주민들은 마을에서 자라는 매화마름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해 10월에는 매화마름에 대한 주민들의 사랑이 결실을 맺었다. 강화매화마름군락지가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도록 하는 데 성공한 것. 넓이 3009m2(약 910평) 정도의 이 습지와 여기를 지키는 매화마름이 국제적으로 보호받게 된 것이다.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곳은 꽃향기도 ‘눈에 보인다’. 합창단의 목소리가 연주회장을 잔뜩 메우듯 꽃들이 각자 내뿜는 향기가 하나로 어우러질 것만 같다. 들국화로 널리 알려진 구절초는 한국과 일본 등지에 있는 산기슭 풀밭에서 자라는데, 매우 향기롭다. 구절초가 잔뜩 피어 있는 풀밭에 가면 왜 구절초로 술을 담거나 차를 끓이는지 깨닫게 된다.

동물도 식물과 마찬가지로 함께 있을 때 더욱 아름답다. 황새목의 하나로, 길이가 약 75cm인 커다란 저어새는 5마리 정도가 함께 붙어 다닌다. 한국에는 겨울마다 제주도에 찾아오며 따뜻해지면 강화도 부근에서 번식한다.

저어새는 물가에서 먹이(작은 물고기)를 잡아 갈대밭에서 시간을 보내기 좋아한다. 항상 떼를 지어 다니지만 다른 새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제주 성산포 같은 서식지에서는 저어새가 백로나 왜가리, 청둥오리, 가마우지 같은 다른 새 무리와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200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 사진 내셔널지오그래픽 한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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