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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지어 방독면 개발에서 임신부 척추 연구까지

올해도 어김없이 노벨상 수상자 발표 며칠 전에 이그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올해 이그노벨상의 화제는 단연 공중보건 분야에 선정된 ‘브래지어 방독면’이다.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있다가 생화학 테러 같은 위급 상황이 오면 브래지어를 벗어 분리한 뒤 방독면 2개를 만들어 하나는 자기가 쓰고 다른 하나는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채워주면 된다는 것. 일명‘엽기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그노벨상의 이미지에 딱 맞는 연구결과다. 그런데 과연 이그노벨상은 이런 황당한 연구결과들에만 주어질까.

 


물리학상은 네이처 논문에 돌아가



사실 브래지어 방독면도 단순히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짜낸 아이디어는 아니다.‘하나 이상의 방독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의복’이라는 제목으로 미국특허까지 받은 아이템이다. 15쪽에 이르는 특허를 보면 이들이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발명자 3명 가운데 1명인 옐레나 보드나르 박사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미국인 과학자인데, 1986년 구소련(현재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 당시 많은 사람들이 간편한 방독면이 없어 고생한 데서 발명을 착안했다고 한다.

이 브래지어는 컵 안감이 필터 역할을 하고 브래지어 어깨끈이 방독면에선 머리 위를 지나게, 브래지어 옆 띠는 머리 옆을 두르게 변환된다. 특허에 그려진 브래지어 방독면을 쓴 남자의 얼굴 표정은 장난스럽기는커녕 자못 심각하다. 아무튼 위험지역에서는 이런 브래지어가 정말 유용하게 쓰일지도 모른다.

올해 물리학상을 받은, ‘임신부들이 왜 쓰러지지 않는지에 대한 분석’은 저명한 과학저널인 ‘네이처’2007년 12월 13일자에 실린 연구결과다. 미국 하버드대와 텍사스대 인류학자들이 발표한 이 논문은 직립보행이 영장류 골격에 일으킨 변화를 분석하면서 침팬지 암컷과 인간 여성이 임신해 몸이 무거워졌을 때 척추가 받는 힘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분석했다. 과학동아도 2008년 4월호에서 이 연구결과를 소개한 바 있다.





이름을 지어 불러준 젖소가 그렇지 않은 젖소보다 더 많은 우유를 생산해낸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에 돌아간 수의학상도 한 번 웃고 지나가기에는 진지한 철학적 물음을 담고 있다. 영국 뉴캐슬대 피터로린손 교수팀이 지난 3월 ‘앤스로주즈(anthrozoos)’라는 저널에 낸 논문에 나오는 내용으로 논문의 제목은 ‘목장에서 인간·동물 관계에 대한 경영자의 지각과 우유 생산량의 관련성’이다.

사람을 뜻하는 접두어(anthro)와 동물원(zoo)을 합친 신조어가 이름인 이 저널은 사람과 동물의 상호작용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연구를 싣고 있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는 동물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며 “가축이 사람에게 두려움을 느끼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삶의 질도 저하된다”고 주장했다.

‘빈 맥주병과 맥주가 든 병 가운데, 머리에 내리쳤을 때 어느 쪽이 더 위험한가’를 실험해 평화상을 받은 연구 역시 배경은 자못 심각하다. 스위스 베른대 법의학연구소 스테판 볼리거 박사팀은 사람들이 싸울 때 맥주병을 휘두르는 경우가 많다는 데서 과연 맥주병으로 머리를 내리쳤을 때 병이 깨지는지 두개골이 깨지는지 알아봤다. 연구 결과 내용물이 다 들어 있을 경우 30J의 충격에너지를, 빈 병은 40J을 각각 받으면 깨졌다. 이 수치는 모두 인간 두개골을 깨지게 하는 최소 충격에너지보다 큰 값이다. 따라서 맥주병은 맥주가 들어 있건 비어 있건 매우 위험한 흉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 4월 ‘법의학 저널’에 실렸다.




 

2009 이그노벨상 수상자와 업적(10개 부문)

수 의학 : 캐서린 더글러스, 피터 로린손(영국 뉴캐슬대)‘이름이 있는 소가 그렇지 않은 소보다 우유 생산량이 많음을 입증’

평 화 : 스테판 볼리거 외 4명(스위스 베른대)‘맥주가 들어 있는 병이 빈 병보다 머리에 내리쳤을 때 덜 위험함을 규명한 실험’

경 제학 : 아이슬랜드 은행 네 곳의 경영자들‘소형 은행이 거대 은행으로 또는 그 역으로 빠르게 변모할 수 있음을 입증(아이슬랜드 경제의 급성장과 몰락을 의미함)’

화 학 : 빅토르 카스타뇨 외 2명(멕시코 국립대)‘액체, 특히 테킬라에서 다이아몬드 합성’

의 학 : 도널드 웅거(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손가락 관절을 눌러 소리를 내는 습관이 관절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가를 규명’

물리학 : 캐서린 위트콤, 다니엘 리버만(미국 하버드대), 리자 사피로(미국 시카고대) ‘임신부가 넘어지지 않는 이유 규명’

문 학 : 아일랜드 경찰청 ‘가장 자주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람에게 50장이 넘는 교통위반딱지를 뗌’

공중보건 : 옐레나 보드나르, 라파엘 리, 산드라 마리얀(미국 시카고) ‘비상시 재빨리 방독면 2벌로 바꿀 수 있는 브래지어 발명’

수 학 : 지데온 고노(짐바브웨 준비은행 행장)‘1센트에서 100조 달러까지의 지폐를 발행해 사람들이 매일 큰 범위의 수를 다루게 함’

생물학 : 다구치 후미아키, 송 구오푸, 장 구앙레이(일본 기타사토대 의학대학원) ‘판다의 똥에서 추출한 박테리아가 음식 쓰레기의 90% 이상을 분해함을 밝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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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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