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톱쿼크 발견으로 가장 작은 입자의 세계는 완성된 것일까. 아직 숙제가 남아있다면 어떤 것들인지 함께 알아본다.
작년 이맘때쯤 미국의 페르미가속기연구소에서 톱쿼크를 발견했다고 공식 발표한 후, 1년이 지난 지금 톱쿼크의 존재를 더 이상 의심하는 과학자는 없다. 쿼크는 무엇일까. 톱쿼크의 발견은 왜 중요한 것일까. 그리고 쿼크는 정말로 가장 작은 소립자인가.
금세기가 시작되면서 과학자들은 물질을 이루고 있는 기본입자가 원자보다 더 작은 것임을 인식하게 됐다. 19세기 멘델레예프에 의해 완성된 주기율표에 있는 원자들의 조합으로 모든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면서, 원자는 모든 물질의 기본입자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사실 원자는 핵과 전자로 돼 있음이 판명됐다. 그리고 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들이 모여서 구성된 것임이 확인됐다.
이들 양성자와 중성자들의 조합에 전자를 곁들이면 주기율표에 있는 모든 원자들을 구성할 수 있어 이들이야말로 물질의 기본입자라고 확신하게 됐다. 그러나 입자가속기의 눈부신 발전은 양성자와 중성자들도 쿼크라는 더 작은 입자들로 구성돼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현재 물리학자들은 자연계에 두 종류의 소립자들이 존재한다고 이해하고 있다. 하나는 쿼크로 양성자와 중성자 등을 이루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자와 같은 경입자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이 기본입자들은 전자기력 약력 강력 등의 힘에 의해 서로 결합해 핵과 원자들을 이루거나, 붕괴해 다른 입자들로 변하면서 우주의 만물을 이룬다. 이러한 소립자들을 정리하면 (표1)과 같다.
쿼크와 경입자는 각각 세쌍의 세대를 형성한다. 이는 마치 두 집안이 존재하고 각 집마다 조부모, 부모, 아들과 딸이 한집에 사는 것과 비슷하다. 한집안 식구들은 서로 성질이 비슷하듯이 쿼크들은 쿼크들끼리 경입자들은 경입자들끼리 비슷한 성질을 지닌다.
일반적으로 경입자는 이름처럼 가볍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2세대 경입자인 뮤입자는 1세대 쿼크들보다 무겁다. 또 3세대 타우입자는 2세대 쿼크들보다 무거운 것을 알 수 있다. 중성미자들은 현재까지의 실험으로 볼 때 질량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성미자는 또한 전기전하를 띠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물질과의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한편 참쿼크가 1974년에, 바텀쿼크가 1977년에 발견된 이래로 물리학자들은 톱쿼크의 존재를 믿고 매우 부지런히 그것을 찾으려고 노력해 왔다. 1995년 드디어 톱쿼크가 발견돼 3세대를 이루는 기본입자들의 모형이 완성됐다. 멘델레예프가 원자의 주기율표를 만든지 1백26년만에 두단계나 작은 기본입자들의 주기율표가 완성된 것이다.
톱쿼크 질량, 금만큼 무거워
톱쿼크가 발견된 지난해 F. 라이네스교수와 M. L. 펄교수에게 노벨상이 주어진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라이네스교수는 1958년 동료 C. L. 코헨교수와 함께 가장 가벼운 경입자인 전자 중성미자를 실험적으로 검증했다. 또 펄교수는 1975년 미국 스탠퍼드선형가속기연구소에서 35명의 동료들과 같이 실험해 가장 무거운 경입자인 타우를 발견했다(과학동아 95년 11월호 참고).
톱쿼크에 대한 놀라운 사실은 그 질량이 1천8백억eV로 거의 금 원자핵 하나의 질량과 맞먹는다는 점이다. 금원자핵 하나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1백90개 이상 들어 있다. 자, 의문이 떠오를 것이다. 양성자보다 훨씬 무거운 쿼크가 어떻게 양성자의 구성입자가 될 수 있을까.
