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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0대(代) 과학자들의 연구결실 뽐낸다

과학천재들의 마당, 한국청소년과학학술지



아인슈타인의 스승이었던 스위스 취리히공대 헤르만 민코프스키 교수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발전시켜 그 유명한 ‘시공간 개념’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사람이다. 그는 20세기 최고의 수학자로 추앙받는 다비트 힐베르트와 오랜 친구였는데, 1909년 맹장염에 걸려 45세의 아까운 나이에 죽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힐베르트보다 더 유명해졌을지도 모른다.

민코프스키는 조숙한 천재성으로도 유명하다. 1882년 17세 때 프랑스의 파리과학원이 낸 수학문제, 즉 한 수를 다섯 수의 제곱의 합으로 표시하는 문제를 풀어 수리과학 그랑프리를 타기도 했다. 그는 이듬해 영국의 저명한 수학자 헨리 스미스와 공동 수상자로 선정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10대들 가운데 21세기의 민코프스키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물론 과학과 수학이 고도로 발달한 21세기 초에 19세기 말의 상황을 대입시킬 수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바꿔 생각해 보면 21세기의 학생들은 19세기 일류 과학자들도 꿈꿔 보지 못할 첨단 기기와 방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으면 10대(代) 과학자, 수학자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는 셈이다.

컴퓨터 이용한 수소저장 이론 연구

과학자나 수학자로 인정받으려면 독자적인 연구도 해야겠지만 연구결과를 발표해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한다. 그 통로는 바로 논문을 싣는 학술지다. 많은 과학자들이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저명한 학술지에 논문을 싣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10대 과학자, 수학자들이 자신의 연구결과를 발표할 학술지가 있을까.

사단법인 한국과학영재지원정보센터가 2005년부터 발간하고 있는 이공계 청소년 학술지인 ‘한국청소년과학학술지’가 바로 그런 통로다.

이 학술지는 주로 영재학교나 과학고 학생들이 이공계 대학 교수의 지도를 받아 연구를 하는 프로그램인 ‘R&E(연구와 교육)’를 통해 얻은 성과가 실리는데, 매년 두 번 정도 발행된다. 한국과학영재지원정보센터 김명환 이사장은 “접수된 논문들 가운데 통과한 게 5편이 넘으면 학술지를 펴낸다”며 “올해는 6월에 1호가 나왔고 조만간 2호가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에 나온 학술지에는 총 6편의 논문이 실렸는데, 제목과 내용을 보면 고등학생들의 연구결과라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문성이 느껴진다. 한국과학영재학교 김재연(현재 KAIST 재학) 군은 발표한 논문‘에틸렌-전이금속 화합물을 이용한 수소저장의 이론적 연구’에서 최근 대체연료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가 실용화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인 저장 방법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찾은 결과를 발표했다.

김 군은 C2H4Ti2라는 에틸렌-전이금속에 총 12개의 수소분자를 결합시킬 수 있음을 계산해내 약 16%의 수소 저장능력을 갖고 있는 수소저장장치를 모델링했다. 김 군은 KAIST 화학과 이윤섭 교수에게 3년 동안 지도를 받아 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다.



서대전고 김지용 군은 천안중앙고 이재선 군, 북일여고 한빛나라 양과 함께 ‘서양등골나물 수용추출액이 상추와 무의 초기 생장에서 단백질 패턴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학생들은 외래식물로 환경부 지정 생태계 교란야생식물인 서양등골나물이 독성 물질을 분비해 주변 식물의 생장을 억제하는 원격작용(allelopathy)을 하는 데 주목했다. 연구자들은 서양등골나물 추출물이 상추의 뿌리털 발달을 억제하고 뿌리털 단백질 양도 줄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밖에도 ‘선풍기 수레의 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변인에 대한 탐구’, ‘상자성과 초상자성 나노입자의 생체 바이오영상 응용과 비교분석’, ‘쿠키 게임’, ‘폐슬러지를 이용한 미생물의 생분해성 플라스틱 PHAs의 합성에 관한 연구’ 등 흥미로운 논문이 실렸다. 김명환 이사장은 “이공계 교수의 지도를 받아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에 논문 수준이 높다”며 “다만 논문을 심사할 때 학생이 연구 내용을 잘 모를 경우는 통과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서 R&E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학생팀은 200개 가까이 되지만 논문을 제출하는 비율은 그렇게 높지 않다. 대입 준비로 바쁜데다가 “제출해도 통과되기 어렵다”는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자신의 연구를 논문으로 마무리 짓는 과정은 유익한 경험이 된다”며 “논문이 실리면 외국대학 진학이나 대입 수시전형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청소년과학학술지에 투고한 학생들은 대부분 장학금을 받고 국내외 이공계대에 진학했다. 지난해 논문을 낸 이단비 양은 올해 고려대 생명과학계열 학부에 진학했는데, “당시 논문심사과정에서 받은 질문이 대통령과학장학생 심사 때 받은 질문과 비슷했다”며 “논문 덕분에 대통령과학장학생에 뽑혀 전액 장학금을 받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논문 투고요령과 제출방법은 한국과학영재지원정보센터 홈페이지(www.kisg.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논문은 기본적으로 파일을 e메일로 보내고 인쇄본 3부를 우편으로 보내 접수한다. 접수기간은 따로 없으며, 1년간 상시 접수할 수 있다. 10대 과학자, 수학자를 꿈꾼다면 지금 바로 도전해보자.
 

2009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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