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토목학회 극한우주건설위원회 위원장인 이태식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평범한 곳이 아니라 극단적인 환경을 개척하는 데 관심이 많다. 지구에서 극단적인 곳이라면 사막, 극지방, 심해를 꼽을 수 있지만 눈을 우주로 돌리면 온통 극단적인 환경이다. 달만 해도 표면온도가 최저-150℃에서 최고 100℃까지 변해 일교차가 무려 250℃나 된다. 그러니 달이나 화성에 우주기지를 건설하려면 우주선을 개발해야 할 뿐 아니라 그런 악조건에서 버틸 수 있는 구조물을 지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우주선에 건설자재를 다 싣고 가면 되겠지만 문제는 1kg을 달에 가져가는 데 6000만 원이나 들어간다는 사실입니다. 가는 데 580일이 걸리는 화성은 말할 것도 없겠죠.”
따라서 건설자재 대부분을 우주현지에서 조달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다. 실제로 1969년 아폴로 11호부터 1972년 아폴로 17호까지 달탐사에서 가져온 달의 토양 380kg은 그 뒤 면밀하게 분석됐고 32가지 광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뒤 여러 곳에서 달의 토양을 재현한‘복제토’를만들었는데, 이 교수팀도 세계에서 5번째로 물리적 성질이 같은 달 복제토를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NASA는 달에 기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복제토 50만t을 2012년에 입찰할 예정입니다. 그때까지 대량생산 체계가 갖춰지면 우리도 납품할 수 있지요.”
도대체 NASA는 이렇게 엄청난 양의 복제토를 갖고 뭘하려는 걸까.
우주토목기술, 지구 극한환경에 적용 가능
해야죠.”
달의 흙 조성을 보면 1m3를 처리하면 산소 2~3cc가 나올 수 있다. 달에서 산소나 물을 만드는 최적의 방법을 알아내려면 지구에 달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복제토로 실험을 해야 한다. 이 교수팀은 최근 복제토에 물 대신 플라스틱 섬유를 녹여 섞어 콘크리트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금보다 비싼 물을 콘크리트 반죽을 개는 데 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달처럼 대기가 없는 환경은 태양열뿐 아니라 방사선도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에 마치 원자력발전소 안에 건물을 짓는 것과 같다. 또 달 중력은 지구의 6분에 1에 불과하다. 이처럼 건설 환경이 판이하기 때문에 달이나 화성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지구에서 시뮬레이션해 해결책을 찾아야 실제 우주기지를 건설할 때 곤란한 일을 겪지 않을 수
있다.
“사람들은 극한환경 토목기술이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위에는 이미 이런 기술이 개발돼 쓰이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부산과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 가운데 바닷속으로 3.7km에 걸쳐 놓이는 침매터널을 예로 들었다. 또 내년에 700억 원을 들여 짓는 2번째 남극기지 역시 극한 토목기술의 예라고 덧붙였다. 사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지구의 미개척지 대부분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극한환경인 셈이다.
극한토목기술 개발에는 다른 분야와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복제토만 하더라도 광물학자와 재료공학자의 공동연구가 필수다. 또 대기과학이나 토양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
이 융합돼야 한다. 극한환경은 대부분 사람의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자동화, 로봇화 기술도 필수다.
“토목은 가장 오래된 공학분야이지만 동시에 최첨된 공학기술을 흡수하며 발전하는 통합공학이기도 합니다.”
이 교수가 복제토 연구를 시작한 2004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우주토목을 연구한다면 공상가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불과 5년 만에 NASA와 상호협력을 진지하게 논하기에 이르렀다. 우주건설 시대가 성큼 다가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