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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나도 알고보면 허약한 동물이다. 알과 새끼일 때는 물론이고 다 커서도 번번이 당하기 일쑤니

2억6천만년 전인 고생대(古生代)의 석탄기에는 늪과 기괴한 식물들이 자라 무성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또한 이상한 모양의 곤충들이 우글거리며 날아다녔다. 물속에서는 살갗이 번뜩이는 양서류가 먹이를 찾아 기어다니고 있었다.

석탄기 다음에 이어졌던 페름기(2억3천만년 전)에는 지구의 지각변동이 극심, 육지와 바다가 뒤바뀌고 날씨가 추워져 빙하가 생겼다. 이때 동식물 일부가 멸망한 것이 화석으로 나타나 있다.

악어 도마뱀 거북류 등의 먼 선조인 원시파충류들도 러시아와 남아프리카에서 화석상태로 발견됐다.

그러나 원시파충류들이 돌연히 나타난 것은 아니다. 석탄기에 출현했던 원시양서류의 한 종류로부터 분화돼 페름기에는 파충류의 특징을 명백히 가진 동물로 진화된 것이다.

페름기에 발전하기 시작한 파충류는 중생대(中生代, 1억7천5백만년~6천만년 전)에 들어와서 종류가 다양해지고 수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실제로 육지와 수중에 온통 파충류 무리들이 제 세상인 양 활개를 치고 다녔다.

이렇게 중생대를 풍미했기 때문에 중생대를 흔히 파충류시대라고 부른다. 더욱이 중생대 중기에는 동물을 잡아먹는 무서운 육식공룡과 풀이나 나무순을 먹는 거대한 초식공룡이 갑자기 늘어나 그 숫자가 참으로 많았다.

알맞은 기후에서 굶주림 없이 오랜 세월을 지내는 동안 종류도 수도 늘어만 가는 가운데 차츰 모양도 바뀌었다. 긴 다리로 번쩍 일어서면 10여m나 되는 높은 곳까지 쉽사리 머리가 닿고, 이빨도 날카로운 육식성의 파충류가 나타났다. 반면 초식 파충류는 항상 연한 나무순과 부드러운 풀을 먹었기 때문에 이빨이 퇴화했다.

그러나 몸집만은 더욱 거대해졌다. 개중에는 육식의 공룡들에게 위엄을 보이느라고 기묘한 갑옷모양의 방어물을 갖춘 종류도 끼어 있었다.

특히 이들의 전성기에는 몸뚱이가 더욱 커져서 코끼리의 몇 갑절되는 거구도 나타났다. 어떤 놈은 수십t의 체중을 자랑하기도 했다. 이런 공룡들이 땅위를 어슬렁거리며 다녔고 때로는 천지를 뒤흔들며 싸움을 벌였다. 하늘에서는 익룡이 천둥같은 소리를 내고 또한 바다에서는 브론토사우루스(Brontosaurus, 일명 뇌룡)가 파도를 거칠게 일으켰다.

그러나 중생대 말기인 백악기에 이르자 기후가 변동, 눈이 오고 얼음이 어는 이상한파가 계속됐다. 공룡의 먹이인 초목과 작은 동물들이 말라 죽어가고 그 수가 줄어듦에 따라 몸뚱이가 큰 공룡들은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다 자연히 멸망하고 말았다. 단지 악어나 도마뱀 등 작은 파충류의 선조 스코르사우루스(크기가 3m 정도)만 생존하게 되었다.
 

알을 깨고 나오는 새끼 크로코다일
 

파충류의 두목

현세까지 살아남은 파충류 중에서 가장 몸집이 큰 동물은 악어다. 외양은 도마뱀같이 생겼고 몸체가 길고 피부는 골질(骨質)의 비늘로 덮여 있다. 등의 비늘은 아주 굳은 편이고 네발이 있으나 배를 땅에 대고 기어다닌다. 굵고 긴 꼬리를 노처럼 흔들면서 능숙하게 헤엄을 치며 꼬리를 휘둘러 다른 동물을 때려눕힌 뒤 잡아 먹는다.

입은 크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아래위 턱에 톱날처럼 박혀 있다. 긴 주둥이의 끝에 뚫린 콧구멍은 몸이 물 곳에 있을 때에는 코만 수면위에 내놓고 호흡하기에 적당하다. 툭 불그러진 눈을 항상 물위에 내놓는데 이 눈도 악어의 먹이가 될 동물이 접근하는 것을 노려보기에 안성맞춤이다.

오늘날 지구상에는 3과(科) 21종(種) 28아종(亞種)의 악어가 살고 있는데 크게 크로코다일(crocodile) 앨리게이터(alligator) 가비얼(gavial)로 분류한다. 이를 단순히 외관만으로 구분하기란 매우 어렵다.

가비얼은 인도의 토어(土語) '가비얼'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토병(土甁)이라는 뜻이다. 이 악어의 머리만을 잘라 세워놓으면 가늘고 긴 주둥이가 흡사 목이 긴 자기의 술병같이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도의 간지즈강 인더스강 등에서 살고있기 때문에 간지즈악어라고도 불린다.

이 종류는 보통 4m 정도의 몸길이를 갖고 있는데 때로는 6,7m에 이르는 놈도 있다. 긴 아래위턱에는 이빨도 다른 종류보다 많이 나 있고 발가락 사이에는 상당히 발달한 물갈퀴가 나 있어 헤엄치기에 편리하게 돼 있다.

