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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난 양을 찾는데 길이 여러 갈래로 갈려 있어 양을 잃었다’는 뜻의 다기망양(多岐亡羊)은 학문의 길이 다방면으로 갈려 진리를 찾기 어려움을 비유하기도 하고, 어떤 일에 대해 방침이 많아 앞으로 나아갈 바를 모를 때 사용하는 사자성어다. 이를테면 국제정
세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고 할 때,‘국제정세는 다기망양’이란 표현을 쓴다. 이 말은 ‘열자(列子)’ 설부편(設符篇)에 나온다. 전국시대의 사상가로 극단적인 개인주의를 주장했던 양자(楊子, 이름은 주(朱), B.C. 395?~335?)와 관련되는 이야기다.

 
어느 날 양자의 이웃집 양 한 마리가 달아났다. 그래서 그 집 사람들은물론 양자네 집 하인들까지 양을 찾아 나서자 양자가 물었다.

“양 한 마리 찾는 데 왜 그리 많은 사람이 나섰느냐?”

양자의 하인이 대답했다.

“예, 양이 달아난 쪽에는 갈림길이 많기 때문입니다.”

얼마 후 모두들 지쳐서 돌아왔다.

“갈림길이 하도 많아서 그냥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그러면 양을 못 찾았단 말이냐?”

“예. 갈림길에 또 갈림길이 있는지라 양이 어디로 달아났는지 통 알 길이 없었습니다.”

이 말을 듣자 양자는 우울한 얼굴로 그날 하루 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자들이 그 까닭을 물어도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제자가 선배를 찾아가 스승인 양자가 침묵하는 까닭을 물었다. 그 선배는 이렇게 대답했다.

“선생님은‘큰길에는 갈림길이 많기 때문에 양을 잃어버리고 학자는 다방면으로 배우기 때문에 본성을 잃는다. 학문이란 원래 근본은 하나였는데, 그 끝에 와서 이 같이 달라지고 말았다. 그러므로 하나인 근본으로 되돌아가면 얻는 것도 잃는 것도 없다’고 생각하시고 그렇지 못한 현실을 안타까워하시는 것이라네.”

어떤 일을 하는데 갈림길에 또 갈림길이 있어 정확한 길을 찾기 어려울 때 우리는 ‘미궁에 빠졌다’고 말한다. 미궁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뛰어난 발명가인 다이달로스가 황소괴물인 미노타우로스를 가둬 놓으려고 만든, 길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감옥이었다. 영웅 테세우스가 미궁에서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쳤다. 미궁은 오늘날에는 미로라고도 불린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에도 미로가 있다. 피라미드 속에는 왕의 시신과 함께 왕이 지니고 있던 갖가지 보물을 넣어 뒀는데, 그 보물을 도적이 훔쳐가지 못하도록 미로를 만들었다. 유럽에서는 궁전의 안뜰에 미로를 만들어 공격해온 적을 안으로 유인해 전멸시켰다는 전설도 있다.

영국의 그렉 브라이트라는 사람은‘미로’라는 책을 쓰고, 1971년 1년에 걸쳐서 1.6km 이상 되는 미로정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뒤 그는 런던 서쪽 롤리트에 2.8km2 이상 되는 넓은 땅에 길이가 3.2km나 되는 미로를 만들었다. 도중에 터널과 다리까지 있는 이 미로는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미로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도 제주도에 김녕미로공원이 있어서 미로에서 길을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자동차는 빠져나올 수 있을까

미로와 관련이 있는 수학은 ‘위상수학’이다. 어떤 도형을 자르거나 없애지 않고 구부리거나 늘려서 만든 도형은 서로 길이나 모양은 달라도 ‘위상’이 같다고 한다. 위상이 같은지 다른지를 찾는 문제 중에서 안과 밖을 구분하는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문제가 있다. 두 개의 그림 중에서 안에 있는 자동차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이 문제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두 개의 그림 각각에서 자동차에서부터 밖으로 직선을 긋고 이 직선이 자동차의 길과 몇 번이나 겹쳤는지 세어 보자. 홀수 번 겹치는 경우에는 자동차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짝수 번 겹쳤을 경우에는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두 그림을 다음 그림과 같이 바꿔 놓을 수 있는데, 이들은 원 모양의 도형을 잡아 늘려 소용돌이 모양으로 바꿔 그린 것과 같다. 이 그림으로부터 사실 소용돌이와 자동차의 위치관계는 원과 자동차의 위치관계와 같음을 알 수 있다. 즉 각각 위상이 같음을 알 수 있다.


미로 속의 자동차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복잡해 보이는 대상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숨어 있는 패턴이 드러난다.‘다기망양’의 이야기와는 달리 수학에서는 아무리 복잡한 미로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그 풀이 방법이 있다. 이런 방법을 찾는 일이 수학의 즐거움이 아닐까.

이광연 교수는 성균관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뒤 미국 와이오밍주립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아이오와대에서 방문교수를 지냈다. 현재 한서대 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웃기는 수학이지 뭐야’‘신화 속 수학이야기’ ‘수학 블로그’ 같은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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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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