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세상을 바꾸는 여성 엔지니어] “틀을 벗어나면 새로운 게 보여요”

화학 전공한 AI스타트업 대표...엄수원 (주) 아드리엘 공동대표이사

◇안 어려워요

 

 

여러 번의 전화 연결 끝에 어렵게 연락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의 여파로 모든 기업이 비상이라더니, 엄수원 아드리엘 대표는 더 바빠졌다. 오프라인 업체들이 타격을 입자, 반사이익으로 온라인 광고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로 최적 매체 분석


아드리엘은 인공지능(AI) 온라인 광고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머신러닝으로 구현되는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온라인 사이트에서 기업과 광고 매체를 연결한다. 아드리엘을 이용하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아마존 등 7개의 주요 사이트에 한꺼번에 광고할 수 있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기업에서 아드리엘에 온라인 광고를 맡기면, 아드리엘은 그 기업의 홈페이지에서 이미지, 문구 등을 웹 크롤링해 광고 매체에 맞게 자동으로 편집한다. 웹 크롤링은 웹상에 있는 자료를 가져와 데이터 분석에 적합한 형태로 가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아드리엘의 인공지능 플랫폼은 기업마다 어떤 사이트에서 광고 효과가 좋을지 예측한다. 효과가 좋은 사이트에 가중치를 더 두는 방식으로 광고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한다. 기업은 온라인 사이트마다 일일이 광고하지 않아도 되고, 사이트별 광고 효과를 한눈에 비교할 수도 있다.


자본 규모가 충분하고, 광고 관리를 할 수 있는 중견기업과 대기업은 아드리엘의 인공지능 광고 플랫폼을 직접 구매해 이용하기도 한다. 엄 대표는 “아드리엘을 국제적인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며 “해외 고객사가 아드리엘이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랑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엄 대표가 회사명을 ‘아드리엘(Adriel)’로 지은 것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영어권 외에 불어권, 스페인어권 국가에서도 통용돼야 하고, 구글의 ‘알렉사’나 애플의 ‘시리’처럼 누구나 부르기 쉬운 이름이어야 하며, 여기에 광고(advertisement)의 ‘ad’도 넣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이름이 아드리엘이다. 현재 아드리엘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머신러닝으로 빅데이터 분석하는 ‘다빈치랩스’   

 

아드리엘은 엄 대표의 첫 창업이 아니었다. 2014년 그는 금융회사의 리스크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솔리드웨어’라는 스타트업을 세웠다. 국제 보험회사인 악사(AXA)손해보험 전략기획실에서 재직하던 시절, 데이터의 양에 비해 이를 감당할 리스크 예측 모델이 없다는 사실에 불편함을 느낀 그는 회사를 나와 솔리드웨어를 차렸다. 


솔리드웨어는 머신러닝을 이용해 빅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기술에 특화돼 있다. 엄 대표는 “인공지능 전문가인 남편에게 데이터 처리 문제를 상의하던 중 머신러닝을 이용하면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엄 대표는 컴퓨터공학 박사인 남편과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엄 대표는 경영, 남편은 기술 개발로 역할을 분담했다.


창업 후 7개월, 솔리드웨어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솔리드웨어가 만든 머신러닝 기반 빅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다빈치랩스(DAVinCI LABS)’의 기술력이 인정받은 것이다. 


다빈치랩스는 금융회사에서 오가는 모든 금융 거래 정보를 모은 뒤 머신러닝을 이용해 자동으로 변환하고, 변환된 자료를 토대로 최적의 예측 모형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부도 확률이나 손해 확률 계산의 정확도를 혁신적으로 높였다. 당시 은행, 보험회사 등 금융회사에서 다빈치랩스를 쓰고 싶다는 러브콜이 쏟아졌다. 


솔리드웨어를 성공적으로 인계한 뒤에도 그는 최고경영자(CEO)로 회사를 이끌며 다빈치랩스를 계속 발전시켰다. 이런 성과 덕분에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2017년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7년 말 그는 인공지능 기술로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하는 두 번째 도전을 결심했다. 그는 “온라인 광고 플랫폼은 이미 많은데, 독보적으로 눈에 띄거나 쓰이는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온라인 광고 플랫폼 1인자 자리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아드리엘이 탄생했다. 2017년 12월 설립 후, 2018년 1년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광고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통째로 썼다.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없을뿐더러 투자 유치를 받을 시간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기술력과 경험을 통한 사업성을 인정받아 아드리엘은 설립 후 두 달도 되지 않아 국내 최대 포털 기업 네이버의 투자를 유치했다. 2019년 서비스 출시 후에는 1년 만에 광고 집행액을 30억 원, 지금까지 총 누적 65억 원 규모로 키웠다.

 

 

“틀을 벗어나 사고하라”


“스스로를 신뢰하지 못하면, 누가 나를 신뢰하겠어요. 끝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스스로 맞는 길이라는 확신만 있다면 자신을 믿고 행동해야 해요.”


그는 늘 스스로 결정하고, 자신을 믿고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특수목적고에 진학하고 싶어 경시대회전문학원에 부모님을 끌고 가서 등록시켜 달라고 졸랐다. 


문제는 학원에서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에 경시대회 준비를 시작하는 건 너무 늦었다는 이유였다. 입상 가능성이 없다는 학원 원장의 말에도 그는 떼를 쓰다시피 해서 결국 경시대회 준비반에 들어갔다. 


새벽 3시까지 공부하며 노력한 결과 2001년 서울시교육청 중등 수학·과학 경시대회 화학부문에서 은상을 받았다. 당시 대회 은상 수상자는 서울과학고 진학이 가능했고, 그렇게 그는 서울과학고로 진학했다. 그는 “이 경험으로 자존감이 높아졌다”며 “스스로 길을 찾고, 목표를 정하고, 노력해서 이뤘다는 성취감을 맛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서울과학고 진학은 지금의 엄 대표를 있게 만든 ‘신의 한 수’였다고. 모든 일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준비해야 하는 학풍 덕에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하는 법을 배웠다. 기상천외한 도전도 많이 했다. 창의력경진대회에서 대포를 만들어 선보였고, 소듐(Na)과 포타슘(K)을 학교 호수에 투하해 핵폭탄의 버섯구름 같은 모양을 만들기도 했다. 


“이때 설득의 기술을 배운 것 같아요. 지금 투자자를 설득하듯, 당시에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선생님을 설득하느라 애썼거든요.” 


고등학교 축제 때, 그는 친구들과 액체 질소로 과자를 얼려 판매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액체 질소는 생각보다 고가였다. 그는 선생님을 찾아가 액체 질소를 이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고, 결국 선생님을 설득하는 데 성공해 질소 과자를 판매할 수 있었다. 


화학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이 스타트업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 가령 데이터를 분석할 때 한 그룹을 통제한 뒤 비교해 결론을 얻는데, 엄 대표는 화학 실험 시간에 실험군과 대조군을 설정하듯이 비교군을 설정하는 데 익숙했다. 그는 “매출이 정체되는 등 성장이 멈췄을 때 그 이유를 여러 가지로 분류한 뒤 가설을 세워 검증한다”며 “이런 분류와 분석 방식도 이공계 교육을 받으며 몸에 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술 중심적 사고는 경계한다. 그는 “창업에서는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며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이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 창업을 꿈꾸는 청소년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Think outside the box!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생각을 해보세요. 창의력을 조금만 발휘하면 굉장히 좋은 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2020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기자
  • 사진

    이규철

🎓️ 진로 추천

  • 컴퓨터공학
  • 광고·홍보학
  • 경영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