성질은 온순한 편이어서 사람과 가축을 해치는 일은 없다. 떼지어 헤엄치면서 물고기 무리 속으로 들어가서는 긴 주둥이를 좌우로 휘둘러 물고기를 잡아 먹는다. 인도의 힌두교도들은 가비얼을 신성시하고 숭배하기 때문에 인도에 많은 수가 살고 있다.

크로코다일과 앨리게이터의 구별은 이렇게 한다. 입을 꽉 다물었을 때 크로코다일은 아래 넷째번의 이빨이 겉으로 나타나 보이는데 반해 앨리게이터는 이빨이 위턱 이와 안쪽으로 서로 맞물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앨리게이터는 스페인어로 도마뱀을 뜻하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북아메리카 동남부, 미시시피강 일대에 사는 미시시피악어와 중국 양자강 하류에 위치한 무호(湖)와 태호에서 서식하는 양자강 악어 등 2종이 있다. 성질이 온순해 길들이기 쉽기 때문에 앨리게이터를 훈련시켜 동물영화에 등장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앨리게이터'라는 제목의 영화가 상영된 바 있다.

이 악어는 온대에 사는 유일한 악어인데 사람이 접근하면 급히 물속으로 달아나 숨어버린다. 겨울에는 물가에 굴을 파고 동면을 하며 잠에서 깨어나면 큰 소리를 내어 하품을 한다.

크로코다일과(科)에 속하는 악어는 아프리카 남부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아메리카의 따뜻한 지방에 널리 분포돼 있다. 개중에는 바닷가에서 사는 놈도 있다. 아시아에 사는 바다악어는 보통 7m에 달하는 큰 종류로 성질이 흉포하다. 가끔 사람을 해치는 일도 있고 바다 멀리까지 진출해 물고기를 잡아먹기도 한다.

악어는 다른 파충류와 마찬가지로 주변온도의 변화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이다. 그들은 자신의 체온을 적당히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번씩 장소를 옮기는 지혜를 갖고 있다. 아침 해가 뜨면 뭍으로 기어올라와 일광욕을 즐기다가 한낮에 햇볕이 너무 뜨거워지면 그늘로 자리를 옮기거나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다. 해거름에는 다시 뭍으로 나와 있다가 밤이 되면 물속에 몸을 담그고 지낸다. 밤에는 수온이 대기온도보다 높기 때문이다.

물속에서는 개구리처럼 눈과 코끝만을 수면에 내놓고 떠 있다. 이같이 안정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뱃속에 2,3kg이나 되는 돌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몸의 중심 바로 밑에 있어 폐의 부력과의 균형을 잡아주고 있는 것이다.
 

물고기를 입에 문 앨리게이터
 

트위스트를 추면서 먹이사냥

악어가 트위스트를 춘다면 다소 기이하게 생각하겠지만 그들의 춤솜씨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물가나 다른 짐승들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눈과 코만 내놓고 끈덕지게 기다리고 있다가 물을 마시러 온 동물에게 기습적으로 일격을 가한다. 일단 덥석 문 다음 온 몸의 힘을 다해 좌우로 내치면 웬만한 짐승의 몸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만다. 이때 업치락뒤치락 하는 모습이 트위스트와 비슷하다고 해서 '악어의 트위스트'라는 말이 생겼다.

짐승을 잡아먹는 악어는 다 자란 어른악어다. 어린 악어는 개구리 물고기 게 조개 등을 먹는다. 악어가 사람을 습격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보통은 사람을 피해서 달아난다는 것이 악어를 연구한 학자들의 말이다.

그들은 5~10살이 되면 2,3m쯤 자라서 어미가 된다. 발정한 수컷은 이상한 울음처럼 들리는 소리를 내고 냄새나는 분비물을 발산, 암컷을 부른다. 이같은 수컷의 호소에 암컷은 금세 응답해 교미를 한다.

암컷은 가뭄 때인 건기에 90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그들은 그위에 수초나 진흙을 덮은 뒤 둥지의 표면을 매끈하게 한다. 부화기간인 4개월 동안 암컷은 이 알구덩이를 지킨다. 알에서 새끼가 부화돼 나올 때 쯤이면 새끼의 먹이가 되는 곤충이 최대로 번식하는 장마철이 된다. 어떤 악어는 알구덩이 대신 낙엽을 쌓아 알자리를 만든뒤 그 속에다 산란한다.

새끼가 부화돼 나올 때까지 알자리를 떠나지 않는 지극한 모성애를 보이는 동물은 왕도마뱀 거북 독수리 망구스 백로 등이다. 이들은 외적의 침범으로부터 알을 보호하기 위해 알주변을 배회한다.

다 자란 악어는 매우 강해 보이지만 알과 새끼는 허다한 수난을 겪는다. 성장한 뒤에도 사자 코끼리 표범 하마 같은 동물의 무시무시한 어금니에 찍혀 죽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또 악어는 서로 잡아먹는 습성도 있어 이래저래 점차 자연도태돼 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더라도 오늘날 악어가 전세계적으로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이유중 가장 큰 것은 그들의 훌륭한 가죽을 사냥꾼들이 노린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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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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