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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에 우주의 꿈 씨앗 뿌린 국제우주대회



“우와! 이게 정말 달에서 가져온 돌이에요?”

지난 10월 15일 찾은 대전 국제우주대회 행사장. 월석(月石) 주변에 몰려든 학생들이 떠들썩한 목소리로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들은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까치발을 한 채 월석 여기저기를 들여다보느라 정신이 없다. 무게 4.731kg, 모래와 흙이 박혀 있는 각력암의 일종인 이 ‘신기한 돌’에 아이들은 홀딱 반해 버렸다.

1971년 아폴로 15호에 탑승한 우주인인 데이비드 스콧이 가져온 이 실물 월석은 지구에서 발견된 대부분의 암석보다 30억 년 이상 오래된 것이다. 월석은 그 가치를 반영하듯 피라미드 모양의 견고한 투명 방호장치 안에 보관돼 있었다.

NASA가 마련한 이날 행사장에는 실제 우주인이 사용한 우주복도 전시됐다. 우주복에 딸린 신발을 신어보기도 한 관람객들은 신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NASA는 달 착륙 40주년을 맞는 올해를 기념해 달 착륙선과 사령선 모형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모형 우주왕복선 조립하며 비행원리 익혀

지난 10월 12일부터 16일까지 대전컨벤션센터, 대전무역전시관, 엑스포 과학공원 일대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천문·우주과학 행사인 국제우주대회는 우주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크게 높인 계기가 됐다. 학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열린 세미나, 회의와 함께 일반인들이 즐길 수 있는 풍성한 전시회와 이벤트가 대거 개최됐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열린 일반인 대상의 행사는 우주에 관한 초,중,고교생들의 관심을 촉진시
키는 데 무게 중심을 두고 있었다. 실제로 대회 기간 대부분이 평일인데도 적지 않은 어린이와 청소년, 학부모가 행사장 곳곳에서 많은 체험을 하고 있었다.

15일 주최 측이 마련한 행사에서 NASA의 우주왕복선 종이 모형을 만들던 강현구(11) 군은 “어릴 때부터 우주선에 관심이 많았다”며 “어른이 되면 과학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자신의 포부를 당차게 밝혔다. 강 군이 조립하던 우주왕복선 모형은 정밀한 손재주가 필요하며, 만드는 동안 우주왕복선의 비행 원리를 습득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제품이었다.

강 군의 어머니 채민정(41) 씨는 “개교기념일을 맞은 아들이 집에 그냥 있거나 놀이공원에 가는 것보다 이 대회에 오고 싶어했다”며 “손의 감각을 살리면서 과학과 소통하는 이런 행사가 아이의 지적 호기심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후좌우 흔들려도“정말 신나요”



엑스포 과학공원 근처에 설치된 대형 천막 안에서는 우주인이 받는 훈련을 체험할 수 있는 각종 장비가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중력 가속도를 느낄 수 있도록 큰 원을 그리며 시계 바늘처럼 빙빙 도는 상자, 위와 아래 방향으로 빠르게 진동하며 사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신축성 있는 끈 등이 관람객들로 북적거렸다. 환호성과 웃음 소리로 천막은 무척 떠들썩했다.

‘비행 균형 감각훈련’장비에 탑승한 정희운(9) 양은 “단단히 조여 맨 끈 때문에 발목이 조금 아팠다”면서도“정말 신났다”고 밝은 웃음을 띠며 말했다. 비행 균형 감각훈련 장비는 탑승자가 속이 빈 동그란 공 안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는 회전을 견디는 기구다. 행사장에 설치된 장비는 일반인을 위해 제작한 것으로 회전하는 힘을 약하게 조절했다.

이 밖에도 행사장에는 우주여행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입체 영화관,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모형 ‘웜홀’도 등장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미국, 유럽, 일본, 인도 우주기구 총출동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의 강연회도 열렸다. 관람객 400여 명 앞에 모습을 나타낸 이 박사는 “부모가 아이를 믿고 지원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를 이렇게 키우겠다’는 부모의 의지보다는 적성과 흥미에 따라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는 자녀들의 선택이 더 중요하다는 조언이었다.

이날 “아들이 우주비행사를 꿈꾼다”며 “어떻게 도와줘야 하느냐”는 한 학부모의 물음에 이 같이 답한 이소연 박사는 “나도 어릴 때 꿈이 아주 여러 번 바뀌었다”며 “아이들의 상상력을 일단 두고 보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의 진짜 용기는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우는 것보다 자신의 힘으로 일어날 때까지 지켜보는 게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대회에는 세계 각국이 추진 중인 우주개발 현황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된 부스 수십 개가 설치됐다. NASA는 물론 올해 자체 개발한 H-2B 로켓을 띄워 세계의 이목을 끈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지난해 달 탐사를 임무로 한 찬드라얀 위성을 쏘아올린 인도우주연구기구(ISRO) 등 다양한 연구기관들이 자신들의 기술력을 뽐냈다.

황석구(28) 씨는 “체코와 네덜란드처럼 유럽에 속한 각 나라들이 유럽우주국(ESA)과 별도로 자체적인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는 내용을 처음 알았다”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고 밝혔다. 이번 국제우주대회에 참여했던 관람객들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시물들이 풍성했다”며 “앞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과학도시인 대전에서 이 같은 행사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인터뷰]미국항공우주국(NASA) 국장 찰스 볼든

“NASA, 한국형 우주교육 프로그램 함께 만든다”

“한국의 우주교육이 바뀔 것입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한국에 맞는 우주교육 커리큘럼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찰스 볼든 NASA 국장은 지난 10월 13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09 대전 국제우주대회(IAC)’에 참석해 “우주교육과 우주개발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지속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NASA 국장으로는 최초의 흑인인 그는 10년 전 군인 신분으로 합동 군사훈련을 치르기 위해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다.

볼든 국장은 “우주개발을 하려면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에게 높은 수준의 지식을 가르치는 교육도 필요하다”며 “하지만 어린이에게 우주의 신비와 우주개발 가능성을 알려줘 꿈나무를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들이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하나씩 충족해나가면 뛰어난 우주 과학자가 탄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볼든 국장이 지적한 한국 우주교육의 문제점은‘단절’. 항우연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 커리큘럼이 중고등학교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지적 호기심이 사그라진다는 지적이었다.

볼든 국장은 “중고등학교 교육을 교육과학기술부가 담당하다 보니 우주교육 분야에서 항우연과 교과부의 공조가 부족한 것 같다”며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아우르는 우주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NASA는 기후변화, 환경 등을 우주기술과 접목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그는 교육 분야에서 교과부와 항우연의 협력이 부족하다고 했지만 “우주개발 프로그램을 세우는 데는 우주청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두 기관이 잘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든 국장은 먼저 “우주청 문제는 한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한국은 우주인 양성, 위성 개발 같은 훌륭한 프로그램을 이미 진행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와의 공동 연구에도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에 현재 두 기관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볼든 국장은 NASA의 국제협력에 대해 “기존 파트너보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과 함께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면서도 “한국과의 교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NASA는 오랜 기간 지구 탐사와 우주과학 분야에서 협력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NASA 관계자가 항우연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실무 차원에서 협력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글 대전=전동혁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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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대전=이정호 기자 · 사진 고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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