그러나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장 가벼운 업쿼크와 다운쿼크를 제외하고 쿼크 가족들은 평균수명이 매우 짧아 현재의 물질 중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가속기 실험실에서 생성돼 잠시 살다가 붕괴해서 더 가벼운 쿼크로 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 무거운 쿼크들이 오래 산다면 물질들의 구성은 현재보다 훨씬 복잡해질 것이다. 어찌됐든 기본입자인 톱쿼크가 왜 이리 무거운가는 물리학자들이 풀어야 할 또 다른 과제이다. 톱쿼크가 무거운 것이 어쩌면 질량의 본질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많은 물리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현재의 우주를 이루고 있는 양성자와 중성자들은 업쿼크와 다운쿼크로 이뤄져 있다. 그러면 왜 물리학자들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무거운 쿼크들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우주가 생성된 직후 아직 식기 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이들 입자들이 존재했을 것이라고 물리학자들이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입자가속기를 이용해 매우 짧은 시간 아주 국소적인 장소에서 태초의 우주를 재현하는 '마술'을 부린다. 물리학자들은 이러한 입자들이 붕괴한 파편들을 재구성해 그들의 존재와 성질을 알아내고 그들 사이에 작용하는 상호작용의 실체를 연구한다. 가장 작은 입자들을 통해 거대한 우주의 탄생 비밀을 알아내려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기다렸던 톱쿼크가 발견됐으니, 이제 "모두 됐다"고 말하면서 물리학자들이 손을 뗄만도 하다. 그러나 물리학자들은 지금 다시 쿼크가 과연 가장 작은 물질 구성입자인가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
톱쿼크를 발견한 미국의 페르미연구소에서 최근 양성자-반양성자 충돌 실험을 한 결과 에너지가 큰 영역으로의 산란이 이론적인 예측보다 더 많이 관측됐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쿼크가 더 작은 입자들로 구성돼 있으면 설명될 수 있다는 해석이 덧붙여 있었다. 매우 흥미진진한 결과다. 하지만 실험 결과가 아직 통계적으로 결정적인 것이 아니며, 현재의 이론치가 정확한지에 대한 의문도 남아 있다.
어찌 됐거나 쿼크모델을 완성한 물리학자들은 더 작은 미지의 세계를 향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항해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사실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왜냐하면 인류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할 줄 알게된 후로 끊임없이 똑같은 질문을 해왔기 때문이다. "우주를 이루는 가장 작은 알갱이는 무엇인가?"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를 찾아서
소립자 발견의 역사
B.C. 4세기 데모크리토스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질을 '원자'(atom)라고 함.
A.D.19세기 초 돌턴이 원자론을 주장. 그는 역사상 처음으로 원자기호를 만들고 수소원자의 질량을 기준으로 원소들의 원자량을 정함.
1869년 러시아의 멘델레예프가 원자량을 기준으로 원소의 주기율표 작성.
1896년 독일의 뢴트겐이 X선 발견, 뢴트겐은 이 공로로 첫번째 노벨물리학상을 수상.
1897년 톰슨이 전자 발견.
1898년 톰슨은 원자가 전자와, 전자를 둘러싸고 있는 양으로 하전된 물질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이 톰슨의 원자모델.
1911-19년 러더퍼드가 양성자 발견. 영국의 가이거와 마스던이 원자가 원자핵과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밝혀냄. 이로써 톰슨의 원자모델은 깨지고 대신 러더퍼드모델이 등장. 러더퍼드모델은 원자핵이 양성자로 이뤄졌다는 것이 특징.
1923년 콤프턴이 아인슈타인에 의해 예언됐던 광자 발견.
1930년 독일의 보데와 베커는 원자핵이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졌다는 것을 발견. 이러한 사실은 영국의 채드윅이 주장한 것이 입증된 것임.
1932년 미국의 엔더슨이 양전자 발견. 이것은 반물질 발견의 첫개가였음.
1935년 일본의 유가와 히데키는 원자핵 내에 양성자와 중성자들이 파이온이라는 입자를 끊임없이 주고 받으면서 생성된다고 생각. 또 그는 핵내에 중력과 전자기력 이외에 강력이 존재한다고 주장. 그의 생각은 1947년에 입증됨.
1936년 앤더슨과 니더메이어가 전자보다 2백배 무거운 뮤(μ)입자 발견.
1947년 유가와 히데키가 예언했던 파이(π)입자이 발견됨.
1956년 코완과 라이네스가 전자중성미자와 반중성미자를 발견.
1964년 미국의 겔만과 츠바이그가 업, 다운, 스트레인지 쿼크 모델 주장.
1969년 미국의 스탠퍼드연구소에서 강입자들은 쿼크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 입증.
1974년 스탠퍼드연구소의 리히터팀과 브룩헤븐연구소의 사무엘 팅팀이 각각 참쿼크(J/Ψ) 발견.
1977년 페르미연구소의 레더만팀은 양성자의 질량보다 5배 큰 바텀쿼크 발견.
1995년 페르미연구소(Fermilab)가 톱쿼크 발견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