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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대학원에 진학할 당시에는 생명공학 붐이 지금처럼 일지 않았다. 오히려 돼지고기가 열리는 나무, 호박만한 토마토와 같은 유전공학 생산물을 사람들은 극대화된 과학기술의 상징물이라며 희화해했다. 참고로 당시 화학공학과 안에서 세부전공의 인기도는 수년간 반도체와 고분자 분야가 강세였다.

하지만 필자는 자성박테리아를 먹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물고기, 후각 바이오센서로 이용되는 나방을 연구하는 생명공학에 더 흥미를 느꼈다. 전통적인 화학공학 연구 분야라고 하는 석유, 고분자, 반도체, 촉매에 비해 훨씬 부드럽고 재밌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필자는 학부 4학년 봄부터 세포 및 미생물공학 연구실에 들어가기로 했다.

연구실에 들어간 뒤 필자는 세포의 사멸을 누에체액으로 조절하는 연구를 했다. 주로 값 비싼 세포 배양 배지 성분인 소태아혈청(FBS, fetal bovine serum)을 저가의 곤충 유래 성분인 누에체액으로 대체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 체액이 곤충세포의 사멸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포유동물의 세포사멸과 관련된 주제들은 학계의 큰 주목을 받는 분야이었기에, 누에체액의 결과도 곧 학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외에도 우리 연구실에는 자성박테리아로 수질 독성을 연구하는 팀, 나방 더듬이로 후각 센서를 개발하는 팀, 세포 밖에서 단백질에 당사슬을 붙이는 연구를 하는 팀 등, 적은 인력과 자원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연구성과를 내는 연구원들이 있었다. 선후배들의 도전적이고 선구적인 연구 자세는 점차 우리 연구실을 세계적인 생명공학 연구실로 만들어갔다.

지금도 연구실에서 함께 간 엠티가 생각난다. 연구원들과 함께 맛있게 요리한 저녁을 먹으며 연구실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라는 먼지를 자연 속에서 훌훌 털어내곤 했다. 식사 뒤에는 연구실이 가진 문제점을 토론하고 개선점을 찾아는 값진 시간을 보냈다.

또 한 가지, 우리 연구실만의 연례행사인 누에 체액 짜기 역시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우리는 매년 봄이면 농촌진흥청 산하에 있는 잠종연구소에서 누에 수천 마리를 가져와 하루 종일 체액을 채취하곤 했다. 이때는 본인의 연구주제가 누에와 관련이 없다 하더라도 전 연구원이 함께 협동해 일손을 도왔다. 이는 자신의 연구뿐 아니라, 동료 및 선후배의 연구에도 관심을 갖고 타산지석의 경험과 지식의 폭을 넓히는 훈련이 됐다.

현재는 연구실을 졸업한 많은 연구원들이 사회 곳곳으로 진출해 미래의 융합 학문 및 기술을 책임질 연구자들로, 엔지니어들로 거듭나고 있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졸업생들 모두는 세포 및 미생물공학 연구실에서 배우고 지낸 소중한 시간을 기억하며 생명공학과 함께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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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최신식·명지대 자연과학대 식품영양학과 조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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