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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주인후보, 크리스마스에 탄생하기까지

8인의 러시아 훈련센터 생생체험기

 


지난 12월 4일 러시아 가가린훈련센터에서 러시아 우주복 ‘소콜’을 입은 한국 우주인후보 8명 가운데 김영민, 박지영, 윤석오, 장준성(왼쪽부터) 씨. 위쪽 사진은 숙소인 살류트 호텔에서 바라본 모스크바 야경.


한국 최초의 우주인 최종후보 2명이 1만8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크리스마스 저녁에 탄생한다. 2명 모두 2007년 3월부터 1년간 러시아에서 훈련받은 뒤 이 중 1명이 2008년 4월쯤 우주로 간다. 이제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탄생하는데 마지막 관문만 남은 셈이다.

최종후보 2명이 결정되기까지 치러진 4차 선발과정은 지난 11월 23일부터 한달여간 숨가쁘게 진행됐다. 정밀신체검사와 우주적성검사를 받은 30명에서 뽑힌 10명은 3일간의 스페이스캠프에서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평가받았다. 이 합숙훈련에서는 로봇팔을 제작하고 우주식을 먹으며 러시아어를 교육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2명이 탈락하고 8명이 남았다. 고산(30·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 김영민(33·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연구원), 박지영(23·KAIST 화학과 석사과정), 윤석오(29·한양대 교직원), 이소연(28·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 박사과정), 이진영(36·공군 소령), 장준성(25·부천남부경찰서 경위), 최아정(24·서울대 물리학과 석사과정)이 그들이다.

4차 선발의 하이라이트는 지난 12월 3일부터 1주일간 계속된 러시아 현지평가였다. 8명의 후보자들은 러시아 가가린훈련센터에서 특수비행기를 타면서 무중력훈련을 하고 수중에서 모의 국제우주정거장을 체험하기도 했다. 이들의 경험을 과학기술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과학문화재단의 도움을 받아 생생하게 재구성해 봤다.

비행기 타고 무중력을 즐기다
 

013차 선발과정을 통과한 10명의 한국 우주인후보들은 경기도 일산에 마련된 스페이스캠프에서 지난 11월 23일부터 2박3일간 합숙평가를 받았다. 사진은 합숙훈련 중인 김영민씨. 02지난 12월 5일 러시아 비행기‘일류신’을 타고 무중력 상태를 즐기고 있는 한국 우주인후보들.


12월 3일 8명을 태운 비행기는 오후 5시 인천공항을 출발해 현지시간 밤 10시 30분에야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서 숙소인 살류트 호텔까지 이동하는 동안 바라본 모스크바의 야경은 이국적이었다.

4일 이른 아침부터 가가린훈련센터로 이동했다. 이 훈련센터는 모스크바에서 북서쪽으로 35km 떨어진 스타시티에 위치하고 있다. 센터 한쪽에는 동상이 서있는데, 동상의 주인공은 세계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다. 가가린을 기념해 1968년 건설된 이곳에는 모의 비행장치, 실물 크기의 우주선 모형, 중력가속도 훈련장치 등 우주비행사 훈련에 필요한 시설이 다 있다.

가가린훈련센터 보리스 알렉산드로비치 학술부문 부청장이 이곳에서 보낼 3일간의 일정을 소개했다. 현지교관들과 인사를 나눈 뒤 러시아 우주복 ‘소콜’을 입었다. 모두 우주인이 된 것처럼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소연씨는 “우주복을 입고 나니 우주에 더 가고 싶다”고 말했다.

5일 설레는 마음으로 무중력체험용 비행기 ‘일류신’(IL-76 MDK)에 올라탔다. 일류신은 러시아 수송기를 개조해 만든 특수비행기로 길이 47m, 높이 15m, 날개폭 51m의 날아다니는 우주비행실험실이다. 비행기가 이륙한 뒤 45° 각도로 상승하다가 엔진을 멈추자 갑자기 아래로 떨어졌다. 25초간 비행기 안은 국제우주정거장처럼 무중력환경이 재현됐다.

처음엔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고 롤러코스터를 탈 때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머리카락이 하나하나 서고 누군가 조금만 건드려도 움직였다. 하지만 교관의 지시에 몇번 따르다 보니 움직이기가 한결 수월했다. 교관이 몸을 돌리자 공중에서 마구 돌기도 했다. 벽을 차고 수평이나 대각선으로 날아가고 공중에서 우주복을 입고 벗으며 100kg의 물건을 옮기는 훈련을 했다. 비행기는 1시간 30분간 10회 이상 무중력환경을 만들었다.

“어쩌다 허공에서 중간에 멈춰 버렸는데,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동하지 못하겠더라고요. ‘혹시라도 우주에서 이런 상태가 됐을 때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중력비행을 마치고 난 뒤 장준성씨가 훈련 중에 겪은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다.

6일은 가가린훈련센터에서 보내는 일정의 마지막 날이었다. 지름 23m, 깊이 12m의 원형 수조에서 수중임무 테스트가 진행됐다. 대형 물탱크는 부력을 적절하게 이용해 무중력상태와 비슷한 환경을 만든 특수장치다. 가가린훈련센터측은 우주공간의 무중력상태와 80% 정도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물속에서 만난 국제우주정거장
 

가가린훈련센터에 마련된 지름 23m, 깊이 12m의 대형 수조에는 실물과 똑같은 국제우주정거장 모형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12월 6일 러시아 교관의 도움을 받아 대형 수조의 국제우주정거장 모형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한국 우주인후보.


대형 수조 안쪽에는 실물과 똑같은 국제우주정거장 모형이 있었는데, 처음엔 물이 없는 상태였다. 바닥에서 물이 천천히 차오르더니 우주정거장 모형이 전부 물에 잠겼다. 잠수복을 입고 산소통을 멘 다음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깊은 물속에서 우주정거장 모형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입구 안쪽으로 상체를 집어넣는 훈련을 했다. 수중훈련은 30여분간 계속됐다.

그뒤 3일간의 가가린훈련센터 교육 수료식이 있었다. 7일 모스크바 거리를 누비며 주어진 임무를 수행했다. 이른바 로드미션. 노보대비치 수도원에서 2조로 나뉘었다.

첫 번째 임무는 재래시장에서 ‘무미요’와 ‘발렌끼’라는 물건을 사는 일이었다. 이소연씨는 “물건의 이름이 한글로 쓰여 있어 막막했다”며 “길에서 만난 러시아인과 외국인 유학생에게 물으며 어렵게 임무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무미요는 피로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천연 항생제’이며, 발렌끼는 러시아 전통신발이다.

두 번째 임무는 정비소에서 고장난 자동차를 고치는 일이었고, 세 번째는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의 음식을 사먹고 레닌언덕을 찾아가는 임무였다. 다들 러시아 문화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고 입을 모았다. 오후에는 러시아인들과 함께 작업하며 협동심을 평가받았다. 12월 8일 말로만 듣던 붉은광장을 방문한 뒤 밤 10시 40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모두들 크리스마스에 2명의 최종후보가 되는 꿈을 꾸었다.


왼) 지난 12월 7일 모스크바 거리를 누비며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국 우주인후보들. 정해진 장소를 찾아가기 위해 러시아인에게 길을 묻고 있다. 오) 러시아 현지평가 마지막 날 붉은광장에 있는 국립역사박물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한 8명의 한국 우주인후보들. 왼쪽 위에서 지그재그로 이진영, 이소연, 최아정, 장준성, 박지영, 김영민, 고산, 윤석오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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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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